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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무기들이 나한테만 말을 걸어1화

전설의 무기들이 나한테만 말을 걸어

전설의 무기들이 나한테만 말을 걸어

시놉시스

대한민국 F급 헌터 지망생 강시우는 국립 유물 박물관에서 장비 청소 아르바이트를 하며 하루하루를 버틴다.

남들이 보기에 유물은 비싼 전시품이고 헌터들의 장비는 성능표로 평가되는 물건일 뿐이다. 하지만 시우는 이상하게도 낡은 무기 앞에서 발걸음을 늦추고 녹슨 날과 마른 손잡이를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어느 날 박물관 한복판에서 게이트 브레이크가 터지고 시우는 관람객들을 구하려다 죽음 직전까지 몰린다. 그때 전시관 구석에 꽂혀 있던 녹슨 고대 검이 그에게 말을 건다.

먼지와 봉인 속에서 수천 년을 기다린 전설의 무기들.

이제 그들의 잔소리를 알아듣는 단 한 명의 소년이 깨어난다.

1화: 박물관의 녹슨 검

"강시우 씨. 거긴 그냥 위만 닦으면 돼요. 오늘 VIP 동선에 안 들어가요."

국립 유물 박물관 고대 무기 전시관.

폐관을 십 분 앞둔 시간이었다.

강시우는 대답 대신 마른걸레를 한 번 더 접었다. 검은 유리 진열장 안, 녹슨 검 한 자루가 기울어진 받침대에 기대 있었다.

명패에는 고대 제국 시대 의장검. 등급 미상. 전투 사용 불가라고 적혀 있었다.

시우는 그 문구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의장검이면 이가 이렇게 상할 리가 없는데."

그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리자 관리 직원이 멀리서 한숨을 쉬었다.

"또 시작이네. 시우 씨, 유물한테 말 걸 시간 있으면 바닥이나 빨리 끝내요. 각성 시험 다시 보려면 돈 모아야 한다면서요."

"알고 있습니다."

시우는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F급 판정 보류.

그게 그의 현재 위치였다.

각성 반응은 있었다. 하지만 마력량은 낮았고 신체 강화 수치도 바닥이었다. 협회 검사관은 애매한 표정으로 재검을 권했다. 재검료는 결코 애매하지 않았다.

그래서 시우는 낮에는 배달을 하고 저녁에는 박물관에서 청소했다.

그런데도 무기 앞에서는 손이 대충 움직이지 않았다.

낡은 창의 고정 나사가 헐거우면 조였다. 활시위가 너무 팽팽하면 담당자에게 알렸다. 방패 표면에 물기가 남으면 마른 천으로 한 번 더 훔쳤다.

남들이 보기엔 알바생의 쓸데없는 오지랖이었다.

시우에게는 그냥 그게 맞는 일처럼 느껴졌다.

오래 버틴 물건은 이상하게 사람처럼 보였다. 특히 무기는 그랬다. 누군가의 손에 쥐어졌고 누군가를 지켰고 또 누군가의 욕심에 끌려다녔을 터였다.

버려진 듯 전시된 물건 앞에서 시우는 쉽게 등을 돌리지 못했다.

시우가 녹슨 검의 받침대 아래 먼지를 닦으려 몸을 숙인 순간, 검날 밑동에서 검은 가시 같은 것이 보였다.

"이건 뭐지?"

마른 핏자국처럼 굳은 조각이었다. 보존 처리 과정에서 붙은 찌꺼기라기엔 모양이 너무 날카로웠다.

"손대지 마요. 보험 처리 귀찮아져요."

"네. 보기만 할게요."

그때 폐관 안내 방송이 흘렀다.

시우는 걸레를 챙겨 일어서려 했다.

바닥이 먼저 울었다.

처음에는 지하철 진동 같았다. 다음 순간 대리석 바닥 한가운데가 종이처럼 접혔다. 검푸른 틈이 벌어지고 찬 공기가 전시관을 휩쓸었다.

비상등이 붉게 바뀌었다.

"게이트 브레이크다!"

누군가 비명을 질렀다.

균열 안에서 뼈와 비늘이 뒤섞인 팔이 튀어나왔다. 박물관의 보호 결계가 천장 쪽에서 내려왔지만 그것은 유리 진열장과 핵심 유물 주변을 먼저 감쌌다.

사람들은 그 바깥에 있었다.

"다들 출구 쪽으로!"

시우는 가장 가까운 아이를 안아 밀었다. 아이의 어머니가 울면서 손을 뻗었다. 시우는 아이를 넘겨주고 뒤로 물러섰다.

두 번째 균열이 바로 등 뒤에서 터졌다.

시우는 몸을 굴렸다. 발톱이 어깨를 스치고 작업복이 찢어졌다. 뜨거운 피가 팔을 타고 흘렀다.

작은 마수 둘이 전시장 통로를 막았다.

더 큰 놈은 아직 균열 안에서 몸을 빼내는 중이었다. 뿔 달린 머리와 박쥐 같은 날개. 박물관 천장에 닿을 만큼 거대한 체구였다.

보호 결계가 푸른 격자처럼 흔들렸다. 전시품은 안전했다. 하지만 결계 바깥에 주저앉은 직원 하나는 작은 마수의 코앞에 있었다.

시우는 벽에 걸린 소화기를 뽑았다.

손이 떨렸다.

그의 스탯으로는 저 작은 마수 하나도 막기 어려웠다. 훈련장 고무 표적조차 제대로 넘긴 적이 없었다.

그래도 직원은 움직이지 못했다.

시우는 소화기 안전핀을 뽑았다.

"야."

시우가 멈췄다.

누가 불렀지?

"거기 멀대 같은 꼬맹이. 왼쪽 말고 오른쪽. 네 발밑에 유리 조각 있다."

시우는 반사적으로 오른발을 멈췄다. 정말로 깨진 진열장 유리가 발 앞에 깔려 있었다. 그대로 디뎠다면 미끄러져 넘어졌을 것이다.

"누구야?"

"목소리도 못 알아듣는 게 손은 더럽게 섬세하군. 나다. 네가 아까 밑동만 뚫어지게 보던 검."

시우의 시선이 녹슨 검으로 향했다.

말이 안 됐다.

검이 말할 리 없었다.

"말이 된다고 생각하면 세상에 F급 지망생이 왜 있겠냐. 빨리 와라. 저 날개 달린 못생긴 놈이 내 취향을 심하게 긁는다."

"내가 미쳤나?"

"그건 나중에 검사받고 지금은 살 길부터 골라라."

작은 마수가 달려들었다.

시우는 소화기를 뿌렸다. 흰 분말이 터지고 마수의 눈을 가렸다. 그는 그 틈에 직원의 팔을 잡아 출구 쪽으로 밀었다.

"뛰세요!"

직원이 비틀거리며 달아났다.

시우는 반대편으로 뛰었다. 녹슨 검이 있는 진열장은 보호 결계 안쪽이었다. 유리문은 이미 충격으로 금이 가 있었다.

"유리 깨면 저 월급으로 못 갚는데."

"죽으면 월급도 못 받는다. 계산 빠르게 해라."

"검 주제에 말이 너무 많네."

"수천 년 참았다. 지금부터 밀린 거 할 거다."

시우는 팔꿈치로 유리를 쳤다.

한 번으로는 깨지지 않았다.

두 번째에 금이 퍼졌다.

세 번째에 유리가 무너졌다.

그는 검 손잡이를 잡았다.

차가웠다.

그리고 무거웠다.

녹슨 검이 아니라 산 하나를 들어 올리는 것 같았다. 손목이 비명을 질렀다. 어깨의 상처가 벌어지고 피가 손등까지 흘렀다.

"밑동. 검은 가시. 그거부터 뽑아라."

"지금?"

"그래. 지금. 저놈 날개 밑에 박힌 마핵 가시랑 같은 독이다. 이걸 달고 있으면 내 힘이 막힌다."

시우는 검날 밑동을 봤다. 아까 보았던 검은 조각이 살처럼 파고들어 있었다.

보스 마수가 울부짖었다. 상체가 균열 밖으로 완전히 나왔다. 천장 조명이 흔들리고 경보음이 귀를 찢었다.

날개가 한 번 펄럭이자 결계 가장자리가 깨졌다. 유물은 여전히 보호받았지만 사람 쪽 통로가 사정없이 뒤집혔다.

"아프면 참아."

"내가 너보다 오래 살았다. 얼른 해라."

시우는 조각을 잡았다. 손끝이 타는 것처럼 아팠다. 검은 가시가 손바닥을 찔렀지만 놓을 수 없었다.

"하나, 둘, 셋."

그가 힘껏 뽑았다.

가시가 빠지는 순간 전시관 안의 공기가 뒤집혔다.

녹이 검날에서 비늘처럼 떨어졌다. 검은 금속 안쪽에서 푸른빛이 살아났다. 낡은 명패가 진동하다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시우의 머릿속에 거친 웃음이 울렸다.

"좋다. 이제 좀 숨통이 트이는군."

검신 위로 문자 같은 빛이 떠올랐다.

[진명 반응]

[아스칼론]

[권능 일부 개방: 용살의 날]

시우는 숨을 삼켰다.

"아스칼론?"

"그래. 이름은 제대로 불러라. 녹슨 의장검 같은 헛소리로 부르면 다시 삐질 거다."

보스 마수가 날개를 펼쳤다. 바람이 폭발하며 전시장 바닥을 갈랐다. 시우의 몸이 밀려났다.

그는 검을 들려 했지만 팔이 말을 듣지 않았다.

"못 해. 나는 힘이 약해."

"누가 힘으로 하랬냐. 왼쪽 날개 밑 세 번째 가시. 거기 독맥이 뭉쳐 있다."

"보이긴 하는데 저걸 어떻게 베어?"

"뛰어. 내가 벤다. 너는 내 손잡이를 놓지만 마라."

시우는 웃음인지 비명인지 모를 소리를 냈다.

"진짜 미친 검이네."

"칭찬으로 듣겠다."

마수가 돌진했다.

시우는 정면으로 뛰었다. 공포 때문에 다리가 굳으려 했다. 하지만 손안의 검이 이상할 정도로 정확한 방향을 잡아 주었다.

오른쪽으로 한 걸음.

낮게 숙이기.

깨진 기둥을 밟고 도약.

"지금!"

시우가 검을 내리쳤다.

그 순간 무게가 사라졌다. 아스칼론의 날이 허공을 가르며 푸른 궤적을 남겼다. 마수의 날개 밑 가시가 통째로 잘려 나갔다.

보스가 비명을 질렀다.

결계가 흔들리며 전시관 천장에 박힌 조명이 떨어졌다. 아직 빠져나가지 못한 관람객들이 바닥에 엎드렸다.

"한 번 더. 목 아래 비늘 틈!"

"팔 빠질 것 같거든!"

"빠지면 붙여줄 방법을 나중에 찾아보마."

"그건 위로가 아니야!"

시우는 이를 악물고 다시 검을 들었다.

보스가 고개를 숙여 그를 물어뜯으려 했다. 거대한 그림자가 시야를 덮었다. 비늘 사이에서 썩은 피 냄새가 쏟아졌다.

아스칼론이 웃었다.

"용도 아닌 게 용 흉내를 내는군."

검날이 빛났다.

시우는 마지막 힘으로 몸을 틀었다. 푸른 선이 마수의 목 아래를 지나갔다.

거대한 머리가 바닥에 떨어졌다.

전시관이 조용해졌다.

균열은 힘을 잃고 접히기 시작했다. 작은 마수들이 재처럼 흩어졌다. 사람들의 울음소리와 사이렌이 뒤늦게 돌아왔다.

시우는 무릎을 꿇었다.

손바닥은 피투성이였다. 팔은 감각이 없었다. 그래도 검 손잡이를 놓지 않았다.

"살았나?"

"일단은."

"그럼 날 좀 닦아라. 네 피가 묻었다. 피비린내는 취향이 아니다."

시우는 헛웃음을 흘렸다.

"고맙다는 말은 안 해?"

"내가 널 살렸고 네가 날 긁어줬다. 거래는 공정했다."

"진짜 재수 없네."

"그래도 손잡이는 따뜻하군."

그 말만은 작았다.

시우는 대답하지 못했다.

검은 여전히 차가웠지만 방금 전처럼 무겁지는 않았다. 오히려 손바닥 안쪽에 희미한 박동이 느껴졌다. 금속이 아니라 누군가의 맥박처럼.

박물관 출입구 쪽에서 무장 대원들이 들이닥쳤다. 그 뒤로 단발머리에 안경을 쓴 여자가 들어왔다. 그녀는 전시장 바닥의 보스 사체와 시우의 손에 들린 검을 번갈아 보았다.

손목 단말기가 미친 듯이 경고음을 냈다.

"아티팩트 반응 등급 측정 불가."

여자의 눈빛이 가늘어졌다.

"현장 생존자 확인. 그리고..."

그녀가 시우 앞에서 멈췄다.

"그 검, 누가 깨웠죠?"

아스칼론이 시우의 머릿속에서 낮게 투덜거렸다.

"꼬맹이. 저 여자는 날 의장검이라고 부르지 않겠지?"

시우는 피 묻은 손으로 검을 고쳐 쥐었다.

대답해야 할 말이 너무 많았다.

그런데 가장 먼저 떠오른 말은 하나였다.

"혹시 참기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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