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지은 빌딩은 무너지지 않는다

시놉시스
재벌가의 부실 공사 책임을 뒤집어쓰고 업계에서 매장당해 죽었던 천재 건축가 한승우. 15년 전, 대한민국 건설 붐이 일기 직전으로 회귀한다! 건물의 구조적 결함부터 미래 가치, 풍수지리까지 꿰뚫어 보는 '마스터 아키텍트 시스템'과 함께, 그는 자신을 죽였던 이들을 압도하며 세계 최고의 도시를 설계하기 시작한다.
1화: 설계된 죽음, 그리고 재설계된 삶
쿠구궁—!
귀를 찢는 듯한 굉음과 함께 지면이 요동쳤다. 비명 소리조차 묻혀버리는 압도적인 파괴의 소리.
대한민국 최고의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 자부했던, 신성그룹의 역작 '스타 몰'이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한 팀장님! 이쪽입니다! 빨리...!"
먼지 구름 사이로 누군가의 외침이 들렸지만, 한승우는 움직일 수 없었다.
오른쪽 다리가 거대한 콘크리트 상판 아래 깔려 있었다. 뜨거운 선혈이 바닥을 적셨지만, 통증조차 느껴지지 않을 만큼 감각이 마비되어 갔다.
그는 부서진 천장 사이로 보이는 하늘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설계 단계부터 경고했었다. 슬래브의 두께가 부족하다고, 철근 배근이 시공 도면과 다르다고.
하지만 돌아온 것은 신성건설 상무의 서늘한 미소뿐이었다.
'한 팀장, 자네는 설계만 하면 돼. 시공은 우리가 알아서 할 테니까. 회장님 지시야. 공기 단축, 알잖아?'
결국 그 결과가 이것이었다.
수백 명의 생명을 집어삼킨 거대한 무덤.
그리고 신성그룹은 이미 모든 준비를 마쳤을 터였다. 모든 책임을 '과욕을 부린 설계 팀장 한승우'에게 뒤집어씌울 준비를.
"하... 하하..."
승우의 입술 사이로 마른 웃음과 함께 핏덩이가 섞여 나왔다.
평생을 바쳐 지어온 건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아름답지만 위태로웠던, 화려하지만 썩어있던 그 모든 건축물들.
'다시... 다시 지을 수 있다면.'
결코 무너지지 않는 건물을.
누구도 감히 손댈 수 없는 완벽한 건축을.
그의 시야가 암전되었다.
심장의 박동이 멈추고, 영혼이 육신을 떠나 차가운 콘크리트 틈새로 스며들 때였다.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전직 '천재 건축가'의 영혼이 '완벽'에 대한 갈망을 드러냅니다.]
[마스터 아키텍트 시스템을 가동합니다.]
"승우야! 한승우! 너 언제까지 잘 거야? 학교 안 가?"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고막을 때렸다.
승우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눈을 떴다.
'하늘나라에... 엄마가 있었나?'
익숙하지만 오래전 잃어버린 목소리.
승우는 삐걱거리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온몸이 가벼웠다. 콘크리트에 짓눌렸던 오른쪽 다리의 통증도, 가슴을 옥죄던 죄책감도 없었다.
"이게... 어떻게..."
주변을 둘러보았다.
좁은 방, 벽면 가득 붙어 있는 건축 도면 포스터들. 낡은 제도판 위에는 깎다 만 연필과 자가 놓여 있었다.
벽에 걸린 달력이 눈에 들어왔다.
[2011년 6월 3일]
15년 전이었다.
그가 고등학생이던 시절. 아버지가 아직 살아계시고, 신성그룹이라는 거대한 악연이 시작되기 전의 시간.
승우는 떨리는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만졌다. 매끄러운 피부, 굵직한 뼈마디.
거울 속에는 서른 중반의 초췌한 건축가 대신, 총기 어린 눈빛을 가진 소년이 서 있었다.
"꿈이 아니야."
그때였다.
승우의 망막 위로 푸르스름한 반투명 창이 떠올랐다.
[마스터 아키텍트(Master Architect) 시스템]
[사용자: 한승우]
[레벨: 1]
[능력치]
- 구조 분석: F
- 자재 이해: F
- 풍수지리: F
- 미래 가치: F
[특이 사항: 전생의 지식과 경험이 데이터화되어 보정됩니다.]
"시스템...?"
웹소설에서나 보던 문구가 눈앞에 펼쳐졌다.
승우는 홀린 듯 자신의 집 벽면을 바라보았다.
[대상: 한태호 가옥(단독주택)]
[상태: 노후화 진행 중]
[구조 결함 발견: 거실 북측 내력벽 균열 (위험도 15%)]
[기운 분석: 북쪽의 찬 바람이 머무는 형세. 단열 보강 필요.]
눈을 깜빡일 때마다 벽면 너머의 골조가 3D 랜더링 이미지처럼 투명하게 보였다.
철근이 어디에 박혀 있는지, 콘크리트가 어디서부터 약해졌는지, 심지어는 이 집의 기운이 어디로 흐르는지까지.
"이건..."
전생의 승우는 감(感)으로만 느꼈던 것들이었다.
수십 년의 경력이 쌓여야 겨우 짐작할 수 있었던 정보들이, 지금은 수치와 시각 자료로 명확하게 제시되고 있었다.
"승우야! 안 나오고 뭐 해!"
방문이 벌컥 열리며 어머니가 들어왔다.
젊은 날의 어머니. 그녀를 보는 순간 승우의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전생에서 그는 성공에 눈이 멀어 부모님을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 아버지가 현장에서 사고를 당했을 때조차 바쁘다는 핑계로 임종을 지키지 못했었다.
"엄마."
"어머, 얘가 왜 이래? 꿈이라도 꿨어?"
어머니가 의아한 표정으로 승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따뜻한 온기. 죽음의 문턱에서 느꼈던 차가운 한기와는 대조되는 생(生)의 감각이었다.
승우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신이 주신 기회인지, 우연한 기적인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만은 확실했다.
'다시는 무너지게 두지 않아.'
가족도, 자신의 삶도.
그리고 앞으로 자신이 지어 올릴 수많은 빌딩들도.
[퀘스트가 발생했습니다!]
[튜토리얼: 집의 위기를 막아라]
- 내용: 거실 북측 내력벽의 균열을 보강하세요.
- 보상: 스킬 '투시(Lv.1)', 구조 분석 경험치 +100
승우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천재 건축가 한승우의 재설계된 인생이, 이제 막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