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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인공의 호위기사로 취직했습니다3화

여주인공의 호위기사로 취직했습니다

여주인공의 호위기사로 취직했습니다

3화: 전담 호위기사 계약

“위협물이라니요?”

클라라의 목소리는 작았지만 로잘린은 그 안에 섞인 긴장을 들었다.

회랑 바닥에는 아직 침입자의 단검이 떨어진 자국이 남아 있었다. 붉은 밀랍 봉투를 든 하녀는 두 손을 꼭 맞잡은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마르센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체스터 공작가의 초대는 무례하게 다룰 일이 아닙니다. 영애님께서 직접 답을 고르실 때까지는..."

“그래서 영애께 묻겠습니다.”

로잘린은 한쪽 무릎을 꿇은 채 클라라를 올려다보았다.

“이 초대에 응할 의사가 있으십니까?”

클라라의 눈동자가 봉투로 향했다. 붉은 밀랍 위의 사자 문양이 햇빛을 받아 매끈하게 빛났다. 보기 좋은 문장이 새겨진 종이 한 장이었다. 하지만 그 종이 때문에 저택의 하녀들이 발을 동동 굴렀고 낯선 사내가 단검을 들고 정원까지 들어왔다.

“저는... 잘 모르겠어요.”

“모르겠다는 건 동의가 아닙니다.”

로잘린의 대답은 단정했다.

“지금 확실히 말씀하실 수 없다면 저녁 환담은 보류해야 합니다. 호위 대상의 의사를 확인하지 않은 이동은 보호가 아니라 강제 연행이 될 수 있습니다.”

마르센의 표정이 굳었다.

“말을 삼가십시오. 공작가를 납치범처럼 부르는 셈입니다.”

“저는 공작가를 부른 적 없습니다. 다만 단검을 든 사내가 영애님의 이동을 확인하러 들어왔습니다. 거절 답신을 받지 않겠다는 문장도 왔습니다. 두 사실을 합치면 경계해야 할 이유는 충분합니다.”

마르센은 반박하지 못했다.

클라라는 한참 동안 봉투만 보았다. 그러다 겨우 입술을 열었다.

“지난달부터였어요. 공작가에서 꽃과 편지를 보내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답장을 보내지 않았어요. 그런데 며칠 전에는 공작가의 사용인이 저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어요. 아버지께 말씀드리면 걱정하실까 봐..."

끝맺지 못한 말에 로잘린의 손가락이 검집 위에서 멈췄다.

혼자 감당하려 했다는 뜻이었다.

“오늘은 어떠십니까.”

“가고 싶지 않아요.”

아주 작은 목소리였다.

하지만 로잘린은 그 말을 놓치지 않았다.

“확인했습니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이 초대는 거절입니다. 영애께서 마음을 바꾸기 전까지 누구도 저택 밖으로 모시고 나가지 못합니다.”

클라라가 놀란 눈으로 올려다보았다.

“그렇게 단정해도 괜찮을까요?”

“영애의 뜻이 기준입니다.”

로잘린은 회랑 끝의 창문을 보았다.

“다만 그 뜻을 지킬 사람이 아직 없습니다. 처소부터 확인하겠습니다.”

마르센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영애님의 방을 검사하겠다는 말씀입니까?”

“검사가 아니라 안전 점검입니다. 마르센 경께서 함께 보시면 됩니다.”

클라라가 잠시 망설이다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같이 갈게요.”

“좋습니다. 다만 제 뒤에서 세 걸음 이상 떨어지지 마십시오.”

클라라는 그 말에 조금 눈을 크게 떴다. 누군가 자신에게 규칙을 알려 준 적은 있어도 이유까지 말해 준 적은 드물었을 것이다.

“알겠어요.”

클라라의 처소는 저택 동쪽 끝에 있었다. 햇빛이 잘 드는 넓은 방이었다. 분홍빛 커튼과 흰 장미가 꽂힌 화병이 부드러운 분위기를 만들고 있었다.

로잘린은 그 아름다움부터 의심했다.

창문은 정원 쪽으로 크게 나 있었다. 회랑을 거치지 않고도 낮은 담장과 나무를 타면 가까이 다가올 수 있는 위치였다. 문 앞의 경비는 하나뿐이었다. 하녀들은 차와 꽃을 들고 자유롭게 드나들었다.

예쁘게 꾸민 상자.

로잘린은 창가로 다가갔다.

“창문은 밤에도 잠급니까?”

“물론입니다.”

마르센이 대답했다.

로잘린은 잠금쇠를 눌러 보았다. 단단히 걸린 것처럼 보였지만 창틀 아래쪽이 손톱만큼 들렸다. 그녀는 단검 끝으로 틈을 건드렸다.

가느다란 황동 쐐기 하나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딸각.

방 안의 공기가 식었다.

“이게 뭐예요?”

클라라가 숨을 삼켰다.

“잠금쇠가 완전히 물리지 않게 하는 물건입니다. 바깥에서 창을 밀면 열립니다.”

마르센이 창가로 다가와 쐐기를 집어 들었다. 늙은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어제 청소를..."

“누구든 실수할 수 있습니다.”

로잘린은 즉시 말을 잘랐다.

“하지만 실수를 반복하지 않게 절차를 바꾸면 됩니다. 오늘부터 영애님의 창문은 둘이 함께 확인합니다. 꽃과 선물은 문밖에서 열어 봅니다. 모르는 사람이 전달한 물건은 방 안에 들이지 않습니다.”

“하인들을 모두 의심하라는 뜻인가요?”

클라라가 물었다.

“아닙니다. 의심은 사람에게 하는 게 아니라 빈틈에 하는 겁니다.”

로잘린은 쐐기를 천으로 감싸 마르센에게 건넸다.

“누가 넣었는지 알아낼 때까지 증거로 보관하십시오. 그리고 오늘 정원 출입 기록을 가져와 주십시오.”

마르센은 한동안 쐐기를 내려다봤다. 그 뒤 고개를 깊이 숙였다.

“제가 방심했습니다. 기록은 곧 준비하겠습니다.”

클라라는 창가에 멈춰 섰다. 손끝이 창틀 위를 스쳤다. 평소에는 바람이 드는 창일 뿐이었을 것이다. 이제는 누군가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길로 보였다.

로잘린은 그녀가 창을 향해 등을 보이지 않도록 자리를 옮겼다.

“영애님.”

클라라가 돌아보았다.

“무서우시면 무섭다고 말씀하셔도 됩니다. 그 말은 누군가에게 빚을 지는 게 아닙니다. 경계를 세우기 위해 필요한 정보입니다.”

녹송석 같은 눈동자가 흔들렸다.

“무서워요.”

이번에는 분명한 목소리였다.

“그래도 더는 모른 척하고 싶지 않아요.”

로잘린은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제가 방법을 만들겠습니다. 영애께서는 결정하십시오.”

잠시 뒤 마르센이 서재로 두 사람을 안내했다. 오래된 장부와 가문 문서가 가득한 방이었다. 책상 위에는 아직 봉인하지 않은 계약서 한 장이 놓였다.

“자작님께서는 병환 중이십니다.”

마르센이 말했다.

“하지만 영애님의 개인 호위 임명에 관한 권한은 제게 위임하셨습니다. 지원자 로잘린의 실기 결과도 베른에게 들었습니다. 다만 신분이 확인되지 않은 분에게 전담 권한을 드리는 일은 신중해야 합니다.”

“당연합니다.”

로잘린은 계약서를 자기 쪽으로 당기지 않았다.

“제가 요구하는 권한은 하나입니다. 영애님의 명백한 거절이 있는 자리에서 출입과 접촉을 막을 권한입니다. 그 외의 이동과 접견은 영애님의 지시를 따르겠습니다.”

“영애님이 위험을 판단하지 못하면요?”

“그때는 위험을 설명하고 선택지를 드립니다. 영애님 대신 결정하지는 않습니다.”

클라라가 조용히 물었다.

“제가 공작가의 초대를 거절하면 정말 괜찮을까요?”

로잘린은 숨을 고르고 답했다.

“괜찮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공작가는 불쾌해할 겁니다. 그래서 호위가 필요합니다. 상대가 화낼까 봐 내 뜻을 포기하는 건 평온이 아닙니다.”

클라라는 빈 계약서를 내려다보았다.

“그럼 제가 먼저 쓰고 싶어요.”

그녀는 펜을 들었다. 손끝은 떨렸지만 멈추지 않았다.

체스터 공작가의 저녁 환담을 정중히 거절한다.

클라라는 문장 아래에 자신의 이름을 적었다. 그러고는 로잘린 쪽으로 계약서를 밀었다.

“저를 지켜 주세요. 하지만 제가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처럼 취급하지는 말아 주세요.”

로잘린은 처음으로 아주 옅게 웃었다.

“명령으로 받겠습니다.”

그녀는 계약 조항 끝에 서명했다.

전담 호위기사는 주군의 의사에 반하는 강제 이동과 신체 접촉을 차단한다.

전담 호위기사는 주군의 요청에 따라 위험을 알리고 대응한다.

전담 호위기사는 주군을 고립시키지 않는다.

마르센이 마지막 봉인을 찍었다.

“로잘린.”

그가 엄숙하게 말했다.

“오늘부터 에린 자작가 영애 클라라 폰 에린의 전담 호위기사로 임명합니다.”

코트 안쪽의 아스타 신분패가 묵직하게 느껴졌다.

한유진은 처음부터 누군가를 구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순간 로잘린은 알았다.

구원은 혼자 끌어내는 일이 아니었다.

손을 내밀고 그 사람이 제 발로 문턱을 넘게 지키는 일이었다.

서재 밖에서 다급한 발소리가 들렸다.

베른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정문에 체스터 공작가 전령이 왔습니다. 영애님을 즉시 모시라는군.”

마르센의 얼굴이 굳었다.

클라라는 계약서 위에 손을 올렸다. 조금 전보다 창백해 보였지만 고개를 숙이지는 않았다.

로잘린은 검집을 집어 들었다.

“답신은 준비됐습니다.”

정문 바깥에는 검은 마차 한 대가 서 있었다. 마부석 옆의 전령은 은색 단추가 달린 제복을 입고 있었다. 그는 철문 너머의 로잘린을 훑어보고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

“공작가의 뜻을 전달하러 왔습니다. 영애께서는 곧바로 출발하셔야 합니다.”

“영애께서는 거절하셨습니다.”

로잘린은 철문 안쪽에 섰다.

“서면 답신도 있습니다.”

전령은 봉투를 받지 않았다.

“환담은 공작가의 호의입니다. 거절이란 말은 어울리지 않지요.”

“그럼 호의가 아닙니다.”

로잘린의 목소리는 낮고 선명했다.

“주군의 의사에 반해 출입을 요구하는 즉시 경계 대상이 됩니다.”

전령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당신이 누구기에 공작가의 마차를 막습니까?”

로잘린은 계약 증서를 펼쳐 보였다. 에린 자작가의 봉인이 붉게 빛났다.

“클라라 폰 에린 영애의 전담 호위기사입니다.”

그때 클라라가 로잘린의 뒤로 다가왔다. 마르센이 만류하려 했지만 그녀는 멈추지 않았다. 철문에서 두 걸음 떨어진 자리였다. 안전한 거리였고 로잘린의 검집이 닿는 범위 안이었다.

“전령님.”

클라라의 목소리가 떨렸다.

하지만 끝까지 무너지지 않았다.

“저는 오늘 체스터 공작가에 가지 않겠습니다. 제 뜻을 전해 주세요.”

전령의 표정이 굳었다.

로잘린은 베른에게 눈짓했다. 경비들이 철문 옆으로 퍼져 마차의 움직임과 전령의 손을 살폈다. 누군가 다시 담장을 넘으려 해도 바로 잡을 수 있는 배치였다.

전령은 한참 말이 없었다. 마침내 봉투를 낚아채듯 받아 들었다.

“공작님께서 직접 말씀을 들으러 오실지도 모릅니다.”

“그때도 영애께 먼저 묻겠습니다.”

로잘린은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검은 마차가 천천히 방향을 틀었다. 바퀴가 돌길을 갈아 내는 소리가 멀어질 때까지 로잘린은 철문 앞을 떠나지 않았다.

클라라가 아주 작게 물었다.

“정말 올까요?”

로잘린은 마차가 사라진 길을 바라보았다.

“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녀는 검집을 단단히 쥐었다.

“그러니 오기 전에 저택의 빈틈부터 잠그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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