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품으로
공작가의 쓸모없는 막내아들이었다5화

[공작가의 쓸모없는 막내아들이었다]

공작가의 쓸모없는 막내아들이었다

5화: 공작가의 시선

카엘은 균열 너머의 푸른빛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손을 내리지 않았다.

정밀 화로의 불은 에리나가 이미 줄였다. 그런데도 암반 안쪽에서는 낮은 울림이 두 번 더 돌아왔다. 발밑을 훑고 지나간 진동은 발뒤꿈치를 간질일 만큼 작았지만 가까이 선 광부들의 얼굴은 단번에 굳어졌다.

모리스가 굴러 나온 마정석을 향해 한 걸음 나갔다.

“도련님. 저것부터—”

“아무도 안으로 들어가지 마세요.”

카엘의 목소리가 그를 멈춰 세웠다.

그는 갈라진 암반을 가리켰다. 틈에서는 아직 뜨거운 김이 가늘게 새고 있었다. 검은 돌가루가 아래로 떨어질 때마다 금의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둠 쪽으로 조금씩 이어졌다.

“떨어진 조각만 집게로 꺼내십시오. 균열에는 손도 대지 말고요.”

“마정석이 더 있을 겁니다.”

“그래서 멈추는 겁니다. 어디까지 젖은 지층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사람을 들여보낼 수는 없어요.”

모리스의 시선이 바란에게 향했다. 공작은 짧은 침묵 끝에 병사 둘을 앞으로 보냈다.

“입구를 비워라. 광부는 모두 바깥으로 물러난다.”

명령은 단호했다. 기대에 들떠 있던 사람들도 더 말하지 못하고 뒤로 물러났다.

카엘은 철관이 박혀 있던 구멍을 진흙으로 막았다. 에리나는 말없이 옆에 앉아 진흙 위에 작은 철못을 세 개 꽂았다. 금이 넓어지면 못 사이의 간격도 달라질 것이다.

“거품은 마지막에 커졌어요.”

에리나가 낮게 말했다.

“셋째부터요. 그다음엔 화로 소리보다 바위 쪽 소리가 더 컸고요.”

카엘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종이를 무릎에 대고 시간과 거품의 크기 그리고 울림이 들린 횟수를 적었다. 손바닥의 상처가 종이를 누를 때마다 아팠다. 그래도 마정석을 들여다보는 것보다 이 기록이 먼저였다.

전생에 알던 광맥도 열과 압력에 반응했다. 하지만 화로를 끈 뒤까지 대답하듯 박동을 돌려보내지는 않았다.

모른다는 사실이 가장 위험했다.

바란이 카엘의 기록을 내려다보았다.

“오늘 작업은 끝이다.”

“예.”

“해 지기 전까지 이 광산에서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해서는 안 되는지 적어 내라. 그때까지 입구는 봉쇄한다.”

카엘은 잠시 균열을 보았다. 조금만 더 압력을 넣었다면 안쪽을 볼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 생각이 손끝을 당겼다.

그러나 바위가 아니라 사람이 먼저 버텨야 한다.

“안전 계획으로 제출하겠습니다.”

바란은 답하지 않고 돌아섰다. 그의 발걸음 뒤로 병사들이 굵은 밧줄을 둘렀다. 폐광 입구는 다시 금지된 곳처럼 보였지만 카엘에게는 처음으로 열 수 있는 문이 생긴 것 같았다.


해가 기울 무렵 카엘은 대련장 뒤편을 지나고 있었다.

칼날이 나무 기둥을 치는 소리가 일정하게 이어졌다. 땀에 젖은 셔츠 차림의 테오도르가 마지막 동작을 멈추고 검을 내렸다. 카엘보다 한참 큰 몸이 돌아서는 순간 그림자가 길게 드리웠다.

“광산을 닫았다지.”

테오도르는 검을 닦으며 말했다.

“오늘은요.”

“마정석을 보고도?”

카엘은 품에서 접은 종이를 꺼냈다. 거품의 간격과 암반의 금 그리고 철못 세 개가 그려진 기록이었다.

“더 캤으면 돈은 됐겠죠. 하지만 지지대가 없는 입구에서 몇 명이 묻힐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테오도르는 종이를 받지 않았다. 대신 카엘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네가 만든 화로도 위험하다는 뜻인가?”

“위험합니다. 그래서 더 고쳐야 합니다.”

카엘은 망설임 없이 덧붙였다.

“안전장치 없는 힘은 무기보다 나쁩니다. 무기는 적어도 누가 휘두르는지 알 수 있으니까요.”

테오도르의 손이 검집 위에서 멈췄다.

한동안 대련장에는 바람에 흔들리는 깃발 소리만 남았다.

“북쪽 초소에 있던 난로가 한겨울에 터진 적이 있다.”

그가 불쑥 말했다.

“불을 세게 만들겠다고 보급관을 막아 뒀지. 병사 셋이 화상을 입었다. 그날 이후 나는 새 장비를 보면 먼저 빠져나갈 길부터 본다.”

테오도르는 카엘의 기록을 받아 들었다. 거친 손가락이 철못 그림 위에 멈췄다.

“네 화로는 빠져나갈 길이 있나?”

“에리나가 만든 보조관이 있습니다. 아직은 화로 안쪽만 지킵니다. 광산에 쓰려면 압력과 진동을 따로 읽는 장치가 필요해요.”

“그 장치를 만들 수 있나?”

“만들겠습니다.”

카엘은 그 말 뒤에 덧붙일 변명을 삼켰다. 만들 수 있다는 말은 그에게 너무 쉬웠다. 하지만 지금 가진 재료와 시간으로 반드시 된다고 장담하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먼저 작은 판으로 시험해 보겠습니다. 진동이 어디에서 오는지 기록할 수 있어야 합니다.”

테오도르의 입가가 아주 조금 움직였다. 웃음이라기보다는 기대하지 못한 답을 들었을 때의 표정이었다.

“내 훈련 창고에 얇은 강철판이 있다. 전선에서 신호판으로 쓰려다 남은 물건이지. 울림을 보기에는 네 철판보다 나을 거다.”

카엘이 눈을 들었다.

“그걸 광산에 써도 됩니까?”

“내 몫이다. 대신 병사 둘을 붙인다. 그들이 위험하다 싶으면 네가 멈춰야 한다.”

“그건 당연합니다.”

“당연한 말을 지키는 사람이 드물어서 조건이 되는 거다.”

테오도르는 검을 허리에 찼다. 지나치며 카엘의 어깨를 한 번 두드렸다.

“저녁 회의에 와라. 아버지 앞에서도 방금 말한 대로 말해.”

카엘은 넓은 등을 바라보다가 종이를 다시 접었다.

형이 자신에게 처음으로 건넨 것은 칭찬이 아니었다. 쓸 수 있는 강철과 멈춰야 할 때를 지키라는 조건이었다.

그것이면 충분했다.


바란의 집무실 탁자 위에는 손바닥만 한 마정석과 카엘의 계획서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카엘은 돌을 먼저 보지 않았다. 세 장으로 나눈 계획서를 펼쳤다.

“첫째는 입구 암반의 지지 상태 확인입니다. 균열 주변을 넓히지 않고 철못의 간격을 매일 기록하겠습니다.”

바란의 눈썹이 미세하게 움직였다.

“둘째는 배수로입니다. 증기를 넣기 전에 물이 빠지는 길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물이 고이면 지층의 약한 곳까지 압력이 번집니다.”

“셋째는?”

“작은 압력 시험입니다. 오늘보다 낮은 출력으로 세 번 반복합니다. 화로의 거품과 공명판의 진동이 일정할 때만 다음 단계로 넘어가겠습니다.”

로웬이 계획서 가장자리를 넘겼다. 그는 숫자보다도 카엘이 ‘중지 조건’이라고 적은 줄을 오래 보았다.

‘균열이 한 치 이상 벌어질 때. 화로 철판의 울림이 세 번 이상 길어질 때. 배수로에서 흙탕물이 나올 때.’

바란이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광산 안으로는 들어가지 마라.”

“예.”

“마정석이 보이더라도.”

“예.”

“매일 해 질 무렵 기록을 내라. 네 장치가 한 번이라도 중지 조건을 넘기면 그날 작업은 끝이다.”

카엘은 고개를 숙였다. 더 많은 자재와 인원을 요구하고 싶은 마음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 하지만 공작이 내주는 것은 신뢰가 아니라 검증할 기회였다. 그 선을 넘으려 하면 오늘 얻은 기회도 사라질 것이다.

“그 조건이면 됩니다.”

바란은 로웬을 향해 손을 들었다.

“광산 작업반에서 목수 둘과 광부 셋을 빼라. 테오도르의 병사 둘도 입구 경계에 세워라. 카엘의 지시가 아니라 기록된 중지 조건에 따라 움직이게 해.”

“알겠습니다.”

문이 열리기 직전 봉인 든 편지 하나가 탁자 위에 놓였다. 중앙 조사원의 인장이 찍힌 회색 봉투였다.

로웬이 봉인을 확인한 뒤 바란에게 건넸다. 바란의 표정이 읽는 동안 한층 더 굳었다.

“재조사관이 일곱째 날에 온다.”

카엘의 시선이 올라갔다.

“원래보다 사흘 빠릅니다.”

“중앙도 소문을 들은 모양이지.”

바란은 편지를 접어 탁자에 내려놓았다.

“일곱 날 안에 돌 하나가 아니라 계획을 보여라. 켈른의 광산이 사람을 잡아먹지 않고도 다시 움직일 수 있다는 계획을.”

카엘은 손바닥의 붕대를 움켜쥐었다.

일곱 날은 짧았다. 그러나 막연히 열흘을 기다리던 때와는 달랐다. 이제는 써야 할 강철도 있었고 함께 움직일 사람도 있었다.

“보여 드리겠습니다.”


밤이 깊었을 때 대장간 문이 세 번 두드려졌다.

모리스와 병사 둘이 긴 나무 상자를 들고 들어왔다. 상자를 연 에리나는 안에 든 얇고 푸른빛 도는 강철판을 보고 숨을 삼켰다.

“이게 전선용 강철이에요?”

“테오도르 형님이 보냈어.”

카엘은 강철판을 손가락 끝으로 두드렸다.

맑은 소리가 길게 남았다. 기존 철판보다 얇은데도 떨림이 흐트러지지 않았다. 출력실을 보강하기에는 아까운 물건이었다.

에리나가 카엘의 눈치를 살폈다.

“이걸 화로에 넣으면 더 세게 만들 수 있겠네요.”

카엘은 잠시 화로를 보았다. 푸른 불꽃을 더 크게 키우는 설계는 머릿속에 이미 있었다. 하지만 광산에서 들은 박동은 힘이 부족해서 생긴 일이 아니었다.

“화로에는 안 써.”

그는 강철판을 탁자 위에 올렸다.

“먼저 듣는 장치를 만든다.”

“듣는 장치요?”

“압력이 바위를 누르는 소리와 바위가 돌아오는 소리를 나눠 볼 거야. 공명판이라고 부르자.”

에리나는 강철판 위에 손을 올렸다. 검댕 묻은 손가락 끝이 차가운 금속을 따라 움직였다.

“그럼 이건 화로 옆에 두는 거예요?”

“화로와 떨어뜨려 둘 거야. 화로가 울린 건지 광산이 울린 건지 구분해야 하니까.”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 곧장 못과 구리선을 꺼냈다. 카엘이 판 가장자리에 작은 홈을 그리자 에리나는 홈 사이의 간격을 재며 얇은 선을 걸었다. 한쪽 끝에는 유리병의 물방울이 흔들림을 보여 줄 작은 바늘을 달았다.

“여기는 제 이름도 넣을 거예요?”

에리나가 물었다.

카엘은 손을 멈췄다.

“왜 그렇게 생각해?”

“화로에는 넣었잖아요.”

“이번에도 넣지.”

카엘은 송곳을 건넸다. 에리나는 잠깐 망설이다가 철판 왼쪽 아래에 자신의 이름을 새겼다. 글자가 끝나자 카엘은 그 옆에 자신의 이름을 더했다.

두 이름 사이에는 짧은 구리선 하나가 이어져 있었다.

공명판을 화로에서 세 걸음 떨어진 작업대에 세운 뒤 에리나가 손가락으로 가장자리를 튕겼다.

팅.

바늘이 한 번 오른쪽으로 흔들렸다가 천천히 돌아왔다.

“좋아요. 이 정도면 작은 소리도 남겠어요.”

카엘은 바늘이 멈추는 것을 기다렸다. 화로에는 불도 마석도 넣지 않았다. 대장간 안에는 바람이 드나드는 소리만 있었다.

그런데 바늘이 다시 움직였다.

아주 작게 왼쪽으로 기울었다.

에리나가 숨을 멈췄다.

“제가 건드린 건 아니에요.”

카엘도 대답하지 못했다.

바늘은 제자리로 돌아왔다가 한 번 더 떨렸다.

이번에는 대장간 바닥 아래에서 무언가가 낮게 울리는 감각이 발끝을 스쳤다.

카엘은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밤의 광산은 멀고도 검었다.

그러나 공명판은 분명 그쪽이 아닌 곳에서도 대답을 듣고 있었다.

YOU MAY ALSO LIKE

이런 작품은 어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