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술은 화학으로 합니다

19화: 이단 심문소의 급습과 촉매의 진실
다음 날 아침, 붉은 아침 햇살이 연구소의 백색 대리석 기둥을 비출 무렵.
갑작스러운 쇠사슬 소리와 함께 은빛 십자가가 그려진 검은색 전신 갑주를 입은 사내들이 연구소 입구를 완전히 포위했다. 제국 교단 직속의 이단 심문소 무장단이었다.
쾅!
소장실 문이 거칠게 열리며,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 철갑으로 무장한 수석 이단심문관 말라카이가 안으로 성큼 걸어 들어왔다. 그의 손에는 붉은 교황청의 성령 인장이 찍힌 체포 영장이 들려 있었다.
“누가 소장 우현인가!”
말라카이의 목소리는 보존실의 냉기보다 서늘했다.
우현은 책상에 조용히 앉아 유리관을 닦고 있다가, 시선을 들어 그들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연구실 밖 복도에는 소식을 들은 헤르만 교수와 엘리안 조교가 사색이 되어 달려와 제지하려 했으나, 이단 심문소 무장단원들의 은빛 창에 가로막혀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제가 우현입니다만. 무슨 일입니까?”
“이단 혐의다. 네놈이 행하는 촉매 연성술은 성스러운 연금술의 불꽃을 우회하고, 물질 고유의 신성한 성질을 임의로 마개조하는 악마의 장난임이 밝혀졌다. 이 시간부로 촉매 연구소의 모든 연성 기구와 촉매액을 압수하고, 네놈을 교황청 지하 감옥으로 이송하겠다!”
말라카이가 쇠사슬 수갑을 들어 올리며 소리쳤다.
연구소 안의 조수들이 공포에 질려 웅성거렸다. 이단 심문소에 끌려간 연금술사는 뼈가 으스러지는 고문을 받고 마법 능력을 박탈당한 채 평생 지하 감옥에서 썩는 것이 제국의 오랜 상식이었다. 황실 군부나 크로이츠 공작가도 종교법 앞에서는 즉각 힘을 쓰기 힘들었다.
하지만 우현은 수갑을 보고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오히려 눈앞의 무식한 광신도들을 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악마의 장난이라…….”
우현은 책상 위에 놓여 있던 푸른색 정밀 촉매 액체병을 들어 보였다.
“말라카이 심문관님. 이 촉매제가 진정 악마의 마도 연금술인지 검증해 보셨습니까?”
“성스러운 연성 가마를 쓰지 않고 물질의 배열을 바꾸는 것 자체가 신성 모독이다!”
“그렇다면, 이 촉매제가 교단의 성수(Holy Water)와 닿았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직접 확인해 보시지요. 만약 이 액체가 악마의 오염물질이라면, 성스러운 성수와 닿는 순간 시커멓게 썩어 들어가거나 폭발할 터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우현의 도발적인 제안에 말라카이는 멈칫했다. 이단 심문 규정상, 혐의 물질이 성수와 반응하여 악마의 징후를 보이는 것은 가장 확실한 판결 증거 중 하나였다.
“좋다. 그 가증스러운 입을 열지 못하게 해주지.”
말라카이는 허리춤에서 은으로 도금된 성수병을 꺼냈다. 그리고 우현이 건넨 푸른 촉매 시험관 안으로 투명한 성수를 한 방울 떨어뜨렸다.
뚝.
성수가 푸른 촉매액 표면에 닿는 순간.
치이이이이익—!
검은 연기나 폭발은 없었다.
오히려 성수 속에 녹아 있던 은(Ag) 이온과 칼슘 이온들이, 촉매의 나노 배위 유도 작용으로 인해 순간적으로 완벽한 분학적 격자를 이루며 소결되기 시작했다.
빛의 속도로 진행된 배위 합성 결합.
파아아아앗—!
시험관 내부 전체가 눈부신 백색 신성 광채를 내뿜으며, 단 5초 만에 성수 전체가 단단하고 투명한 ‘최고급 신성 마나 결정’으로 단단하게 응고되었다. 결정을 둘러싼 마법 잔열에서는 신성한 종소리와 같은 맑은 공명음마저 흘러나왔다.
“이, 이것은……!”
말라카이를 비롯한 이단 심문관들의 눈동자가 사정없이 흔들렸다.
성수가 악마의 물질과 닿아 굳어진 것이 아니었다. 신성한 마력이 극한의 형태로 응축되어 오직 성인들의 축복 아래에서만 탄생한다는 신성 결정(Divine Crystal)이 눈앞에서 완성된 것이다.
우현이 생긋 웃으며 시험관을 흔들어 보였다.
“보시다시피, 제 촉매제는 성수의 성스러운 이온들을 나노 구조 수준에서 가장 완벽한 대칭 격자로 정렬시켰을 뿐입니다. 만약 제 촉매가 악마의 이단 물질이라면, 방금 생성된 이 신성 결정 또한 악마의 산물이고, 심문관님이 들고 계신 교단 성수 역시 오염된 쓰레기라는 뜻이 되겠군요.”
“그, 그건……!”
말라카이의 턱이 덜덜 떨렸다.
성수를 모독할 수도, 눈앞의 신성 결정을 악마의 오염이라고 우길 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논리적 감옥.
현대 유기 화학의 결정 석출 원리를 신성의 법 법칙으로 둔갑시켜 광신도들의 논리를 역으로 짓밟아버린, 천재 연금 소장 우현의 지적이고 통쾌한 완벽한 복수극의 서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