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기획실장으로 살아남는 법

40화: 보이지 않는 칼날, 여론의 역습
'미라클 시티' 발두르의 화려한 조명 뒤로 차가운 그림자가 길게 늘어졌다. 신도시 개발과 중앙은행 설립으로 권력을 잃어가는 구제국 귀족들의 분노가 임계점에 도달한 것이다.
이세계의 화려하고 환상적인 겉모습은 이제 정적들이 벼려낸 날카로운 탄핵안(彈劾案)에 의해 산산조각 날 위기에 처해 있었다.
"공로가 크면 시기도 큰 법이지."
민우는 차갑게 식은 집무실의 공기를 느끼며 만년필을 고쳐 쥐었다.
민우는 과거 서울에서 겪었던 대기업의 총수 구속 위기나 정적들의 악의적인 찌라시 공격을 떠올렸다. 위기 관리(Crisis Management)의 핵심은 진실 규명이 아니라, '프레임의 전환'에 있다.
정적들이 그를 '제국의 재정을 좀먹는 이방인'으로 몰아세운다면, 그는 자신을 '제국의 미래를 여는 유일한 설계자'로 각인시켜야 했다.
[라피아 홀딩스 & 제국 국정 재정 정밀 모니터링 시스템]
- 관리 대상: 정적들의 탄핵 시도 대응 및 대국민 여론전(PR) 수행
- 현재 정무적 리스크 지수: 85% (위험 수준)
- 가용 유동 자본금: 492.0백만 골드
- 실무진 지지율: A -> B+ (동요 중)
- 오피스 워커의 분석: '귀족 의회의 탄핵 사유는 '국고 낭비'와 '불법 통화 발행'. 발두르의 경제적 성과를 수치화한 '제국 경제 기여도 보고서' 배포 및 평민층의 지지를 결집할 '배당금 지급' 카드 유효.'
"강 실장! 그대의 오만함도 여기까지다. 황실의 허락 없이 종이 쪼가리를 찍어내고 국고를 탕진한 죄, 의회에서 엄히 물을 것이다!"
황실 고문관 카일이 병사들을 거느리고 집무실로 들이닥쳤다. 민우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준비해둔 서류 뭉치를 내밀었다.
"카일 경, 오해를 바로잡아 드리죠. 제가 발행한 '발두르 노블' 덕분에 제국의 올해 세수는 전년 대비 400% 증가했습니다. 그리고 여기, 귀하의 가문이 관리하는 영지의 상인들이 중앙은행에서 받아간 저금리 대출 내역도 있군요. 제가 탄핵되면 이 모든 대출은 즉시 회수될 것이고, 귀하의 영지 경제는 3일 안에 파산할 겁니다. 이것이 제가 탕진한 '국고'의 실체입니다."
민우는 동시에 발두르의 중앙 광장에 설치된 대형 마법 스크린을 통해, 제국 전체에 발두르의 경제 성과를 생중계했다. 평민들에게는 중앙은행 수익의 일부를 '혁신 배당금'으로 지급하겠다는 파격적인 발표를 덧붙였다.
"결국 권력은 총구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지갑과 그 지갑을 채워주는 신뢰에서 나오는 법이지."
광장을 가득 메운 시민들의 환호성이 의회 건물을 뒤흔들었다. 정적들의 칼날은 민우의 목에 닿기도 전에, 그들이 그토록 무시했던 평민들의 거대한 지지 여론에 부딪혀 꺾여버렸다.
위기는 기회가 되었고, 민우의 입지는 그 어느 때보다 견고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