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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로 귀환한 절대마법사2화

지구로 귀환한 절대마법사

지구로 귀환한 절대마법사

2화: 변해 버린 서울

최민아의 승합차는 빗물이 고인 도로를 조심스럽게 빠져나갔다.

강진우는 조수석에 앉아 창밖만 보았다. 익숙했어야 할 서울은 그에게 낯선 도시였다. 건물 벽마다 게이트 대피 요령이 붙어 있었고 육교 아래 전광판에는 오늘의 위험 구역이 흘렀다.

비가 그친 틈을 타 사람들이 횡단보도를 건넜다. 그들 중 누구도 하늘의 검은 균열을 올려다보지 않았다. 균열은 너무 멀리 있었고 경보는 너무 자주 울렸을 것이다.

고향의 사람들은 재난에 익숙해져 있었다.

"가람신도시로 바로 가면 안 되나."

민아가 룸미러로 진우를 한 번 확인했다.

"갈 수는 있는데 순찰에 걸리면 오래 붙잡혀요. 비등록 각성자가 게이트 근처를 돌아다니는 건 사고 취급이거든요."

"나는 게이트에 갈 생각이 없다."

"그쪽은 오늘 저녁에 경계 등급이 올라갈 가능성이 있어요. 옛 동네 주변까지 통제선이 넓어지면 등록증 없는 사람은 주민이어도 못 들어가요."

진우의 시선이 창문에 고정됐다.

그는 허가를 받고 움직이는 삶을 좋아하지 않았다. 아르카디아에서도 왕과 귀족의 인장을 요구하는 자들은 많았다. 그 인장들 대부분은 전쟁이 끝나기 전에 불타 사라졌다.

하지만 지금은 싸우러 가는 길이 아니었다. 부모님이 살던 곳을 확인하러 가는 길이었다. 쓸데없는 싸움으로 시간을 잃을 이유가 없었다.

"그 등록이 있으면 들어갈 수 있나?"

"출입 금지 구역만 아니면요. 게이트가 열리면 대피 지시는 따라야 하고요. 헌터도 예외는 아니에요."

"헌터는 마수를 잡는 자들이 아닌가."

"그게 일의 전부면 좋겠죠."

민아는 신호에 맞춰 차를 세웠다. 피곤한 목소리였지만 말끝은 흐리지 않았다.

"누가 안에 들어갔는지, 누가 나왔는지, 다친 사람은 몇 명인지 기록해야 해요. 무너진 게이트에서 나온 물건도 함부로 건드리면 안 되고요. 마수 하나 잡고 끝나는 현장은 별로 없어요."

진우는 대답하지 않았다.

전장에도 기록은 필요했다. 보급이 끊긴 성의 병사 수와 부상자 수를 알아야 다음 날을 버틸 수 있었다. 다만 그 기록을 핑계로 사람을 묶어 두는 자들이 늘 문제였다.

민아가 그 침묵을 다르게 받아들였는지 덧붙였다.

"등록한다고 길드에 들어가는 건 아니에요. 그냥 당신이 누군지 협회가 아는 정도예요. 오늘 일도 제가 보고해야 하고요."

"내가 누군지 나도 다 설명할 수 없다."

"그건 알아요."

민아는 짧게 웃었다.

"그래서 임시 등록부터 하자는 거예요. 설명할 수 있는 것만 적으면 돼요."

차는 큰길을 벗어나 구청 건물 앞에 멈췄다. 현관 위에는 각성자협회 임시 접수처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복도에는 각성자와 헌터들이 띄엄띄엄 앉아 있었다. 팔에 붕대를 감은 남자가 장비 가방을 끌어안고 있었다. 교복 차림의 소년은 보호자와 함께 서류를 넘기고 있었다. 진우가 들어서자 몇 사람의 시선이 그의 젖은 옷차림에 머물렀다.

접수 창구의 직원은 진우가 내놓을 것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신분증이나 휴대전화는 없으세요? 가족분 연락처라도요."

"없습니다."

"본인 확인이 안 되면 정식 등록은 어려워요. 임시 등록도 현장 확인서가 있어야 하고요."

민아가 태블릿을 창구 위에 올려두었다.

"오늘 동부 우회도로 게이트 붕괴 현장입니다. 이분이 민간인 세 명의 대피 시간을 벌었고 D급 울프 제압에도 관여했어요. 제가 확인했습니다."

직원은 화면을 훑다가 민아의 소속 패치를 보았다.

"길드 추천이면 담당 검사관 확인이 필요합니다. 추천하시는 쪽도 책임이 생겨요."

"압니다."

민아의 대답은 망설임이 없었다.

진우는 그녀를 바라봤다. 몇 시간 전 처음 만난 남자를 위해 이름을 걸 필요는 없었다. 그럼에도 민아는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현장에서 본 것만 적으세요. 나머지는 제가 확인할 겁니다."

그 말은 호의라기보다 경고에 가까웠다. 진우는 그 점이 마음에 들었다.

잠시 뒤 회색 제복을 입은 검사관이 작은 측정실로 들어왔다. 책상 위에는 맑은 수정구와 납작한 화면이 놓여 있었다.

"손을 올려 주세요. 마력 수치와 파형을 봅니다. 능력은 나중에 간단히 적고요."

진우는 수정구를 내려다봤다.

전이식이 남긴 상처가 코어 깊숙이 박혀 있었다. 마력을 한 줄기만 꺼내도 갈라진 틈이 화끈거렸다. 이 기구가 마력의 양만 읽는지, 구조까지 들여다보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는 숨을 짧게 들이마셨다.

필요한 만큼만 보인다.

손바닥을 수정구 위에 얹자 푸른 빛이 구체 안에서 피어올랐다. 빛은 한순간 지나치게 선명해졌다가 이내 탁한 회색으로 가라앉았다.

화면의 선이 급하게 위로 솟았다. 다음 순간 E급 하단을 가리키는 곳으로 떨어진 선이 미세하게 떨렸다.

검사관이 눈썹을 찌푸렸다.

"파형이 이상합니다. 측정 오차인가?"

그는 수정구를 한 번 닦고 다시 진우를 보았다.

"한 번 더 하죠."

진우는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그게 전부다."

민아가 끼어들었다.

"현장에서도 마력 소모가 컸어요. 재측정은 나중에 잡으시죠."

검사관은 화면과 진우를 번갈아 보았다. 의심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규정에는 예외 조항이 있었다.

"능력은요?"

"바람을 조금 다룬다."

민아의 눈빛이 잠깐 굳었다. 도로에서 본 것은 바람을 조금 다루는 수준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 자리에서 반박하지 않았다.

검사관은 마지못해 입력을 시작했다.

"불안정 각성. 임시 E급으로 처리합니다. 단독 게이트 진입 금지, 고위험 현장 활동 금지, 등록 길드나 협회 인력 동행 시에만 출입 가능. 위반하면 즉시 등록 보류입니다."

"제한이 많군."

"그 제한 덕분에 살아서 돌아오는 사람도 많습니다."

진우는 더 말하지 않았다. 얇은 플라스틱 등록증을 받아 들었다.

강진우. 임시 E급 헌터.

그 이름 아래 붙은 낮은 등급은 우스웠다. 하지만 지금 필요한 것은 자존심이 아니라 통과할 수 있는 문이었다.

가람신도시에 도착했을 때는 해가 건물 사이로 거의 사라진 뒤였다.

오래된 단층 주택과 좁은 골목이 있던 자리에 유리창이 반듯한 아파트 단지가 서 있었다. 왕복 여섯 차선 도로가 단지를 갈랐다. 버스 정류장 위 전광판에는 게이트 경보 단계가 노란 글씨로 떠 있었다.

진우는 차에서 내리지 못한 채 한참을 바라봤다.

아파트 현관 앞에는 택배 상자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고 편의점 봉투를 든 주민들이 저녁을 향해 걸었다. 평범한 풍경이었다. 그래서 더 잔인했다. 그의 집이 있던 자리에 다른 사람들의 평범한 하루가 단단히 뿌리내리고 있었다.

기억 속에는 낮은 담장과 감나무가 있었다. 늦가을이면 아버지가 긴 막대로 감을 따다가 꼭 몇 개를 떨어뜨렸다. 어머니는 그걸 주워 곶감을 만들겠다며 웃었다.

이곳에는 감나무가 설 자리조차 없었다.

"주소는 여기 맞아요."

민아가 지도 화면을 보여 주었다.

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몸은 차에서 내렸지만 발걸음은 무거웠다. 보도블록 위로 아이들이 킥보드를 타고 지나갔다. 그들이 웃으며 사라진 방향에는 기억 속 골목의 입구가 있었어야 했다.

단지 입구의 경비원은 옛 주소를 듣고 고개를 저었다.

"재개발 전 주민 기록은 관리사무소에도 없어요. 조합 쪽으로 넘어갔을 텐데 개인 정보라서 아무나 못 봅니다."

그 말은 예상보다 차갑게 들렸다.

진우는 도로 건너 공터 가장자리로 걸었다. 공사 때 남은 낮은 축대 아래에 오래된 돌 하나가 박혀 있었다. 손끝으로 흙을 걷어 내자 희미한 붉은 페인트 자국이 드러났다.

어머니가 화분 위치를 표시하려고 칠해 둔 선과 같은 색이었다.

그가 손을 멈춘 순간, 뒤에서 무전기 잡음이 들렸다.

"거기 두 분. 공터 안쪽은 들어가지 마십시오."

형광 조끼를 입은 순찰 헌터 둘이 다가왔다. 한 명은 진우의 옷차림과 손에 든 등록증을 번갈아 보았다.

"신규 등록자예요? 여기 오늘 밤 통제 구역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동행자 없으면 나가셔야 해요."

민아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푸른하늘 길드 최민아입니다. 제가 동행 중이에요. 옛 주소 확인만 하고 나가겠습니다."

순찰 헌터는 등록증을 받아 확인했다. 임시 E급이라는 글자에서 시선이 조금 길어졌다.

"십 분만 드리죠. 경보 단계 올라가면 바로 빠지셔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등록증은 보잘것없는 조각이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진우의 발을 묶던 문 하나를 열어 주었다.

그는 다시 축대 앞으로 돌아갔다. 모든 것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다만 남은 것을 찾으려면 더 깊이 파야 했다.

민아가 목소리를 낮췄다.

"재개발 조합 연락처는 구해 볼게요. 협회에도 실종자 조회 창구가 있어요. 바로 답이 나오진 않겠지만요."

진우는 붉은 자국에서 손을 떼고 일어섰다.

"조합 기록부터 본다. 협회 기록도. 이름이 남은 곳은 전부 확인하겠다."

민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내일 아침에 연락해요. 대신 오늘은 숙소부터 구해야 해요. 임시 등록자는 연락처도 남겨야 하고요."

멀리서 게이트 경보가 울렸다. 아까보다 낮고 길게 이어지는 소리였다.

진우는 등록증을 손안에서 뒤집었다. 이 도시의 규칙은 그의 마음과 상관없이 움직였다.

그렇다면 규칙 안으로 들어가서라도 찾아내면 된다.

부모님의 이름이 남은 곳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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