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술은 화학으로 합니다

21화: 촉매 화학 연성소 건립과 새로운 생산 체제
아리아의 추진력은 무시무시할 정도로 빨랐다.
이단 심문관들이 물러간 지 사흘도 되지 않아, 아카데미 영지 외곽의 광산으로 이어지는 길목에 거대한 광산 공터 부지가 확보되었다. 크로이츠 가문이 파견한 석공들과 마법 공학 기술자들이 우현의 진두지휘 아래 밤낮없이 망치질을 해대기 시작했다.
그들이 세우고 있는 건물은 대륙의 전통적인 연금술 연성실과는 전혀 궤를 달리하고 있었다.
아궁이가 나열된 화덕이나 거대한 가마솥 같은 것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대신 그 자리를 채운 것은 수십 미터 높이의 철제 원통형 에테르 저장 탱크, 구리로 촘촘히 연결된 정밀 냉각 기둥, 그리고 마법 압력 밸브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구리 파이프라인망이었다.
현대 석유 화학 공장의 레이아웃을 마법 룬과 연금술 배관으로 재현해 낸 ‘촉매 유동 화학 연성소(Catalytic Flow Chemical Plant)’의 탄생이었다.
“이것이 연속 유동 반응기(Continuous Flow Reactor)입니다.”
우현은 안전모 대용으로 마력 장벽을 가볍게 두르고 공사장을 방문한 헤르만 교수에게 설계도를 보여주며 설명했다.
“광산에서 공급된 타이탄 광석이 저 산성 탱크에 주입되어 녹아내리면, 에테르 용액과 촉매제가 정밀 유량 조절 기어를 통해 반응 튜브 내부에서 섞이게 됩니다. 기존처럼 배치(Batch)식으로 솥 하나를 다 끓이고 비워내는 비효율이 아니라, 재료를 흘려보내며 쉬지 않고 연속적으로 결정을 추출하는 형태죠.”
헤르만 교수는 복잡한 대규모 유체 역학 파이프라인을 멍청히 바라보며 안경을 연신 치켜올렸다.
“어, 어떻게 이런 상상을 한단 말인가……? 자네의 이 연성소 한 군데가 가동되는 것만으로도, 제국 수도의 대형 용광로 백여 개가 1년 동안 만들어내는 장갑판의 양을 단 하루 만에 초과할 수 있겠네. 이건 제국의 공급망 자체를 뒤흔드는 대혁명일세!”
“그것이 화학 공학의 힘입니다.”
우현이 담담하게 미소 지었다.
이윽고 시험 가동의 순간.
치이이이익—! 위이이이이잉—!
각 배관마다 연결된 마력 펌프가 돌기 시작하고, 파이프라인 내부로 강산성 타이탄 용액과 에테르 촉매액이 빠르게 흘러들었다. 배관 내부의 압력계 룬들이 안정적인 녹색 빛을 유지하며 반응의 진행 상황을 모니터링했다.
파이프 끝단으로 이동한 나노 결정 겔은 감압 프레스 롤러(소결 쐐기 장치)를 통과하며 평평하게 눌렸다.
털컥! 털컥! 털컥!
컨베이어 벨트가 작동하더니, 그 끝에서 영롱한 비취색 진주 광택을 뿜어내는 완성된 초합금 복합 합판들이 일정한 규격으로 1분마다 한 장씩 툭, 툭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실험실의 가내수공업 수준을 벗어나, 제국 최초의 화학 양산화 라인이 완벽하게 성공하는 역사적인 조우였다.
하지만 그 기쁨도 잠시였다.
둥—! 둥—! 둥—!
갑자기 저 멀리 아카데미 외곽 방어망 쪽에서 다급하게 울려 퍼지는 경종 소리가 바람을 타고 들려왔다. 시험장의 대지 전체가 미세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연구소의 문이 다급하게 열리며, 국경 수비대의 수비 대장이 땀에 흠뻑 젖은 채 뛰어 들어왔다.
“수, 수석 조교님! 우현 소장님! 큰일났습니다! 인근 계곡에 봉인되어 있던 소형 마수 게이트가 과부하로 인해 균열을 일으켰습니다! 마수 수백 마리가 지금 아카데미 영지 경계선으로 내려오고 있습니다!”
“수비대의 마장기 부대는 어찌 되었는가?”
레온 경이 급히 물었다.
“수비대의 마장기들은 전부 구형 장벽판을 쓰고 있어, 마수들의 산성 침과 날카로운 발톱 공격에 장갑판이 걸레짝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더 이상 전선을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수비 대장의 얼굴이 절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우현은 컨베이어 벨트 옆에 수북이 쌓여 있는, 차가운 진주 광택의 초합금 합판 뭉치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동자에 냉철한 이채가 서렸다.
“그 구형 마장기들, 당장 이 연구소 앞으로 회군시키십시오. 우리가 생산한 이 무적의 합판을 실전에 배치해 볼 완벽한 기회입니다.”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마수들의 위기.
하지만 우현에게는 자신들이 양산해 낸 나노 복합 합판의 성능을 전장에 입증할 가장 완벽하고 통쾌한 테스트 베드(Testbed)가 마련된 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