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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앞 차원 통로 관리인입니다1화

홍대 앞 차원 통로 관리인입니다

홍대 앞 차원 통로 관리인입니다

시놉시스

홍대 한복판, 낡은 게스트하우스를 유산으로 받은 강한결. 하지만 그곳은 이계의 영웅과 마왕들이 요양을 오는 '차원 전용 숙소'였다?! 마력을 잃은 용사에게 치킨을 튀겨주고, 번아웃 온 마왕을 케어하며 지구의 평화를 지키는 관리인의 유쾌하고 따뜻한 일상 어반 판타지.

1화: 유산은 흉가였습니다

"......그러니까, 이 건물이 제 거라는 거죠?"

강한결은 눈앞의 종이 뭉치와 낡은 열쇠 꾸러미를 번갈아 보며 물었다. 그의 앞에는 검은 정장을 빼입은 중년 남성이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서 있었다.

"그렇습니다. 강도철 어르신께서 손자분께 남기신 유일한 유산이지요."

변호사 사무실의 에어컨 바람이 서늘했다. 한결은 마른침을 삼켰다.

할아버지, 강도철.
어릴 적 기억 속의 할아버지는 늘 무뚝뚝했고, 홍대 근처에서 작은 여관을 운영한다는 것 외에는 알려진 바가 없었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한결을 키워주긴 하셨지만,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이제 네 인생은 네가 책임져라'라며 쿨하게 등을 돌리셨던 분이었다.

그런 할아버지가 3년 전 갑자기 실종되셨고, 이번에 법적으로 사망 처리가 되면서 유산이 상속된 것이다.

"홍대 한복판에 이런 건물이 있었다니......"

변호사가 건넨 서류 속 주소를 확인한 한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홍대입구역에서 도보 5분 거리. 소위 말하는 '노른자 땅'이었다. 취업 준비만 2년째, 통장 잔고 13만 원인 한결에게는 그야말로 하늘이 내린 동아줄이었다.

"하지만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변호사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건물을 절대 매각하지 말고, 직접 운영해야 한다는 조건입니다. 만약 운영을 중단하거나 타인에게 양도할 경우, 건물은 즉시 국가로 귀속됩니다."

"운영이요? 게스트하우스를요?"

"그렇습니다. 이름은 '스테이 이계(異界)'. 할아버지께서 평생을 바쳐 일구신 곳이지요."

한결은 고개를 끄덕였다. 노른자 땅의 건물주가 되는데, 그깟 운영이 대수인가. 당장 내일이라도 짐을 싸서 들어갈 기세였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와, 진짜 너무하네."

한결은 눈앞의 건물을 보며 탄식했다.
분명 주소는 맞는데, 주변의 화려한 클럽과 세련된 카페들 사이에서 이 건물만 시간이 멈춘 듯했다. 칠이 벗겨진 외벽, 금이 간 유리창, 그리고 무엇보다 건물 전체를 감싸고 있는 기분 나쁜 이끼와 덩굴들.

'스테이 이계'

녹슨 간판이 위태롭게 매달려 바람에 끼익 소리를 내며 흔들리고 있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이 건물을 마치 없는 것처럼 취급하며 피해 갔다. 아니, 정확히는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

"흉가잖아, 이건."

한결은 한숨을 내쉬며 낡은 열쇠로 정문을 열었다.
끼이이익-!
소름 끼치는 마찰음과 함께 문이 열리자, 퀘퀘한 먼지 냄새와 함께 서늘한 냉기가 뿜어져 나왔다.

"실례합니다......"

누구에게 하는 인사인지 모를 말을 내뱉으며 한결이 안으로 발을 들였다. 내부는 밖에서 본 것보다 훨씬 넓었다. 하지만 낡은 가구들과 누렇게 변한 벽지들이 주는 압박감이 상당했다.

그는 1층 로비와 2층 객실들을 차례로 둘러보았다. 방은 총 10개. 가구들은 낡았지만 먼지는 생각보다 쌓여 있지 않았다. 마치 누군가 방금 전까지 머물렀던 것 같은 기묘한 생활감이 느껴졌다.

"할아버지는 이런 데서 뭘 하셨던 걸까."

마지막으로 지하실로 향하는 문 앞에 섰다.
변호사가 건넨 꾸러미 중 유독 낡고 큰 황금빛 열쇠가 있었다. '지하실은 절대 열지 마라'는 경고 같은 건 없었으니, 일단 확인은 해봐야 했다.

철컥.

열쇠가 부드럽게 돌아갔다. 의외였다.
문을 열고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은 칠흑 같은 어둠에 잠겨 있었다. 한결은 스마트폰의 플래시를 켜고 조심스럽게 발을 내디뎠다.

한 계단, 두 계단.
내려갈수록 공기가 무거워졌다. 단순히 습도가 높은 느낌이 아니었다. 피부를 찌릿하게 자극하는 미세한 진동 같은 것이 느껴졌다.

계단의 끝에 도착했을 때, 한결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이게 뭐야......?"

지하실 한복판에 거대한 원형의 석판이 놓여 있었다. 그 위에는 복잡한 기하학적 문양들이 새겨져 있었고, 은은한 푸른 빛이 맥동하듯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석판 앞에, 누군가 있었다.

"......배고파."

낮게 깔린 굵직한 목소리.
한결은 얼어붙었다. 플래시 빛이 서서히 그 형체를 비추었다.

번쩍이는 은색 갑옷. 하지만 곳곳이 찌그러지고 피가 굳어 검게 변한 흔적이 역력했다. 남자의 옆에는 사람 몸통만 한 거대한 대검이 놓여 있었다. 붉은 망토는 갈기갈기 찢어져 바닥을 굴렀다.

갑옷을 입은 거구의 남자가 고개를 천천히 들어 한결을 바라보았다. 덥수룩한 수염 사이로 보이는 눈동자가 굶주린 짐승처럼 번뜩였다.

"네놈이...... 새로운 관리인이냐?"

"네? 저, 저기......"

한결은 뒷걸음질 쳤다. 영화 촬영장인가? 아니면 홍대의 흔한 코스프레? 하지만 남자의 몸에서 풍겨 나오는 압도적인 위압감과 비릿한 피 냄새는 결코 가짜가 아니었다.

"먹을 걸 내놔라. 죽기 직전이다."

남자가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철컥거리는 갑옷 소리가 지하실에 울려 퍼졌다.

"그, 그게 무슨......"

"차원 통로를 넘어오느라 모든 기력을 소진했다. 이곳은 '스테이 이계'가 아니더냐! 관리인이라면 투숙객에게 음식을 대접하는 것이 도리일 터!"

남자가 대검을 짚으며 한 걸음 다가왔다. 한결은 벽에 등을 부딪혔다.

'이건 꿈이야. 아니면 미친놈이거나.'

하지만 남자의 눈은 절박했다. 광기보다는 지독한 허기짐이 느껴졌다. 한결은 공포 속에서도 본능적으로 주머니를 뒤졌다.

손에 잡힌 것은 아까 편의점에서 샀던 삼각김밥과 편의점 치킨 한 조각이 든 비닐봉지였다.

"이거라도...... 드실래요?"

한결이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봉지를 내밀었다. 남자는 낚아채듯 봉지를 가져갔다.

부스럭-!

남자는 삼각김밥의 비닐을 깔 줄도 모르는지 통째로 씹어 삼키려다, 한결의 다급한 외침에 멈췄다.

"아, 아니! 비닐은 까고 드셔야죠!"

한결이 조심스럽게 다가가 비닐을 까서 건네주자, 남자는 내용물을 한입에 털어 넣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치킨 조각.

"......!!!"

남자의 눈이 경련하듯 떨렸다.

"이, 이 맛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며, 짭조름한 염지의 조화가 혀끝을 마비시키는구나! 이것이 정녕 이 세계의 정찬이란 말이냐!"

남자는 순식간에 치킨 뼈까지 씹어 먹을 기세로 해치웠다. 그리고는 바닥에 주저앉아 감격스러운 듯 눈물을 흘렸다.

"살았다...... 이제야 살 것 같구나. 관리인이여, 네놈의 은혜는 잊지 않겠다."

"......저기, 누구세요?"

한결이 조심스럽게 묻자, 남자가 갑옷 장갑을 벗어 던지며 당당하게 가슴을 펴고 답했다.

"나는 테라니아 대륙의 용사, 카이안. 마왕 벨제아와의 결전 끝에 마력을 잃고, 선임 관리인 강도철의 초대를 받아 이곳으로 요양 왔다."

용사. 마왕. 테라니아 대륙.
한결의 머릿속이 하얗게 점멸했다. 할아버지의 유산, '스테이 이계'.
그것은 단순한 게스트하우스가 아니었다.

"축하한다, 애송이 관리인. 오늘부터 너는 이계의 영웅들을 수발드는 영광스러운 임무를 맡게 되었으니."

카이안이 한결의 어깨를 툭 쳤다. 쩍 하는 소리와 함께 한결의 몸이 바닥으로 처박힐 뻔했다.

홍대 앞 낡은 건물, 지하실의 차원 통로.
평범한 취준생 강한결의 인생이, 아니 지구의 운명이 꼬이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일단, 씻으러 가시죠. 갑옷에서 냄새나거든요."

한결은 한숨을 내쉬며 생각했다.
아무래도 이 유산, 반품은 안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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