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술은 화학으로 합니다

18화: 대규모 계약 체결과 시샘의 암운
기적의 촉매 연구소 회의실의 널찍한 원목 테이블 위로, 제국 군부의 붉은 왁스 봉인이 찍힌 대형 계약서가 펼쳐졌다.
수석 검수관 레온 경과 군부 군수본부의 대표들이 상기된 얼굴로 서명란에 그들의 서명을 남겼다. 이어서 크로이츠 공작가의 대리인과 우현이 양 가의 도장을 찍으며 계약이 최종 성립되었다.
“제국 서부 국경의 마장기 여단 1차 장갑판 교체 사업권 계약이네. 계약 규모는 황금 50만 닢. 아카데미 역사상 평민 출신 학사의 연구 단일 건으로 맺어진 최대 계약이지.”
레온 경이 만족스럽게 웃으며 우현과 악수를 나누었다.
“우현 소장, 군부 전체가 자네의 장갑판에 큰 기대를 걸고 있네. 이번 납품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차기 마장기 엔진 성능 개량 사업 역시 자네 연구소에 우선 협상권을 하사할 걸세.”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우현이 잔잔한 미소로 답했다. 연구소 금고에 쏟아져 들어올 막대한 예산은 그의 분자 합성 실험을 대규모 화학 공장 수준으로 확장시킬 완벽한 발판이었다.
하지만 계약식의 찬란한 불빛 이면에는 깊은 시샘과 음모의 암운이 짙게 드리워지고 있었다.
동일한 시각, 수도의 한 어두운 서재.
브라운 백작은 핏줄이 불거질 정도로 주먹을 꽉 쥔 채, 벽면에 투사된 우현의 초상화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의 옆에는 아카데미의 보수파 학회장과 제국 교단의 은밀한 권력자인 요한 대주교가 엄숙한 표정으로 의자에 앉아 있었다.
“우리 가문이 관리하던 타이탄 광산의 재고가 산처럼 쌓여가고 있습니다. 마장기 장갑판 납품권이 해지되었으니, 더 이상 광석을 팔 곳이 없습니다. 이대로 가다간 가문의 파산입니다!”
백작이 울부짖었다.
“진정하시지요, 브라운 백작.”
요한 대주교가 차가운 손가락을 모으며 차분하게 말했다. 그의 붉은 대주교 예복 자락에서 기묘한 신성 마나 오오라가 흘러나왔다.
“그 평민 소년이 행하는 촉매 합성인지 뭔지는, 연금가마의 성스러운 마력 불꽃을 쓰지 않는 이단적 행위입니다. 만물이 지닌 고유의 신성한 속성을 부정하고, 오직 차가운 기계와 알 수 없는 용매로 물질을 타락시키는 행위이지요. 제국 교단의 정통 교리에 따르면 이는 명백한 ‘마도 연금술’이자 성물 모독죄에 해당합니다.”
보수파 학회장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끓이지 않고 금속을 소결하고 잡초를 1분 만에 정제한다는 것은, 신의 질서를 기만하는 악마의 장난입니다. 이대로 두면 정통 연금술사들의 입지가 완전히 소멸할 것입니다.”
브라운 백작의 눈동자에 광기가 서렸다.
“대주교님, 그렇다면 교단의 힘으로 그 평민 놈을 심판해 주실 수 있습니까?”
“물론입니다. 제국 법률상 이단 혐의가 발동되면, 황실 군부나 공작가의 법적 보호조차 즉각 정지됩니다. 당장 내일, 황실 이단 심문관(Inquisition)들에게 연구소를 급습해 그가 사용하는 촉매제와 기계들을 압수하고 그를 지하 감옥으로 압송하라는 밀령을 내리겠습니다.”
요한 대주교의 비열하고도 잔혹한 미소가 어두운 서재를 채웠다.
한편, 이러한 종교적 음모가 다가오고 있는 줄 모른 채, 우현은 깊은 밤 연구소 지하에서 알렉스와 함께 다층 소결 반응기의 마력 밀도를 최적화하는 데 열중하고 있었다.
평화로웠던 기적의 촉매 연구소를 향해, 광신과 시샘으로 똘똘 뭉친 이단 심문관들의 그림자가 소리 없이 뻗쳐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