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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술은 화학으로 합니다2화

연금술은 화학으로 합니다

연금술은 화학으로 합니다

2화: 경악하는 조교와 새로운 기회

실험실 안에 은은하게 퍼져 있던 매캐한 재 냄새가 순식간에 청량하고 싱그러운 향기로 뒤덮였다. 마치 이른 아침, 이슬을 머금은 숲속 한가운데에 서 있는 듯한 착각마저 불러일으키는 향취였다.

유리병 속에 담긴 푸른색 액체는 기포 하나 없이 맑고 영롱하게 빛나고 있었다.

“어디 보자…….”

우현은 조심스럽게 스포이드를 내려놓고 푸른 물약병을 들어 올렸다. 병을 살짝 흔들자, 액체가 매끄럽게 벽면을 타고 흐르며 미세한 청색 빛무리를 허공에 산란시켰다.

화학공학자로서의 직관이 그에게 말하고 있었다. 불순물이 완벽하게 여과된 촉매 반응액. 이것은 단순한 치료약이 아니라 분자 구조 단위로 재정렬된 마나의 농축체였다.

바로 그때,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철제 실험실 문이 다시 열렸다.

“아직도 안 나가고 뭐 하고…….”

돌아온 것은 조금 전 우현에게 호통을 치고 나갔던 연금학과의 수석 조교, 엘리안이었다. 그는 아까 가마솥 폭발의 여파로 깨진 유리 파편을 치우기 위해 빗자루와 가죽 마대를 들고 들어오다 뚝 멈춰 섰다.

실험실의 풍경은 그의 예상과 완전히 달랐다.

사방에 시커먼 그을음이 묻어 있는 것은 여전했으나, 공기는 기묘할 정도로 맑았고, 무엇보다 낙제생 우현의 손에 쥐여진 유리병이 이상하리만치 푸른 광채를 뿜어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게 뭐지?”

엘리안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내일 아침 실기 시험에 제출할 포션입니다.”

우현이 담담하게 답하며 물약병을 내밀었다.

엘리안은 빗자루를 벽에 기대놓고 차가운 걸음걸이로 다가왔다. 그의 눈빛에는 여전히 깊은 불신과 경멸이 서려 있었다.

“헛수작 부리지 마라, 우현. 마력 적성이 제로인 네가 끓여낸 물약은 30% 순도의 하급 치료약조차 되지 못해. 게다가 가마를 다 날려 먹어 놓고 끓일 도구도 없었을 텐데, 무슨 포션을 연성했다는 건가?”

“마법 가마로 끓이는 정제 방식은 효율이 극도로 떨어집니다. 식물 단백질이 타면서 불순물이 생기니까요. 저는 촉매를 사용해 상온에서 유기 합성을 유도했습니다.”

“유기…… 촉매?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건지 모르겠군.”

엘리안은 코웃음을 치며 우현의 손에서 푸른 물약병을 낚아채듯 가져갔다.

그는 마법 현미경을 쓰지 않고도 물약의 광채만으로 등급을 대략 짐작할 수 있는 베테랑 조교였다. 그러나 병을 가까이서 들여다본 엘리안의 눈동자가 순식간에 지진이라도 일어난 듯 흔들렸다.

“이, 이게 어떻게…….”

물약 내부에는 침전물이나 미세한 그을음 입자가 단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완벽한 균일상(Homogeneous phase) 액체였다. 마법으로 빛을 쬐자, 물약이 마력을 머금고 자체적으로 공명하는 소리마저 들려왔다.

“순도…… 99% 이상? 아니, 이건 말도 안 돼! 연금학 주임교수님이 직접 정제한 최상급 엘릭서도 순도 90%를 넘기기 힘든데, 네가 이런 걸 만들었다고?”

엘리안의 안색이 하얗게 질려갔다.

“믿기지 않으시면 직접 테스트해 보시죠. 마침 손가락이 불편해 보이시는데.”

우현은 엘리안의 오른손을 가리켰다.

엘리안의 오른손 검지는 부자연스러운 각도로 꺾여 있었다. 조금 전 우현의 가마가 폭발할 때 날아온 파편에 맞아 뼈가 어긋난 상처였다. 조교로서 가오를 지키기 위해 짐짓 통증을 참고 있었지만, 욱신거리는 통증 때문에 식은땀이 흐르던 참이었다.

엘리안은 우현을 뚫어지게 노려본 뒤, 이를 악물고 푸른 물약의 마개를 열었다.

꿀꺽—

시원하고 청량한 액체가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는 순간, 엘리안은 온몸의 털끝이 쭈뼛 서는 기분을 느꼈다.

쿵! 쿵!

심장이 터질 듯 세차게 고동치며, 위장 속에서부터 폭발적인 열기가 뿜어져 나와 오른손 끝으로 몰려들었다.

“앗……!”

엘리안이 짧은 비명을 질렀다. 꺾여 있던 검지 손가락 뼈가 스스로 움직이더니, 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제자리로 맞춰졌다. 뒤이어 찢어진 피부 조직이 순식간에 아물며 새살이 돋아났다.

정확히 1분. 단 60초 만에 뼈가 완전히 붙고 상처 자국조차 흔적 없이 사라졌다.

“손가락 뼈가…… 완벽하게 재결합됐어.”

엘리안은 자신의 오른손을 쥐었다 폈다 하며 멍하니 중얼거렸다. 통증은커녕, 오히려 전보다 손가락 마디마디가 가볍고 마력 전도가 더 잘되는 느낌마저 들었다.

이건 기적이었다. 아니, 연금술의 법칙을 초월한 무언가였다.

“어떻게…… 마력도 없는 네가 대체 무슨 마법을 부린 거냐!”

엘리안이 우현의 덜미를 잡을 듯이 소리쳤다. 그의 목소리는 경악과 흥분으로 사정없이 떨리고 있었다.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촉매 합성 반응입니다.”

우현은 태연하게 실험 테이블 위의 활성탄 필터 잔해를 툭툭 털어냈다.

엘리안은 숨을 몰아쉬며 우현을 바라보았다. 이 낙제생 녀석은 퇴학을 피하기 위해 요행을 부린 것이 아니었다. 완전히 새로운 차원의 연금술을 선보인 것이었다.

“……잠깐 기다려라. 당장 주임교수님께 보고해야 한다.”

엘리안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실험실을 뛰쳐나갔다. 복도 너머로 그의 다급한 발소리가 멀어졌다.

약 10분 뒤, 실험실 문이 부서질 듯 열리며 한 노인이 들이닥쳤다.

흰 머리를 거칠게 빗어넘기고, 돋보기 안경을 코끝에 걸친 노인. 에센셜 아카데미 연금학과의 절대 권력자이자, 보수적이기로 소문난 헤르만 주임교수였다. 그 뒤로 숨을 헐떡이는 엘리안이 서 있었다.

“그 물약이 어디 있느냐!”

헤르만 교수는 들어오자마자 우현의 테이블 위에 놓인 물약병을 낚아챘다.

그는 품 안에서 돋보기 모양의 고위 감정 아티팩트를 꺼내 물약에 들이댔다. 아티팩트 렌즈 너머로 푸른 액체의 분자 배열이 마법 오오라로 투사되었다.

격자 구조처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늘어선 에테르 마나 입자들. 불순물 분자는 단 한 개도 존재하지 않는 극단의 청정 영역.

“오, 신성이시여…….”

헤르만 교수의 안경이 스르륵 내려앉았다. 그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이것은 끓여서 만든 것이 아니다. 에테르 입자들을 억지로 누른 흔적이 전혀 없어. 마치…… 마나가 스스로 가장 완벽한 형태로 결합한 것 같군. 대체 어떤 연성식을 사용한 게냐?”

우현은 조심스럽게 고개를 숙였다.

“복잡한 연성식은 쓰지 않았습니다. 황토의 실리카 성분과 활성탄의 미세 기공을 융합해 필터를 만들고, 에테르 기류가 통과할 때 불순물만 흡착되도록 유도했을 뿐입니다. 마력 압력을 낮춘 상온 반응입니다.”

“실리카…… 활성탄 필터……?”

헤르만 교수는 우현이 말한 단어들을 곱씹었다. 일평생 연금가마의 화력을 조절하고 약초의 조합법만 연구해 온 그로서는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학설이었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99.9% 순도의 포션이 그 학설의 정당성을 증명하고 있었다.

교수는 한참 동안 우현을 뚫어지게 응시했다. 무재능 낙제생이라 여겨 퇴학 서류에 서명하려던 학생의 눈빛이 이토록 깊고 냉철할 줄은 미처 몰랐다.

“우현군.”

헤르만 교수의 목소리가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네 실기 평가는 이것으로 대체한다. 점수는 당연히 만점이다. 그리고…… 너에 대한 퇴학 처분은 전격 보류하겠다.”

우현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감사합니다, 교수님.”

“대신 조건이 있다.”

헤르만 교수가 엄숙한 표정으로 덧붙였다.

“아카데미 지하에 있는 ‘보존 세공 마법 장치’의 마력 효율이 최근 급격히 떨어져 골치를 앓고 있다. 네가 말한 촉매 이론인지 뭔지로 그 세공 장치의 마력 보강 작업을 보조해 다오. 직책은 ‘보존 세공 장치 보강 담당’으로 임명하마. 성공한다면, 네 실험실의 예산 증액은 물론 장학금까지 보장하지.”

보존 세공 장치 보강 담당.

아카데미의 핵심 마법 아티팩트와 희귀 원자재들이 보관된 지하 창고에 합법적으로 출입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요직이었다. 현대 화학공학 신소재 기술을 이세계 마법 금속에 접목해 보고 싶었던 우현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기회였다.

“기꺼이 맡겠습니다, 교수님.”

우현은 고개를 숙이며 속으로 미소 지었다.

꼴찌 낙제생의 신분에서, 아카데미의 핵심 기술 연구원으로 올라서는 첫걸음이었다. 이제 이세계 연금술의 패러다임을 송두리째 마개조할 진짜 실험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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