연금술은 화학으로 합니다

24화: 전공 보고와 마법 고탄성 촉매 섬유의 태동
계곡의 대승리 소식은 제국 서부 군수사령부를 통해 황실 군부 본부, 그리고 마침내 제국 황제의 집무실에까지 전격 보고되었다.
단 두 대의 구형 마장기가 3센티미터 두께의 얇은 은색 장갑판을 장착했다는 이유만으로, 마수 수백 마리와 소형 게이트의 균열 폭풍을 상처 하나 없이 진압했다는 전과는 군부 전체를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이것은 단순한 장갑 교체가 아니네. 제국군 전체의 전술적 패러다임을 바꿀 무기일세!”
수도에서 긴급 파견된 황실 군부의 총군수감은 레온 경의 안내를 받아 촉매 연구소를 방문해 우현과 대규모 계약 갱신서에 직접 서명했다. 1차 납품 수량은 서부 국경 여단 전체로 확장되었고, 계약금 역시 황금 200만 닢이라는 천문학적인 액수로 늘어났다.
이로써 우현의 연구소는 제국 마탑조차 함부로 무시하지 못할 독자적인 예산과 권위를 획득했다.
또한, 브라운 가문이 납품 취소로 파산 위기에 처하면서, 그들이 소유하고 있던 제국 서부의 최대 타이탄 광산 소유권 일부를 크로이츠 공작가가 헐값에 강제 회수하는 성과도 거두었다. 우현에게는 가장 저렴하고 완벽한 타이탄 원석의 자체 공급망이 생긴 셈이었다.
하지만 우현은 이 대성공에 도취해 멈춰 서지 않았다.
그는 소장실 안쪽의 개인 작업실에서 다음 단계의 나노 신소재 연성을 구상하고 있었다.
“장갑판으로 무거운 외갑 방어는 해결했지만, 내부의 마법사나 파일럿들이 입는 이너웨어(Innerwear) 방어는 여전히 낙후되어 있습니다.”
우현이 수첩에 복잡한 고분자 가닥의 격자무늬를 그리며 아리아에게 설명했다.
현재 제국 마법사들이 입는 방어 로브는 거친 가죽이나 마력을 억지로 주입한 무거운 비단으로 만들어져 기동성이 둔했고, 무엇보다 마법 캐스팅 속도를 향상시키는 물리적 기능은 전혀 없었다.
우현이 설계한 것은 현대 고분자 화학의 정수인 나노 섬유 기술을 응용한 ‘마법 고탄성 촉매 섬유(Magic Elastomeric Catalytic Fiber)’였다.
그는 고탄성 폴리머 촉매액을 고전압 마법장 속에서 극미세 가닥으로 뽑아내는 ‘전기방사(Electrospinning)’ 장치를 테이블 위에 설계했다.
“마력 룬을 고전압 분사 기어에 밀착시켜 강한 마나 전위차(Potential Difference)를 형성하면, 액체 상태의 고밀도 은사초 에센스와 엘라스틴 겔 혼합액이 노즐 끝에서 마이크로 단위 이하의 아주 얇은 실줄기로 뿜어지며 고체 섬유로 회전 수집됩니다.”
우현은 기어 작동 밸브를 돌렸다.
찌이이이이잉—!
방사 노즐 끝부분에 수만 볼트급의 고전압 마력 룬이 충전되며 보랏빛 번개 스파크가 타닥거렸다. 그와 동시에 노즐 끝에서 육안으로 식별하기 힘들 정도로 예리하고 부드러운 백색 실줄기가 회전 수집 드럼 위로 눈사태처럼 휘날리며 뿜어 나오기 시작했다.
“뀨우!”
알렉스는 회전하는 실타래의 눈부신 백색 빛을 보며 평상 위에서 꼬리를 흔들었다.
드럼 위로 수집된 백색 가닥들은 거미줄보다 가볍고 비단보다 부드러웠으나, 팽팽하게 잡아당겨도 끊어지지 않는 무시무시한 복원 탄성을 지니고 있었다. 게다가 섬유 가닥마다 나노 단위의 유기 금속 촉매가 코팅되어 있어, 마법사의 피부에 닿는 순간 주변의 마력 분자를 캐스팅 궤적에 맞춰 고속 정렬해 주는 ‘캐스팅 가속’ 기능까지 탑재하고 있었다.
우현은 수집 드럼에서 완성된 첫 번째 백색 실타래를 들어 올렸다.
가볍게 잡아당기자 실 가닥이 고무줄처럼 부드럽게 세 배 이상 늘어났다가, 손을 놓자마자 1초 만에 원래의 팽팽한 상태로 되돌아갔다. 섬유 내부에서는 은은하게 흐르는 은백색의 마력 맥동이 기분 좋게 웅웅거리고 있었다.
대장장이의 거친 가죽 옷과 쇠사슬 메쉬를 대체할, 제국 최초의 나노 고탄성 방어 섬유가 우현의 화학 공학적 설계와 전기방사 장치 끝에서 마침내 찬란한 첫 가닥을 뽑아 올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