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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유일의 24시 마트 영주님6화

이세계 유일의 24시 마트 영주님

이세계 유일의 24시 마트 영주님

6화: 혀가 불타는 손님

데론을 야영지 치료소로 보낸 뒤 임시 처치 자리에는 젖은 흙 냄새와 피 냄새가 남았다.

리아는 나무상자 위에 작은 장부를 펴고 남은 물건을 하나씩 적었다. 마데카싹 한 통. 기본 응급키트 한 상자. 깨끗한 소독천 열 장. 물통은 절반 아래였다.

“도련님. 이 물로는 다음 처치 하나도 빠듯합니다.”

“해 뜨면 우물부터 다녀와야겠네.”

진우는 남은 연고를 진열대 가장 안쪽으로 밀어 넣었다.

숨기고 싶은 물건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 재고를 몽땅 팔아 버리면 정말 급한 사람이 왔을 때는 내놓을 것이 없었다.

문턱 앞에 손등을 긁힌 정찰꾼이 섰다.

“초록 연고 남았지? 은화 넷을 내겠소.”

“상처부터 보여 줘.”

사내가 소매를 걷었다. 손등을 가로지른 상처는 얕았다. 피는 멎었고 가장자리에 흙만 말라붙어 있었다.

리아가 물통을 가리켰다.

“먼저 씻으십시오. 붓거나 열이 나면 야영지 치료소로 가야 합니다.”

“연고를 사겠다는 건데 왜 치료소 얘기요?”

“그 물건은 만능 치료제가 아닙니다.”

리아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지금 남은 것은 중상자 몫까지 생각해야 합니다. 상태 확인 없이 더 낸 돈만 받고 넘기지 않겠습니다.”

정찰꾼은 못마땅한 얼굴로 손등을 봤다. 그래도 리아가 내민 물바가지로 상처를 씻고는 투덜거리며 물러났다.

진우는 그 뒷모습을 보다가 가볍게 계산대를 두드렸다.

“잘했어.”

“아까운 재고를 지킨 것뿐입니다.”

“그게 제일 어려워. 팔 수 있을 때 안 파는 거.”

리아는 장부에 물 한 바가지 사용이라고 적었다. 한 줄이 늘어날 때마다 물통 안쪽이 더 선명하게 보였다.

그때 진우 앞에만 보이는 상태창이 떠올랐다.

[띠링!]

[야간 방문 수요가 증가했습니다.]
[고객 취향 데이터가 부족합니다.]
[간식 상품군 해금 조건: 낯선 취향의 고객을 응대하십시오.]

“낯선 취향이라.”

진우가 중얼거린 순간 심연의 아가리 쪽 어둠이 흔들렸다.

망토를 깊게 눌러쓴 거구가 부상자 통로 앞에 멈췄다. 바드보다 한 뼘은 더 커 보이는 사내였다. 장갑 낀 손은 검은 돌처럼 두꺼웠고 묵직한 몸집에 어울리지 않게 발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리아가 검집을 세웠다.

“구매라면 대기 줄 뒤에 서십시오.”

사내는 줄을 보지도 않았다.

“여기서 사람을 살린다는 물건을 판다고 들었다.”

낮고 갈라진 목소리에 야영지 쪽 모험가들이 입을 다물었다.

진우는 계산대 안에 선 채 대답했다.

“사람을 살리는 물건은 없어. 상처에 도움 되는 물건은 있지만 상태부터 봐야 해.”

“그럼 전부 내놔라.”

“안 팔아.”

망토 안쪽에서 뜨거운 숨이 새어 나왔다. 리아의 손이 검집을 더 단단히 쥐었다.

“네놈은 내가 누군지 모르나?”

“손님 이름은 계산할 때 들을 거고.”

진우는 진열대 안쪽의 연고를 가리켰다.

“저건 깊게 찔린 상처나 잘린 데에는 못 써. 네가 다친 것도 아닌데 전부 달라고 하면 더더욱 못 팔지.”

사내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더니 고개를 미세하게 기울였다.

“피 냄새가 아니다.”

“뭐?”

“여기서 다른 냄새가 난다. 혀를 찌르는 냄새. 불꽃을 마른 잎에 가둔 냄새다.”

진우는 코를 킁킁거렸다. 젖은 소독천과 연고 냄새밖에 나지 않았다.

그런데 상태창에는 새 창이 열려 있었다.

[고객 취향 반응 확인]
[화염깨비칩]
매운 향신료를 입힌 감자 과자.
치료·마나 회복 효과 없음.
과다 섭취 시 속쓰림과 탈수에 주의하십시오.
초기 보급: 6봉지 / 시식용 1봉지

진우는 눈을 가늘게 떴다.

‘간식 냄새를 맡고 온다고?’

그래도 시스템이 손님을 잘못 잡는 일은 없었다. 그는 해금 버튼을 눌렀다.

계산대 아래가 희미하게 빛나더니 붉은 봉지 일곱 개가 진열대 위에 놓였다. 봉지 그림에는 불꽃을 뒤집어쓴 작은 도깨비가 혀를 내밀고 있었다.

사내의 고개가 천천히 돌아갔다.

“그것이다.”

“과자야.”

“불꽃인가?”

“감자에 양념 뿌린 거.”

“그걸 먹는다고?”

“그래서 과자지.”

리아가 붉은 봉지를 집어 들었다.

“상처에는 쓸 수 없습니까?”

“전혀.”

“그럼 왜 이 사람이 저렇게 찾는 거죠?”

“그건 나도 묻고 싶네.”

사내가 진열대로 손을 뻗었다. 진우가 먼저 시식용 봉지를 들어 올렸다.

“처음이면 한 조각만 먹어 봐. 괜찮으면 판다.”

“내게 명령하는 건가?”

“설명하는 거야. 봉지째 먹고 쓰러지면 물도 더 들어가고 통로도 막혀.”

리아가 덧붙였다.

“저희 물은 부상자 처치에도 씁니다. 탈이 나도 무제한으로 드릴 수 없습니다.”

사내는 한동안 리아를 내려다봤다. 그 시선이 닿은 자리에 바람마저 멎은 것 같았다.

그러나 리아는 물러서지 않았다. 검을 뽑지는 않았지만 검집 끝은 정확히 부상자 통로를 향하고 있었다.

손님이든 수상한 자든 통로를 막게 두지 않겠다는 자세였다.

“겁이 없군.”

“겁은 있습니다.”

리아가 대답했다.

“그래도 이곳의 규칙은 지킬 겁니다.”

사내의 입가가 아주 조금 움직였다.

그는 진우가 내민 과자 한 조각을 손가락 끝으로 집었다. 두꺼운 손가락 사이에서 붉은 과자는 유난히 작아 보였다.

바삭.

사내의 눈동자가 붉게 빛났다.

“…….”

“맵지?”

“이것은.”

거구의 어깨가 크게 들썩였다. 망토 틈으로 붉은 김이 새어 나왔고 발치의 모래가 지글지글 소리를 냈다.

모험가 하나가 비명을 질렀다.

“저 사람 입에서 불이 난다!”

“마법사인가?”

“마법사 얼굴이 저렇게 빨개지나?”

리아가 즉시 통로 앞을 막았다.

“모두 식사 자리 뒤로. 물통 가까이 오지 마십시오.”

사내가 고개를 들었다. 눈가에는 눈물인지 뜨거운 증기인지 모를 것이 맺혀 있었다.

“아프다.”

“당연히 매운 과자니까.”

“아프다.”

사내가 다시 말했다.

“그런데 혀가 살아 있다.”

진우는 잠깐 말문이 막혔다. 바드가 어깨 붕대를 만지며 낮게 중얼거렸다.

“좋다는 뜻인가?”

“아마도.”

사내가 붉은 봉지들을 움켜쥐려 했다. 리아의 검집이 손등 앞을 막았다.

“한 번에 드실 수 없습니다.”

“비켜라 인간.”

사내의 말에 열기가 섞였다. 하지만 리아는 검집을 내리지 않았다.

“손님이면 규칙을 지키세요.”

진우는 과자 한 봉지를 계산대 위에 내려놓았다.

“한 봉지 은화 두 닢. 오늘은 한 사람 한 봉지. 물은 한 컵만 제공하고 더 필요하면 은화 한 닢이야.”

사내가 천천히 진우를 돌아봤다.

“물에도 값을 받나?”

“물을 길어 올 사람도 값을 받아야 하니까. 그리고 응급 처치용 물을 다 마시게 둘 수는 없어.”

사내의 망토 속에서 검은 마석 하나가 나왔다. 손바닥만 한 마석은 달빛도 삼키는 듯 어두웠다.

주변 모험가들이 숨을 삼켰다.

“저게 마석이야?”

“하급은 절대 아니야.”

진우는 손을 내밀지 않았다. 마석을 보자 상태창 가장자리가 붉게 흔들렸다. 분석 버튼도 뜨지 않았다.

“그건 못 받아.”

사내의 눈이 가늘어졌다.

“가치가 부족한가?”

“너무 커. 그리고 여섯 봉지 전부를 한 사람한테 팔 생각도 없어.”

“왜.”

“다른 손님도 먹어 봐야 하니까.”

진우는 빈터 쪽을 가리켰다. 몇몇 모험가가 겁먹은 얼굴로 붉은 봉지를 보고 있었다. 하지만 오르딘은 이미 지팡이 끝으로 봉지 그림을 가리키고 있었다.

“저 불꽃 도깨비는 정말로 불을 뿜습니까?”

“그림이야.”

“그럼 나는 시식 대상이 될 수 있소.”

“넌 나중에.”

사내는 긴 침묵 끝에 검은 마석을 다시 품 안에 넣었다. 대신 은화 두 닢과 동화 한 닢을 꺼냈다.

“물까지.”

진우는 돈을 받아 과자 한 봉지와 나무 컵을 건넸다.

“천천히 먹어. 속이 쓰리면 멈추고.”

“속이 쓰리면 더 먹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건 절대 아니야.”

사내는 봉지를 뜯었다. 바삭거리는 소리가 밤공기 속에 크게 울렸다.

그는 과자를 세 조각만 먹고 물을 한 모금 마셨다. 아까보다 낮아진 붉은 김이 망토 아래에서 천천히 흩어졌다.

“이름.”

“뭐?”

“이 가게 이름이다.”

“AZA 24.”

“언제 닫지?”

“안 닫아. 24시 마트니까.”

사내의 입가가 처음으로 올라갔다.

“좋다. 나는 다시 올 것이다.”

그는 남은 과자를 품 안에 넣고 던전 쪽 어둠으로 돌아갔다.

리아는 사내의 뒷모습이 보이지 않게 된 뒤에야 숨을 내쉬었다.

“도련님. 저 사람은 인간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그건 나도 느꼈어.”

“그런데 과자를 팔았습니까?”

“돈 냈고 규칙도 지켰잖아.”

“그게 기준입니까?”

“일단은. 물건을 사러 오는 손님이라면 말이야.”

리아는 붉은 봉지 여섯 개와 절반 아래로 내려간 물통을 번갈아 봤다.

“그럼 이 과자도 기록하겠습니다. 시식 한 조각. 한 봉지 판매. 물 한 컵.”

“그리고 다음부터 매운 건 경고판도 붙이자.”

“아까 손님에게도 필요한 규칙이겠군요.”

“특히 아까 손님한테.”

그때 상태창이 떠올랐다.

[띠링!]

[낯선 고객 취향 데이터가 기록되었습니다.]
[상품: 화염깨비칩]
[신규 고객군 접근 가능성이 상승합니다.]
[마석 분석 대상이 감지되었습니다.]

진우는 어둠 속 사내가 다시 넣어 간 검은 마석을 떠올렸다. 받지도 않았는데 시스템은 분명 그것을 보았다.

그때 심연의 아가리 안쪽에서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바르가스 님. 인간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시면 곤란합니다.”

진우와 리아는 동시에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어둠은 이미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입을 다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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