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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정지 능력으로 날로 먹는 법1화

시간 정지 능력으로 날로 먹는 법

시간 정지 능력으로 날로 먹는 법

시놉시스

시간을 멈추는 절대적인 능력을 각성한 고등학생 강시우!
지구를 구하는 영웅? 그런 거 귀찮다!
오직 등교 세이프와 평화로운 일상을 바랄 뿐인데, 아늑하던 동네에 서서히 기묘한 균열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소꿉친구와 날로 먹는 삶을 지키기 위해 시공간을 비틀어야만 하는 소시민적 현대 판타지!

1화: 세상은 멈추고, 숨도 멈춘다

따르르르르릉──!

귓전을 찢는 알람 소리에 강시우의 눈꺼풀이 번쩍 들렸다.
동시에 시우는 본능적으로 방벽에 걸린 디지털시계를 확인했다.

[AM 08:15]

"망했다."

입에서 튀어나온 것은 찰진 비명조차 아니었다. 체념과 공포가 뒤섞인 얕은 신음이었다.
학교 등교 마감 시간은 8시 30분. 집에서 학교까지의 거리는 버스로 최소 15분. 도보로는 30분이다.
지금 당장 빛의 속도로 환복하고 날아가도 교문 앞에서 학생부장 선도교사의 몽둥이 찜질을 피할 수 없는 황금 시간대였다.

스프링처럼 침대에서 튀어나온 시우는 교복 셔츠를 대충 몸에 걸치며 바지를 꿰어찼다.
양말은 짝짝이든 아니든 상관없었다. 가방을 한쪽 어깨에 들쳐 메고 현관문을 박차고 나갔다.

쿵!

"다녀오겠습니다아아!"

어머니의 잔소리가 시작되기도 전에 빌라 계단을 세 칸씩 뛰어내려 왔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정문을 뛰쳐나와 저 멀리 대로변을 바라본 순간, 시우의 절망은 극에 달했다.

부우웅──.

초록색 202번 버스.
시우의 유일한 구출선이자 동반자인 그 버스가 막 정류장을 지나치며 매연을 뿜어내고 있었다.

"아, 안 돼! 기사 아저씨! 제발! 한 번만요!"

손을 흔들며 필사적으로 달렸지만, 버스는 매정하게 속도를 올렸다. 다음 버스는 12분 뒤에 온다. 그걸 타면 완벽한 지각이자, 오늘 아침 청소 당번은 확정이었다. 오늘 급식 메뉴는 무려 수제 치즈 돈까스인데, 지각해서 벌청소를 하느라 늦게 가면 부스러기만 먹게 될 터였다.

'돈까스…… 내 돈까스가……!'

돈까스를 향한 지독한 집념이 시우의 뇌리를 스쳤던 바로 그 순간, 머릿속을 강타하는 기묘한 해방감과 함께 주변의 소음이 뚝 끊겼다.

"……어?"

달리던 와중, 시우는 저도 모르게 걸음을 멈추었다.
세상이 지극히 고요하게 변했다. 아니, 고요하다 못해 적막했다.

방금 전까지 우렁차게 매연을 뿜으며 달리던 202번 버스가 바퀴에서 하얀 연기를 뿜어내는 '그 상태 그대로' 도로 한복판에 멈춰 서 있었다. 지나가는 행인의 발걸음도 공중에 뜬 채 정지해 있었고, 길가에 고여 있던 물웅덩이에서 튄 물방울들이 마치 투명한 보석처럼 허공에 둥둥 떠 있었다. 바람에 날리던 과자 봉지마저 공중에서 정지 화면처럼 멈춰 있었다.

"하, 하아? 이게 뭐야?"

신기한 듯 주변을 둘러보던 시우는 이내 본능적인 공포에 휩싸였다.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읍……! 으읍?!"

당황한 시우가 허겁지겁 공기를 들이마시려 코와 입을 벌렸지만, 허공의 산소마저 단단한 콘크리트처럼 굳어버린 듯 단 한 모금의 공기도 폐부로 들어오지 않았다. 세상의 시간이 멈추면서, 공기의 흐름과 분자 활동까지 모조리 박제가 되어버린 것이 분명했다. 오직 시우 자신의 몸속에 남아 있는 산소만이 유일한 생명줄이었다.

'미친, 숨을 못 쉬잖아! 오래는 못 버텨!'

게다가 앞으로 나아가려고 발을 내딛는 순간, 마치 깊은 물속을 걷는 것처럼 엄청난 저항감이 온몸을 짓눌렀다. 멈춰진 세계의 밀도를 밀어내며 걷는 것 자체가 평소보다 몇 배의 신체 에너지를 갉아먹고 있었다. 이 엄청난 능력은 오직 자신이 '숨을 참을 수 있는 시간' 동안만 허락되는 시한부 기적이었다.

가슴이 찢어질 듯 답답해져 왔다. 시우는 다급하게 정지된 버스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쿵쿵쿵쿵!
몇 걸음 뛰지도 않았는데 허벅지가 터질 것처럼 무거워졌다. 시우는 문이 굳게 닫힌 버스 앞문 대신, 주먹 하나 크기로 살짝 열려 있는 버스 창문 틈으로 가방을 간신히 밀어 넣었다. 그리고 버스 뒷바퀴를 딛고 올라타 지붕 위 환기구 틈새를 잡고 납작 엎드렸다. 안으로 들어갈 숨과 체력이 부족했기에 내린 고육지책이었다.

눈앞이 노랗게 변해갔다. 한계였다. 시우는 마음속으로 간절하게 외쳤다.

'풀려라, 제발!'

그 순간, 웅성거리는 소리와 함께 흑백 같던 세상에 순식간에 색채가 돌았다.

쿠우웅──!

"허어억! 컥! 커흑! 하아, 하아……!"

버스 지붕 위에 엎드린 시우는 쏟아지는 바람을 맞으며 폭풍처럼 공기를 들이마셨다. 조금만 더 욕심을 부렸다면 길바닥에서 그대로 질식사할 뻔했다. 온몸의 근육이 비명을 질렀지만 효과는 확실했다. 버스는 이미 엄청난 속도로 학교를 향해 달리고 있었으니까.

정류장에 버스가 멈춰 서자마자 시우는 슬그머니 뒤편으로 뛰어내려 학교 교문으로 전력 질주했다.
교문 위 시계는 8시 29분 30초. 저 멀리 교문 앞에는 학생부장 '마동철' 교사가 지휘봉을 든 채 눈을 부릅뜨고 서 있었다.

30초 남았다. 거리는 100m. 평범하게 뛰면 무조건 아웃이다.

시우는 가슴이 터질 듯이 공기를 가득 채워 넣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온 신경을 집중했다.
주변의 바람이 멈추고, 마동철 교사의 눈동자가 고정되었다.

읍!
두 번째로 찾아온 적막과 숨 막힘 속에서 시우는 마동철 교사의 옆을 쏜살같이 지나쳤다. 지나가는 찰나, 장난기가 발동한 시우는 마 교사의 주머니에 꽂혀 있던 붉은색 결석계 도장을 슬쩍 빼내어 그의 하얀 셔츠 가슴팍에 '참 잘했어요' 도장을 쾅 찍어주는 소심한 복수도 잊지 않았다.

교실 문 앞까지 도달했을 때, 머리가 깨질 듯한 산소 부족이 찾아왔다. 얼굴이 핏빛으로 물들었다.
뒷문을 열고 들어가 자신의 자리에 가방을 던짐과 동시에 의자에 엉덩이를 붙였다. 그리고 능력을 풀었다.

딩동댕동──!

8시 30분을 알리는 종소리와 함께 세상이 돌았다. 시우는 책상에 고개를 처박고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흐아아아아악! 헉! 헉! 죽는다, 진짜 죽어!"
"엄마야! 깜짝이야! 너 언제 들어왔어?!"

앞자리에 앉아 있던 소꿉친구 최유나가 자지러지게 놀라며 뒤를 돌아보았다. 시우는 거의 혼이 나간 표정으로 땀을 비 오듯 흘리고 있었다.

"너, 너 왜 이래? 어디 아파? 얼굴은 왜 이렇게 불타는 고구마야?"
"하아…… 하아…… 유나야…… 나 오늘…… 돈까스 먹을 수 있다……."
"미친 소리 하고 있네. 땀이나 닦아, 더러워 죽겠어!"

유나가 혀를 차며 휴지를 던져주었다. 시우는 헤헤 웃으며 자리에 누웠다. 목숨을 건 등교 대작전은 성공이었다.


우당탕탕 지나간 아침 소동이 무색하게, 학교 일과는 평화롭게 흘러갔다. 마 쌤 가슴에 찍힌 도장 사건으로 온 학교가 뒤집어졌지만 당연히 시우가 범인이라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었다.

종례가 끝나고 하굣길, 시우와 유나는 골목길 초입에 새로 오픈한 세련된 조립식 카페 앞을 지나갔다. 인테리어 공사가 갓 끝난 듯 깔끔한 통유리창 안쪽으로, 단정한 리넨 앞치마를 입은 30대 중반의 남자가 서 있는 것이 보였다.

"어? 저기 카페 드디어 오픈했네?"

유나가 반갑게 고개를 돌리자, 안쪽에 있던 남자가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유리문을 열고 나왔다.

"안녕하세요. 새로 이사 온 한도진이라고 합니다. 등하굣길에 목마르면 언제든 편하게 들러요. 학생들은 할인해 줄게요."

남자는 눈꼬리를 부드럽게 접으며 서글서글하게 웃었다. 단정하게 빗어 넘긴 머리와 뽀얀 피부, 훈훈한 인상이 동네 주민들에게 엄청난 호감을 살 만한 외모였다. 유나는 금세 눈을 반짝이며 배꼽 인사를 건넸다.

"와, 진짜요? 감사합니다, 사장님! 내일부터 매일 올게요! 번창하세요!"
"하하, 고마워요. 조심히 들어가요."

한도진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배웅하며 친절한 이웃의 정석 같은 태도를 보여주었다. 시우 역시 "수고하세요"라며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숙이고 발걸음을 옮겼다.

새로 오픈한 예쁜 카페, 다정하고 잘생긴 사장님, 그리고 마침내 세이프한 평화로운 일상. 시우는 가방끈을 고쳐 매며 오늘 저녁 메뉴가 무엇일지 고민할 뿐이었다.

익숙하고 고요한 동네 아래 어떤 거대한 수수께끼와 비밀이 도사리고 있는지, 그리고 자신이 날로 먹으려던 일상이 어떻게 흘러가게 될지 시우는 아직 알지 못했다.

평화로운 동네에 조용히 닻을 내린 일상과, 그저 편안한 인생을 살고 싶은 고등학생의 인연은 그렇게 아주 평범하고 따뜻한 인사와 함께 서서히 톱니바퀴를 굴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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