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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야의 요괴 계약자1화

백야의 요괴 계약자

백야의 요괴 계약자

시놉시스

평범한 고등학생 강민우는 비 오는 날 밤, 골목길의 오래된 불상 아래 비밀 지하실에서 수백 년간 봉인되어 있던 고대 요괴 '백랑'을 우연히 깨운다. 피에 굶주린 백랑의 살인적인 해코지에서 간신히 살아남기를 반복하며, 민우는 자신에게 숨겨진 특별한 영안(靈眼)과 계약의 재능을 자각한다. 현대 사회의 어둠 속에서 인간을 사냥하는 변종 요괴들의 습격이 시작되고, 민우와 백랑은 생존을 위해 불완전한 임시 계약을 맺는다. 위기를 헤쳐나가며 강력한 요괴들을 하나씩 굴복시키고 계약자로 성장하는 한 소년의 치열한 생존기가 시작된다.

1화: 깨어난 백색의 흉물

쿠르릉, 쾅!

하늘을 찢는 듯한 천둥소리와 함께 장대비가 쏟아졌다. 서울 도심 한복판, 재개발을 앞두고 황량해진 청파동의 어느 골목길은 가로등마저 깜빡거리며 음산한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하필 이런 날에 우산이 부러지냐……."

강민우는 흠뻑 젖은 교복 재킷을 쓸어내리며 투덜거렸다. 빗줄기는 점점 더 거세져 한 치 앞도 보기 힘들 지경이었다. 비를 피할 곳을 찾아 골목 구석구석을 살피던 민우의 눈에 반쯤 무너진 오래된 한옥 한 채가 들어왔다. 대문은 쇠사슬로 묶여 있었지만, 담벼락 한쪽이 완전히 허물어져 있어 내부로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민우는 가방을 머리에 얹고 허물어진 담벼락 사이로 몸을 밀어 넣었다. 잡초가 무성하게 자란 마당을 지나 처마 밑으로 몸을 숨겼다. 하지만 바람이 불 때마다 들이치는 빗물 때문에 온몸이 떨려왔다.

"저 안쪽은 괜찮아 보이는데."

한옥의 본채 안쪽, 어두컴컴한 대청마루 너머로 기묘한 공간이 보였다. 평범한 가정집 구조가 아니었다. 민우는 홀린 듯 발걸음을 옮겼다. 마루바닥이 삐걱거리며 기분 나쁜 소리를 냈다. 안으로 들어설수록 공기가 비정상적으로 차가워졌다. 입김이 하얗게 새어 나올 정도였다.

방 한가운데에는 성인 남성 키만 한 석조 불상이 안치되어 있었다. 불상의 표정은 기괴하게 일그러져 있었고, 그 온몸은 붉은 글씨가 빽빽하게 적힌 해어진 부적들로 칭칭 감겨 있었다.

"이런 곳에 왜 불상이……?"

민우가 조심스럽게 다가가 불상을 살펴보던 그 순간, 바닥이 크게 흔들렸다.

쿠구구구구!

단순한 지진이 아니었다. 불상 아래의 마루바닥이 쩍 갈라지며 밑으로 꺼지기 시작했다. 민우는 중심을 잃고 그대로 어둠 속으로 추락했다.

"으악!"

짧은 비명과 함께 민우가 떨어진 곳은 차가운 돌바닥이었다. 온몸이 쑤셔왔지만 다행히 뼈가 부러지진 않은 듯했다. 민우는 신음하며 스마트폰의 플래시를 켰다. 불빛이 사방을 비추자, 그곳이 거대한 지하 석실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리고 석실의 정중앙. 굵은 쇠사슬 수십 개에 묶인 채 엎드려 있는 거대한 생명체가 보였다.

그것은 거대한 늑대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온몸의 털은 눈부시도록 하얀 백색이었지만, 사슬에 묶인 부위마다 검붉은 핏자국이 선명했다.

"……늑대? 아니, 이렇게 큰 게 존재할 수가 있나?"

민우가 침을 삼키며 뒷걸음질 치려던 순간, 스마트폰 플래시 불빛이 늑대의 얼굴에 닿았다.

스스스스.

감겨 있던 늑대의 눈이 번쩍 뜨였다. 그것은 짐승의 눈이 아니었다. 핏빛처럼 붉은 홍채에, 인간을 향한 깊은 증오와 살의가 가득 찬 주홍색 눈동자였다.

[……인간의 냄새로구나.]

뇌리를 직접 때리는 듯한 거칠고 웅장한 목소리가 석실 전체를 울렸다. 민우는 온몸의 근육이 얼어붙는 것 같은 공포를 느꼈다. 본능이 외치고 있었다. 도망쳐야 한다고, 저것은 절대 마주해서는 안 되는 존재라고.

[수백 년 만에 기어 들어온 제물이 고작 이런 멸치 같은 놈이라니. 하지만 상관없다. 그 뜨거운 피를 마실 수만 있다면!]

크아아아아앙!

백색 늑대—요괴 '백랑'이 포효하며 몸을 일으켰다. 그 장대한 움직임에 석실을 고정하고 있던 굵은 쇠사슬들이 팽팽하게 당겨지며 비명을 질렀다. 쾅! 쾅! 사슬을 고정하고 있던 벽면의 돌덩이들이 부서져 내렸다.

"미, 미친……!"

민우는 정신없이 뒤를 돌아 무너진 바닥 틈새로 기어 올라가려 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쿠쾅! 강력한 충격음과 함께 백랑을 묶고 있던 핵심 사슬 몇 개가 끊어져 나갔다. 자유로워진 한쪽 앞발이 공기를 가르며 민우를 향해 쇄도했다.

날카로운 발톱이 민우의 등 뒤를 스쳐 지나갔다. 콰아아앙! 벽면이 통째로 뜯겨 나가며 엄청난 폭풍이 일었다. 민우는 그 여파로 바닥을 나뒹굴었다. 교복 재킷이 찢어지고 살점이 패여 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아악!"

[하하하! 도망쳐 보아라, 인간! 네놈의 절망이 깊어질수록 그 피는 더 달콤해질 테니!]

백랑의 잔혹한 웃음소리가 고막을 찢었다. 놈은 완전히 풀려나지 못했음에도, 단 한 발의 움직임만으로 민우를 도륙할 수 있었다. 민우는 피가 흐르는 옆구리를 움켜쥐고 필사적으로 기었다. 죽음의 공포가 목을 죄어왔다.

'이대로 죽을 순 없어.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야 해.'

민우의 영안(靈眼)이 극도의 위기 상황 속에서 비로소 완전히 개화하기 시작했다.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세상의 이면, 즉 영력의 흐름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백랑의 온몸을 휘감고 있는 붉은 사슬과, 그 사슬의 중심축이 되는 바닥의 거대한 문양이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문양의 핵심 혈 자리에, 방금 전 민우의 몸에서 흘러내린 피가 스며들고 있었다.

[응? 이 기운은……?]

백랑이 기괴함을 느끼고 동작을 멈춘 순간, 석실 전체가 황금빛으로 진동하기 시작했다. 민우의 령의 그릇이 방출한 순수한 영력이 백랑의 봉인진과 공명한 것이다.

"콜록, 내 몸이…… 왜 이러지?"

민우의 손바닥에서 정체모를 푸른 광채가 뿜어져 나와 백랑의 심장을 향해 선으로 연결되었다. 그것은 고대의 고유한 '계약의 계약선'이었다.

[네놈……! 감히 일개 인간 주제에 나를 묶으려 드는냐!]

백랑은 분노로 날뛰며 남은 사슬을 끊어내고 민우를 향해 거대한 이빨을 드러냈다. 당장이라도 머리를 깨물어 으스러뜨릴 기세였다. 하지만 민우의 눈빛은 더 이상 공포에 질려있지 않았다. 살기 위한 유일한 밧줄을 잡은 이의 처절함만이 남아있었다.

"닥쳐! 죽기 싫으면 내 말을 들어!"

민우가 외침과 동시에 손을 내뻗자, 황금빛 봉인 진이 백랑의 목을 사정없이 죄어왔다.

쿠구구구구!

두 존재의 영혼이 강제로 얽히기 시작하는 밤. 비바람이 몰아치는 청파동 지하에서, 현대 최초의 요괴 계약자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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