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주식은 무조건 오른다

시놉시스
금강 그룹의 온갖 추잡한 뒷일을 도맡아 처리하던 '사냥개' 강진호. 헌신적인 충성의 끝은 차가운 배신과 죽음뿐이었다.
"다음 생이 있다면, 그때는 누군가의 개가 아니라 주인이 되리라."
비참한 죽음 끝에 그를 기다린 것은 20년 전 사회초년생 시절로의 회귀였다.
2008년 금융 위기, IT 혁명, 부동산 폭등... 다가올 부의 흐름을 모두 알고 있는 그의 발밑에 전 세계의 돈이 모이기 시작한다.
자신을 짓밟았던 재벌가를 돈으로 압살하며 글로벌 경제 권력을 쥐는 진정한 주인의 연대기가 시작된다.
1화: 사냥개의 퇴로
차가운 빗줄기가 서울 도심의 야경을 찢어발기고 있었다.
강남 한복판, 50층 높이의 금강 타워 옥상. 강진호는 입가에 고인 피를 뱉어내며 거칠게 몰아쉬는 숨을 가다듬었다.
"이게... 대답입니까?"
그의 앞에는 단정한 수트 차림의 남자가 서 있었다. 금강 그룹의 차기 후계자이자, 강진호가 지난 10년간 형님처럼 모셨던 이승준 상무였다. 이승준의 손에는 강진호가 그룹의 비자금 장부를 정리해 넘겨준 USB가 들려 있었다.
"진호야, 넌 너무 유능해. 그게 문제야."
이승준의 목소리는 평온했다. 마치 내일 점심 메뉴를 고르는 사람처럼.
"네가 알고 있는 그룹의 치부가 너무 많아. 아버님께서도 걱정이 많으시다. 네가 언제까지 우리 옆에 있어 줄지."
"전 단 한 번도... 배신을 생각한 적 없습니다."
"알아. 그래서 더 안타까운 거야. 넌 끝까지 충직한 개로 남았어야지. 왜 자꾸 사람 대접을 받으려고 해?"
이승준이 고개를 까닥하자, 어둠 속에서 거구의 사내들이 나타났다. 강진호의 눈이 가늘게 떨렸다. 그는 이미 온몸이 만신창이였다. 금강 그룹의 뒤처리를 담당하는 비밀 조직 '그림자'팀원들이었다. 한때는 그가 직접 지휘했던 부하들이 이제는 그의 목숨을 노리고 있었다.
"죽여라. 사고사로 처리하고."
이승준은 미련 없이 뒤를 돌아 옥상을 떠났다.
강진호는 마지막 힘을 쥐어짜 저항했다. 하지만 수적인 열세와 부상의 고통은 극복할 수 없는 벽이었다. 차가운 난간 너머로 몸이 기울어지는 순간, 강진호는 하늘을 보았다.
'만약... 만약 다시 한 번 기회가 주어진다면.'
심장이 터질 듯한 분노와 회한이 머릿속을 스쳤다.
'그때는 절대로... 누군가의 개로 살지 않겠다. 내가... 내가 주인이 되리라.'
추락하는 감각이 전신을 휘감았다. 눈앞이 하얗게 점멸하더니, 곧 깊은 어둠 속으로 잠겨들었다.
"강진호 씨? 진호 씨!"
누군가 어깨를 흔드는 감각에 강진호는 번쩍 눈을 떴다.
가장 먼저 느껴진 것은 옥상의 차가운 빗줄기가 아니라, 텁텁하고 따뜻한 실내 공기였다. 그리고 코끝을 찌르는 진한 커피 향과 복사기 돌아가는 소리.
"어...?"
강진호는 멍하니 주변을 둘러보았다.
파티션이 낮게 처진 사무실. 구식 모니터들이 즐비하고, 책상 위에는 서류 뭉치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주름 하나 없이 매끄럽고 젊은 손. 만신창이였던 전신의 고통은 씻은 듯이 사라져 있었다.
"정신 안 차려? 오늘 첫 출근이라 긴장한 건 알겠는데, 팀장님이 부르시잖아."
옆자리에서 속삭이는 여자. 낯이 익었다. 금강 그룹 비서실에서 함께 고생했던 입사 동기, 김미나였다. 하지만 지금 그녀의 얼굴은 20년 전의 풋풋한 모습 그대로였다.
"미나...?"
"왜 이래? 징그럽게 이름은 왜 불러. 빨리 가봐!"
강진호는 홀린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책상 위에 놓인 달력이 눈에 들어왔다.
[2006년 6월 5일 월요일]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2006년. 자신이 금강 그룹 공채로 갓 입사했던 바로 그 해였다.
옥상에서의 추락. 그리고 20년 전으로의 회귀.
'꿈이... 아니야.'
그는 화장실로 달려가 거울을 보았다. 거울 속에는 날카로운 눈매와 꼿꼿한 기운이 살아있는 27살의 강진호가 서 있었다. 20년 동안 구르고 굴러 무뎌졌던 그 눈빛이 아니었다.
'돌아왔다. 정말로.'
강진호는 세수를 하며 평정심을 찾으려 애썼다.
2006년이면 아직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터지기 전이다. 스마트폰이라는 혁명이 시작되지 않았고, 비트코인 같은 단어는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던 시절.
무엇보다 금강 그룹이 대한민국 재계 서열 5위권으로 도약하기 위해 온갖 편법과 악행을 저지르기 시작한 해이기도 했다.
'이학수 회장, 이승준 상무. 당신들은 아직 나를 모르겠지.'
강진호의 입가에 서늘한 미소가 걸렸다.
그는 금강 그룹의 모든 성장 동력과 약점, 그리고 미래의 경제 흐름을 완벽하게 알고 있었다.
누가 언제 망하고, 어떤 기업이 세계를 지배할지. 어떤 땅의 가격이 수백 배로 치솟을지.
"이번에는 내가 당신들을 사냥할 차례다."
강진호는 다시 사무실로 향했다.
이제 막 시작된 2006년의 월요일 아침.
그의 머릿속에는 이미 첫 번째 전쟁터가 정해져 있었다.
'우선은... 종잣돈이다.'
그는 자리에 앉아 모니터를 켰다. HTS를 설치하고, 현재 주식 시장 상황을 살폈다.
2006년 상반기. 코스피 지수는 1,300선을 오가고 있었다. 대중들은 아직 주식의 무서움을 모른 채 장밋빛 미래만을 꿈꾸고 있던 시기.
그는 검색창에 종목 하나를 입력했다.
[신성전자]
훗날 스마트폰 혁명의 주역이 되어 주가가 수십 배 폭등할 기업. 하지만 지금은 평범한 가전 업체 중 하나로 취급받으며 저평가되어 있었다.
'아니, 이건 너무 오래 걸려.'
그는 다시 종목을 바꿨다. 이번에는 코스닥 시장이었다.
[대양바이오]
2주 뒤, 임상 2상 성공 발표와 함께 상한가 7번을 기록하게 될 종목. 작전 세력들이 이미 매집을 끝내고 불꽃쇼를 준비하고 있는 폭탄 같은 주식이었다.
강진호는 자신의 통장 잔고를 확인했다.
입사 축하금과 대학 시절 모은 돈을 합쳐 고작 1,500만 원.
금강 그룹을 무너뜨리기엔 턱없이 부족한 돈이었지만, 미래 지식이라는 레버리지를 활용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시작해볼까."
강진호의 손가락이 마우스를 클릭했다.
그것은 단순한 투자가 아니라, 거대한 제국을 향한 첫 번째 반역이었다.
공포와 탐욕이 지배하는 시장. 그곳에서 강진호라는 이름은 곧 신화가 될 준비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