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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태자님, 꿈속에 쓰레기 버리지 마세요6화

황태자님, 꿈속에 쓰레기 버리지 마세요

황태자님, 꿈속에 쓰레기 버리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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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두 번째 문 앞의 아이

두 번째 문 손잡이가 돌아가는 소리는 이상할 만큼 선명했다.

로제트는 손바닥의 검은 꽃잎을 움켜쥐었다. 에반스 드림워커의 옛 문장은 꽃잎 안쪽에서 은빛으로 깜빡였다. 첫 문을 무너뜨린 뒤 남은 힘이 손끝에서 빠져나가고 있었지만 그녀의 발은 문 쪽으로 한 걸음 움직였다.

문 너머 아이가 다시 울었다.

아버지.

그 한마디에 로제트의 목 안쪽이 말랐다.

카이엔이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멈춰.”

“아이 목소리예요.”

“그렇다고 들어갈 상태가 아니다.”

로제트는 반박하려 했지만 무릎이 먼저 흔들렸다. 카이엔이 허리를 받치지 않았다면 검은 대리석 위로 주저앉았을 것이다.

문틈이 조금 더 벌어졌다. 안쪽에서 탄 종이 냄새와 오래된 장미 향이 흘러나왔다. 로제트는 그 냄새를 알고 있었다. 아주 어릴 적 가문 서재에서 맡았던 냄새였다.

“저 문은 전하의 기억이 아니에요.”

“알고 있다.”

카이엔은 검을 들어 문과 로제트 사이를 가렸다.

“그러니 더더욱 네가 혼자 들어갈 이유가 없다.”

문 안쪽의 울음이 낮아졌다. 아이는 훌쩍이며 말했다.

문을 열어. 아버지가 기다려.

로제트의 손 안에서 꽃잎이 뜨거워졌다. 문 위 검은 장미 문양이 에반스의 은빛 눈 문장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자세히 보자 두 눈의 방향이 반대로 뒤집혀 있었다.

“가짜예요.”

그녀는 가까스로 말했다.

“우리 문장은 눈꼬리가 안쪽을 향하지 않아요.”

그 말을 내뱉는 순간 문 안쪽의 울음이 뚝 멎었다.

어린아이가 훌쩍이던 공간에 조용한 숨소리만 남았다. 로제트는 그 침묵이 울음보다 더 무섭다고 생각했다. 저쪽이 자신을 달래는 방식을 바꾸고 있었다.

곧 문틈으로 작은 빛이 새었다. 촛불 같았고 별빛 같기도 했다. 불탄 서재 바닥 위로 하얀 손수건 하나가 떨어져 있었다. 손수건 귀퉁이에는 로제트가 어릴 때 서툰 바느질로 새긴 장미 모양이 있었다.

그건 진짜와 너무 닮아 있었다.

로제트의 어깨가 굳었다. 카이엔은 그 미세한 변화를 놓치지 않았다.

“숨을 쉬어.”

“쉬고 있어요.”

“거짓말은 나중에 해라.”

그의 손이 로제트의 등 가운데를 천천히 눌렀다. 차갑던 꿈속 공기 사이로 규칙적인 온기가 들어왔다. 로제트는 억지로 숨을 들이마셨다.

“그럼 닫는다.”

카이엔이 검끝으로 문을 밀었다. 검은 문 표면에 닿지 못하고 허공에서 미끄러졌다. 회랑이 문을 보호하는 듯했다.

검은 장미의 웃음이 문틈에서 번졌다.

꿈의 주인이여. 이 문은 네 것이 아니다.

바닥이 기울었다. 로제트의 몸이 문 쪽으로 끌렸다. 카이엔은 이를 악물고 그녀를 뒤에서 끌어안듯 붙잡았다.

“로제트.”

그가 이름을 부르자 문 안쪽의 풍경이 흔들렸다. 불탄 서재가 보였다. 낮은 책상 아래 숨어 있는 어린아이의 발끝도 보였다. 아이는 얼굴을 가린 채 울고 있었다.

로제트는 숨을 멈췄다.

어머니가 숨으라고 했던 책상과 닮았다. 하지만 책상 다리는 네 개가 아니라 세 개였다. 바닥에 떨어진 은반지는 그녀가 기억하는 것보다 훨씬 컸다.

저주는 완벽하지 않았다.

그 사실을 알면서도 몸은 말을 듣지 않았다. 로제트는 손을 뻗었다.

“제가 확인해야 해요.”

“확인과 투신은 다르다.”

카이엔의 목소리가 낮게 갈라졌다.

“네가 내게 그렇게 말했지. 가짜는 세부를 싫어한다고.”

로제트는 입술을 깨물었다. 자신이 했던 말이 부메랑처럼 돌아왔다.

문틈에서 검은 손이 튀어나왔다. 어린아이의 손처럼 작았지만 손가락 끝에는 장미 가시가 돋아 있었다. 그것이 로제트의 앞치마를 붙잡는 순간 그녀의 은반지가 검게 물들기 시작했다.

카이엔의 검이 내려쳤다. 이번에도 검날은 손을 베지 못했다. 대신 회랑 바닥만 길게 긁었다.

“물러서요. 이건 문 자체예요.”

로제트는 손을 들어 올렸다. 손끝에 희미한 분홍빛이 모였다가 꺼졌다. 마력이 부족했다.

문 안쪽의 아이가 웃었다.

청소하러 왔다며. 네 집도 못 치웠잖아.

그 말에 로제트의 표정이 얼어붙었다. 카이엔의 눈빛이 바뀌었다.

문틈의 손은 앞치마를 놓지 않았다. 천이 검게 젖어 들며 작은 장미 꽃잎들이 번졌다. 꽃잎은 로제트의 허리끈을 타고 올라와 심장 쪽을 노렸다.

로제트는 손끝으로 허리끈을 잡아 뜯었다. 천 조각이 바닥에 떨어지자마자 검은 벌레 떼처럼 흩어졌다. 그녀는 이를 악물고 발로 밟았다. 하지만 벌레들은 눌릴수록 더 납작한 그림자가 되어 문 아래로 기어 들어갔다.

“저건 저를 표시하고 있어요.”

“표시?”

“다음에 더 쉽게 잡으려고요. 청소하다가 먼지 위치에 분필 표시하는 것처럼.”

“비유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저도요.”

카이엔은 그녀를 자기 쪽으로 더 끌어당겼다. 로제트의 등이 그의 가슴에 닿았다. 평소라면 너무 가깝다고 밀어냈을 거리였지만 지금은 그 단단한 체온이 문보다 현실 같았다.

“그 입 닫아라.”

꿈속의 공기가 낮게 울렸다.

검은 장미의 웃음이 잠시 멎었다. 카이엔은 로제트의 손을 자신의 심장 위로 끌어왔다. 붉은 빛이 손등을 타고 퍼졌다.

“내 꿈이라면 내 명령도 들을 것이다.”

“전하. 억지로 누르면 반발이 옵니다.”

“그럼 네 방식으로 해.”

로제트는 이를 악물고 문을 노려봤다. 거대한 저주의 문이라고 생각하면 답이 없었다. 하지만 문은 결국 문이다. 열고 닫고 막는 물건이다.

“좋아요. 이건 청소 도구 보관함이에요.”

“뭐?”

“위험한 약품은 잠가 둬야죠.”

로제트가 손가락을 비틀자 검은 문 표면에 낡은 황동 손잡이가 생겼다. 장미 문양은 삐뚤어진 종이 라벨로 바뀌었다. 라벨에는 위험 물품 보관이라고 적혔다.

문틈의 손이 라벨을 찢으려 했다.

로제트는 비어 있는 회랑 벽에서 양동이 하나를 끌어냈다. 꿈속이니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양동이 안의 물은 반쯤밖에 차지 않았다. 마력이 모자란 탓에 손잡이도 한쪽이 휘어져 있었다.

“이런 날림 공사는 취향이 아닌데.”

“작동만 하면 된다.”

카이엔이 낮게 말했다.

로제트는 양동이 물을 문 아래에 끼얹었다. 물은 바닥에 닿자 투명한 얼음처럼 굳었다. 검은 벌레와 가시 손가락이 그 안에 잠깐 묶였다.

“지금요!”

문이 격렬하게 떨었다.

카이엔은 그 손잡이를 움켜쥐었다. 회랑 전체가 으르렁거렸지만 그는 물러서지 않았다.

“닫혀라.”

손잡이가 내려갔다.

로제트는 남은 꽃잎을 라벨 위에 눌렀다. 은빛 눈 문장이 작은 자물쇠처럼 접혔다. 완전한 봉인은 아니었다. 문 안쪽에서 아이가 다시 두드리기 시작했다.

쿵.

쿵.

쿵.

하지만 문은 더 이상 열리지 않았다.

로제트의 다리가 풀렸다. 카이엔이 그녀를 안아 들었다.

“이제 나간다.”

“문 아래에 종이 조각이 있어요.”

카이엔의 시선이 문턱으로 내려갔다. 검은 종이 조각이 꿈의 바닥에 붙어 있다가 재처럼 흩어지고 있었다.

“현실에 흔적이 남을 수도 있겠군.”

그가 낮게 말했다.

“네가 못 본 것은 내가 보겠다. 여기는 내 꿈이기도 하니까.”

그 말이 이상하게 안심이 됐다. 로제트는 그의 옷깃을 붙잡았다.

“그럼 깨세요. 지금요.”

카이엔은 눈을 감았다.

“일어나라.”

회랑이 접혔다.

로제트가 눈을 떴을 때는 황태자 침실 바닥이었다.

숨이 목에 걸려 있었다. 카이엔은 침대에서 거의 굴러떨어지듯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는 잠기운도 없이 곧장 로제트에게 다가왔다.

“다친 곳은.”

“자존심이요.”

“그건 나중에 치료해라.”

카이엔은 그녀를 부축해 의자에 앉혔다. 그의 손목에는 검은 실금이 가늘게 남아 있었다. 전보다 짙지는 않았지만 완전히 사라지지도 않았다.

로제트는 침대 옆 탁자를 보았다. 현실에 놓아 둔 검은 밀랍 조각은 반쯤 녹아 있었다. 그 아래로 재가 흩어져 있었다.

침대 머리맡의 물잔도 넘어져 있었다. 물은 바닥에 엎질러지지 않고 둥근 얼룩으로 말라붙어 있었다. 누군가 물을 쏟은 것이 아니라 물 위에 재를 뿌려 굳힌 것 같았다.

로제트는 손을 뻗으려다 카이엔에게 제지당했다.

“맨손으로 만지지 마라.”

“전하께서 점점 청소 규칙을 잘 외우시네요.”

“네가 자주 다치기 때문이다.”

로제트는 입을 다물었다. 반박할 말이 없었다.

그리고 침실 바닥에는 작은 발자국이 찍혀 있었다.

아이 발만 한 검은 재 발자국이었다. 발자국은 로제트가 잠들어 있던 자리에서 시작해 창문 쪽으로 이어졌다.

카이엔의 얼굴이 차갑게 굳었다.

“누가 들어왔나.”

“문은 잠겨 있었어요.”

“창문도 내가 닫았다.”

로제트는 발자국 끝에 놓인 종이 조각을 집어 들었다. 종이는 말라붙은 장미 꽃잎처럼 얇았다.

글자는 검은 재로 쓰여 있었다.

에반스의 딸은 꿈에서만 숨지 않는다.

로제트는 손끝이 식는 것을 느꼈다.

카이엔은 종이를 빼앗듯 받아 들지 않았다. 대신 그녀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겹쳤다.

“네 이름을 아는 자가 현실에도 있다.”

“그런 것 같네요.”

“다음 침투부터 네 몸은 내 눈앞에 둔다.”

로제트가 멍하니 그를 보았다.

“전하. 그 표현은 조금 위험합니다.”

“네가 꿈에 들어가면 현실의 몸은 무방비가 된다. 문밖의 호위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럼 조건이 있어요.”

“말해라.”

“제가 눕는 의자와 담요는 제가 고릅니다. 그리고 전하께서 깨기 전까지 아무도 제 몸을 만지지 못하게 하세요.”

“나도 포함인가.”

로제트는 잠깐 멈췄다.

카이엔의 얼굴은 진지했다. 명령을 고르는 얼굴이 아니라 허락의 범위를 확인하는 얼굴이었다. 그 점이 로제트를 더 당황하게 했다.

“응급 상황이면 예외로 하죠.”

“응급 상황의 기준은.”

“제가 죽게 생겼거나 전하께서 정말로 참을 수 없을 만큼 걱정되실 때요.”

“두 번째 기준이 넓군.”

“그러니까 악용하지 마세요.”

카이엔의 대답은 망설임이 없었다.

“허락한다.”

“포상금 항목에도 야간 위험 수당을 추가하고요.”

그제야 카이엔의 입가가 아주 희미하게 움직였다.

“그건 이미 추가되어 있다.”

로제트는 웃으려다 말았다. 손안의 종이 끝에서 아주 희미한 향을 맡았기 때문이다. 썩은 장미 냄새 아래에 다른 향이 숨어 있었다.

차갑고 우아한 백합 향.

황성에서 그런 향을 쓰는 곳은 많지 않았다. 아직 단정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로제트는 그 향이 어느 궁의 긴 복도에서 유독 짙게 풍기던 것을 기억했다.

그녀는 종이를 접었다.

“전하. 내일은 향료실보다 더 높은 곳의 냄새를 확인해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카이엔의 입매가 싸늘하게 굳었다.

“어디든 간다.”

창밖은 아직 밤이었다. 닫힌 창문 너머로 검은 재 한 점이 바람 없이 날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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