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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헌터는 요리로 각성한다3화

SSS급 헌터는 요리로 각성한다

SSS급 헌터는 요리로 각성한다

3화: 첫 손님은 은퇴 직전 D급 헌터

상가 3호의 예비키는 녹이 슨 열쇠고리 끝에서 가볍게 흔들렸다.

성훈은 열쇠를 문에 꽂은 채 움직이지 않았다. 검은 고양이가 물어 왔다고 해서 남의 점포를 제멋대로 열 수는 없었다. 이곳에서 장사를 하겠다는 생각도 아직은 손에 잡히지 않는 계획이었다.

“주인부터 찾아야겠네.”

검은 고양이는 대답 대신 꼬리를 세웠다. 녀석은 재개발 구역의 좁은 골목을 앞장서 걸었다.

성훈이 두 걸음 늦으면 검은 귀가 쫑긋 섰다. 따라오는지 확인하는 모양새가 제법 당당했다.

고양이가 멈춘 곳은 상가 뒤편의 낡은 이층 주택이었다. 대문 옆 화분에는 말라붙은 고추 모종만 남아 있었다.

성훈이 대문을 두드리자 안에서 빗장 소리가 났다.

“누구세요?”

흰머리를 단정히 묶은 노인이 문틈으로 얼굴을 내밀었다. 성훈이 상가 3호를 말하자 노인의 표정은 반가움보다 걱정에 가까워졌다.

“거기 보러 온 사람이야?”

“빌릴 수 있으면 빌리고 싶습니다.”

“가게 하려고?”

“식당을요.”

노인은 성훈의 낡은 운동화와 검은 고양이를 차례로 내려다보았다. 고양이는 낯선 시선에도 물러서지 않고 성훈의 발목에 몸을 비볐다.

“나는 박순자라고 해. 주인은 맞는데 거긴 좀 곤란한 자리지.”

박순자는 골목을 향해 한숨을 내쉬었다.

“원래 국밥집이었어. 마지막 주인이 헌터 양반들 상대한다고 회복석이며 마력 램프며 이것저것 들여놨는데 장사 접으면서 고장 난 물건을 주방 배수구에 버리고 갔지. 그 뒤로 들어오는 사람마다 두통 난다며 나갔어.”

“정리할 사람을 부르시지 그러셨어요.”

“부른다고 다 되는 줄 아니. 마력 묻은 폐기물은 처리비가 만만찮아. 빈 가게에서 나오는 돈도 없는데 내가 그 큰돈을 어디서 내.”

성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열쇠가 고양이 손에 들어갈 만큼 오래 비어 있었던 것이다.

“제가 먼저 확인해 봐도 됩니까?”

박순자는 망설이다가 열쇠를 받아 들었다. 녹슨 셔터가 올라가자 안에서 오래 갇혀 있던 먼지 냄새가 밀려 나왔다.

테이블은 회색 먼지로 덮여 있었고 싱크대 아래에서는 쇠 비린내가 났다. 그러나 창문이 넓고 주방과 홀이 붙어 있었다. 혼자 요리하고 손님 몇 명을 받기에는 오히려 알맞은 크기였다.

성훈은 손끝에 마력을 모아 벽과 바닥을 훑었다.

[감별: 소모성 마력 장비의 잔재입니다.]
[위험도: 낮음. 장기 노출 시 피로와 두통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탁한 기운은 주방 구석의 배수관에서 새어 나오고 있었다.

“원인은 이거예요.”

성훈이 배수 덮개를 들어내자 안쪽에서 깨진 마력 램프 조각과 회복석 가루가 나왔다. 물과 뒤섞여 굳은 가루는 오래된 진흙처럼 배관 벽에 들러붙어 있었다.

그는 비닐장갑을 끼고 조각을 하나씩 꺼냈다. 검은 고양이는 옆의 틈으로 앞발을 집어넣더니 바스락거리는 쥐 한 마리를 몰아냈다.

“고양이답게 일은 잘하네.”

고양이는 칭찬을 들은 것처럼 가슴을 폈다.

성훈은 맑은 물을 흘려보내며 남은 찌꺼기를 걷어 냈다. 식재료에 쓸 마력은 아니었다. 다만 철판을 달궜을 때 흘러나온 열기를 얇게 둘러 잔재를 태우듯 정화했다.

잠시 뒤 배수관에서 올라오던 탁한 기운이 끊겼다. 눅눅한 냄새가 빠진 주방에는 낡은 나무와 세제 냄새만 남았다.

박순자는 문턱을 넘으며 연신 주변을 살폈다.

“정말 괜찮아졌네.”

“당장은요. 배관도 손보고 환기도 자주 해야 합니다.”

성훈은 점포를 한번 둘러봤다. 할 일은 많았다. 하지만 무너진 던전 벽 사이에 화로 하나를 만들던 때에 비하면 이 정도는 시작도 아니었다.

“보증금이 넉넉하진 않습니다.”

그는 숨기지 않고 말했다.

“대신 청소와 수리는 제가 하겠습니다. 한 달치 월세는 먼저 드리고요. 문제 생기면 바로 말씀드릴게요.”

박순자는 그의 말보다 깔끔해진 배수구를 오래 보았다. 그러고는 낮게 웃었다.

“가게를 살려 보겠다는 사람이 처음이네. 다들 싸게만 달라고 했지.”

노인은 성훈이 내민 돈을 세어 본 뒤 일부를 돌려주었다.

“보증금은 그만큼만 받아. 대신 사고 나면 혼자 버티지 말고 바로 전화해.”

“알겠습니다.”

짧은 계약서에 강성훈이라는 이름을 적는 순간, 펜끝이 이상하게 무거웠다.

심연에서는 내일 마실 물 한 모금만 지켜도 다행이었다. 이제 그는 자기 이름으로 문 하나를 열었다.

그날 오후 상가 3호는 조금씩 다른 모습이 되었다.

성훈은 먼지 쌓인 테이블을 닦고 다리가 흔들리는 의자는 창고 쪽으로 옮겼다. 고물상에서 산 검은 철판은 가스 화구 위에 단단히 올렸다. 손잡이가 없는 팬에는 두꺼운 천을 감아 임시 손잡이를 만들었다.

벽에 남은 기름때는 잘 지워지지 않았다. 성훈은 세제와 뜨거운 물을 번갈아 쓰며 묵은 얼룩을 밀어 냈다.

검은 고양이는 창틀 위에서 모든 과정을 감시했다. 성훈이 접시를 쌓아 두면 앞발로 맨 위 접시를 톡 건드렸다.

“그건 깨뜨리면 오늘 밥 없다.”

고양이는 못 들은 척 하품을 했다. 금빛 눈이 가늘게 휘었다.

해가 기울기 전 성훈은 종이 한 장을 꺼내 굵은 글씨를 썼다.

몬스터 키친.

글씨 아래에는 조금 작은 글씨를 덧붙였다.

가오픈. 몸이 지친 헌터 환영.

성훈은 종이를 유리문 안쪽에 붙인 뒤 한참 바라보았다. 간판이라 부르기에는 초라했다. 그래도 처음으로 자신의 요리를 내걸었다는 사실만은 변하지 않았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문구를 읽고 고개를 돌렸다.

“몬스터 키친?”

“설마 몬스터 고기 파는 건가?”

“먹고 탈 나면 누가 책임져.”

낮은 수군거림은 열린 문 안까지 들어왔다. 성훈은 손에 든 행주를 내려놓았다.

잠깐이라도 ‘무료 시식’이라고 써 붙일까 생각했다. 곧 고개를 저었다.

자신도 모르는 사람의 몸 상태에 요리 효과를 장담할 수 없었다. 음식은 손님의 상태를 보고 만들어야 했다. 그 원칙을 첫날부터 버리면 가게를 열 이유가 없었다.

“억지로 먹일 생각은 없어.”

성훈이 중얼거리자 고양이가 유리문 앞에 앉았다. 녀석의 꼬리가 바닥을 한 번 탁 쳤다.

성훈은 남은 회색 고블린 갈비살을 꺼냈다. 오늘은 큰 메뉴를 만들지 않을 생각이었다. 누군가 들어온다면 먼저 얼굴과 호흡, 마력의 흐름부터 볼 셈이었다.

해가 골목 끝으로 기울어 그림자가 길어질 즈음이었다.

낡은 방어복 차림의 남자가 가게 앞에서 멈췄다.

어깨에 걸친 검집은 비어 있었고 손등에는 오래된 화상 자국이 남아 있었다. 방어복의 팔꿈치는 여러 번 꿰맨 흔적이 보였다.

남자는 종이 간판과 성훈을 번갈아 보더니 피곤한 목소리로 물었다.

“여기 밥도 팝니까?”

“팝니다.”

“몬스터 고기로?”

“정화한 고기로요.”

남자는 짧게 헛웃음을 흘렸다.

“정화가 되면 처리장이 왜 고기를 태우겠어.”

성훈은 반박하지 않았다. 남자의 호흡은 얕았고 명치 부근에서 마력이 막혀 있었다. 회복 물약을 오래 먹은 사람에게서 나는 쓰디쓴 냄새도 희미하게 풍겼다.

[감별: 마력 회로 미세 손상.]
[상태: 회복 물약 내성 누적. 마력 정체.]

“속이 자주 쓰리죠?”

남자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걸 어떻게 알아?”

“물약 냄새가 납니다. 오래 드셨네요.”

남자는 한참 말이 없었다. 그러다 가게 안을 둘러보고 가장 구석 자리에 앉았다.

“한도윤입니다. D급.”

그가 빈 검집을 의자 옆에 기대며 덧붙였다.

“이제는 그 등급도 얼마 안 남았지만.”

성훈은 찬물을 담은 컵을 내놓았다.

“강성훈입니다. 메뉴는 제가 정해도 됩니까?”

“요리사가 정하는 집은 처음이네.”

“손님 상태가 안 좋아서요. 맵고 기름진 건 피하는 편이 낫습니다.”

도윤은 물을 한 모금 마시고 웃었다. 씁쓸한 기색이 더 짙었다.

“은퇴 권고를 받았어. 마력 회로가 망가졌다고. 몇 년 전 균열문에서 동료 하나를 끌고 나오다가 내 마력을 너무 태웠지.”

그는 손등의 화상 자국을 엄지로 문질렀다.

“그때는 며칠 쉬면 낫는 줄 알았는데 한 번 꼬인 회로는 계속 발목을 잡더군. 이제 균열문 하나만 다녀와도 회복에 사흘이 걸려. 물약을 마시면 속이 뒤집히고.”

“오늘도 일 보러 가셨습니까?”

“보조 운반 면접. 헌터 일 접고 하려 했는데 D급 마력핵이 불안정하다고 거기도 안 받더라.”

도윤은 고개를 들어 종이 간판을 봤다.

“마침 배는 고프고 갈 곳도 없어서 들어왔어. 마지막 돈으로 이상한 밥 한 끼 먹는 셈이지.”

성훈은 조용히 칼을 들었다. 장황한 위로는 필요 없었다. 지금 도윤에게 필요한 것은 먼 훗날의 약속이 아니라 당장 속을 편하게 채울 한 끼였다.

“갈비덮밥 하나 드리겠습니다.”

“얼마지?”

“드시고 판단하세요.”

“그건 사기꾼 대사 같은데.”

“사기꾼이면 더 비싸게 부르겠죠.”

도윤의 입가가 아주 조금 풀렸다.

성훈은 뿔토끼 간을 얇게 저며 찬물에 담갔다. 회복을 돕는 성질은 강했지만 잘못 다루면 텁텁한 독기가 남았다. 그는 간을 곱게 다져 생강과 허브, 미궁산 소금을 섞었다.

갈비살에는 칼집을 촘촘히 냈다. 막힌 마력은 거칠게 밀어붙여서는 풀리지 않는다. 고기도 마찬가지였다. 결 사이에 길을 내 주고 열을 천천히 들여야 한다.

철판에 기름을 얇게 두르자 잔열이 넓게 퍼졌다. 고기가 닿는 순간 맑은 소리가 가게 안을 채웠다.

치이이익.

성훈은 갈비살을 급히 뒤집지 않았다. 표면이 단단히 눌어붙을 때까지 기다린 뒤 팬을 기울였다. 녹아 나온 기름 위로 간장 양념을 떨어뜨리자 달큰한 향과 생강의 알싸함이 함께 피어올랐다.

고기에서 검은 연기처럼 올라오던 독기가 허브 향을 만나 가늘게 말려 사라졌다. 성훈은 남은 양념에 다진 뿔토끼 간을 풀고 불을 낮췄다.

[조리 보조: 대상의 마력 정체 완화에 적합한 배합을 구성합니다.]

시스템의 문구가 눈앞에 떠올랐지만 성훈은 속으로만 읽었다. 적합하다는 말은 낫는다는 말이 아니었다.

그는 뜨거운 밥 위에 고기를 얹고 윤기 도는 양념을 둘렀다. 마지막으로 잘게 썬 파를 뿌리자 소박한 접시 위에 선명한 초록이 살아났다.

“마력 회복 갈비덮밥입니다.”

도윤은 숟가락을 쥔 채 접시를 한동안 바라보았다. 김 사이로 번지는 고기 냄새가 허름한 홀을 조용히 채웠다.

“진짜 마지막 돈이거든.”

“웃기지 않습니다.”

성훈은 도윤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먹는 건 버티려고 하는 겁니다.”

도윤의 손이 움직였다.

첫 숟가락에는 밥과 양념, 갈비 한 조각이 함께 담겼다. 그는 조심스럽게 입에 넣었다.

씹는 순간 도윤의 눈이 멈췄다.

질기지 않은 갈비가 이 사이에서 부드럽게 풀렸다. 달기만 할 줄 알았던 양념은 혀끝을 지나자 금세 담백해졌다. 생강 향은 속을 찌르지 않고 따뜻한 숨처럼 목을 타고 내려갔다.

무엇보다 뿔토끼 간의 진한 맛이 뒤늦게 감돌았다. 오래 물약만 삼킨 탓에 돌처럼 굳어 있던 명치 안쪽으로 따뜻한 물이 천천히 스며드는 감각이었다.

“이건…….”

도윤은 말을 잇지 못했다. 숟가락을 내려놓은 손끝이 희미하게 떨렸다.

명치에서 막혀 있던 마력이 아주 가늘게 움직였다. 쓸린 회로를 피해 돌아가던 흐름이 오래 닫혀 있던 틈 하나를 찾아낸 듯했다.

[알림: 요리 효과가 발현합니다.]
[대상 ‘한도윤’의 마력 회로가 반응합니다.]
[수복 가능성이 확인되었습니다.]

성훈은 조용히 접시를 바라보았다.

검은 고양이도 창틀에서 몸을 일으켰다. 금빛 눈동자가 도윤의 손끝에 번지는 옅은 푸른 빛을 놓치지 않았다.

도윤은 다시 숟가락을 들었다.

이번에는 망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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