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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창에 상태창이 떴다!44화

주식창에 상태창이 떴다!

주식창에 상태창이 떴다!

44화: 디데이(D-Day)의 정오

금요일 오전 11시 30분, 마포구 한주그룹 본사 22층 대표이사 실.
한주쇼핑 대표이사이자 한주그룹의 장남 한동훈 사장은 머리를 쥐어뜯으며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셔츠 소맷자락은 구겨져 있었고, 피로와 초조함으로 충혈된 두 눈은 붉게 불타고 있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신한, 우리, 한아은행까지 전부 약속이라도 한 듯이 한주쇼핑의 여신 연장을 거부하다니. 그룹 기획조정실에서 지급 보증만 서줬어도 간단히 연장될 금액인데!"
한동훈 사장은 한주쇼핑의 주 거래은행들이 일제히 태도를 바꾸어 긴급 대출을 거부한 배후에 자신의 친동생인 한성훈 상무가 있다는 것을 똑똑히 느끼고 있었다. 동생은 아버지가 투병으로 병석에 누워 있는 틈을 타, 장남인 그를 경영권 승계 구도에서 영구히 몰아내고자 회사의 부도를 방조하고 있었다.

만기 상환 시한은 오늘 오후 3시 정각.
남은 시간은 이제 겨우 3시간 30분 남짓이었다. 이때까지 3,000억 원의 채권 자금이 주거래은행 통장에 꽂히지 않는다면, 월요일 아침 금융결제원으로부터 최종 '부도 처리'가 선언될 처지였다.

똑똑.
비서가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왔다.
"사장님, 안티그라비티 파트너스의 서은우 대표 변호사라는 분이 급히 뵙기를 청하고 계십니다. 비서실로 직접 찾아오셨는데, 사안이 한주쇼핑의 회사채 만기와 직결된 일이라며 서류를 건넸습니다."
"안티그라비티?! 태성그룹과 월가 헤지펀드를 날려버린 그 괴물 펀드가 왜 나를?"
한동훈은 당황스러웠지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외쳤다.
"당장 안으로 모시게!"

잠시 후, 정장을 반듯하게 차려입은 서은우 변호사가 회장실로 걸어 들어와 테이블 위에 묵직한 가죽 바인더를 올려놓았다.
"반갑습니다, 한동훈 사장님. 안티그라비티 파트너스 의장 한도윤 님의 대리인 서은우 변호사입니다."
"서 변호사님,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저희 한주쇼핑의 만기 건으로 오셨다는 게 무슨 뜻입니까?"
서은우는 가볍게 미소 지으며 계약서 페이지를 펼쳤다.
"한주쇼핑이 오늘 오후 3시까지 상환해야 할 3,000억 원의 회사채. 저희 안티그라비티가 전액 인수하여 상환 처리해 드리겠습니다. 현금 실탄은 이미 가온증권 법인 계좌에 이체를 마친 상태로, 사장님의 사인 한 번이면 즉시 한주쇼핑의 상환 계좌로 송금됩니다."
한동훈의 동공이 격렬하게 떨렸다.
"3,000억 원을 조건 없이 그냥 빌려주시겠다는 겁니까? 세상에 공짜는 없을 텐데요."
"물론입니다. 조건은 심플합니다. 한주쇼핑이 발행하는 3,000억 원 규모의 사모 영구 전환사채(CB)를 저희 안티그라비티가 전량 인수하는 조건입니다. 전환 가격은 현재 폭락한 주가 기준인 주당 10,000원. 주식 전환 시 안티그라비티는 한주쇼핑의 지분 약 25%를 보유한 공동 대주주가 되며, 이사회 의석 3석을 배정받게 됩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조항이 있습니다."
서은우의 눈빛이 차갑게 벼려졌다.
"한주테크가 보유한 하이브리드 반도체 본딩 특허 기술을 이사회 동의 없이 해외 펀드나 제3국 기업에 라이선스 아웃하거나 매각하는 행위를 영구히 금지하는 특약 조건이 명시되어 있습니다."

한동훈은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
동생 한성훈이 일본계 오리가미 펀드와 손을 잡고 나라의 반도체 원천 기술을 일본에 팔아먹으려 하고 있다는 비밀을, 안티그라비티는 이미 전부 꿰뚫어 보고 있었던 것이다.
"만약 제가 서명하지 않는다면요?"
"오늘 오후 3시, 한주쇼핑은 최종 부도 처리되어 법정관리에 들어갈 것이고, 경영권은 한성훈 상무와 일본 오리가미 캐피탈의 연합에 넘어가게 될 겁니다. 반도체 특허는 결국 일본 기업의 소유가 되겠지요. 사장님 역시 배임 혐의로 법정에 서게 될 겁니다."
서은우는 만년필을 조용히 건넸다.
"서명하십시오. 회사를 구하고, 기술을 지키고, 형제의 난에서 최종 승리자가 되는 길입니다."

한동훈은 마른 침을 삼켰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는 만년필을 꽉 쥐고 서명란에 굵고 힘차게 필적을 남겼다.
사각, 사각.
오후 1시 30분, 대한민국 반도체의 미래를 바꿀 3,000억 원짜리 생존 계약서가 최종 체결되었다.


오후 2시 정각, 한주그룹 본사 24층 대회의실.
긴급 소집된 한주쇼핑 이사회가 열리고 있었다. 회의실 테이블 상석에는 차남 한성훈 상무가 거만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고, 그의 편에 선 이사들과 사외이사들이 눈짓을 주고받고 있었다.
"한동훈 사장은 왜 아직도 안 들어오는 겁니까? 이제 만기 상환까지 딱 1시간 남았습니다. 주거래은행으로부터 여신 연장 승인서나 예치금 입금증도 제출하지 못한 상태 아닙니까?"
한성훈 상무 측 사외이사가 목소리를 높였다.
한성훈은 입꼬리를 올리며 서류를 두드렸다.
"더 기다릴 필요도 없습니다. 대표이사 한동훈이 만기 상환 자금 3,000억 원 조달에 최종 실패했음이 자명합니다. 이대로 3시를 넘기면 그룹 전체의 신용 등급이 강등되니, 이사회 의결을 통해 한주쇼핑의 채무불이행(디폴트)을 공식 선언하고 법정관리 신청 안건을 상정해 가결하도록 하겠습니다. 찬성하시는 분들은……."

"누구 맘대로 부도를 선언합니까?"
쿠웅-!
회의실 강철문이 열리며 한동훈 사장이 보란 듯이 서류철을 들고 안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왔다. 그 뒤로는 안티그라비티의 서은우 변호사와 실사단 직원들이 위풍당당하게 보좌하며 입성했다.
한성훈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형님, 이사회를 방해하지 마십시오. 자금도 못 구해온 주제에 이제 와서 무슨 떼를 쓰시는 겁니까?"
"내가 자금을 못 구해왔다고?"
한동훈은 들고 있던 서류철을 테이블 중앙에 무자비하게 내던졌다.
탁-!

[우림은행 마포지점 예치금 납입 증명서]

"뭐, 뭐라고?!"
한성훈은 스프링처럼 자리에서 튀어 올라 수표 예치 확인서를 집어 들었다. 숫자에 찍힌 '0'의 개수와 입금 완료 승인 도장을 확인하는 그의 눈동자가 찢어질 듯 커졌다.
"삼, 삼천억?! 안티그라비티가 왜 여기에 3,000억을 태워?! 형님, 이거 사기 아닙니까?! 금융위 승인도 안 난 전환사채 발행이 어떻게 이 시간 만에 입금까지 완료돼!"
그때, 서은우 변호사가 차가운 눈빛으로 한성훈을 바라보았다.
"한성훈 상무님, 저희 안티그라비티 그랜드 자산운용은 이미 한주쇼핑의 이사 과반수의 동의 하에 긴급 자금 조달 안건 승인을 오늘 오후 1시 45분부로 정식 통과시켰습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긴급 영구 CB 발행 공시 송출도 방금 마쳤습니다. 3,000억 원의 현금은 15분 전인 오후 2시 15분에 한주쇼핑 상환 계좌로 입금이 최종 완료되었음을 확인해 드립니다."

"말도 안 돼…… 말도 안 된다고!"
한성훈은 머리를 쥐어뜯으며 뒤로 주저앉았다.
일본 오리가미 캐피탈의 다나카 대표와 짜고 완벽하게 세팅해 둔 3,000억 원짜리 금융 단두대가, 안티그라비티라는 거대한 괴물의 개입으로 인해 단 10분 만에 산산조각 나버린 순간이었다.

그 시간, 서초동 의장실의 모니터 앞 한도윤의 귓가에는 전설적인 전장 승리의 서막을 알리는 유쾌한 알림음이 크게 울려 퍼졌다.

[띵동! '한주그룹 구원' 퀘스트 1단계 대성공!]

도윤은 의장실 유리창을 톡톡 두드리며 미소 지었다.
"한성훈 상무님, 그리고 다나카 대표님. 이제 돈으로 따귀 맞는 게 어떤 기분인지 본격적으로 보여드릴 테니 각오 단단히 하십시오."
수수방관하던 여의도의 큰손들이 숨을 죽인 가운데, 안티그라비티의 3,000억 원짜리 초강력 펀치가 마포의 대기업 본사를 뒤흔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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