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라임에서 마왕까지: 던전 마스터

11화: 먹지 않는 선택
물은 차가웠다.
그런데 부상당한 고블린의 몸은 뜨거웠다.
나는 녀석의 다리 밑에 깔린 점액 받침막을 따라 몸을 낮췄다. 가죽 섬유와 회색 점액으로 만든 봉합막은 아직 붙어 있었다. 하지만 그 안쪽에서 검은 실 같은 것이 꿈틀거렸다.
회백색 균사 냄새가 아니었다.
오염 균사였다.
[봉합 부위 분석.]
[부패 균사 재증식.]
[수분 부족 및 영양 결핍으로 회복 지연.]
[권장: 오염 분리 후 외피 교체.]
권장은 언제나 간단했다.
외피를 바꾸려면 깨끗한 균사와 물이 더 필요했다. 저수 공간 안쪽에는 회백색 균사가 있었다. 하지만 검은 균사와 엉켜 있었다. 잘못 건드리면 내 점액으로 오염이 번진다.
내 핵도 버티기 어려웠다.
[핵 안정도 29%.]
[오염 성분 격리 부담 증가.]
그래도 놔둘 수는 없었다.
부상당한 고블린이 죽으면 저것은 시체가 된다. 굶주린 무리는 시체를 먹을 것이다. 살아 있는 고블린들 사이에 남은 냄새는 서로를 향한다.
나는 상처 하나가 아니라 무리 전체를 보고 있었다.
가장 작은 고블린이 내 옆에 웅크렸다. 한쪽 귀가 찢어진 녀석은 부상자의 얼굴을 한 번 보고 내 몸을 한 번 봤다.
"말락."
낮은 소리였다.
내게 무엇을 묻는 소리 같았다.
나는 물가로 짧게 울렸다.
툭.
바라보는 곳.
녀석은 바로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도 다른 고블린들이 부상자 가까이 몰려드는 것을 팔로 막았다. 굶주린 손들이 상처 냄새를 맡고 있었다.
나는 저수 공간 안으로 점액 실을 폈다.
물벌레들이 물때 아래로 몸을 숨겼다. 여섯 마리의 가는 마디가 지나간 자리에만 회백색 균사가 조금 덜 검었다. 물이 고인 자리보다 흐른 자리가 깨끗했다.
길이다.
먹이 길이 아니라 치료 재료를 고르는 길.
나는 실 끝을 넓적하게 눌러 균사 한 가닥을 떼었다. 검은 부분은 닿지 않게 말아 올렸다. 회백색 조각은 물 위에 띄웠다.
그 순간 고블린 하나가 격자 틈으로 팔을 밀어 넣었다.
손끝은 균사가 아니라 작은 슬라임을 향했다.
투명한 덩이 하나가 놀라 물속으로 물러났다. 너무 느렸다. 고블린의 손가락은 그보다 빨랐다.
나는 먼저 고블린의 손목을 감쌌다.
손목뼈를 부러뜨릴 수도 있었다. 점액을 조여 살을 녹일 수도 있었다. 그 몸 하나를 삼키면 지금 필요한 열과 단백질이 들어온다.
작은 슬라임 둘도 마찬가지였다. 박쥐 새끼도 물벌레도.
여기 있는 약한 것들을 전부 먹으면 내 표면 결손은 닫힐 것이다. 핵 안정도도 조금은 돌아올 것이다.
하지만 그 다음에 사슬이 들어오면 나는 혼자였다.
작은 슬라임은 물을 붙잡을 수 있다. 박쥐 새끼는 사슬의 방향을 돌려준다. 물벌레는 오염이 덜한 길을 안다. 고블린들은 다친 동료를 끌고 움직인다.
먹어서 얻는 힘은 내 안에서 끝난다.
살려 둔 힘은 지금 이 굴 안을 움직인다.
나는 손목을 바닥에 붙였다.
고블린이 이를 드러내며 몸을 비틀었다. 다른 고블린들이 돌 조각을 들었다. 가장 작은 고블린도 나를 노려봤다. 감사 같은 것은 없었다. 누가 먹이를 빼앗는지 계산하는 눈이었다.
좋다.
계산할 수 있으면 살아남는 방식도 고를 수 있다.
나는 물가에 선을 그었다.
짧게.
쉬는 곳.
그 옆에 균사 조각을 밀어 놓았다. 첫 조각은 부상자의 입가. 두 번째는 작은 슬라임 둘이 떠 있는 얕은 물. 세 번째는 고블린 무리 앞이었다.
내 몫은 마지막이었다.
고블린의 손목을 풀었다.
녀석은 바로 균사로 달려들지 않았다. 가장 작은 고블린이 내 선을 내려다보더니 손톱으로 바닥을 긁었다. 내가 그은 선 옆에 더 짧고 거친 선이 생겼다.
"말락."
이번에는 막는 소리였다.
고블린들이 멈췄다.
작은 슬라임 하나가 균사 조각을 감쌌다. 점액 덩이는 먹는 대신 몸을 넓게 폈다. 얇은 막이 물 위에 퍼졌다. 물벌레들이 지나며 일으킨 검은 가루가 그 막 위에 걸렸다.
검은 균사가 물속으로 바로 퍼지지 않았다.
[대상 관찰.]
[하급 슬라임의 얕은 수막 형성.]
[오염 입자 부착 및 흐름 지연 확인.]
나는 작은 슬라임을 보았다.
먹으면 점액이 된다.
살려 두면 물이 된다.
그리고 물은 부상자를 살릴 수 있다.
이득은 처음부터 하나가 아니었다.
나는 회백색 균사를 더 떼었다. 검은 실은 내 몸 가장자리로 따로 감쌌다. 이미 격리한 오염 성분과 만나지 않도록 여러 겹의 점액막을 썼다. 그때마다 핵이 얇게 저렸다.
부상자의 봉합막을 조금 열었다.
고블린들이 낮게 으르렁거렸다. 가장 작은 녀석도 돌을 쥐었다.
나는 상처 안쪽의 검은 균사를 물과 함께 끌어냈다. 새 점액을 바로 붓지 않았다. 작은 슬라임이 만든 수막을 통과한 물을 한 방울씩 끌어와 상처를 씻었다.
물은 부족했고 내 몸은 더 얇아졌다.
회백색 균사 부스러기를 가죽 섬유 사이에 끼웠다. 균사는 상처를 치료하지 않는다. 다만 검은 균사가 붙을 자리를 조금 덜어 낸다. 그 위에 내 점액을 아주 얇게 덮었다.
[임시 봉합막 교체.]
[감염 진행 둔화.]
[완전 회복 불가. 반복 관리 필요.]
부상당한 고블린의 떨림이 한 박자 느려졌다.
그것뿐이었다.
그래도 죽음이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가장 작은 고블린은 돌을 내려놓지 않았다. 대신 부상자의 입가에 맺힌 물방울을 손등으로 가렸다. 다른 고블린 하나가 다가오자 손톱을 드러냈다.
자기 몫을 지키는 행동이 아니었다.
아직 먹지 못하는 동료의 물을 지키는 행동이었다.
사슬 소리가 멎었다.
나는 곧바로 몸을 굳혔다.
철각 감시자는 조용할 때 더 가까웠다.
박쥐 새끼 하나가 천장에 붙은 발을 바꾸었다. 가느다란 떨림이 돌을 타고 내 표면으로 돌아왔다. 오른쪽 위. 물길보다 높은 곳. 사슬이 격자 쪽으로 꺾이는 각도.
나는 세 번 울렸다.
툭. 툭. 툭.
낮게.
가장 작은 고블린이 부상자의 앞에 엎드렸다. 다른 고블린들이 그 뒤를 감쌌다. 누구도 명령을 이해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부상자를 남기면 냄새가 커지고 사슬이 찾아온다는 것을 그들도 알고 있었다.
사슬 끝이 물막을 찢었다.
찰박.
작은 슬라임 둘이 물가에서 몸을 넓혔다. 두 번째 수막이 생겼다. 얇고 약했다. 그래도 사슬이 물을 찍는 소리는 한 번 무뎌졌다.
그 한 번이면 됐다.
나는 격리해 둔 검은 균사를 녹가루와 섞어 사슬 마디 쪽으로 밀었다. 먹지 못하는 냄새. 상처를 썩히는 냄새. 철각 감시자의 사슬이 벽을 긁으며 한 번 비틀렸다.
고블린 둘이 부서진 나무 조각을 입구 쪽으로 밀었다. 가장 작은 고블린은 물벌레들이 드러낸 얕은 균사 길을 보고 부상자의 받침막을 그쪽으로 끌었다. 길은 좁았지만 검은 물때가 적었다.
나는 그 움직임을 보고 곧바로 몸을 이어 붙였다. 물가와 부상자 사이에 낮은 점액 둑이 생겼다. 사슬이 다시 들어와도 물이 한꺼번에 쏟아지지 않을 둑이었다.
먹는 곳.
쉬는 곳.
바라보는 곳.
세 선은 방어선이 아니었다.
하지만 누가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 알려 줬다.
사슬은 나무 조각을 찢고도 곧장 부상자에게 닿지 못했다. 박쥐 새끼가 다시 각도를 돌려주고 작은 슬라임이 물을 넓혔다. 고블린들은 물가를 밟지 않고 부상자 주변을 지켰다.
나는 그 틈에 사슬 반대편 벽으로 몸을 펼쳤다.
철각 감시자는 오염 냄새를 싫어했다. 확실한 약점은 아니다. 다만 사슬이 냄새와 녹가루로 더러워질수록 방향을 잡는 울림이 흐려졌다.
사슬이 밖으로 빠졌다.
아주 조금.
[공동 방어 유지.]
[생명 의존률 20%.]
[핵 안정도 28%.]
[치료 점액 소모.]
숫자는 나아진 것처럼 보였다.
나는 더 지쳤다.
그래도 부상당한 고블린은 숨을 쉬고 있었다. 작은 슬라임도 물 위에서 떨고 있었다. 고블린들은 균사 조각을 두고 서로의 목을 물지 않았다.
혼자 먹었다면 더 빨리 회복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사슬을 물러나게 한 것은 내 힘만이 아니었다.
작은 슬라임의 수막.
박쥐 새끼의 떨림.
물벌레가 드러낸 깨끗한 길.
고블린들이 부상자를 감싼 팔.
나는 그 모든 것을 먹지 않았다.
그래서 남았다.
물벌레들이 다시 물때 아래로 파고들었다. 그들이 지나간 벽에서 오래된 선 표식 아래쪽이 벗겨졌다. 짧은 선과 긴 선 사이에 새로운 긁힘이 있었다.
아주 얕았다.
그리고 아직 마르지 않은 물기가 묻어 있었다.
긁힘은 벽 안쪽에서 저수 공간으로 향하다가 중간에 멈춰 있었다. 누군가 오래전에 남긴 표식이 아니다. 무언가가 지금도 이쪽을 향해 길을 내고 있었다.
나는 벽에 몸을 붙였다.
툭.
아주 작게 울렸다.
이번에는 벽 안쪽에서 대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대신 긁는 소리가 났다.
사각.
사각.
물길 반대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