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백수의 게이트 노다지 독점: 빙제의 한숨

87화: 빙제의 한숨
금요일 저녁, 양평 대저택의 거실.
부아아앙-!
선착장 도로를 타고 미끄러지듯 들어온 최고급 세단 한 대가 주차장에 멈추어 섰다. 차 문이 열리고 내린 서유진은, 세련된 오피스 정장 스타일의 길드 마스터 복장을 하고 있었으나 어깨는 피로로 축 늘어져 있었다.
띠리릭, 탁.
유진은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거실 소파 위로 자신의 명품 가방을 휙 집어던지며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하아아아아…… 길드 마스터란 직업은 인류 최대의 사기극이 분명해요."
소파에 아예 대자로 뻗어 누워 앓는 소리를 내는 유진.
대한민국 1위 신흥 길드 '노다지'의 공식 수장이자 전 세계가 찬사하는 SSSS급 빙제 서유진의 위엄 넘치는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태현은 편안한 수면바지 차림에 헤드폰을 목에 건 채, 대형 TV 스크린 앞에서 플레이스테이션 컨트롤러를 조작하다가 고개를 돌렸다.
"내가 뭐라 했습니까. 영웅의 뱃지를 차는 순간 매일 아침 수십 장의 행정 결재 서류와 국회의원들의 귀찮은 후원 로비 전화에 시달릴 거라고 했잖습니까."
"말도 마세요. 오늘만 해도 협회 이사회에 참석해서 3시간 동안 예산 브리핑을 들었고, 한성그룹 해체 지분 인수 건으로 회계사들과 꼬박 반나절을 씨름하다 왔다고요. 저 원래 화학공학과 학생인데 왜 법전이랑 회계 장부를 읽고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유진은 소파 쿠션에 얼굴을 파묻고 부들부들 떨었다.
"그럼 사표 쓰고 F급 스태프로 내려오시던가요. 대신 지분 배당금 수십억은 포기하셔야 할 텐데."
"……그건 안 되죠. 민우 대학 등록금이랑 우리 엄마 용돈 드려야 하니까요."
유진은 힐끗 태현을 쳐다보며 볼을 부풀렸다.
"그래도 고문님 덕분에 우리 민우는 이제 감기도 안 걸릴 정도로 완전히 건강해져서 매일 도서관에 다녀요. 그 모습을 보면 힘든 것도 다 잊혀지긴 해요. 그러니까…… 주말 동안은 나 여기서 뒹굴거리며 쉴 수 있게 간섭하지 마세요."
유진은 어느새 태현의 게임 패드 한쪽을 뺏어 들며 모니터 화면의 레이싱 게임에 자연스럽게 동조했다. 밖에서는 세상을 구한 영웅이자 차가운 여제로 칭송받는 그녀가, 이곳 양평의 아늑한 요새 속에서만큼은 그저 믹스커피를 좋아하는 20대 여대생의 평온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