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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혈의 맹약1화

철혈의 맹약

철혈의 맹약

시놉시스

밤의 거리를 지배하던 거대 기업형 조직 ‘금성파’의 절대적인 칼, 강태형. 그는 압도적인 무력과 끈끈한 의리로 조직을 지켜왔으며, 동기이자 의형제인 최진상과 함께 밤의 정점에 서기를 꿈꿨다. 그러나 탐욕에 눈이 먼 최진상과 토사구팽을 획책한 오만수 회장의 잔혹한 음모로 인해, 태형은 하루아침에 살인귀라는 누명을 쓰고 밑바닥으로 추락한다. 함정 속에서 다리 한쪽을 잃고 3년의 처절한 수감 생활을 버텨낸 그는, 마침내 출소하여 피의 복수를 맹세한다. 의리는 불태워졌고, 오직 차가운 철혈(鐵血)만이 남아 배신자들의 심장을 겨눈다.

1화: 지옥의 문이 열리다

비가 내리고 있었다. 서울 강남의 한복판, 거대한 유리의 성벽처럼 솟아오른 금성타워의 펜트하우스 창문으로 도심의 야경이 번져 나갔다. 번쩍이는 네온사인들은 빗물에 씻겨 내리며 마치 핏물처럼 바닥을 적셨다.

강태형은 묵직한 가죽 소파에 깊숙이 몸을 묻은 채 양복 상의 안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냈다. 은색 지포 라이터의 뚜껑이 열리며 맑은 금속성 마찰음이 서재를 채웠다. 툭, 불꽃이 일고 하얀 연기가 그의 짙은 눈썹과 날카로운 턱선을 타고 흘러내렸다.

“진상아, 일이 너무 부드럽게 풀린다 싶었다.”

태형의 목소리는 낮고 가라앉아 있었다. 그의 시선은 방 한가운데, 카펫 위에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사내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금성파와 오랜 이권 다툼을 벌여온 '태산파'의 두목, 배창식이었다. 그는 이미 숨이 끊어진 지 오래였다.

서재의 구석, 어둠 속에 서 있던 최진상이 천천히 걸어 나왔다. 맞춤 정장을 깔끔하게 차려입은 진상의 얼굴에는 평소의 서글서글한 미소 대신, 얼음처럼 차가운 무표정이 감돌고 있었다.

“태형아. 세상이 원래 그렇잖아. 서 있으면 눕히고 싶고, 높이 올라가면 떨어뜨리고 싶은 법이지.”

진상의 목소리에는 일말의 떨림도 없었다. 태형은 무언가 이상함을 감지하고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껐다. 평소라면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이리저리 전화를 돌리거나 태형의 눈치를 보았을 진상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그는 너무나 태연했다.

“오 회장님 지시냐?”

태형이 묻자, 진상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였다.

“회장님은 그저 거치적거리는 돌멩이를 치우고 싶어 하셨을 뿐이야. 창식이 형님도, 그리고…… 너도.”

그 순간, 서재의 육중한 문이 거칠게 열리며 검은 정장을 입은 사내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모두 금성파의 정예 행동대원들이었다. 태형의 손발이 되어 밤거리를 누비던, 태형이 직접 키워낸 녀석들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손에 들린 것은 쇠파이프와 회시칼이었고, 그들의 눈빛은 태형이 아닌 최진상을 향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실장님, 준비 끝났습니다.”

대원들의 우두머리 격인 사내가 진상에게 보고했다. 태형은 허탈한 웃음을 터뜨렸다.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뜨거운 무언가가 울컥 치밀어 올랐다. 십수 년을 형제처럼 지냈다. 보육원에서 배고픔을 나누며, 매를 맞으면서도 서로의 방패가 되어주었던 놈이었다.

“진상아. 내가 너한테 뭘 못 해줬냐.”

“못 해준 거 없지.”
진상이 태형의 앞으로 다가와 굽혀 앉았다. 그의 눈동자에는 오직 권력에 대한 탐욕만이 번득이고 있었다.
“근데 태형아, 넌 너무 강해. 그리고 너무 미련해. 아직도 의리니 뭐니 하는 구시대적인 쓰레기를 붙잡고 있잖아. 지금은 대기업인 '금성그룹'의 시대야. 회장님은 정계로 가고 싶어 하셔. 그러려면 너처럼 피비린내 나는 과거를 온몸에 묻힌 칼잡이는 사라져 줘야지. 그게 조직을 위한 길이다.”

“그래서, 나를 창식이 형을 죽인 살인범으로 만들겠다?”

“정확해. 넌 태산파와의 이권 다툼 끝에 배창식을 살해했고, 현장에서 체포되는 도중 격렬하게 저항하다가…… 불의의 사고를 당하는 거지.”

진상이 손짓을 하자, 대원들이 일제히 태형을 향해 달려들었다.

“크아아악!”

태형은 소파를 박차고 일어났다. 한 마리의 거대한 맹수처럼, 그의 주먹이 가장 먼저 다가온 대원의 안면을 강타했다. 뼈가 부서지는 굉음과 함께 사내가 벽으로 날아가 박혔다. 뒤이어 날아드는 회시칼을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피하며, 태형은 상대의 손목을 꺾어 칼을 빼앗았다.

서재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핏방울이 화려한 벽지에 튀었고, 비명과 신음이 난무했다. 혼자서 고립된 상태였지만 강태형의 무력은 압도적이었다. 밤의 황제라 불리던 사내의 저력은 일대 수십의 상황에서도 밀리지 않았다.

그러나 치명적인 문제가 있었다. 태형이 마신 술, 진상이 건넸던 그 위스키에 기운을 빼앗는 약물이 섞여 있었던 것이다. 서서히 시야가 흐려지고, 사지에 힘이 풀리기 시작했다.

“헉…… 헉……”

태형의 움직임이 둔해진 틈을 타, 쇠파이프가 그의 오른쪽 무릎을 강타했다.

깡-!

“끄아아아악!”

비명이 터져 나왔다. 뼈가 완전히 으스러지는 고통에 태형은 중심을 잃고 바닥으로 무너졌다. 대원들이 하이에나처럼 달려들어 그의 사지를 붙잡고 바닥에 짓눌렀다.

최진상이 천천히 다가왔다. 그의 손에는 무거운 철제 골프채가 들려 있었다. 진상은 바닥에 짓눌린 채 자신을 노려보는 태형의 눈빛을 마주했다. 그 눈빛에는 불타는 분노와 배신감이 서려 있었다.

“그 눈빛 마음에 안 드네, 태형아.”

진상은 잔인하게 웃으며 골프채를 높이 치켜들었다. 그리고 태형의 이미 으스러진 오른쪽 무릎을 향해 그대로 내리찍었다.

퍽! 퍽!

“아아악! 최진상이이익!”

골이 울리는 고통 속에서 태형은 진상의 이름을 울부짖었다. 무릎 관절이 완전히 파괴되는 끔찍한 감각과 함께 정신이 아득해졌다. 피가 카펫을 붉게 적시다 못해 검게 물들여 갔다.

“경찰 불러라. 범인이 저항이 심해서 제압하는 과정에서 다리가 좀 부러졌다고 해.”

진상의 차가운 목소리를 끝으로, 태형의 시야는 암전되었다. 지옥의 문이, 그렇게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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