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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창에 상태창이 떴다!95화

주식창에 상태창이 떴다!

주식창에 상태창이 떴다!

95화: 페깅(Pegging)의 시대

화요일 오전 11시, 강남 안티그라비티 타워 45층 의장실.

탁자 위 모니터에는 연일 하락세를 그리다 못해 사실상 그래프의 바닥을 뚫고 지하실로 내려앉은 미국 달러 인덱스(DXY)와 유로화의 가치 실시간 변동 차트가 깜빡이고 있었다. 한때 기축통화로 지구를 군림했던 미국의 100달러 지폐는 이제 전산망 너머에서 그저 무의미한 숫자의 열거에 불과할 정도로 가치가 추락해 있었다.

마켓에서는 이 가치 상실의 시대를 '종이돈의 무덤'이라 불렀다.

화폐 가치가 폭락하자 전 세계의 무역과 유통망은 완전히 정지할 위기에 처했다. 어떤 국가도 상대방의 종이돈을 받고 석유나 식량, 반도체를 팔려 하지 않았다. 오직 한 가지 화폐, 안티그라비티 우주 신탁(AST)이 보증하는 안티-코인(Anticoin)만이 글로벌 무역 결제에서 유일하게 취급되는 결제 수단이었다.

결국,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와 세계은행(IBRD) 총재, 그리고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주요 위원단이 직접 무릎을 꿇기 위해 서울로 날아왔다.

"한 의장님. 부디 지구 전체의 금융 파멸을 막아주십시오."
IMF 총재 크리스티나 게오르기바(Kristina Georgieva)가 간절한 눈빛으로 도윤에게 호소했다.
"이미 달러와 유로화는 자체 통제력을 상실했습니다. 각국 중앙은행은 국가 파산을 막기 위해 자국 통화의 가치를 안티-코인에 직접 연동시키는 '글로벌 페깅(Pegging) 협정'을 제안합니다. 자국 화폐의 가치를 안티-코인의 일정 비율로 고정시켜 시장의 가치를 안정시키겠다는 뜻입니다."

그들이 내민 제안은 사실상 자국의 통화 정책 주권을 한도윤의 앞에 헌납하겠다는 조약서였다. 덴마크나 사우디아라비아가 달러에 자국 화폐 가치를 페깅했듯, 이제 전 세계 모든 국가가 안티그라비티의 안티-코인 밑으로 예속되겠다는 굴욕적인 조건이었다.

도윤은 창문 너머 맑은 하늘을 힐끗 보더니 차분하게 말했다.
"페깅을 수용해 드리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비율은 각국 중앙은행이 임의로 정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정해야 합니까?"
연준 의장 앨런 번즈가 긴장하며 물었다.

도윤은 테이블 위에 홀로그램 지도를 펼쳐 화성과 달의 개척기지들을 투영해 보였다.
"안티그라비티의 초전도 양자 AI가 실시간으로 각국의 '우주 협력 지수'와 '안티링크 전력 공급 기여도'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매일 자정, 안티-코인 대비 페깅 환율을 동적으로 계산해 공표할 것입니다. 우주 개척에 기여하지 않는 국가의 화폐는 페깅 환율이 폭락해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도태될 것입니다."

그것은 완벽한 통제였다. 각국 정부는 이제 자국의 화폐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안티그라비티의 화성 및 달 개척 프로젝트에 국가의 노동력과 자원을 강제로 헌납해야만 하는 운명에 처했다.

화폐의 지배자가 곧 인류의 지배자가 되는 순간이었다.

연준 의장과 IMF 총재는 도윤의 가혹하면서도 논리적인 통화 시스템 설계안 앞에 떨리는 서명을 마쳤다. 거부하는 순간, 자국 경제는 즉각적인 고립과 몰락을 맞이하게 될 터였기 때문이다.

그 순간, 도윤의 시야에 신화급 퀘스트의 완성 단계가 눈부신 오로라 빛으로 어른거렸다.

[띵동! 신화급 메인 퀘스트 '통화의 군주' 최종 클리어 성공!]

'72조 8,000억 원…….'
도윤은 자신의 시야 한편에 가득 찬 숫자를 보며 나직이 숨을 내쉬었다.
세계 금융을 장악한 황제의 부(富)는 이제 숫자의 한계를 뛰어넘어, 지구 전체의 실물 자산 그 자체가 되어 가고 있었다.

그는 옆에서 묵묵히 서류를 챙기던 서은우 부회장을 바라보았다.
"서 부회장님. 이제 마지막이군요."

"예, 의장님. 유엔(UN) 본부로부터 모든 준비가 완료되었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전 세계 강대국 정상들이 의장님을 인류 역사상 유일한 금융의 군주로 공인하는 최종 조인식만이 남았습니다."

도윤은 잔잔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가야겠군요. 뉴욕으로."

전 세계 화폐를 자신의 지배 밑에 두어 화폐 위의 황제가 된 한도윤. 그의 우주 금융 제국은 이제 전 세계의 정상들이 모인 UN 본부에서 역사적인 마지막 한 걸음을 디디려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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