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창에 상태창이 떴다!

99화: 화폐의 황제
금요일 오전 10시 정각, 미국 뉴욕 맨해튼의 UN 본부 2층 특별 신탁통치이사회 회의장.
인류 역사상 가장 거대하고 엄숙한 조인식을 취재하기 위해 전 세계에서 모여든 수천 명의 기자들과 생중계 카메라는 회의실 단상 중앙에 선 한도윤 의장을 향해 끊임없이 플래시를 터뜨리고 있었다. 도윤의 양옆에는 미국 대통령,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의장, 중국 국가주석, 그리고 국제통화기금(IMF) 및 세계은행 총재가 굳은 표정으로 서 있었다.
그들의 앞에는 인류 경제의 지형도를 단 한순간에 영구적으로 개편할 조약 서류, 이른바 '글로벌 단일 통화 전환 협정(UN-Anticoin Monetary Accord)'이 놓여 있었다.
이 협정은 기존 UN 헌장을 대체하는 문서가 아니라, 안티링크와 AST에 접속한 국가들이 별도로 체결하는 초국가 금융 신탁 협약이었다. 각국 의회가 비준한 통화 전환 권한을 하나의 신탁 장부에 위임하는 형식이었기에, 회의장에는 외교관뿐 아니라 중앙은행 총재와 헌법 자문단까지 함께 배석해 있었다.
"글로벌 단일 통화 전환 협정의 의의를 공표하겠습니다."
UN 사무총장의 엄숙한 목소리가 회의장 안을 묵직하게 진동시켰다.
"오늘 서명하는 협정에 따라, 지구 연방 회원국 전체는 자국 화폐의 점진적인 발행 중단 및 회수 조치를 단행합니다. 달과 화성의 500조 달러 상당의 우주 자원으로 100% 가치 보증을 받는 디지털 기축통화 '안티-코인(Anticoin)'이 지구 연방의 유일한 공식 기축통화이자 단일 법정 통화로 전격 등극합니다. 오늘부로 전 세계 모든 무역 결제, 에너지 관세, 금융 파생 상품 거래는 안티-코인으로 단일화되어 집행됩니다."
사무총장의 발표가 끝나자마자, 도윤은 만년필을 꺼내 조약서 중앙의 주권자 서명란에 거침없이 서명했다.
그 뒤를 이어 미국 대통령과 강대국 정상들이 차례로 만년필을 들어 서명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손은 화폐 발행권이라는 국가 최고의 주권을 한 명의 개인 기업가에게 헌납한다는 역사적 무게감 때문에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동시에, 인류 우주 개척 시대의 절대 법률이 될 '우주 금융 제국 헌법(Universal Financial Constitution)'이 전 세계에 정식 선포되었다.
이 헌법의 핵심은 간단했다.
― "전 우주 자산의 가치는 오직 안티그라비티 우주 신탁(AST)을 통해 공인되고 보관된다. 전 우주 단일 통화 안티-코인의 독점 발행 권한은 오직 한도윤 의장에게 영구 귀속된다."
국가 위에 군림하는 자본, 화폐의 독점적 권력을 쥔 황제의 탄생을 알리는 장엄한 서명식이 완료된 것이었다.
이 뉴스가 타전되자마자 전 세계의 경제는 열광을 넘어 광란의 상태에 빠져들었다. 각국의 중앙은행과 글로벌 대기업들은 보유하고 있던 달러와 엔화, 유로화를 던지고 안티-코인을 예치하기 위해 안티그라비티 우주 신탁으로 매시간 수십조 원 상당의 자금을 이체하기 시작했다.
그 가공할 만한 자본의 유입 속도는 도윤의 상태창을 폭발적인 무지갯빛 신화급 이펙트로 물들여 나갔다.
[띵동! '글로벌 단일 통화 전환 협정' 최종 체결 완료!]
- 전 우주 단일 기축통화 안티-코인(Anticoin) 공식 발행 개시!
- 우주 금융 제국 헌법 공식 발효 성공!
- 보상: 전 우주 화폐 발행권 및 가치 평가권 100% 독점 완료! 경험치 10,000 exp 획득!
- 신화급 금융 군주 최종 권능 강화:
- 효과: 자산 변동성 및 인플레이션 면역 100% 활성화. 전 우주 통화 흐름 지배자 칭호 획득.
- 플레이어 한도윤 개인 순자산 평가액: 92조 4,500억 원 → 98조 4,200억 원 돌파!
"98조 원이라……."
도윤은 서명식을 마치고 회의장을 걸어 나오며 자신의 손바닥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류 역사상 개인의 부가 100조 원을 목전에 둔 것은 전무후무한 신화였다. 록펠러나 로스차일드 가문조차도 화폐 발행권을 직접 쥐고 우주 영토의 가치까지 통제한 한도윤의 앞에선 일개 동네 상인에 불과한 수준이었다.
도윤의 옆에서 묵묵히 보좌하던 서은우 부회장이 경외심 가득한 눈빛으로 허리를 굽히며 속삭였다.
"의장님, 전 세계 190개국의 화폐 주권이 이제 안티그라비티의 전용 금고 속으로 이송 완료되었습니다. 의장님은 이제 지구를 넘어 우주 금융의 살아있는 절대 권력이자 단 하나의 황제이십니다."
도윤은 창밖의 맨해튼 스카이라인 위로 저물어가는 붉은 저녁 노을을 바라보며 잔잔하게 미소 지었다.
"고생하셨습니다, 서 부회장님. 이제 다 왔군요."
그의 두 눈은 이제 머나먼 대기권 너머, 화성과 목성의 소행성대까지 아우르는 거대한 우주 금융 제국의 영토를 응시하고 있었다.
어릴 적 다 쓰러져가는 원룸에서 한 달 전세 자금 대출 이자 몇십만 원 때문에 밤잠을 설치며 한강을 바라보던 무력했던 흙수저 청년 한도윤.
이제 그는 온 인류의 경제적 혈류를 쥐고 흔드는 절대적인 '화폐의 황제'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