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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하고 싶어서 범인 잡았더니 수사 국장이 되어버렸다4화

퇴근하고 싶어서 범인 잡았더니 수사 국장이 되어버렸다

퇴근하고 싶어서 범인 잡았더니 수사 국장이 되어버렸다

4화: 국장님은 왜 오시죠

검은 마차에서 내린 남자는 생각보다 평범한 얼굴이었다.

리안은 2층 서쪽 방의 창가에서 그를 내려다보다가 고개를 기울였다. 수사국장이라면 금실 달린 제복이나 과하게 큰 훈장이 있을 줄 알았다. 남자는 짙은 회색 외투와 검은 장갑을 낀 채 마차 문을 닫았다.

눈에 띄는 건 지팡이뿐이었다. 은색 손잡이에는 눈동자 하나가 새겨져 있었고 그 주위를 검은 테가 감싸고 있었다.

"저분이 에드윈 발테르 국장님입니다."

한스가 낮게 말했다.

"안 알려 주셔도 됐는데요."

"왜요?"

"도망칠 방향을 정하는 데 도움이 안 되니까요."

한스는 대답하지 못했다. 수사국장의 뒤를 따라 검은 눈 제복을 입은 여자가 저택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그녀는 주변을 살피지 않았다. 청색 마석이 든 증거 주머니만 보고 있었다.

리안은 창에서 떨어졌다.

'저걸 가져가면 내 할 일도 끝난다.'

그 단순한 희망은 국장이 계단을 올라오는 발소리와 함께 빠르게 작아졌다.


발테르는 에드릭을 한 번 훑어본 뒤 곧장 서쪽 방으로 들어왔다.

그는 벽난로 장식 안쪽의 빈 공간과 탁자 위 쪽지, 증거 주머니를 차례로 확인했다. 남작이 옆에서 변명하듯 절도 과정을 늘어놓았지만 발테르는 고개만 끄덕였다.

"친족이 빚 때문에 저택을 팔아넘길 뻔한 셈이군요."

남작의 얼굴이 붉어졌다.

"에드릭은 협박당했을 뿐이오. 외부인이 낙인을 썼다고 했소. 아이가 겁을 먹었을 게요."

복도에 결박된 에드릭이 고개를 들었다.

"맞습니다! 나는 순찰 시간만 알려 줬어. 마석이 이렇게 중요한 물건인 줄은..."

"마석을 벽난로에 숨긴 사람도 본인이겠죠."

발테르의 목소리는 높지 않았다.

에드릭은 입을 다물었다.

"협박은 법정에서 사정을 참작할 자료가 됩니다. 범행을 없던 일로 만들지는 않지요."

남작이 더 말하려 했지만 검은 눈 수사관이 앞으로 나섰다. 그녀가 증거 주머니를 집어 들자 방 안 공기가 조금 달라졌다.

"미라 베른입니다. 검은 눈 수사관입니다. 마석과 쪽지를 인계받겠습니다."

"리안 앨런입니다. 오늘까지만 보조 요원이었으면 합니다."

미라의 시선이 잠깐 멈췄다.

"그건 국장님께 말씀드리세요."

"방금 하려던 참이었습니다."

발테르는 리안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쪽지를."

리안은 집게로 들고 있던 종이를 건넸다. 검은 밀랍의 금 간 자리에 찍힌 문양이 보였다. 다섯 손가락이 안쪽으로 구부러진 손.

국장의 눈가가 아주 잠깐 굳었다.

"이 문양을 본 적 있나?"

아버지의 낡은 사건철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먼지 쌓인 표지 가장자리와 타 버린 종이. 그 위에만 이상할 만큼 또렷했던 검은 손.

리안은 그 기억을 눌러 담았다.

"없습니다."

거짓말은 짧을수록 정리하기 좋다.

발테르는 더 캐묻지 않았다. 대신 창문 쪽으로 가서 골목을 내려다보았다.

"에드릭은 운반책이 오지 않았다고 했네. 자네는 그 말이 거짓이라고 봤나?"

"반쯤은요."

"반쯤?"

"운반책이 오지 않은 건 맞습니다. 다만 스스로 안 온 게 아니죠."

한스가 리안을 보았다. 리안은 창밖 골목의 검은 돌바닥을 가리켰다.

낮빛 아래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그의 눈에는 저택 뒤문에서 이어진 가는 선 하나가 골목 중간에서 끊겨 있었다. 도망친 사람의 선은 보통 흔들리며 멀어진다. 저 선은 발목을 묶인 것처럼 갑자기 멎어 있었다.

"골목에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미라가 낮게 말했다.

"현장 감식은 이미 끝났습니다. 발자국이 너무 많아서 의미 있는 건 없었어요."

"그럼 제가 의미 없는 걸 하나 골라 보겠습니다."

발테르는 회중시계를 확인했다.

"십오 분. 그 안에 자네 말이 맞다는 근거를 보여 주게."

리안은 한숨을 삼켰다.

"열 분이면 됩니다."

"실패하면?"

"증거물 분류로 돌아가겠습니다."

발테르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리안에게는 그게 가장 나쁜 조건이었다.


마차 보관소 뒤 골목은 낮에도 축축하고 어두웠다.

빗물이 고인 돌바닥에는 말발굽과 장바퀴 자국이 겹쳐 있었다. 배수구 옆에는 오래된 채소 껍질이 뭉쳐 있었고 벽돌 틈에서는 푸른 이끼가 자랐다.

리안은 입구에서 멈춰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운반책은 저택 쪽에서 왔습니다."

미라가 눈썹을 올렸다.

"무엇을 보고요?"

리안은 돌 사이의 얇은 기름막을 손수건으로 눌렀다. 손수건 끝에 어두운 자국이 번졌다.

"마차 축 윤활유입니다. 보관소 안쪽과 같은 냄새고 발자국 바깥쪽에만 묻어 있습니다. 이 사람은 마차를 끌고 온 게 아니라 축 옆을 스치며 걸었죠."

"그게 운반책이라는 보장은 없잖습니까."

"그래서 더 봐야죠."

리안은 벽을 따라 천천히 걸었다. 보이지 않는 선들이 발밑에서 얽혔다. 먼저 온 사람의 선. 뒤늦게 붙은 둘의 선. 마지막으로 바닥을 긁으며 멀어진 굵은 선.

그는 이마를 살짝 찌푸렸다.

잔상은 길게 들여다볼수록 정신을 잡아먹었다. 눈을 뜬 채 깊은 물속에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그 끝에는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은 공허가 기다리고 있었다.

리안은 그 공허가 싫었다. 쉬는 것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여기입니다."

골목 중간의 하수구 덮개 옆이었다.

한스가 몸을 숙였다.

"발자국이 사라졌군요."

"사라진 게 아닙니다. 끌려갔습니다."

리안은 집게로 벽돌 틈의 회색 재를 긁어 냈다. 재에는 빛을 받으면 검게 번뜩이는 금속 가루가 섞여 있었다.

"이건 흔적을 흐리게 만드는 재료입니다. 낙인 사용자가 잔상을 지우려 할 때 씁니다."

미라가 재를 들여다봤다.

"그걸 어떻게 압니까?"

"마차 보관소의 마석 가루와 섞이면 색이 달라집니다. 지워도 안 지워지는 흔적이 있거든요."

그 말은 절반만 진실이었다.

재료의 성질은 추론할 수 있었다. 하지만 누군가 잔상을 지웠다는 확신은 그의 눈에만 보인 검은 끊김에서 나왔다.

리안은 하수구 덮개 가장자리에서 찢긴 장갑 조각을 꺼냈다. 거친 천 안쪽에 피가 말라붙어 있었다. 그 옆에는 나무로 만든 작은 호각이 떨어져 있었다.

호각 표면에는 아이가 새긴 듯한 삐뚤빼뚤한 글자가 있었다.

[아빠 빨리 와]

한스의 표정이 굳었다.

리안은 호각을 손바닥에 올려놓았다가 증거 봉투에 넣었다. 말없이 손을 털었다.

'귀찮은 일이 늘었군.'

그 생각 뒤에 불쾌한 감각이 남았다. 누군가의 퇴근 약속을 망친 게 아니라, 돌아갈 집을 지워 버린 흔적이었다.

발테르가 장갑 조각을 받아 들었다.

"시체는 없네. 제거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

"단정하지 않았습니다."

리안은 하수구 덮개를 가리켰다.

"다만 가방은 여기 넣었을 겁니다. 찾기 싫은 물건을 골목 한가운데 버리진 않으니까요."

"왜 하수구지?"

"덮개 위에 마차 바퀴 자국이 없습니다. 누가 덮개를 열고 닫을 시간을 가졌다는 뜻입니다. 급히 도망친 사람이 아니라 처리할 물건이 있던 사람이요."

발테르가 수사관에게 손짓했다.

갈고리가 덮개 틈으로 들어갔다. 녹슨 금속이 긁히는 소리와 함께 악취가 올라왔다.

리안은 두 걸음 물러났다.

"저는 증거물 분류 보조입니다. 하수구 탐험가는 아닙니다."

"계약서에 그런 구분이 있나?" 한스가 물었다.

"없으니까 나중에 넣어야죠."


하수구 안에서는 젖은 가죽 가방 하나가 나왔다.

가방 속에는 동전 세 닢과 마른 빵 반쪽, 접힌 종이 조각이 들어 있었다. 빵은 물을 먹어 흐물거렸고 동전은 바닥에 굴러 흙을 묻혔다.

미라가 종이를 펼쳤다.

[열두 번째. 종탑 아래. 푸른 심장을 받지 못하면 돌아오지 마라.]

한스가 숨을 들이켰다.

"열두 번째라니요?"

발테르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외투 안쪽에서 얇은 사건철을 꺼냈다. 표지에는 날짜와 장소만 적혀 있었다. 마석 도난. 낙인 폭주. 증거물 운반 중 실종.

열두 줄.

그중 네 줄에는 용의자 칸이 비어 있었다.

"같은 수법일 가능성이 있습니까?" 한스가 물었다.

"가능성은 늘 있지. 그래서 확신이 필요한 거야."

발테르의 시선이 리안에게 향했다.

리안은 가방의 안감을 뒤집었다. 실밥 사이에 검은 종이 조각이 끼어 있었다. 그는 집게로 조심스럽게 꺼냈다. 종이는 쪽지의 종이보다 얇았고 가장자리가 피에 젖어 있었다.

거기에는 마차 번호 일부와 짧은 문장이 적혀 있었다.

[동쪽 골목. 종이꽃 표식.]

미라가 바로 말했다.

"종이꽃이라면 폐쇄된 우편 마차 노선에서 쓰던 표식입니다. 수사국 창고 쪽으로 이어지는 길도 있어요."

발테르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그 노선은 2년 전에 폐쇄됐다. 접근 허가를 가진 사람이 아니면 쓸 수 없어."

한스가 사건철과 종이를 번갈아 봤다.

"그럼 수사국 안에 길을 아는 사람이 있다는 뜻입니까?"

"그건 아직 모르는 일입니다."

리안은 손목의 회중시계를 만졌다. 금속 뚜껑 안쪽이 미세하게 떨렸다. 조금만 더 보면 검은 마차의 방향까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다음에는 머릿속이 텅 비고 남은 하루를 침대에서 버려야 할지도 몰랐다.

그는 시계를 놓았다.

"동쪽 골목을 확인하면 됩니다. 마차 바퀴는 무겁고 골목은 좁습니다. 표식을 숨겨도 흔적까지 지우기는 어려울 겁니다."

"자네는 안 가나?" 미라가 물었다.

"검은 눈 수사관님이 계시잖습니까. 저는 오전부터 남작가 비명과 하수구 냄새를 충분히 들었습니다."

한스가 난처하게 웃었다. 발테르는 잠시 리안을 바라보다가 사건철을 덮었다.

"좋아. 동쪽 골목은 검은 눈이 맡는다. 앨런 보조 요원은 오늘은 돌아가게."

리안의 얼굴이 처음으로 풀렸다.

"감사합니다."

"대신 내일 아침 국장실로 출석하게."

그 표정은 바로 사라졌다.

발테르는 새 명령서를 내밀었다.

[앨런 리안. 연쇄 사건 기록 보존 보조 임명. 앨런 선임 수사관 실종 사건철 열람 예정.]

리안의 손끝이 멈췄다.

아버지의 사건철.

그 말은 퇴근보다 오래된 문제였다.

"왜 저입니까?"

"현장에 남은 걸 남들보다 빨리 읽으니까."

"그건 우연입니다."

"우연으로 열두 건을 연결할 수 있으면 그것도 재능이지."

"저는 열두 건을 연결하지 않았습니다."

"그럼 내일 사건철을 보고 아니라고 말하게."

리안은 명령서를 받아 들었다. 붉은 밀랍 봉인 가장자리에 손톱으로 눌렀다 지운 듯한 자국이 있었다. 다섯 갈래로 갈라진 얕은 선.

검은 손 문양과 같다고 말하기에는 흐릿했다. 하지만 굳이 닮았다고 생각하고 싶지 않을 만큼 불길했다.

"국장님."

"말하게."

"내일 병가를 내면 의무관을 보내십니까?"

발테르는 처음으로 웃었다.

"이번에는 내가 직접 오지."

리안은 명령서를 접어 주머니에 넣었다.

정오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겨우 점심 전 퇴근은 지켰다. 하지만 아버지가 남긴 그림자는 수사국 안쪽까지 이어져 있었고 내일 아침이면 그 문 앞에서 다시 그를 기다릴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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