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의 오컬트 요괴 탐정

시놉시스
인간으로 변신해 서울 도심 한가운데 섞여 살아가는 백여우, 구미호, 늑대 인간 등 수많은 요괴들. 그 요괴들이 얽힌 기이한 미스터리 사건들만을 전담해 수사하는 심야 탐정 사무소 '무진'의 대표 '한도진'. 그는 사건 현장의 공기 중에 흩어진 요괴들의 잔류 마기와 타격 흔적을 3차원 범죄 수사 맵 격자로 추사하는 '초월적 오컬트 수사 시스템'의 소유자다. 요괴들의 음기를 분해하는 특수 제어 탄환, 살기를 감지하는 3D 추적 레이더를 무기 삼아 서울 밤거리를 배회하며 사건을 해결하고 악질 요괴들을 처단해 나가는 쿨하고 긴장감 넘치는 어반 오컬트 수사 판타지.
1화: 강남의 심야 해결사
똑, 똑, 똑.
얼음이 담긴 위스키 잔의 차가운 유리에 맺힌 물방울이 낡은 마호가니 책상 표면 위로 흘러내려 조용히 떨어졌다.
“……또 밤인가.”
한도진은 손끝으로 턱 끝에 자란 짧은 까칠까칠한 수염을 매만지며, 모니터 스크린 위로 흘러가는 CCTV 화면의 실시간 흑백 영상들을 흘끗 보았다.
여기는 서울 강남 뒷골목, 주점과 화려한 클럽들의 네온사인이 번쩍이는 거리 구석탱이 상가 3층에 위치한 심야 탐정 사무소 ‘무진(無盡)’이었다. 대외적으로는 실종이나 뒤조사나 해주는 구멍가게 탐정 사무소로 알려져 있었지만, 이곳의 진짜 성격은 인간들 틈바구니에 숨어 불법을 일삼는 ‘요괴’ 전담 해결사였다.
도진은 전직 서초경찰서 강력반의 전설적인 에이스 형사였다.
하지만 2년 전, 대형 백화점 지하 주차장에서 벌어진 요괴 기습 사건 당시 파트너 형사를 잃고 자신 또한 기맥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어 배지를 반납해야 했다.
딸랑-.
사무실 문이 조용히 열리며, 검은색 가죽 바바리코트를 깊게 눌러쓴 미모의 여성이 들어왔다. 그녀는 들어오자마자 등 뒤로 문을 가볍게 닫아걸더니 후드를 벗어 내렸다.
날카롭고 요염한 눈매, 그리고 젖어 들어가는 칠흑 같은 생머리. 정부 비밀 기관인 요괴 관리청 특수본 5팀장, 서아린이었다.
“한 형사님. 여전하시네요.”
“형사 배지 반납한 지 오래됐다, 서 팀장. 오늘은 웬일이지? 특수본 나으리들께서 내 누추한 아지트까지 오시고.”
도진이 잔을 내려놓으며 나른하게 물었다. 아린은 서류 가방에서 두꺼운 비밀 사건 파일 한 장을 꺼내 테이블 위에 내던졌다.
“정부 윗선에서 ‘급성 마력 심장마비’로 단순 종결한 대기업 이사의 사망 사건입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나온 잔류 마기 흔적은 명백한 백여우(白狐) 요괴의 흡정 테러예요. 본부장님이 덮으라고 협박해서 더는 공직 수사망을 돌릴 수 없습니다. 개인 의뢰로…… 한 형사님께 수사를 청구하러 왔어요.”
도진은 테이블 위에 던져진 사건 서류 틈바구니에서 기어 나오는 음산하고 기분 나쁜 붉은색 아지랑이를 노려보았다. 일반인의 눈에는 안 보이지만, 뼈가 굵은 퇴마 해결사인 도진의 동공 너머에는 선명한 요괴들의 살기가 아른거리고 있었다.
그가 살기를 뿜는 피해자의 유품, 혈흔이 묻은 손목시계에 손가락 끝을 살며시 갖다 대는 순간.
찌릿-!
[시스템 활성화: ‘오컬트 범죄 프로파일링 모듈’이 가동됩니다.]
[사건 현장 3D 가상 맵 링킹 완료. 대상 잔류 주파수 분석 가동.]
[마독 성분 포착: 9尾 호족 계열의 음기 마독 72.4%]
도진의 시야가 순식간에 암전되더니, 3일 전 강남 초호화 빌딩 옥상 펜트하우스에서 벌어진 살인의 현장이 3차원 투명 홀로그램 데이터선으로 재구성되며 그의 눈앞에 비디오처럼 생생하게 재생되기 시작했다.
- 컥…… 컥! 살려줘! 살려……!
- 후후, 걱정 마세요, 이사님. 당신의 그 부조리한 탐욕과 마력을 내가 예쁘게 회수해 드릴 테니까.
비단옷을 입은 아름다운 은발의 여인이 피해자의 가슴을 뚫고 마력 코어를 삼켜버리는 참혹한 현장의 3D 재현.
동시에 도진의 시야에 요괴의 탈출 궤적과 도심 빌딩 숲 위로 이어진 붉은색 오컬트 라인 격자들이 레이더 맵처럼 맵핑되었다.
[피의자 요괴 이동 경로: 좌표 서초동 124-5 골목 클럽 ‘헤븐’ 방면.]
[마기 추적 가이드가 100% 동기화되었습니다.]
도진은 시계를 쥐었던 손을 주머니에 넣으며 일어났다.
바닥에 걸려 있던 검은색 블랙 바바리코트를 걸치고, 허리춤에 은빛 뇌전 각인 탄환이 장전된 특수 제어 권총을 찔러 넣었다.
“수임하지. 서 팀장, 오늘 밤 강남의 어떤 백여우 한 마리가 가죽이 벗겨지게 될 것 같군.”
금빛 안광을 가늘게 뜨며 차갑고 비정한 미소를 짓는 퇴마 탐정의 강렬한 사냥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