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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로 귀환한 절대마법사1화

지구로 귀환한 절대마법사

지구로 귀환한 절대마법사

시놉시스

마신의 군세를 막고 왕국들의 장례를 치른 끝에 9서클의 끝에 닿은 강진우. 그는 백 년 만에 완성한 차원 전이로 고향 지구에 돌아온다.

하지만 그를 맞이한 것은 낯선 고층 빌딩과 검은 균열 그리고 사람을 사냥하는 마수였다. 진우는 사라진 부모님과 자신이 알던 일상을 찾기 위해 변해버린 서울에 첫발을 내딛는다.

1화: 백 년 만의 고향

차원문이 닫히는 소리는 아주 작았다.

유리잔에 금이 갈 때보다도 가벼운 소리였다. 그러나 강진우는 그 뒤에 이어진 침묵이 백 년 동안 듣고 싶었던 것임을 알았다.

그는 젖은 아스팔트 위에 한쪽 무릎을 짚었다.

폐를 채운 것은 축축한 빗물 냄새와 매캐한 배기가스 냄새였다. 아르카디아의 성벽 위에서는 한 번도 맡을 수 없던 냄새였다. 코를 찌르는 연기와 피비린내 대신 너무 평범해서 잊고 있던 냄새.

지구였다.

진우는 눈을 감았다가 천천히 떴다. 빗방울이 멎은 도로 위로 자동차들이 엉킨 채 멈춰 있었다. 건물 외벽을 덮은 전광판이 번쩍였고 멀리서는 사이렌이 길게 울렸다.

고향의 하늘은 기억보다 좁았다.

높이 솟은 건물들 사이로 보이는 회색 하늘에 검은 균열 하나가 걸려 있었다. 번개가 치듯 갈라진 틈에서는 붉은 안개가 조금씩 흘러나왔다.

진우의 손등이 미세하게 떨렸다.

차원 전이식은 성공했다. 다만 마지막 고정식을 유지하느라 코어의 마력을 거의 비워 버렸다. 아르카디아에서라면 하급 마법 하나를 쓰는 일도 아니었을 마력량이 지금은 피로처럼 몸 깊숙이 눌러앉아 있었다.

그는 심장 부근에 의식을 가라앉혔다.

텅 비어 있어야 할 곳에 금이 간 유리처럼 얇은 마력층이 남아 있었다. 억지로 넓히면 깨질 수 있었다. 적어도 며칠은 큰 주문을 피해야 했다.

"돌아오자마자 휴식부터 필요하군."

말은 담담했지만 시선은 저절로 도로 반대편을 훑었다. 그 끝에는 지하철 출입구와 익숙하지 않은 상점 간판들이 있었다. 어머니가 장을 보러 가던 시장은 보이지 않았다.

대신 한 남자가 도로 한가운데서 소리쳤다.

"게이트가 불안정해졌습니다! 전부 인도 쪽으로 이동하세요!"

검은 균열이 맥박처럼 부풀었다.

진우는 인상을 찌푸렸다. 균열 너머의 마나가 낯설었다. 성질만 놓고 보면 차원 틈에서 새어 나오는 흔한 잔재였다. 그러나 흐름 한가운데가 이상하게 비틀려 있었다.

누군가의 손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었다. 오래된 상처도 마나의 결을 뒤틀어 놓는다.

그때 교차로 쪽에서 여자의 목소리가 터졌다.

"차량 뒤로 붙으세요! 아이부터 옮기고 오른쪽 골목은 비워 둬요!"

검은 전투복 위에 짧은 재킷을 걸친 여자가 사람들 사이를 뛰었다. 허리의 검집에서 뽑힌 칼날이 빗물 아래 차갑게 번뜩였다.

그녀는 겁에 질린 아이를 안은 남자를 승합차 뒤로 밀어 넣고 다른 손으로 무전기를 눌렀다.

"푸른하늘 현장팀입니다. 서부 순환로 소형 게이트가 붕괴 직전이에요. 지원 도착 전까지 대피선 유지하겠습니다."

무전기 너머에서는 잡음만 흘렀다.

진우가 서 있는 쪽을 본 여자가 손을 뻗었다.

"거기 청년! 움직일 수 있으면 뒤로 가요!"

그 순간 균열이 안쪽으로 움찔했다.

붉은 안개가 폭발하듯 번졌다. 검은 털에 젖은 몸을 한 짐승이 도로로 굴러 나왔다. 늑대와 닮았지만 어깨는 성인 남자의 허리까지 닿았고 이빨 사이로 허연 김이 새어 나왔다.

짐승은 고개를 들자마자 가장 가까운 사람의 냄새를 맡았다.

"D급 울프!"

여자가 검을 세우며 앞으로 나갔다.

"모두 엎드려요!"

울프가 낮게 으르렁거렸다. 시민들은 승합차 뒤에 몸을 숨겼지만 어린아이 하나가 놀라 손을 놓쳤다. 노란 우산이 빗물 위를 미끄러져 차도 쪽으로 굴렀다.

아이는 울음을 터뜨리며 우산을 쫓았다.

여자가 이를 악물었다. 울프와 아이 사이에는 열 걸음도 남지 않았다. 그녀는 검을 고쳐 쥐고 짐승의 시선을 자신에게 돌리려 앞으로 뛰었다.

"이쪽이다!"

울프는 재빨랐다.

짐승이 여자의 검을 피하며 옆으로 파고들었다. 칼끝이 털을 얕게 베었지만 울프는 멈추지 않았다. 붉은 눈이 아이에게 고정됐다.

진우는 한숨을 삼켰다.

코어를 더 망가뜨리고 싶지 않았다. 돌아온 지구에서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은 따뜻한 밥을 먹고 부모님이 있는 집으로 걸어가는 것이었다. 누구의 비명도 듣지 않는 날을 원했다.

그러나 피난 행렬 끝에서 넘어진 아이의 모습이 오래전 성벽 아래의 한 소년과 겹쳤다.

그날에도 진우는 마력이 모자랐다. 한 번의 주문으로 열 명을 살릴지 한 명을 살릴지 계산해야 했다. 결국 어느 쪽도 완전히 살리지 못했다.

이번에는 계산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젖은 도로에 손끝을 내렸다.

빗물이 얇은 은실처럼 미끄러졌다. 물웅덩이에서 뻗은 선들이 울프의 발밑에 작은 원을 만들었다. 아르카디아의 초급 룬인 구속식이었다.

울프가 아이에게 몸을 날렸다.

원 안의 물기가 동시에 솟았다.

쿵!

보이지 않는 압력이 짐승의 사지를 땅에 짓눌렀다. 울프의 앞발이 아스팔트를 긁으며 깊은 자국을 냈다. 몸부림은 거셌지만 중심을 잃은 짐승은 한 발도 떼지 못했다.

진우는 손가락을 튕겼다.

빗방울 하나가 가느다란 창처럼 굳어 울프의 목덜미를 꿰뚫었다.

짐승의 울음이 끊겼다.

주변은 한순간 너무 조용해졌다.

아이의 어머니가 달려와 아이를 품에 안았다. 누군가 떨리는 목소리로 괜찮냐고 물었다. 승합차 뒤에 숨었던 시민들이 울프의 시체와 진우를 번갈아 봤다.

검을 든 여자는 한동안 자세를 풀지 못했다.

그녀는 울프에게 난 상처를 확인하고 진우를 바라봤다. 경계는 여전했지만 방금 전보다 훨씬 무거운 것이 그 눈에 담겨 있었다.

"방금 그거. 각성 능력이에요?"

"비슷하다."

"비슷하다는 말은 답이 아니에요."

진우는 손끝에 남은 차가운 감각을 털어 냈다. 작은 주문이었지만 코어의 균열이 한 번 더 욱신거렸다.

"여기서는 그런 것을 묻는 게 먼저인가?"

여자는 잠깐 멈췄다가 검을 칼집에 넣었다.

"먼저 묻는 건 이름이죠. 다음은 다친 데가 있는지. 그다음이 능력이에요. 오늘은 사람이 많아서 순서가 조금 꼬였고요."

그녀는 손을 내밀었다.

"최민아. 푸른하늘 길드 소속 헌터예요. 당신은요?"

"강진우."

민아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시선은 그의 빈 손과 낡은 옷차림을 훑었다. 무기도 없고 통신 장비도 없었다. 현장에 나타난 방식까지 생각하면 의심할 만했다.

"신분증이나 협회 등록증은 있어요?"

"없다."

"휴대전화는요?"

"그것도 없다."

민아의 표정이 아주 조금 굳었다. 하지만 그녀는 무전기를 들지 않았다. 진우가 아이를 구한 장면을 본 탓일 것이다.

"그럼 곤란한데요. 비등록 각성자는 사고가 나면 보호도 못 받고 현장 통제에도 걸려요."

진우는 도로 끝의 균열을 바라봤다. 붉은 안개는 옅어졌지만 사라지지는 않았다.

"저런 것이 생긴 건 언제부터지?"

"게이트요?"

"그래."

민아는 그가 농담하는지 살피다가 고개를 저었다.

"대격변 이후요. 스무 해쯤 됐어요. 이제는 초등학생도 알아요."

스무 해.

진우의 시선이 흔들렸다.

아르카디아의 백 년은 지구의 스무 해였다. 전이식의 시간 오차를 계산할 때 최악의 경우로 잡았던 수치였다. 계산으로 알고 있던 시간이 누군가의 말 한마디로 현실이 됐다.

어머니는 진우가 늦게 들어오는 날이면 국을 데우지 않고 기다렸다. 끓으면 맛이 달라진다면서도 끝내 냄비를 불 위에 올렸다.

아버지는 현관에 벗어 둔 신발을 보며 늘 한마디 했다. 가지런히 놔라. 집에 돌아오는 길이 어지러우면 마음도 어지러워진다.

진우는 그 현관이 아직 남아 있는지 갑자기 확신할 수 없었다.

"가람동."

민아가 되물었다.

"네?"

"가람동의 오래된 주택가를 아나? 녹색 대문이 있는 집이었다."

민아는 휴대전화를 꺼냈다. 손바닥만 한 화면이 켜지자 진우의 눈빛이 잠시 멎었다. 아르카디아의 수정구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얇고 밝은 물건이었다.

그녀가 빠르게 화면을 누르더니 조심스럽게 말했다.

"가람동은 재개발됐어요. 행정구역도 바뀌었고요. 지금은 가람신도시예요."

진우는 대답하지 못했다.

재개발. 그 단어 하나가 집의 지붕과 담장을 너무 쉽게 지워 버렸다. 그래도 집이 없어졌다고 해서 사람들이 함께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곧바로 고개를 들었다.

"그곳으로 가겠다."

"지금요?"

"지금이다."

민아는 그의 얼굴을 보다가 짧게 숨을 내쉬었다. 고집을 꺾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현장 봉쇄가 시작되면 도로가 막혀요. 제 차가 근처에 있으니 거기까지는 태워 드릴게요. 대신 한 가지 약속해요."

"말해라."

"협회에 들러서 신분부터 확인해요. 등록 없이 게이트 근처를 돌아다니면 오늘처럼 누가 다쳐도 당신 책임이 될 수 있어요."

진우는 울프의 시체 옆에 남은 물 자국을 봤다. 그 위로 시민들이 조심스럽게 걸어가고 있었다. 세상은 위험에 익숙해진 듯 보였지만 아이를 안은 어머니의 팔은 아직 떨리고 있었다.

이곳에도 지켜야 할 사람은 있었다.

그리고 진우에게는 찾아야 할 두 사람이 있었다.

"등록은 나중에 생각하지."

민아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안 돼요. 가람신도시까지 가는 길에 협회 분소가 있어요. 십 분이면 끝나요."

진우는 그녀가 내민 명함을 내려다봤다. 작은 종이 위에는 푸른하늘 길드와 최민아라는 이름이 또렷했다.

그는 명함을 받아 주머니에 넣었다.

"십 분이다."

그때 도로 위 확성기에서 기계음이 울렸다.

―서부 순환로 일대 게이트 경보를 상향합니다. 민간인은 즉시 대피해 주십시오.

멀리서 새로운 사이렌이 겹쳐 들렸다. 하나가 아니었다. 서울 어딘가에서 또 다른 균열이 열리고 있었다.

진우는 잿빛 하늘을 올려다봤다.

고향의 공기는 분명 그의 기억 속 냄새를 품고 있었다. 하지만 그 아래에서는 낯선 전쟁이 매일 시작되고 있었다.

"안내해라."

최민아가 앞장섰다.

진우는 뒤를 따라 걸었다. 부모님이 있는 곳을 찾기 전까지는 이 낯선 세계의 규칙도 알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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