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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 오버 타임14화

시그널 오버 타임 (Signal Over Time)

시그널 오버 타임

14화: 뒤틀리는 기록의 파편들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느껴진 것은 지독한 편두통이었다.
선우는 책상 위로 엎드려 잠들었던 몸을 힘겹게 일으켰다. 모니터 화면에는 여전히 2024년의 기사 아카이브가 띄워져 있었다.

하지만 그곳엔 어제까지는 없었던, 기이한 기록들이 추가되어 있었다.

'2024년 6월 20일, 서대문구 주택가 가스 폭발 사고 발생'
'2024년 6월 22일, 은평구 산책로 실종 사건 발생'

선우는 미간을 짚었다. 하은이 살았던 2024년의 6월 15일 이후, 원래라면 잠잠했어야 할 기간에 새로운 사건들이 속출하고 있었다. 하은을 놓친 범인이 더욱 폭주하기 시작한 것이 분명했다.

[ 하은 씨, 일어났습니까? ]

선우는 메신저를 보냈다. 잠시 후 답장이 왔다.

[ 네, 선우 씨. 경찰서에서 조사받고 이제 막 집에 왔어요. 미진이도 부모님이 데려가셨고요. 근데…… 이상해요. ]

[ 뭐가 말입니까? ]

[ 아까 경찰서에서 나오는데, 우리 학과 선배인 그 강선우 씨를 만났거든요. 근데 그 선배 손등을 보니까, 어제 제가 봤던 그 'X'자 흉터가 있는 거예요. ]

선우의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 디자인과 강선우 씨요? 그 사람이 정말 범인이라는 겁니까? ]

[ 저도 믿기지 않아요. 그 선배는 평소에 좀 무뚝뚝하긴 해도 남한테 해 끼칠 사람은 아니었거든요. 근데 흉터가 너무 똑같아서…… 제가 쳐다보니까 선배가 저를 보며 기분 나쁘게 웃더라고요. ]

선우는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2026년의 기록 어디에도 '디자인과 강선우'가 범인이라는 내용은 없었다. 범인은 분명 보안 업체 직원인 김진욱이었다. 그런데 하은이 살아남음으로써 범인의 정체마저 바뀐 것일까? 아니면, 김진욱이 다른 사람의 신분을 도용하고 있는 것일까.

"과거가 바뀌면서 정보가 섞이고 있어."

선우는 서둘러 2026년의 인물 정보를 검색했다. 그런데 결과가 충격적이었다.
기존에 '살인마 김진욱'으로 나왔던 검색 결과가 사라지고, 대신 '2024년 실종 사건 유력 용의자 강선우(31), 증거 불충분으로 석방'이라는 기사가 튀어나왔다.

"말도 안 돼…… 내 이름이 왜 거기 있어?"

선우는 전율했다. 기록 속의 강선우는 디자인과 선배가 아닌, 바로 자기 자신이었다. 범인은 선우가 폰에 심어두었던 원격 진단 툴을 역이용해, 2024년 당시 하은의 폰으로 협박 메시지를 보낸 IP 주소를 선우의 반지하 작업실로 조작해 두었다. 또한, 선우가 하은과 나눈 대화 기록 일부를 악의적으로 짜깁기하여, 마치 선우가 하은을 스토킹하며 가스라이팅을 하는 듯한 정황 증거로 탈바꿈시켜 수사 기관에 익명으로 제보한 상태였다.

설상가상으로, 하은의 집 근처에서 서성거리는 선우의 뒷모습과 흡사한 체격의 남자가 찍힌 CCTV 영상까지 '목격자'의 제보로 제출되어 있었다.

하은이 살아남아 증언을 함으로써 수사가 급물살을 탔지만, 범인이 미리 설계해 둔 거짓의 그물에 선우가 걸려든 것이었다. 그 결과 실제 범인인 김진욱은 수사망에서 완전히 빠져나갔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피해자를 구하려던 선우를 잠재적 살인마로 둔갑시켰다.

이것은 나비효과의 가장 잔인한 반작용이었다.

그때, 선우의 스마트폰이 다시 진동했다.
번호를 알 수 없는 문자.

[ 나 대신 다른 사람이 감옥에 가는 걸 보니 재미있더군. 강선우, 넌 나에게 아주 훌륭한 알리바이를 선물해 줬어. ]

선우는 숨이 막히는 것 같았다. 범인은 2026년에서 선우를 비웃고 있었다.
선우가 과거를 바꾸려 시도할수록, 범인은 그 변화를 이용해 자신의 범죄를 더욱 완벽하게 세공하고 있었다.

[ 하은 씨, 지금 당장 그 강선우라는 선배를 멀리하세요. 그 사람은 진짜 범인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진짜 범인이 그 선배를 방패막이로 쓰고 있는 거예요! ]

[ 네? 그게 무슨 소리에요? 전 그 선배가 범인이라고 확신했는데……. ]

[ 범인은 하은 씨의 기억과 저의 개입을 역이용하고 있습니다. 제발, 제 말을 믿으세요. 지금부터는 그 누구도 믿어선 안 됩니다. ]

선우는 모니터 화면을 노려보았다.
2026년의 서울은 여전히 평화로워 보였지만, 그 이면에는 뒤틀린 시공간의 괴물이 입을 벌리고 있었다.

선우는 이제 깨달았다.
단순히 과거의 사건을 막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범인이 '과거가 바뀐다는 사실'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더 정교한 함정을 파야 했다.

"이제부터는 정보전이다."

선우는 다시 코딩창을 열었다.
범인의 위치를 추적하는 것뿐만 아니라, 범인의 '기억' 자체를 교란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짜기 시작했다.
2년의 시차를 둔 두 남녀의 공조는, 이제 한 명의 생존을 넘어 역사의 진실을 되찾기 위한 고독한 전쟁으로 번져가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선우의 눈동자가 그 어느 때보다 날카롭게 빛났다.
비극의 파편들은 아직 다 모이지 않았다.
진정한 사투는 이제부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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