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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보는 세가의 미친개100화

미래를 보는 세가의 미친개

미래를 보는 세가의 미친개

100화: 조용한 세가와 미친개의 안식 (최종화 - 완결)

백년화평약조가 체결된 후 강호 무림에는 유례없는 대평화의 시대가 도래했다.

마교는 완전히 해체되었고, 사파 세력들은 정파와의 상호 무역 협정을 통해 양지의 상인으로 거듭났다. 그리고 이 위대한 평화를 이룩한 주역, 정파의 구세주이자 살아있는 무림성인 남궁성은 마침내 모든 공식 직함을 내려놓고 그토록 염원하던 고향 남궁세가(南宮世家)의 안방으로 복귀할 수 있었다.

남궁세가 삼공자의 처소.
따뜻한 온돌방 아랫목에 누워 있던 남궁성은 머리맡에 수북이 쌓인 노랗고 달콤한 '귤'을 까먹으며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아…… 편안하다…… 이게 바로 인생이지……."

강호 출도 이후 그를 괴롭히던 지독한 편두통 뇌맥은 기적처럼 잠잠해져 있었다. 능력을 쓸 만한 위기 상황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었다. 매일 늦잠을 자고 귤을 까먹으며 따뜻한 방구석에서 뒹굴다 보니 창백했던 안색도 뽀얗게 차올라 있었다.

그가 입안 가득 달콤한 귤을 오물거리던 바로 그 순간, 뇌리 깊은 곳에서 아련한 찌릿함과 함께 대략 1각(15분) 뒤의 미래가 흐릿하게 스쳐 지나갔다.
대략 1각 뒤의 미래.

무림맹주 혁련진과 사촌 동생 남궁휘, 그리고 각 명문 정파의 가주들이 수백 명의 수행원들과 함께 남궁세가에 들이닥친다. 그들은 남궁성의 위대한 업적을 영원히 기리기 위해 본산 광장에 세울 거대한 황금 동상 계획서를 들고 왔으며, 남궁성을 무림맹의 영원한 '태상맹주(太上盟主-최고 권위자)'이자 명예 신선으로 추대하여 다시 무림맹 총본산으로 모셔가려 한다. 그들에게 붙잡히는 순간, 남궁성의 꿈같은 방구석 한량 생활은 영원히 종말을 고할 터였다.

"으악! 황금 동상에 태상맹주라니! 저 사람들은 왜 퇴직한 백수를 가만히 놔두질 못하는 거야?!"

남궁성은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어떻게든 그들의 추대를 거절하고 방구석에 조용히 묻혀 살아야 했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방 문을 안쪽에서 단단히 걸어 잠그고 밖의 소음과 차단하여 자신만의 완전한 면벽 수행(폐관 수련) 상태를 연출해 그들을 돌려보내는 것이었다.

'당장 방 문을 걸어 잠그고 벽에 붓으로 "폐관수련 중이니 찾지 마시오"라고 써 붙여야 해. 마침 내 문 바로 옆에는 묵직한 가문 극비 서책이 가득 찬 거대 '참나무 서가(책장)'가 놓여 있군.'

남궁성은 귤껍질을 쥔 채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향해 달리려 했다.
하지만 오랜만에 너무 급격히 움직인 탓에, 발끝이 바닥에 흩어져 있던 미끄러운 귤껍질을 세차게 밟고 말았다.

미끄덩! 콰당탕!

"으와앗!"
중심을 잃고 공중으로 붕괴한 남궁성의 몸뚱이는, 문 옆에 세워져 있던 거대 참나무 서가 기둥을 사정없이 들이받았다.
쿠쿠쿠쿠쿵---!

서가가 넘어지면서 그 안에 꽂혀 있던 묵직한 고서 백여 권이 문 앞바닥으로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려 문틈을 단단히 막아버렸다. 동시에 서가 기둥이 꺾이며 방문의 흑철 빗장 고리를 콰직! 하고 정확히 내리눌러 잠가 버렸고, 창문 틈새까지 넘어친 책장 판때기가 완벽하게 가로막아 봉인해 버렸다.

찰칵! 쿵!

방 안은 완벽한 밀실이자 어둠으로 덮였고, 밖에서는 도저히 문을 열고 들어올 수 없는 철옹성의 요새가 되었다.

바로 그 찰나, 마당에 들이닥친 맹주 혁련진과 남궁휘, 그리고 가주들이 삼공자의 안방 문앞에 도달했다.
"소가주 소협! 무림맹의 모든 무사들의 뜻을 모아 태상맹주로 추대하러 왔소이다! 문을 열어주시오!"

하지만 안에서는 아무런 대답도 없었다.
대신 문 틈새와 창틀 틈새로 묵직한 고서들이 빼곡히 들어차 완전히 밀봉되어 있는 모습과 안쪽 빗장이 단단히 잠겨 있는 소리만이 들릴 뿐이었다.

남궁휘는 문에 귀를 대고 소리를 듣더니, 눈물을 흘리며 포권을 취했다.
"아……! 형님께서는 무림의 평화가 찾아오자마자, 세상의 부귀영화와 태상맹주의 명예를 돌보지 않으시고 즉각 '면벽폐관(面壁閉關-세상과 단절된 극의의 수련)'에 드신 것입니다! 황금 동상과 명예 따위는 도를 닦는 무인에게 헛된 껍데기일 뿐임을 온몸으로 보여주시는군요!"

맹주 혁련진 역시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마당에 무릎을 꿇었다.
"정파의 평화를 구하시고도 이름 한 자락 남기지 않으려 스스로를 가두시다니…… 이 어찌 천하 무림 역사상 가장 고결하고 숭고한 진짜 성인이 아니란 말이오! 남궁성 소협의 뜻을 존중하여, 매년 세가에 화평 지원금만 정중히 보내고 결코 이 처소를 방해하지 않겠소!"

수백 명의 고수들은 남궁성의 숭고한 불욕(無欲)의 경지에 감동하여 마당을 향해 정중히 삼배를 올린 뒤, 조용히 발걸음을 돌려 퇴장했다.

방 안의 어둠 속에서, 쏟아진 귤더미 위에 엎어진 채 옆구리를 만지며 멍하니 누워 있는 남궁성은 밖에서 들리는 맹주의 대화를 듣고 멍한 표정을 지었다.

'문이 꽉 막혀서 나갈 수가 없네…… 책장도 무거워서 나 혼자서는 치우지도 못하겠구만…… 어라? 그런데 생각해보니…… 귤도 잔뜩 쌓여 있고, 방바닥은 따뜻하고, 아무도 나를 귀찮게 하지 않고, 매년 무림맹에서 지원금까지 보내준다고?'

남궁성은 달콤한 귤 하나를 까서 입에 쏙 집어넣었다.
아작, 짭짭.

"……이거 완전 개이득 아닌가?"

남궁세가의 공식 미친개이자, 천하를 구원한 무림 역사상 가장 위대한 구세주 남궁성은, 그렇게 스스로 만든 방구석 밀실 속에서 수만 개의 귤을 까먹으며 천하에서 가장 아늑하고 평화로운 '한량 성인'으로 영원히 행복한 안식을 취하게 되었다.

(미래를 보는 세가의 미친개 -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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