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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급 파티 매니저가 항구 경제를 접수함1화

폐급 파티 매니저가 항구 경제를 접수함

폐급 파티 매니저가 항구 경제를 접수함

시놉시스

전투는 못하지만 누구도 계산하지 않은 대가는 보인다. 해체 직전 파티의 매니저가 된 류한결은 폐장비와 체납 장부 속 숨은 비용을 찾아 항구의 질서를 다시 짠다.

1화: 장부에 없는 한 사람

차갑고 짠물 한 방울이 이마를 타고 흘러내렸다.

류한결은 반사적으로 눈을 뜨려 했으나, 눈꺼풀이 납덩이처럼 무거웠다. 머릿속에서는 수백 개의 바늘이 동시에 찌르는 듯한 통증이 요동치고 있었다. 숨을 쉴 때마다 비린내와 묵은 먼지, 그리고 썩은 바닷말 냄새가 폐부 깊숙이 박혀왔다.

‘내가…… 졸았나?’

마지막 기억은 회사 회의실의 차가운 에어컨 바람 아래였다. 대규모 업데이트 장애의 책임을 전부 계약직인 자신에게 떠넘기려던 기획팀장의 오만한 얼굴. 억울함에 손을 떨며 반박 메일을 보낸 직후 날아온 해고 통보서. 그 서류를 쥐고 밤새 모니터를 노려보다가 의식의 퓨즈가 끊겼던 것 같다. 과로로 인한 뇌졸중이거나, 스트레스로 쓰러진 게 분명했다.

하지만 몸밑에서 느껴지는 감각은 회의실의 듀오백 의자도, 차가운 병원 침대도 아니었다. 소금기를 잔뜩 머금어 끈적이고 딱딱한 목재 바닥이었다.

한결은 겨우 몸을 일으켜 사방을 둘러보았다.

사방이 어두컴컴한 나무 벽으로 둘러싸인 낯선 방이었다. 모서리가 비틀어진 책상 위에는 말라붙은 양피지 장부들이 흩어져 있었고, 그 옆으로 그을음이 잔뜩 묻은 청동 등잔이 달랑였다. 창문은 쇠창살도 없이 활짝 열려 있었는데, 그 너머로 비쳐오는 풍경이 그의 사고를 완전히 정지시켰다.

찌르는 듯한 노을빛 하늘 아래, 수십 개의 거대한 목조 돛대들이 숲처럼 얽혀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를 날개 달린 거대한 거북이 한 마리가 허공을 부유하며 무거운 그물 바구니를 끌고 가고 있었다.

거북이의 가죽날개가 펄럭일 때마다 비릿한 바닷바람이 방 안으로 밀려들어 한결의 얼굴을 때렸다.

“……말도 안 돼.”

한결은 제 뺨을 세게 내리쳤다. 짝, 하는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얼얼한 통증이 뺨을 타고 턱끝까지 번졌다. 꿈이 아니었다. 환각치고는 코를 찌르는 생선 비린내와 살갗을 파고드는 습한 냉기가 너무나 생생했다.

다급하게 바지 주머니를 뒤졌지만 스마트폰은 없었다. 대신 손끝에 닿은 것은 거친 질감의 낡은 리넨 튜닉이었다. 손바닥을 내려다보았다. 매일 키보드를 두드리던 굳은살 없는 손이 아니었다. 손등은 군데군데 쓸려 있었고 손가락 끝에는 검푸른 잉크 얼룩이 깊게 배어 있었다.

심장이 갈비뼈를 부술 것처럼 날뛰기 시작했다. 한결은 비틀거리며 문으로 달려가 손잡이를 잡았다. 투박하게 깎인 철제 빗장이 손바닥을 시리게 만들었다. 문을 열고 나가려 했지만, 문틈 사이로 엿보이는 거대한 삼중 방파제와 이국적인 석상들의 풍경에 심한 현기증이 일어 뒤로 물러섰다.

네리아.
그가 GM이자 운영자로서 3년 동안 관리했던 MMORPG 《에테르 항로》의 시작 도시였다.

그는 스스로를 진정시키려 애썼다. 미친 게 아니라면, 게임 속 세상으로 들어왔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탈출구가 있을 것이다.

“로그아웃! 시스템! 설정창 열어!”

한국어로 소리쳐 보았지만 공허한 메아리조차 돌아오지 않았다. 머릿속이 하얗게 타들어 가던 중,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마지막 단어를 속삭였다.

“……상태창.”

그 순간, 거짓말처럼 시야 한가운데에 투명하고 푸른 글자들이 명멸하며 떠올랐다.

[이름: 류한결]
[직업: 임시 파티 매니저]
[레벨: 1]
[전투 기술: 없음]
[고유 권한: 누락원가]

한결은 허겁지겁 시야 구석구석을 훑었다. 고객센터 연결, 설정 변경, 로그아웃 버튼…… 그 어떤 시스템 UI도 존재하지 않았다. 오직 차갑게 가라앉은 다섯 줄의 텍스트뿐이었다.

부활 지점도, 아이템을 무한히 넣을 인벤토리도 없었다. 만약 여기서 칼에 찔리거나 병에 걸려 죽는다면, 현실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진짜로 끝이라는 공포가 뒷덜미를 서늘하게 적셨다.

철저히 혼자였다. 돈도 없고, 지킬 힘도 없는 레벨 1의 이방인.

한결은 문 옆에 걸린 나무 명패에 시선을 던졌다.

〈조수갈매기 파티 / 임시 매니저 류한결〉

잉크는 먼지가 쌓여 말라붙은 지 오래였다. 왜 내 이름이 여기에 적혀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꼬리를 물었지만, 생각할 시간은 주어지지 않았다. 삐걱거리는 계단을 타고 거친 발소리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결은 떨리는 두 손을 맞잡았다. 여기서 당황해 비명을 지르거나 다른 세상에서 왔다고 헛소리를 했다간 미치광이 취급을 받아 수용소에 갇히거나 부두 바깥으로 내던져질 터였다. 살아남으려면 철저히 숨겨야 했다. 그는 현실에서 수많은 진상 유저와 무리한 요구를 던지던 상사들을 상대할 때 쓰던 가면을 꺼내 썼다. 감정을 지우고, 오직 눈앞의 정보에만 집중하는 실무자의 무표정이었다.

철컥, 하고 문이 열렸다.

갈색 단발머리에 둥근 안경을 쓴 여자가 낡은 약초 상자를 안은 채 굳어섰다. 안경 너머의 눈동자가 눈을 뜬 한결과 문 옆의 명패를 빠르게 번갈아 보았다.

“일어나셨군요. 류한결 씨, 맞으시죠?”

한결은 마른침을 삼키며 고개를 아주 천천히 끄덕였다.

“맞습니다. 그런데…… 머리를 부딪쳤는지 기억이 많이 흐릿합니다. 여기가 조수갈매기 사무실이 맞습니까?”

“네. 저는 이 파티의 치유사인 윤세아라고 해요.”

세아는 더 묻지 않았다. 대신 약초 상자를 책상에 내려놓더니 한결의 눈동자를 살폈다. 그녀의 양손 끝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고, 품안의 가죽 주머니에서는 텅 빈 유리 물약병들이 달그락거리는 소리를 냈다. 그녀의 마력이 바닥나 있음을 보여주는 정황이었다.

“외상은 없어 보이지만…… 아까 깨어나실 때 ‘로그아웃’이라는 이상한 단어를 중얼거리시더군요.”

“나쁜 꿈을 꿨나 봅니다. 기억 안 나는 이름들을 부르는 잠꼬대였겠죠.”

“……그런 것으로 해 두죠. 지금은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니까요.”

세아가 한숨을 쉬며 책상 구석에 놓인 작은 철제 금고를 열었다. 안에는 찌그러진 구리 동전 세 닢과 때 묻은 붕대 반 묶음이 전부였다. 약초 상자 바닥에는 먼지 낀 종이쪽지가 하나 깔려 있었는데, 얼핏 보아도 ‘빈민가 진료소, 약값 14골드 미납’이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보였다.

세아는 서둘러 쪽지를 뒤집어 감추려 했지만, 손끝의 떨림까지 감추지는 못했다. 그녀는 초조한 눈빛으로 문밖을 바라보았다.

“곧 항만조합에서 해체 통보를 하러 올 거예요. 오늘 내로 밀린 보수를 받아서 미납금을 치르지 못하면, 파티 등록은 취소되고 우린 이 사무실에서 쫓겨나요.”

말이 끝나기 무섭게 묵직한 가죽 구두 소리가 계단을 울렸다. 문이 거칠게 열리며, 회색 제복을 입은 마른 체구의 남자가 들어섰다. 그의 품에는 물기가 덜 마른 가죽 서류 가방이 들려 있었다.

“항만조합 서기 페른입니다. 인사는 생략하지요.”

페른은 한결을 힐끗 보더니, 책상 위에 붉은 왁스 봉인이 찍힌 문서와 얇은 양피지 의뢰서를 보란 듯이 나란히 내려놓았다.

“조수갈매기 파티는 임대료와 등록 유지비를 석 달째 연체했습니다. 규칙에 따라 오늘 새벽부로 해체 절차가 시작되었습니다.”

“그 옆에 있는 의뢰서는 뭡니까?”

한결이 차분하게 묻자, 페른의 입꼬리가 비열하게 올라갔다.

“마지막 기회입니다. 제7방파제 아래의 침수 창고로 가서 염수 여과통을 회수해 오십시오. 정오 전까지 완수한다면 체불 보수 90골드를 지급하고 해체를 하루 유예해 주겠습니다.”

해체 통보로 목줄을 죄어놓고, 목숨을 걸어야 할 위험한 일을 떠넘긴다. 전형적인 악질 기업의 단가 후려치기이자 위험 외주화였다.

한결은 장부에 코를 박고 일하며 숱하게 보아왔던 수법을 떠올렸다. 이럴 때 상대방이 주는 요약 문서만 보고 서명했다간 독소 조항에 걸려 뼈도 못 추린다.

“계약 원본을 보여 주십시오.”

“하급 파티의 단순 작업입니다. 요약본의 서명란에 잉크만 묻히면 끝납니다.”

“해체 서류를 한 손에 들고 와서 원본을 숨기려 하신다면, 제 서명은 받을 수 없을 겁니다.”

한결의 목소리에 단호함이 실렸다. 페른의 눈매가 딱딱하게 굳었다. 눈치를 보던 세아가 페른의 서류 가방 틈새로 삐져나와 있던 두꺼운 마력 양피지를 잽싸게 낚아챘다.

계약서 위에 새겨진 마력 계약 문양은 조잡했지만, 내용까지 숨기지는 못했다.
[투입 인원: 3명. 지급 장비: 방수 외투 2벌. 작업 시간: 3시간. 회수 대상: 염수 여과통 6기. 사고 발생 시 조합의 면책.]

“셋이 들어가는데 방수 외투가 두 벌이군요.”

“수중 작업자는 개인 장비를 착용하는 것이 관례입니다.”

“그 작업자가 누구입니까?”

옆에서 세아가 어두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저희 선봉인 미르카예요. 수중 활동이 가능한 마수인이라……”

“물이 체질인 것과, 차가운 염수 속에서 맨몸으로 일하는 건 엄연히 다른 문제입니다. 개인 장비 무상 대여 조항도 없는데 왜 당연하다는 듯이 책임을 떠넘깁니까?”

한결이 쏘아붙이며 계약서 모서리를 거칠게 눌렀다.

그 순간, 그의 손가락 끝에서부터 시린 냉기가 타고 올라오더니 눈앞의 글자 위로 붉은 숫자들이 겹쳐서 명멸하기 시작했다.

[미반영 사망 보상: 1명]
[예상 비용: 800골드]

한결은 숨을 들이켰다.

이것은 미래를 예언하는 마법이 아니었다. 이 조잡한 계약서가 의도적으로 누락시키고 파티원에게 전가한 ‘위험의 대가’를 숫자로 환산해 보여주는 것이었다.

제대로 된 안전 장비도 없이 깊은 침수 창고에 마수인을 밀어 넣었을 때 발생할 사고 확률과, 그로 인해 치러야 할 인명 피해의 통계적 비용. 조합은 90골드짜리 헐값 의뢰를 해결하기 위해, 800골드 가치의 목숨을 담보로 잡고 있었다.

관자놀이를 뚫는 듯한 극심한 두통에 한결은 신음을 참으며 손을 뗐다. 붉은 글자가 사라졌다.

이곳은 게임이 아니었다. 죽어도 다시 살아나는 캐릭터가 아니라, 진짜 살아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었다. 만약 서명한다면 미르카든, 세아든, 혹은 본인이든 누군가는 차가운 물 밑에서 시체가 되어 돌아올 것이다.

“안색이 아주 나쁘시군요, 매니저님.” 세아가 걱정스레 속삭였다.

“……괜찮습니다.”

한결은 페른을 똑바로 응시했다.

“이 계약은 받을 수 없습니다. 사고 보상 청구권이 누락되었고, 수중 작업자의 전용 안전 장비 검수 조항도 없으며, 침수 깊이와 염수 압력에 대한 사전 정보 제공 의무도 빠져 있습니다.”

페른이 어이없다는 듯 코방귀를 꼈다.

“푼돈을 버는 하급 모험가들이 안전 타령이라니. 오늘 정오가 지나면 90골드는커녕 해체 도장이 찍힐 뿐입니다.”

붉은 봉인 도장이 해체 서류 위를 맴돌았다. 서명하지 않은 계약은 한결을 구속하지 못하지만, 체납으로 인한 파티 해체는 당장 닥칠 현실이었다.

한결은 분노 대신 냉정을 유지했다. 현실에서 그가 해고당했을 때 배운 교훈이 있었다. 상대가 억지를 부릴 때는 법과 규칙의 빈틈을 파고들어야 한다.

“의뢰는 수행하겠습니다. 단, 조건을 수정하십시오.”

“무슨……!”

“첫째, 조합의 공인 장비 검수가 완료되기 전에는 출발하지 않습니다. 둘째, 작업 시간의 기점은 창고 도착이 아니라 안전 검수 조장이 완료된 시점으로 변경합니다. 셋째, 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은 초과 근무 및 사고 책임은 전부 조합이 집니다. 원본에 명시된 원칙대로 하자는 겁니다.”

페른의 동공이 흔들렸다. 계약 마법은 양피지에 적힌 문구만을 강제하기 때문에, 억지로 조항을 왜곡하려 들면 마력이 역류한다.

그때, 거칠게 문이 열리며 젖은 비린내가 훅 풍겼다.

“새로 온 매니저가 목숨 아까운 줄 모르고 훼방을 놓는다더니, 그게 너였어?”

목과 팔뚝에 청록색 비늘이 돋아 있는 은회색 머리의 여자, 조수갈매기 파티의 선봉 미르카였다. 그녀의 왼쪽 팔에는 낡고 빳빳한 가죽 보호구가 단단히 조여져 있었는데, 인간의 팔 규격에 맞춰진 탓에 굽힐 때마다 비늘이 쓸려 벌겋게 피가 배어 나오고 있었다.

미르카는 페른보다 한결을 더 사납게 노려보았다.

“조합에서 우리 보수 떼먹고 사무실 빼앗으려고 보낸 프락치야? 왜 일을 막아서는데?”

“감시자가 아닙니다.”

“다들 그렇게 말하지. 결국 차가운 염수 밑으로 들어가는 건 나고, 서류판 뒤에 앉아서 안전하다고 서명하는 건 너희 같은 인간들이잖아!”

“그래서 안전하지 않다고 말하는 겁니다.”

한결이 차분하게 그녀의 다친 팔을 가리켰다.

“그 보호구, 인간 규격 아닙니까? 움직일 때마다 비늘을 짓이기고 있군요.”

미르카는 당황해 팔을 등 뒤로 젖혔지만, 한결은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방수 외투는 두 벌뿐인데 작업자는 셋입니다. 빠진 안전 장비의 공백을 당신 몸으로 때우게 둘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이 계약이 숨겨놓은 사고 위험 비용만 800골드입니다. 당신들이 푼돈을 받고 목숨을 잃는 걸 보고만 있을 수는 없습니다.”

“……800골드?”

미르카의 입술이 미세하게 떨렸다.

페른이 급히 소리쳤다.

“근거 없는 억지입니다! 조합의 계약에 그런 터무니없는 금액이 들어갈 리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간단합니다.”

한결이 책상을 짚었다.

“항만조합이 미르카 씨의 체격에 맞춘 안전 장비 검수 기록과, 해당 침수 창고의 수압 기록을 지금 제출하십시오. 그것이 증명된다면 이 자리에서 서명하겠습니다.”

페른은 입을 다물었다. 그런 기록이 존재할 리 없었다.

미르카는 한결의 앞으로 걸어와 물갈퀴가 달린 손가락으로 책상을 쾅 두드렸다.

“정오까지 남은 시간은 고작 두 시간 반이야. 조합의 검수품이 없다면 방수 장비는 어디서 구할 건데? 돈도 없으면서.”

한결은 책상 위에 널브러진 체납 장부를 펼쳤다. 장부 끝자락에는 조수갈매기 파티가 압류할 예정인 악성 채무 물품 목록이 적혀 있었다.
[폐여과막, 황동 관절 두 상자, 가죽끈. 소유자: 도린 바크 폐공방.]

동시에 계약서 원본의 하단 구석을 짚었다.
[수행자가 임무 중 수거한 여과통 잔재 및 발주처가 포기를 선언한 부산물의 소유권은 수행자에게 귀속된다.]

“살 돈은 없습니다. 하지만 교환할 자원은 있습니다.”

“우리한테 무슨 돈이 된다고?”

“미납된 체납 채권, 그리고 우리가 이번 의뢰를 완수하면 얻게 될 여과통 외피 처분권이 있습니다. 이걸 들고 도린 바크의 공방으로 갈 겁니다. 그 늙은 대장장이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는 직접 대면해서 알아내야겠지요.”

미르카는 기가 막힌다는 듯 헛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나 그녀의 눈빛은 더 이상 한결을 향한 적의로만 가득 차 있지 않았다.

“……좋아. 그렇다면 나도 그 안전 검수 기록이라는 걸 내 눈으로 봐야겠어. 기록이 없다면 이 조합 서기 녀석도 물 밑으로 같이 데려가서 직접 확인하게 만들겠어.”

“동의합니다.”

한결은 페른이 강제로 빼앗으려던 의뢰서를 품안에 집어넣었다. 머리를 지지는 듯한 두통과 함께, 붉은 글씨 아래로 희미한 한 줄이 더 솟구쳤다.

[미반영 사고 종결 협조비: 120골드]

조합은 사고가 날 것을 알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그 사고를 은폐하고 입을 닫게 만들기 위한 입막음 비용까지 장부 아래에 미리 책정해 두었던 것이다.

한결은 페른을 싸늘하게 내려다보았다.

“해체 도장은 정오가 지난 후에 찍으십시오. 그 전에, 이 지저분한 계약이 우리 중 누구를 제물로 삼으려 했는지 똑똑히 확인해 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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