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술은 화학으로 합니다

시놉시스
현대 대기업 화학공학 신소재 연구소 수석 연구원 강우현. 시제품 고압 반응기 사고로 사망한 뒤, 연금술이 권위 있는 학문인 판타지 대륙 '에센셜 아카데미'의 무재능 꼴찌 우현으로 환생하다! 마력이 없어 포션을 달이는 족족 폭발시키던 그가, 분자 유기 화학의 촉매 합성 반응(Catalytic Action) 이론과 나노 다공성 결정을 접목하여 대천사급 힐링 정화 포션을 10분 만에 합성하는 연금 공학 판타지.
1화: 가마의 폭발과 활성탄 촉매
콰아아앙-!
석조 실험실 전체가 요란한 굉음과 함께 흔들렸다.
가마솥 모양의 주철 가마 뚜껑이 폭압을 견디지 못하고 날아가 벽면을 짓이겨 박혔고, 시커먼 타르 연기가 사방으로 치솟았다.
우현은 콜록거리며 코를 틀어막은 채 시커먼 그을음이 가득한 자신의 손가락을 쳐다보았다.
‘……또 터졌군.’
그는 헛웃음을 지으며 미간에 묻은 재를 문질러 닦았다.
얇은 흰색 실험복 소매 끝자락에는 에테르 찌꺼기가 덕지덕지 눌어붙어 있었다.
원래 그는 대한민국 최고의 대기업 신소재 개발 연구소의 수석 연구원이자, 유기 화합물 분자 촉매 설계 일인자 강우현 박사였다.
고농도 올레핀 중합 고압 반응기 압력 센서 오작동으로 폭발 사망했던 병실에서의 마지막 장면이 생생했다.
그런데 눈을 떠 보니, 마법 연금술이 절대적인 권위로 통용되는 판타지 롤랜드 제국의 엘리트 ‘에센셜 아카데미’였다.
그는 마력 적성이 0%에 수렴하는 바람에 포션을 달이는 족족 이상 과열로 가마를 날려 먹는 연금학과 만년 낙제생 ‘우현’의 몸으로 빙의해 있었다.
“우현! 네 이놈! 오늘부로 네가 터뜨린 주철 가마가 서른 개째다! 내일 아침 실기 평가에서 순도 50% 이상의 힐링 포션을 연성하지 못하면 정식 퇴학 처분장을 발부할 테니 그리 알아라!”
험악한 표정의 조교 악마... 가 아니라 조교 마법사가 그을음 가득한 손가락질을 하며 문을 걷어차고 나가 버렸다.
퇴학 통지.
평민 출신의 낙제생 우현이 아카데미에서 쫓겨나면 남는 것은 차가운 길바닥뿐이었다.
우현은 턱을 괴고 실험 테이블 위에 흩어져 있던 투박한 약초 찌꺼기들과 하급 슬라임 점액 조각들을 관찰했다.
그의 뇌세포 속에 각인된 현대 유기 화학 합성 메커니즘과 촉매 설계 공학 공식이 팽팽하게 돌기 시작했다.
‘이세계 연금가들은 무식하게 약초를 물에 끓여 기(氣)를 우려내려 해. 그러니 약초 내의 단백질 불순물이 뒤엉켜 탄화되고 기압이 상승해 폭발하는 거지. 중요한 건 끓이는 게 아니라, 마나 에센스를 분자적으로 탈수 축합(Condensation)시키는 거야.’
아교나 물 없이, 오직 마력 입자들의 화학 결합을 촉진하는 나노 기하학적 촉매.
태오... 가 아니라 우현은 흙수저 실험실 구석의 황토 흙 벽돌 조각들과 잡석가루, 그리고 모닥불 아궁이의 숯덩이들을 모았다.
‘기공이 촘촘한 다공성 활성탄(Activated Carbon)에 실리카 점토 가루를 배합하여 고온 훈증하면, 마나 불순물을 가두는 완벽한 분자 체 필터(Molecular Sieve Catalyst)가 연성된다.’
우현은 지체 없이 황토 흙가루와 곱게 간 숯 가루를 마법 절구통에 넣고 3대 1 비율로 섞었다.
여기에 약초 찌꺼기와 슬라임 점액을 투하한 뒤, 마력으로 끓이는 대신 촉매 용액을 스포이드로 한 방울씩 도포했다.
세차게 요동치던 에테르 마나 기류가, 촉매 분자의 활성 표면에 닿는 순간.
쉬이이이이익-!
주철 가마가 아닌 유리 튜브 틈새로 흰색의 잔잔한 고온 수증기가 뿜어져 나왔다.
그와 동시에, 시커멓고 탁하던 슬라임 정제액이 촉매 필터를 통과하면서 1초 만에 흔적도 없이 맑고 영롱한 푸른빛의 물약으로 합성되었다.
- 쪼르르륵.
유리 병 안으로 떨어지는 포션은, 가공할 수준의 마나 전도율을 자랑하는 순도 99.9%의 힐링 액체였다.
[시스템: 다공성 실리카 활성탄 촉매 연성 완료.]
[유기 슬라임 단백질 불순물 정화율 99.9%.]
[힐링 포션 연성 강도 +900% 초과 폭발 달성!]
“끝내주는군.”
현실의 석유 화학 대기업 신소재 랩실에서도 이 정도로 완벽한 배위 결합 정밀 합성을 성공하기란 쉽지 않았다.
우현은 푸른 힐링 포션을 들어 올리며 생긋 미소 지었다.
“아카데미가 연금술 낙제생 천국이라고 했나? 다 뜯어고쳐 주지.”
칼과 마법 지팡이 대신 화학 촉매 반응기와 스포이드를 쥐고, 이세계 아카데미와 제국 전체의 신소재 연금 패러다임을 통쾌하게 마개조할 천재 연금술사 강우현의 지적이고 통쾌한 합성 신화가 이 매캐한 그을음 가득한 아카데미 실험실 서고 위에서 화려하게 첫 시동을 걸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