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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기획실장으로 살아남는 법61화

이세계 기획실장으로 살아남는 법

이세계 기획실장으로 살아남는 법

61화: 제국 중앙은행 설립

황성 대로를 따라 솟아오른 거대한 대리석 건물 위로 투명한 강화 유리가 석양을 받아 황금빛으로 산란하고 있었다.

제국 중앙은행 본점의 개업식은 단순히 한 금융기관의 탄생을 넘어, 제국의 스카이라인이 고딕 양식의 첨탑에서 근대적인 오피스 빌딩과 매연을 뿜어내는 공장 굴뚝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이세계의 화려하고 환상적인 겉모습 뒤에 숨겨진 전근대적 행정의 모순은 강민우의 기획자적 본능을 자극했다.

그는 화려한 파티장에 울려 퍼지는 샴페인 잔 부딪히는 소리 너머로, 자본이라는 거대한 강물이 구태의연한 귀족들의 금고를 벗어나 제국 전역으로 흐르기 시작하는 진동을 느꼈다.

민우의 손가락 사이에서 리드미컬하게 회전하는 은빛 만년필은 단순한 필기구가 아니었다.

그것은 구습의 동맥경화를 도려내고 새로운 경제의 혈관을 설계하는 '시스템 디자이너'의 정밀한 메스였다.

창밖으로 분주히 움직이는 마차들을 보며 그는 서울 여의도 증권가의 숨 막히던 풍경을 떠올렸다.

스마트폰 하나로 예금을 이체하고 대출을 받던 핀테크의 시대.

그 편리함 뒤에 숨겨진 정교한 알고리즘과 보안망의 설계가 얼마나 거대한 사회적 신용을 만들어내는지 그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은행은 돈을 빌려주는 곳이 아니다. 신용이라는 보이지 않는 마력을 유통하는 허브다."

민우는 차갑게 식은 마력 홍차를 뒤로하고, 집무실의 조명 마법을 기획서 작성에 최적화된 조도로 미세하게 조정했다.

현재 민우의 당면 과제는 귀족들의 사금융 독점을 무너뜨릴 '리테일 뱅킹' 시스템의 안착이었다.

그는 '오피스 워커의 눈(Office Worker's Eye)'을 활성화하여 허공에 떠오른 시스템 스크린을 노려보았다.

[라피아 홀딩스 & 제국 국정 재정 정밀 모니터링 시스템]

이윽고 집무실 문이 열리고 시민 대표 니콜라스가 들어왔다.

그의 얼굴엔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탐욕과 새로운 시스템에 대한 두려움이 교차하고 있었다.

민우는 서울에서 수없이 겪었던 까다로운 클라이언트와의 미팅을 떠올리며, 냉정한 미소와 함께 미리 준비한 구조조정안을 내밀었다.

"니콜라스 대표님, 우리가 수호해야 할 것은 가문의 명예가 아니라 제국 자본의 건전성입니다. 이 보고서에 적힌 누락된 세입 경로들은 현대적인 복식부기 앞에서는 숨길 수 없는 '버그'일 뿐입니다."

니콜라스가 긍지를 운운하며 책상을 내리쳤지만, 민우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그 긍지가 국고의 적자를 메워주지는 않습니다. 이 제안서를 거부하신다면 오늘부로 귀하와 연관된 모든 중앙은행 계좌는 '시스템 오류'로 인해 무기한 동결될 것입니다. 설계자의 권한으로 말씀드리는 경고입니다."

민우의 칼날 같은 행정 집행은 제국의 경제 지형을 재편하기 시작했다.

그는 기업 경영의 당근과 채찍을 활용해 유능한 평민 관리들에게는 성과급이라는 달콤한 과실을, 부패한 관료들에게는 가압류라는 파멸을 선물했다.

고대의 연대기들은 기사의 검만을 영웅의 업적으로 기록했으나, 이제 역사는 밤을 지새우며 엑셀식 기획서를 작성하는 한 직장인의 손끝에서 새로 쓰이고 있었다.

피비린내 나는 전쟁 대신 숫자의 조율로 이루어지는 이 거대한 변화는 그 자체로 가장 정교한 마법이었다.

결제판 위에 붉은 인장이 찍히는 소리가 정적을 깨웠다.

강민우는 뻐근한 목을 주무르며 창밖을 보았다.

중앙은행이 닦아놓은 신식 마도 도로를 따라 자본의 피가 흐르고 있었다.

시스템 인터페이스가 등급 상승을 알리는 알림을 띄웠다.

개업 첫날, 예금을 맡기기 위해 줄을 선 수만 명의 시민은 새로운 시대의 도래를 증명하고 있었다.

민우는 만년필을 꽂으며 중얼거렸다.

"다음은 개인 신용 평가 시스템 구축인가. 야근은 차원을 넘어서도 변치 않는군."

건축가로서 세상을 재구성하는 그의 경영 일지는 이제 막 본론에 진입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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