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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창에 상태창이 떴다!1화

주식창에 상태창이 떴다!

주식창에 상태창이 떴다!

시놉시스

평범한 대기업 3년 차 사원이자 흙수저 개미 투자자인 한도윤.
남들 다 주식으로 인생 역전했다는 소리에 솔깃해 영혼까지 끌어모아 바이오 주식에 올인했다가, 계좌에 거대한 파란 눈보라를 맞이한다.
매달 갚아야 하는 대출 이자와 한강 물 온도를 체크하며 절망하던 어느 날 밤.
반쯤 실성해 마신 소주 기운 탓이었을까? 눈앞에 기이한 SF 영화 속 홀로그램 창이 불쑥 튀어나온다!

[종목명: 신화바이오]
[현재 상태: 임상 3상 실패 정보 은폐 중 (성공 확률 0.1%)]
[추천 행동: 지금 당장 전량 매도할 것. 인생 망하기 싫으면.]

종목의 숨겨진 비하인드, 세력들의 작전 모의, 미래의 호재까지 퀘스트 형식으로 폭로해 버리는 기적의 상태창!
남들은 미치광이의 헛소리라 비웃고, 여의도 큰손들은 그를 신비의 천재 투자자라 부르며 모시기 바쁜 가운데,
마이너스의 손 한도윤이 강남 초고층 빌딩주가 되기 위해 펼치는 좌충우돌 코믹 재테크 성공기!


1화: 파란 나라를 보았니

“파란 나라를 보았니…… 꿈과 희망이 가득한…….”

한도윤은 초점 없는 눈으로 모니터를 응시하며 중얼거렸다. 그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는 동요였으나, 목소리의 톤은 저승사자의 그것과 다를 바 없었다.
모니터 화면 안에는 아름다운 파란색 물결이 치고 있었다.
마치 깊고 푸른 동해바다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비주얼. 하지만 주식 투자자에게 파란색은 꿈과 희망의 색이 아니었다. 그것은 절망이자, 파멸이며, 한강 시민공원의 차가운 강물 온도를 연상시키는 죽음의 색이었다.

[-28.45%]

도윤의 눈동자가 부르르 떨렸다.
평균 매수 단가 87,000원. 현재가 62,200원.
화면 우측 하단에 찍힌 평가 손익은 마이너스 4,200만 원을 가리키고 있었다.
이 주식을 사기 위해 도윤이 한 행동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직장인 신용대출 한도까지 끌어 쓰고, 청약 통장을 해지하고, 심지어 다음 달 낼 전세 자금 대출 이자까지 보태서 산 인생의 승부처였다.

종목명은 ‘신화바이오’.
이름부터가 웅장했다. 대한민국 바이오 업계에 새로운 ‘신화’를 쓸 것이라 장담하던 주식 유튜버 ‘주식의 신 갓머니’의 방송을 본 것이 화근이었다.

― 여러분, 신화바이오는 단순한 주식이 아닙니다! 인류의 무병장수를 이끌어갈 꿈의 신약, ‘헤르메스-X’의 임상 3상 발표가 코앞입니다! 지금 안 사면 평생 후회합니다! 버스는 떠나고 나면 아무리 손을 흔들어도 멈추지 않아요! 탕탕! (책상 치는 소리)

그 탕탕 소리에 도윤의 심장도 탕탕 뛰었고,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전 재산이 신화바이오라는 불타는 열차에 올라탄 뒤였다.
그리고 그 열차는 지금 절벽을 향해 시속 200km로 폭주하는 중이었다.

“아니야…… 아니야. 바이오는 원래 변동성이 크다고 했어. 개미들을 털어내기 위한 세력의 흔들기다. 그래, 이건 100% 꿀통을 지키기 위한 흔들기야. 쫄면 지는 거다.”

도윤은 애써 떨리는 손으로 소주잔을 채웠다. 찻잔 가득 흘러넘친 알코올의 냄새가 원룸 안을 가득 채웠다.
꿀꺽,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는 쓴 알코올이 타들어 가는 속을 더 뜨겁게 달구었다.

띡. 띡. 띡.

그때, 스마트폰 진동이 요란하게 울렸다. 대학교 동창들이 모여 있는 단톡방이었다.

[민우: 야, 한도윤. 살아 있냐?]
[태호: 야 ㅋㅋㅋ 도윤이 신화바이오 샀다고 하지 않았냐? 오늘 바이오 섹터 개박살 났는데?]
[준식: 에이, 설마 도윤이가 대출까지 써서 샀겠냐. 걔 원래 쫄보잖아.]
[민우: 저번에 술 마실 때 보니까 눈이 돌아가서 신화바이오가 인류를 구원하네 마네 하던데 ㅋㅋㅋ 도윤아, 한강 물 온도 18.5도란다. 아직은 따뜻해.]

“이 개자식들이 진짜…….”

도윤은 스마트폰을 침대 위로 휭 던져버렸다. 친구라는 놈들이 위로는커녕 조롱하기 바쁘다. 하긴, 주식 시장에서 남의 불행은 곧 나의 행복이자 최고의 안줏거리니까.
하지만 도윤은 정말로 한강에 갈 용기 따위는 없었다. 그저 억울하고, 분하고, 눈물이 날 것 같을 뿐이었다.

“내가 뭘 잘못했다고……! 열심히 일해서 모은 돈 좀 불려보겠다는데! 왜 나한테만 이러냐고!”

모니터를 향해 삿대질을 하며 도윤이 절규했다.
그 순간이었다.
너무 소리를 지른 탓에 머리가 띵해지고 시야가 흐려졌다. 소주 한 병을 급하게 들이켠 숙취가 머리끝까지 올라오는 기분이었다. 도윤은 두 손으로 이마를 짚고 눈을 강하게 감았다 떴다.

웅―

갑자기 귓가에 정체불명의 기계음이 울렸다. 마치 오래된 CRT 모니터가 켜질 때 나는 듯한 미세한 고주파음이었다.
그리고 이내, 도윤의 눈앞에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파란색 신화바이오 주식 차트 화면 위로, 반투명한 푸른색 스크린이 불쑥 떠오른 것이다.

“……어?”

도윤은 눈을 비볐다.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헛것이 보이는 게 분명했다. 가끔 피로가 극에 달하면 비문증이나 잔상이 남는다고 하던데, 이건 잔상 수준이 아니었다. 홀로그램으로 구현된 인터페이스는 마치 최신 SF 게임의 한 장면처럼 정교했다.

스크린 상단에는 기이한 텍스트가 적혀 있었다.

[시스템 로딩 완료. 투자자 ‘한도윤’의 계정 정보가 동기화되었습니다.]
[현재 레벨: Lv. 1 (초보 개미)]
[칭호: 뇌동매매의 달인 (뇌동매매 확률 98%)]
[보유 자산: 3,200,000원 (대출금 제외 순자산 마이너스 영토 진입 직전)]

계좌에는 아직 몇백만 원의 현금이 남아 있었지만, 신용대출과 전세 자금 이자를 빼고 계산하면 이미 벼랑 끝이었다. 화면의 보유 자산은 그가 당장 움직일 수 있는 마지막 현금, 평가 손익의 마이너스 4,200만 원은 신화바이오에 묶인 손실이었다.

“이, 이게 뭐야?”

도윤은 멍하니 입을 벌렸다. 게임 상태창? 내 인생이 게임도 아니고 이게 무슨 해괴망측한 장난이란 말인가.
그는 손을 뻗어 눈앞의 창을 휘저어 보았다. 허공을 가르는 손가락 사이로 푸른빛의 입자가 파르르 흩어졌다가 다시 뭉쳐졌다. 만져지지는 않지만, 시각적으로는 분명히 존재하는 화면이었다.

“설마 알코올성 치매가 벌써 왔나? 아니면 드디어 미친 건가?”

도윤이 자신의 뺨을 사정없이 후려쳤다.
찰싹!
매서운 타격음과 함께 볼이 얼얼해졌다. 아프다. 꿈이 아니다. 환각 치고는 너무 선명했다.
정신을 가다듬고 상태창을 쳐다보자, 화면이 번쩍이며 새로운 메시지를 띄웠다. 그것은 도윤이 띄워놓은 주식 HTS(Home Trading System) 화면의 ‘신화바이오’ 종목과 직접 링크되어 있었다. 상태창은 허공에 떠 있었지만, 정보는 노트북 HTS의 종목 코드와 실시간으로 맞물려 움직였다.

[분석 대상: 신화바이오 (KOSDAQ 289450)]
[평가 등급: F (쓰레기)]
[핵심 정보:

  1. 대외적으로는 임상 3상이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 홍보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2주 전 임상 시험 참여자 3명에게서 심각한 간 독성 부작용이 발생하여 임상이 잠정 중단된 상태임.
  2. 대주주 및 임원진은 이 사실을 은폐하고 보유 주식을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로 처분하기 위해 작전 세력과 결탁 중.
  3. 내일 오전 9시 30분, 내부 고발자에 의해 부작용 사실이 언론에 제보될 예정.]

[결론 및 제안:
현재 주가 62,200원은 세력이 받쳐주는 ‘설거지’ 가격입니다. 내일 공시가 뜨는 순간 하한가 직행 및 거래 정지 가능성이 극히 높습니다.
→ 추천 행동: 지금 당장 시간 외 단일가 매매 혹은 내일 장 개시와 동시에 전량 매도하십시오. 인생을 평범하게 살고 싶다면 말입니다.]

도윤은 침을 꿀꺽 삼켰다.
내용이 너무나도 구체적이고 적나라했다. 임상 3상 부작용? 대주주의 정보 은폐와 블록딜? 그리고 내일 아침 언론 제보?
만약 이 정보가 사실이라면, 신화바이오는 단순한 하락이 아니라 그대로 공중분해 될 수도 있는 대형 악재였다.

“말도 안 돼. 신화바이오 대표가 어제 뉴스 인터뷰에서도 임상은 아주 성공적이고 올해 안에 FDA 승인 신청을 완료하겠다고 큰소리쳤는데? 그리고 주식 유튜버 갓머니도 이건 세력의 매집이라고……”

[시스템 알림: ‘뇌동매매의 달인’ 패시브 스킬이 발동하여 합리적 의심을 방해합니다. 정신 차리십시오, 휴먼. 상태창은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눈앞에서 붉은색 경고등이 번쩍였다. 도윤은 머리를 감싸 쥐었다.
이걸 믿어야 하나?
머리로는 ‘술 처먹고 미친놈이 헛소리를 보는구나’라고 생각했지만, 가슴 한구석에서 묘한 싸함이 밀려왔다. 만약, 정말로 만약에 이 상태창이 진짜라면? 내일 아침 9시 30분에 저 정보가 진짜로 터진다면?
자신의 전 재산 4천만 원이 아니라, 빚 4천만 원만 남은 채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이다.

“에라, 모르겠다!”

도윤은 노트북 키보드로 손을 뻗었다.
비록 미친 짓 같았지만, 마이너스 28%의 고통을 견디는 것보다 차라리 지금 주식을 정리하고 마음 편히 잠을 자는 게 나을 것 같았다.
그는 야간 시간 외 거래 창을 켰다. 이미 정규장은 마감된 지 오래였고, 시간 외 거래 시간도 끝났기에 지금 당장 팔 수는 없었다.
도윤은 예약 매도 주문을 넣었다.

[신화바이오 / 685주 / 시장가 매도 / 예약 주문 등록 완료]

아침 9시 장이 열리자마자 바로 던지겠다는 뜻이었다.
주문을 완료하고 나자, 눈앞의 상태창이 만족스럽다는 듯이 깜빡였다.

[퀘스트 완료: 지옥의 문턱에서 탈출하기]
[보상: 경험치 10 exp, 흙수저 탈출의 실마리]
[다음 퀘스트를 대기 중입니다…….]

그리고 스크린은 서서히 흐려지더니 마침내 도윤의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원룸 안에는 다시 정막만이 감돌았다. 모니터의 푸른 불빛만이 도윤의 허탈한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

“……내가 진짜 미치긴 미쳤구나. 상태창이라니. 판타지 소설을 너무 많이 읽었어.”

도윤은 헛웃음을 지으며 소주병을 치웠다. 그리고 침대에 대자로 뻗어 누웠다. 머리가 깨질 것처럼 아파왔다. 눈을 감아도 파란색 차트와 상태창의 붉은 경고 메시지가 잔상처럼 맴돌았다.
그렇게 도윤은 불안과 숙취 속에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다음 날 아침 8시 40분.
스마트폰의 요란한 알람 소리에 도윤은 억지로 눈을 떴다. 머리가 깨질 것 같은 지독한 숙취가 온몸을 지배하고 있었다.

“으어어…… 죽겠다.”

도윤은 신음하며 화장실로 기어가 대충 세수를 했다. 거울 속의 자신은 초췌하기 그지없었다.
씻고 나오니 시계는 어느덧 8시 55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출근 준비를 해야 했지만, 도윤의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노트북 앞으로 향했다. 장 시작 5분 전. 호가창이 열리는 시간이었다.

어젯밤의 기억이 불현듯 떠올랐다. 눈앞에 떠올랐던 상태창. 그리고 술김에 걸어두었던 시장가 예약 매도 주문.
도윤은 헛웃음을 지으며 HTS를 켰다.

“주문 취소해야겠지? 미쳤다고 아침부터 시장가로 던져. 오늘 기술적 반등이라도 나오면 어쩌려고……”

도윤이 예약 주문 취소 버튼을 누르려던 찰나였다.
아침 9시. 장이 열렸다.

땡! 하는 알림음과 함께 거래가 시작됨과 동시에, 신화바이오의 주가가 미친 듯이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현재가: 59,000원 (-5.14%)]
[현재가: 56,100원 (-9.80%)]

“어? 어어?! 왜 이래? 왜 시작부터 갭하락이야?!”

도윤은 비명을 질렀다.
어제의 악재가 이어지는 듯, 매도 물량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도윤이 걸어둔 시장가 예약 매도 주문은 58,000원 선에서 전량 체결되었다.

[체결 알림: 신화바이오 685주 시장가 매도 체결 완료. 평균 체결가 58,200원.]

“아아악! 팔렸어! 내 돈! 결국 손절을 해버렸네!”

도윤은 머리를 쥐어뜯었다. 마이너스 30%가 넘는 확정 손실이었다. 뼈아픈 실패였다. 조금만 기다렸으면 반등했을지도 모르는데, 어젯밤 환각 때문에 전 재산을 날렸다는 생각에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았다.
동기 단톡방은 벌써 난리가 나 있었다.

[태호: 야! 신화바이오 시초가부터 개박살 나는데? 한도윤 진짜 살아 있냐? ㅋㅋㅋ]
[준식: 야, 장난치지 마라. 이 정도면 도윤이 진짜 한강 가겠다.]

도윤은 취소 주문을 넣지 못한 자신을 책망하며 마우스를 움켜쥐었다. 당장이라도 한강으로 달려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때였다.
벽에 걸린 시계의 바늘이 9시 30분을 가리켰다.

[속보] 신화바이오, ‘헤르메스-X’ 임상 3상 부작용 발생으로 임상 중단 의혹…… 식약처 조사 착수
[단독] 신화바이오 대주주, 임상 실패 인지 후 보유 지분 전량 블록딜 매각 정황 포착

도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젯밤 상태창이 경고했던 바로 그 뉴스였다.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정확히 오전 9시 30분에 속보가 터진 것이다.

순간, 주식 호가창의 매수 잔량이 순식간에 사라지더니, 신화바이오의 주가는 그대로 수직 낙하하기 시작했다.

[현재가: 48,000원 (-22.8%)]
[현재가: 43,550원 (하한가)]

주가는 단 3분 만에 하한가로 직행했다. 하한가 잔량에는 무려 500만 주의 매도 대기 물량이 쌓였다. 이제는 팔고 싶어도 팔 수 없는, 그야말로 지옥의 문이 열린 것이다.

“……어?”

도윤은 넋이 나간 채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내가 방금 판 가격은 58,200원.
그리고 지금 가격은 43,550원 하한가. 게다가 악재의 크기로 봐선 내일도, 모레도 점하한가(시작하자마자 하한가)로 직행할 것이 뻔했다. 사실상 휴지조각이 되는 길만 남은 셈이었다.

손실을 보긴 했지만, 만약 어젯밤에 주식을 팔지 않았다면 도윤은 정말로 전 재산을 날리고 빚더미에 앉아 인생이 파멸했을 터였다.
어젯밤의 상태창은 환각이 아니었다.
진짜였다.

지잉―

도윤의 눈앞이 다시 한번 흐려지더니, 반투명한 푸른색 상태창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투자자 ‘한도윤’이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했습니다!]
[첫 번째 위기 회피 성공으로 레벨이 상승합니다.]
[Lv. 1 → Lv. 2]
[신규 기능 오픈: 주가 예측 레이더 (하루 1회 사용 가능)]

[시스템 메시지: 축하합니다, 파산 예정자님. 지옥 입구에서 발을 빼셨군요. 이제 본격적으로 돈을 쓸어 담을 준비가 되셨습니까?]

도윤의 심장이 터질 듯이 뛰기 시작했다.
절망으로 가득 찼던 그의 눈동자에, 생전 처음 보는 거대한 탐욕의 불꽃이 이글거리며 타올랐다.

“……상태창님. 제가 앞으로 형님으로 모시겠습니다.”

도윤의 입꼬리가 파르르 떨리며 미친 사람처럼 올라갔다.
흙수저 개미 투자자 한도윤의 인생 역전 드라마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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