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기획실장으로 살아남는 법

42화: 피보다 무거운 숫자, 군비 정밀 감사
전시 사령부의 공기는 매캐한 램프 기름 냄새와 수만 명의 군단이 뿜어내는 긴장감으로 가득 찼다.
대형 작전 지도 위로 장군들의 고함이 오갔지만, 민우의 시선은 그 뒤편에 쌓인 산더미 같은 보급 장부에 고정되어 있었다.
이세계의 화려하고 환상적인 영웅담 이면에는, 보급품을 빼돌려 사익을 챙기는 부패한 군부 관료들의 악취가 진동하고 있었다.
"전쟁터에서 가장 무서운 적은 앞에 있는 마족이 아니라, 뒤에서 보급로를 갉아먹는 내부의 쥐새끼들이지."
민우는 과거 서울에서 방산 비리 특별 감사팀에 파견되었던 시절을 떠올렸다. 화려한 무기 체계 뒤에 숨겨진 단가 부풀리기와 리베이트의 늪.
"방위 산업의 본질은 신뢰이고, 그 신뢰를 깨는 자는 아군을 뒤에서 쏘는 살인마와 같다."
민우는 이제 은빛 만년필을 날카로운 검처럼 휘두르며, 제국군 전사들의 생명줄인 보급 예산의 구멍을 추적하고 있었다.
[라피아 홀딩스 & 제국 국정 재정 정밀 모니터링 시스템]
- 관리 대상: 제국 국방 예산 집행 정밀 감사 및 군수 조달 투명성 강화
- 현재 보급품 누수율: 22% (심각한 수치)
- 가용 유동 자본금: 535.0백만 골드
- 실무진 지지율: A-
- 오피스 워커의 분석: '제4군단 보급 장교의 비자금 세탁 정황 포착. 가짜 영수증과 실제 창고 재고 사이의 오차 12.4만 골드 확인. 즉각적인 군법 회부 및 자산 동결 필요.'
"강 실장! 전쟁 중에 군부의 뒤를 캐다니, 이건 명백한 월권이자 사기 저하요!"
제국 보급 사령관이 회의탁자를 치며 포효했다. 민우는 표정 변화 없이 '오피스 워커의 눈'으로 도출된 데이터 시트를 그의 코앞에 들이밀었다.
"사령관님, 사기를 저하시키는 건 제 감사가 아니라, 전선의 병사들이 먹어야 할 식량을 빼돌려 당신의 지하 창고에 쌓아둔 썩은 고기들입니다. 여기 보십시오. 지난달 결제된 화살 10만 촉 중 실제로 전선에 도착한 건 6만 촉뿐입니다. 나머지 4만 촉의 대금은 어디로 흘러갔습니까?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당신의 긍지가 이 장부의 오차를 설명해줄 수 있습니까?"
사령관의 얼굴이 흙빛으로 변했다. 민우는 그 자리에서 보급 사령부의 모든 결재권을 기획실 직속으로 회수했다.
그리고 발두르 중앙은행의 투명한 결제 시스템을 보급망에 이식했다.
"결국 전쟁의 승패는 전장에서 흘리는 피가 아니라, 그 피가 헛되지 않게 만드는 장부의 투명성에서 결정된다."
민우는 숙청된 장교들의 자리를 실무 역량이 검증된 하급 관리들로 채우며, 제국군의 보급망을 전면 재설계했다. 이제 보급은 마법사의 마나처럼 오차 없이 전선을 향해 흐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