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기획실장으로 살아남는 법

43화: 승리를 사는 종이, 전시 국채 발행
전시 사령부의 깊은 밤은 전장의 비명보다 무거운 침묵으로 가득했다.
작전 지도 위로 쏟아지는 붉은 깃발들은 이제 제국 국고의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세계의 화려하고 환상적인 승리의 대가는 가혹한 골드의 소모였다.
"전쟁은 돈의 싸움이다. 그리고 그 돈은 총구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믿음에서 나와야 한다."
민우는 촛불 아래에서 새로운 금융 상품 기획안을 다듬고 있었다.
민우는 과거 대한민국이 IMF 위기를 극복하던 시절의 '금 모으기 운동'이나, 역사적인 전쟁 시기마다 발행되었던 '애국 국채(Victory Bond)'를 떠올렸다.
금융 공학의 관점에서 전쟁은 거대한 불확실성이지만, '승리'라는 확신을 줄 수 있다면 그것은 최고의 수익률을 보장하는 투자처가 될 수 있었다.
민우는 이제 발두르 중앙은행의 신용을 담보로 제국의 미래를 파는 승부수를 던지려 하고 있었다.
[라피아 홀딩스 & 제국 국정 재정 정밀 모니터링 시스템]
- 관리 대상: 제국 전시 특별 국채(Victory Bond) 발행 및 자금 조달
- 현재 전쟁 비용 충당률: 32% (추가 자금 조달 시급)
- 가용 유동 자본금: 548.0백만 골드
- 실무진 지지율: B+ -> A (애국심 고취로 인한 지지)
- 오피스 워커의 분석: '단순한 기부 형식이 아닌, 승리 시 전리품 배당 및 발두르 신도시 우선 입주권 결합 상품 기획 시 완판 예상. 귀족층의 유휴 자본 흡수 타겟팅 요망.'
"실장님, 전쟁의 승패도 알 수 없는데 누가 이런 종이 쪼가리에 전 재산을 걸겠습니까?"
재정부 관료가 회의적인 태도로 물었다. 민우는 은빛 만년필을 세워 기획서 상단의 '승리 배당' 문구를 가리켰다.
"이것은 기부가 아닙니다. 제국이라는 거대 기업의 지분을 사는 것이죠. 우리가 승리하는 순간, 마계의 자원과 영토는 이 채권을 가진 자들의 수익이 될 것입니다. 무엇보다, 이 채권을 사지 않는다는 것은 제국의 패배에 베팅하는 것과 같습니다. 당신은 어느 쪽에 서겠습니까? 애국심에 호소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이제는 이익으로 충성을 사야 합니다."
민우의 '발두르 승리 채권'은 발매 당일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평민들은 소액으로 승리를 기원하며 저축했고, 눈치 빠른 귀족들은 전후의 패권을 선점하기 위해 거액을 쏟아부었다.
"결국 전쟁의 동력은 창칼의 예리함이 아니라, 그 창칼을 휘두르게 만드는 자본의 욕망에서 나오는 법이지."
민우는 창고로 입고되는 막대한 자금을 보며 작전 지도 위로 새로운 보급선을 그렸다. 이제 제국은 국민들의 욕망을 연료 삼아 진격을 준비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