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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원짜리 아이템으로 세계 제패5화

천 원짜리 아이템으로 세계 제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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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버려진 이빨의 칼날

진료실 천장의 형광등은 눈을 감아도 따라왔다.

태성은 침대 가장자리에 걸터앉아 몸을 비틀었다. 조끼 안쪽의 금속 보강대가 갈비뼈를 눌렀다. 그 뒤에 묶어 둔 코어는 가슴 가까이에서 미지근한 열을 뿜고 있었다.

철판을 꺼내면 숨길 곳이 없었다.

그는 숨을 짧게 나눠 쉬었다. 옆구리가 아픈 것도 문제였지만 지금은 조끼를 벗지 않는 편이 더 중요했다.

의료 담당이 태성의 왼팔을 잡아 들었다. 손등에서 팔꿈치까지 검푸른 핏줄이 도드라져 있었다.

“마력 역류가 생각보다 심해요. 오늘 밤은 관찰실에 계시는 게 맞습니다.”

“관찰실에서는 조끼도 벗어야 합니까?”

“상처를 다시 봐야 하니까요. 금속 보강대도요. 안쪽에 이물질이 있으면 안 됩니다.”

태성의 손가락이 무릎 위에서 굳었다.

문가에 기대 있던 한민규가 팔짱을 꼈다.

“관찰실에 두면 편하겠군. 반응도 계속 확인할 수 있고 이동 기록도 남는다.”

그 말은 치료 권유가 아니었다. 밤새 조끼를 벗겨 보겠다는 뜻이었다.

태성은 고개를 들었다.

“귀가 동의서로 처리해 주세요. 악화되면 바로 돌아오겠습니다.”

의료 담당은 곧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단말 화면을 몇 번 넘긴 뒤 종이 한 장을 출력했다.

“자정 전까지 진료소 반경을 벗어나지 않는 조건이에요. 고등급 반응 물품을 추가로 들이거나 옮기면 안 되고요. 내일 오전 감정에 불참하면 관리 대상 등록을 검토합니다.”

태성은 서명란 아래를 끝까지 읽었다.

숨이 막히는 조건이었다. 그래도 침대 위에서 조끼를 벗는 것보다는 나았다.

“알겠습니다.”

그가 펜을 들자 한민규가 낮게 말했다.

“정말 네 몸에서 나온 반응이면 굳이 급할 이유가 없을 텐데.”

“제 몸이면 더더욱 병원에 갇혀 있을 이유가 없죠. 내일 검사하면 될 일 아닙니까.”

태성은 망설이지 않고 이름을 썼다.

의료 담당이 종이를 받아 들었다.

“귀가 전에 오염 물품부터 반납실에서 정리하세요. 새벽 수거 전에 처리할 건 처리해야 해요.”

태성의 시선이 종이에서 멈췄다.

“게이트 부산물도 같이 나갑니까?”

“감정 가치 없는 F급 부산물은요. 일반 몬스터 이빨이나 가죽 조각은 보관해도 비용만 들어서 폐기합니다.”

“그렇군요.”

한민규가 미간을 찌푸렸다.

“지금 폐기물까지 신경 쓸 여유가 있나?”

태성은 동의서를 접어 주머니에 넣었다.

“피 묻은 물건은 제가 정리해야죠.”

반납실 앞에는 안전요원 한 명이 서 있었다. 한민규는 두 걸음 뒤에서 태성의 등을 따라왔다.

“세척 칸까지는 들어가셔도 됩니다.” 안전요원이 말했다. “문은 잠그지 마세요. 오염 물품 처리 목적만 허용입니다.”

“알겠습니다.”

반납실 안에는 투명 상자가 줄지어 놓여 있었다. 젖은 가죽 조각과 부러진 발톱, 마석 가루가 든 봉투가 분류표 아래에 쌓여 있었다. 상자마다 수거 시간과 게이트 번호가 적혀 있었다.

태성은 자기 배낭에서 피 묻은 붕대와 찢어진 점액낭 조각을 꺼냈다.

그 옆 상자에서 회색 이빨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짧고 두꺼운 송곳니였다. 흙과 핏자국이 말라붙어 있었지만 끝은 금속처럼 반들거렸다.

[저등급 촉매 인식]

[F급 몬스터 부산물: 쇠갑 늑대의 송곳니]

태성은 손을 뻗었다.

“그건 왜?”

한민규의 목소리가 바로 등 뒤에서 들렸다.

태성은 송곳니를 들어 보였다.

“폐기물이라면서요. 인수 기록 남기고 가져가겠습니다.”

“송곳니를?”

“살아남은 값으로 기념품 하나쯤은 가져도 되지 않습니까.”

안전요원이 단말을 확인했다.

“F급 부산물 하나는 인수 가능합니다. 감정 불가 폐기물로 남고 재반입은 제한돼요.”

“그대로 처리해 주세요.”

태성은 이빨 하나의 처리 비용을 냈다. 지폐 몇 장이 손바닥에서 사라졌다.

아까웠다. 치료비와 월세를 생각하면 더 아까웠다.

하지만 이 기록은 훔친 물건이 아니라는 증거가 됐다. 지금의 태성에게는 그쪽이 더 쌌다.

안전요원이 작은 영수증을 건넸다. 한민규는 영수증과 태성의 손을 번갈아 보았다.

“쓸데없는 짓은 하지 마.”

“그 말은 팀장님이 먼저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태성은 이빨과 반납할 물건을 들고 세척 칸으로 들어갔다. 문은 닫았지만 잠금장치에는 손도 대지 않았다.

문 아래의 좁은 틈으로 복도 불빛이 들어왔다. 바깥에는 안전요원의 구두와 한민규의 발끝이 번갈아 멈춰 섰다.

시간이 없었다.

태성은 피 묻은 붕대를 수거함에 넣은 뒤 주머니에서 금 간 주방용 칼을 꺼냈다. 휘어진 칼날은 여전히 보기 흉했다. 손잡이에는 싸구려 플라스틱 이음새가 벌어져 있었다.

천 원짜리.

그래도 자른다.

가른다.

필요 없는 것을 떼어 낸다.

그는 칼날의 금을 엄지손톱으로 조심스럽게 눌렀다. 조금만 힘을 줘도 더 벌어질 것 같았다.

이 칼은 보스방에서 자신을 구해 줄 물건이 아니었다. 제대로 된 헌터라면 쳐다보지도 않을 고물이었다.

그래도 태성에게 필요한 건 완성품이 아니었다. 손에 없는 선택지를 하나라도 만드는 일이었다.

한민규는 태성이 가진 물건을 의심했다. 협회는 조끼 안의 반응을 의심했다. 둘 다 맞는 방향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 사이에서 태성이 믿을 수 있는 건 스스로 합성한 물건뿐이었다.

태성은 조끼 속 코어를 만지려다 손을 멈췄다.

그 붉은 덩어리를 쓰면 더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자신은 결과를 감당할 장소도 마력도 없었다. 감정 예약을 앞둔 상태에서 통제 못 할 물건을 만들면 스스로 한민규의 손에 증거를 쥐여 주는 셈이었다.

“오늘은 아니야.”

그는 효자손을 꺼냈다.

연분홍 손바닥 끝의 투명한 갈고리가 어둑한 세척 칸에서 희미하게 빛났다.

[마력 포획의 손 활성화]

[합성 후보 확인]

[베이스: 금 간 주방용 칼]

[촉매: F급 쇠갑 늑대의 송곳니]

[개념 일치도: 71%]

[연성 가능]

태성은 송곳니를 세면대 가장자리에 놓고 효자손 끝을 댔다.

투명한 갈고리들이 이빨 표면에서 가느다란 회색 선을 끌어냈다. 그는 그 선을 칼날의 금을 따라 얹었다.

손바닥이 저릿했다. 남은 마력이 바닥을 긁는 듯 빠르게 빠져나갔다.

조끼 안쪽의 코어가 한 번 뜨겁게 뛰었다.

[외부 고등급 마력 간섭 감지]

[안정도 저하]

태성은 효자손 손잡이를 더 세게 쥐었다.

“거기까지 오지 마.”

코어의 붉은 기운을 붙잡아 쓰면 쉬웠다. 대신 코어의 존재가 연성 결과에 새겨질 가능성이 있었다.

그는 갈고리의 방향을 바꿨다. 송곳니에서 뽑힌 회색 선만 칼날에 감았다.

[가성비의 영주 보정]

[저가 베이스 가치 증폭]

칼과 이빨이 동시에 떨렸다.

딱.

금 간 칼날이 부러지는 소리가 났다.

태성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하지만 부러진 조각은 바닥에 떨어지지 않았다. 회색 빛가루가 칼등을 타고 번지더니 휘어진 날을 천천히 곧게 잡아당겼다.

잠시 뒤 빛이 꺼졌다.

[E급 아티팩트: 갑피 절단 식칼]

[단단한 외피를 가르고 약점을 노린다]

[제한: C급 이상 방어체의 정면 관통 불가]

손에 남은 칼은 전보다 짧았다. 대신 칼날은 얇고 곧았다. 무뎌 있던 끝에는 짐승의 송곳니처럼 은회색 선이 섰다.

태성은 세척 칸 구석에 세워 둔 폐기 금속판을 바라봤다. 감염성 물질이 묻은 장비 상자에서 떼어 낸 얇은 철판이었다.

그는 칼을 천천히 내리쳤다.

서걱.

금속판 가운데에 길고 깊은 선이 생겼다.

두 번째로 힘을 주자 철판이 갈라져 바닥에 떨어졌다.

태성의 손목이 떨렸다. 통증 때문만은 아니었다.

효자손 하나로 붙잡고 도망치던 자신에게 이제 칼이 생겼다. C급 보스의 목을 베지는 못해도 F급 몬스터의 갑피와 얇은 철판 정도는 상대할 수 있었다.

그는 칼날을 옆구리 쪽으로 가져가지 않았다. 조끼 안에는 코어가 있었다. 새 칼이 얼마나 잘 드는지 확인하려고 그 은닉처를 건드릴 생각은 없었다.

대신 칼등을 손가락으로 두드렸다. 날카로운 감촉이 피부를 스치자 태성은 손을 거뒀다.

아직은 이 정도면 됐다.

내일을 피할 수 없다면 적어도 맨손으로 끌려가지는 않을 수 있었다.

문밖에서 한민규의 목소리가 들렸다.

“안에서 뭘 그렇게 오래 해?”

태성은 식칼을 수돗물 아래에 잠깐 씻었다. 칼날의 은회색 빛은 기름때와 물자국에 가려 평범한 금속색으로 가라앉았다.

“칼날 펴고 있습니다.”

“그 고물을?”

“집에 칼이 하나뿐이라서요.”

태성은 잘린 금속판을 오염 작업복 더미 밑으로 밀었다. 칼을 손질하다가 난 자국처럼 보이게 하려는 건 아니었다. 지금 이곳에서 더 묻는 말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문을 열자 한민규의 시선이 먼저 태성의 손으로 떨어졌다.

“아까 그 칼은 부러질 것 같더니.”

“그래서 갈았습니다.”

한민규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의 눈은 식칼에서 태성의 조끼로 천천히 옮겨 갔다.

그때 복도 끝 감지기가 짧게 울렸다.

삐익.

붉은 빛이 태성의 가슴 앞에서 다시 켜졌다.

새 식칼은 미약한 반응밖에 내지 않았다. 저 불빛의 원인은 조끼 속 코어였다.

한민규가 낮게 말했다.

“내일 전까지 진료소 밖으로 한 발도 나가지 마.”

“동의서에 적힌 범위는 지키겠습니다.”

“말장난하지 마. 퇴실 기록도 내가 확인한다.”

태성은 칼집도 없는 식칼을 주머니 안쪽으로 밀어 넣었다.

“예약 시간에는 맞춰 가겠습니다.”

그는 한민규를 지나 복도로 걸었다.

손 안에는 새 칼이 있었다.

하지만 내일 감정소 문이 열리기 전까지 감지기의 눈을 속일 방법은 아직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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