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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기획실장으로 살아남는 법99화

이세계 기획실장으로 살아남는 법

이세계 기획실장으로 살아남는 법

99화: 취소된 휴가

남쪽 해안가의 환상적인 에메랄드빛 바다가 눈앞에 아른거렸다.

민우는 짐 가방을 챙기며 서울에서의 마지막 여름휴가를 떠올렸다.

당시에도 공항 면세점에서조차 급하게 걸려 온 상사의 전화를 받느라 비행기를 놓칠 뻔했었다.

"설마 이세계에서까지 그러겠어."

그는 스스로를 다독이며 '라피아 홀딩스 타워'를 나섰다.

하지만 그의 발걸음은 로비에서 멈출 수밖에 없었다.

로제타와 크로노스, 그리고 수백 명의 실무진들이 길을 막아선 채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실장님, 이 신규 법인 설립 건의 최종 승인이 빠졌습니다."

"강 실장, 마계 서쪽 영지의 관세 조정안에 오류가 발견됐네. 자네가 아니면 해결이 안 돼."

쏟아지는 업무의 홍수 속에서 민우의 은빛 만년필은 다시 주머니 밖으로 소환되었다.

"이놈의 팔자는 차원을 넘어와도 변하질 않는군."

민우는 헛웃음을 터뜨리며 다시 집무실로 향하는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그는 역사를 쓰는 집필자이자 세상을 설계하는 영원한 플래너였다.

설계자가 자리를 비우면 기계는 멈추거나 오작동하기 마련이다.

시스템의 완성을 선언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시스템을 유지 보수해야 하는 책임은 여전히 그의 어깨 위에 무겁게 내려앉아 있었다.

창밖의 엘란은 이제 완벽한 현대 도시의 모습을 갖추고 있었지만, 그 화려함 이면에는 수많은 이권과 갈등이 얽혀 있었다.

민우는 다시 '오피스 워커의 눈'을 활성화하며 복잡하게 얽힌 데이터의 실타래를 풀기 시작했다.

"휴가는... 다음 분기로 이월해야겠군."

그의 중얼거림과 함께 타워 최상층의 불빛은 밤이 깊도록 꺼지지 않았다.

세계를 평화롭게 지탱하는 것은 거창한 마법이 아니라, 누군가의 희생으로 작성되는 이 서류 한 장이라는 사실을 그는 다시금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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