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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조(Synchronization) : 그놈의 눈으로 본 것1화

동조(Synchronization) : 그놈의 눈으로 본 것

동조(Synchronization) : 그놈의 눈으로 본 것

시놉시스

지하철 참사 생존자 강진혁, 어느 날 살인마의 시야와 실시간으로 동조되는 저주 같은 능력을 얻게 된다.
범인의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그가 보고 듣는 모든 것이 진혁의 뇌에 쏟아진다.
가족과 주변인이 다음 타깃이 되기 전, 진혁은 오직 살인마의 시야만으로 그를 찾아내야 한다.

1화: 겹쳐진 시야

삐이이-
고막을 찢는 듯한 이명이 뇌리를 헤집었다.
강진혁은 반사적으로 헬멧 위로 귀를 틀어막았다. 오토바이 엔진의 진동이 허벅지를 타고 불쾌하게 전해졌다. 신호 대기 중인 아스팔트 위로 이글거리는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아윽…….”

짧은 신음이 새어 나왔다. 관자놀이가 맥박에 맞춰 욱신거렸다. 3년 전, 그날 이후로 지독하게 따라다니는 불청객이었다. 의사들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즉 PTSD라고 했다. 하지만 진혁에게 그것은 단순한 병명 그 이상의 낙인이었다.

그날, 중앙로역의 공기는 지금보다 훨씬 뜨거웠다. 숨을 쉴 때마다 폐부가 타 들어가는 감각. 검은 연기 속에서 비명을 지르던 사람들의 실루엣. 그리고 자신을 밀치고 나갔던 차가운 손길들.

[배달 완료까지 300m]

내비게이션의 기계적인 음성이 진혁을 현실로 끌어내렸다. 그는 거칠게 가속 레버를 당겼다. 오토바이가 비명을 지르며 앞으로 튀어나갔다. 뜨거운 바람이 목덜미를 스치고 지나갔지만, 가슴 속의 서늘함은 가시지 않았다.

배달지는 낡은 연립주택가였다. 좁고 가파른 골목길을 올라가자, 칠이 벗겨진 철문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진혁은 능숙하게 시동을 끄고 뒤쪽 배달통에서 비닐봉지를 꺼냈다.

“계세요? 배달 왔습니다.”

대답은 없었다. 문 앞에 음식을 놓아두고 사진을 찍으려던 찰나, 갑자기 가슴이 조여왔다. 심장을 거대한 손이 움켜쥐는 듯한 압박감. 진혁은 헬멧을 벗어 던지고 벽을 짚었다.

“허억, 헉…….”

공기가 부족했다. 눈앞이 하얗게 점멸했다. 단순한 공황 발작이 아니었다. 무언가, 아주 이질적이고 거대한 힘이 자신의 뇌세포 하나하나를 강제로 재배치하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세상이 바뀌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겹쳐졌다’.

진혁의 한쪽 눈에는 여전히 낡은 연립주택의 복도가 보였지만, 다른 쪽 눈에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어두운 지하실.
천장에 매달린 백열등이 위태롭게 흔들리며 긴 그림자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코끝에는 눅눅한 곰팡이 냄새와 비릿한 쇠 냄새가 훅 끼쳐왔다.

‘이게 뭐야……? 내가 왜……?’

입을 열어 소리치려 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자신의 몸이 아니었다.
진혁의 의지와 상관없이, ‘시야의 주인’은 천천히 손을 뻗었다.

하얗고 긴 손가락.
그 손가락 끝에는 날카롭게 날이 선 메스가 들려 있었다. 조명 빛을 받은 메스가 서늘한 은빛 궤적을 그리며 움직였다.

“살…… 려…….”

작은 신음이 들렸다. 시야의 주인이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의자에 묶인 채 입이 막힌 여자가 있었다. 공포로 하얗게 질린 눈동자 속에, 진혁이 보고 있는 그 ‘시야’가 비쳤다.

아니, 정확히는 시야의 주인이 비쳤어야 했다. 하지만 기묘하게도 여자의 눈동자 속에는 흐릿한 안개만이 자욱했다. 범인의 얼굴은 필터로 가려진 것처럼 단 한 점도 보이지 않았다.

슥-

메스가 여자의 뺨을 살며시 긁고 지나갔다. 얇은 선을 따라 붉은 핏방울이 배어 나왔다.
그 순간, 진혁은 전율했다.

피비린내가 폐부 깊숙이 박혔다. 여자의 살갗을 파고드는 메스의 저항감이 자신의 손끝에 그대로 전해졌다. 심지어 범인의 심장이 광기 어린 흥분으로 날뛰는 진동까지 느껴졌다.

[아름다워.]

머릿속에서 낯선 목소리가 울렸다. 범인의 생각이었다.
진혁은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 그만두라고, 제발 멈추라고 외치고 싶었지만, 그는 오직 관찰자일 뿐이었다. 살인마의 눈을 빌려 그 참혹한 현장을 실시간으로 체험하는, 강제적인 목격자.

범인은 메스를 내려놓고 옆에 놓인 작은 손거울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는 겁에 질린 여자의 눈앞에 거울을 들이밀었다.

“자, 봐. 네가 얼마나 공포에 질려 있는지. 그게 너의 가장 진실한 모습이야.”

범인의 목소리는 기묘하게 변조되어 들렸다. 기계음이 섞인 듯한 낮은 저음.
거울 속에 비친 여자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다. 범인은 그 눈물을 손가락으로 닦아내며 낮게 웃었다.

“걱정 마. 내가 널 영원히 이 모습 그대로 박제해 줄 테니까.”

범인이 다시 메스를 들어 올렸다. 여자의 목을 향해 은빛 칼날이 내려꽂히려는 찰나-

“안 돼!!!”

진혁은 온 힘을 다해 소리쳤다.

현실의 진혁이 바닥을 뒹굴며 비명을 질렀다. 겹쳐졌던 시야가 유리창이 깨지듯 산산조각 났다.

“허억, 헉…… 헉…….”

등 줄기를 타고 식은땀이 비 오듯 흘러내렸다. 입안에서는 쇠 맛이 났다.
진혁은 떨리는 손으로 자신의 몸을 더듬었다. 칼에 맞은 곳은 없었다. 하지만 여자의 비명소리와 범인의 서늘한 웃음소리는 여전히 고막 주위를 맴돌고 있었다.

“……꿈인가?”

아니, 꿈일 리가 없다. 방금 느꼈던 그 비릿한 혈향과 생생한 촉감은 결코 뇌가 만들어낸 허상이 아니었다.

진혁은 급하게 오토바이로 달려가 스마트폰을 켰다. 손이 너무 떨려 비밀번호를 몇 번이나 틀렸다. 간신히 인터넷 창을 열어 검색어를 입력했다.

[실종], [지하실], [살인]

하지만 최근 뉴스에 그런 사건은 없었다. 범죄가 지금 막 일어난 것일 수도, 아니면 아직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것일 수도 있었다.

진혁은 문득 방금 전 시야 속에서 보았던 작은 단서 하나를 떠올렸다.
범인이 메스를 휘두를 때, 배경으로 아주 잠깐 보였던 낡은 달력.
그 달력 위에는 ‘성진 세탁소’라는 글자와 함께 전화번호 뒷자리가 적혀 있었다.

‘성진 세탁소…… 8214.’

진혁은 홀린 듯 지도를 검색했다. 이 도시에 성진 세탁소라는 이름을 가진 곳은 수십 군데였지만, 시야 속에서 보였던 그 낡은 분위기의 골목과 매치되는 곳은 단 한 곳뿐이었다.

그곳은 여기서 그리 멀지 않은 곳, 3년 전 자신이 모든 것을 잃었던 그 ‘중앙로역’ 근처였다.

진혁의 눈동자가 파르르 떨렸다.
트라우마의 현장. 다시는 발을 들이고 싶지 않았던 그곳으로, 운명이 그를 다시 부르고 있었다.

그것도, 살인마의 눈을 빌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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