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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싹 쓸어서 만렙까지4화

던전 싹 쓸어서 만렙까지

던전 싹 쓸어서 만렙까지

4화: 먼저 터질 것부터

북쪽 산자락에는 새벽 안개가 낮게 깔려 있었다.

강도현은 관리청 차량에서 내리자마자 마스크 끈을 다시 조였다. 잠을 두 시간도 못 잤다. 눈을 감으면 형광등 소리가 귓속에서 터졌다. 아직도 손끝은 뜨겁고 멀리 지나가는 엔진음은 지나치게 선명했다.

그래도 던전 앞 공기는 더 이상했다.

폐쇄 D급 던전 메아리 광맥의 입구에는 노란 차단막이 두 겹으로 쳐져 있었다. 입구 위 전광판은 붉은 글자를 반복했다.

잔여 마력 수치 상승.

2차 오염 주의.

도현은 반출 포대를 발끝으로 밀었다. 포대 바닥에 숨긴 검은 가시 조각이 던전 안쪽을 향해 아주 약하게 울렸다.

"여기 맞네요."

박기문이 도현의 얼굴을 살폈다.

"너 정말 들어갈 거냐? 얼굴이 말이 아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도현은 입구 옆 마력계를 들여다봤다. 수치가 오르내리는 폭이 일정하지 않았다. 누군가 안에서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것처럼 들쑥날쑥했다.

"그런데 저건 청소가 늦으면 더 커집니다."

그때 방호복 위에 감독 완장을 찬 남자가 다가왔다. 현장 감독 최주혁이었다.

"위탁반 맞죠? 공략대는 어제 철수했고 내부에 살아 있는 개체도 없습니다. 통로만 치우고 잔여 마석 가루 회수하면 됩니다."

"진입 전 공명 측정부터 해야 합니다. 안전 로프도 설치하고요."

최주혁의 표정이 구겨졌다.

"D급 끝난 던전입니다. 장비팀이 이미 한 번 훑었어요. 쓸데없이 시간 끌면 위험 수당도 깎입니다."

도현은 대답 대신 입구 바닥을 가리켰다. 회색 가루가 차단선 너머까지 길게 번져 있었다. 가루 위에는 부츠 자국이 하나도 없었다. 바람이 불어 들어올 구조도 아니었다.

"마석 분진이면 바람 따라 이렇게 모이지 않습니다. 안쪽에서 진동이 밀어낸 겁니다."

"그래서 뭐가 있다는 건데?"

"모르니까 재야 합니다."

최주혁이 헛웃음을 흘렸다.

"청소부가 감정까지 해?"

박기문은 말없이 안전 로프 상자를 끌어왔다. 반장은 늘 말보다 먼저 장비를 챙기는 사람이었다. 도현은 그 손을 보고 고개를 숙였다.

측정기가 통로를 향하자 짧은 경보음이 세 번 울렸다.

공명성 잔여 마력 감지.

도현은 숨을 얕게 들이마셨다.

메아리 광맥은 박쥐 계열 마수가 살던 곳이다. 공략대가 핵을 부수고 나간 뒤에도 날개막이나 목주머니가 남으면 소리와 충격을 먹고 마력을 부풀린다. 교육 영상에서만 보던 사고였다.

"물 분사 금지입니다. 흡착막부터 깔고 들어가죠."

"이런 데는 그걸 먼저 뿌리는 거 아니었어요?"

박기문이 물었다.

"공명낭이면 액체 닿을 때 막이 수축합니다. 안쪽 마력이 눌리면 한 번에 터질 수 있어요."

최주혁은 불만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알아서 해요. 대신 사고 나면 위탁반 책임입니다."

통로 안은 축축하고 어두웠다. 벽마다 곡괭이 자국처럼 깊은 홈이 패여 있었다. 도현은 앞장서지 않았다. 감각이 예민할수록 먼저 걷는 쪽이 위험하다. 그는 박기문과 로프를 나눠 잡고 두 번째로 들어갔다.

앞에는 신입 청소 인력 윤서준이 있었다. 헬멧 아래로 보이는 턱이 잔뜩 굳어 있었다.

"저기 상자부터 빼면 되는 거죠?"

서준이 무너진 레일 옆의 은색 밀봉통을 가리켰다.

도현은 바닥을 보고 멈췄다. 밀봉통 주변의 가루는 먼지가 아니었다. 얇은 막 조각들이 바닥에 붙어 일정한 박자로 떨리고 있었다. 벽면의 미세한 균열도 그 박자에 맞춰 벌어졌다 닫혔다.

"손대지 마세요."

"시간 없잖아요."

"그 통 밑에 공명낭이 있습니다."

"공명낭이 왜 여기 있어요? 공략대가 다 처리했다는데."

"그럼 지금 이 소리는 뭡니까?"

통로가 아주 낮게 울렸다. 말끝이 벽에 닿아 되돌아온 것처럼 발바닥이 간질거렸다.

도현은 흡착막을 펼쳤다.

"가루를 덮고 방음포를 가져오세요. 중화제는 꺼내지 마십시오."

서준은 망설였다. 입구 쪽에서 최주혁이 소리쳤다.

"그거 하나 치우는 데 얼마나 걸려!"

서준의 눈이 흔들렸다. 그는 감독 쪽을 한 번 본 뒤 밀봉통 손잡이를 잡았다.

"제가 그냥 옮길게요."

"윤서준 씨!"

금속이 바닥에서 들리는 순간 통로 전체가 울었다.

콰득.

밀봉통 아래의 회색 가루가 부풀었다. 얇은 막들이 서로 달라붙더니 사람 머리만 한 주머니가 됐다. 주머니 안쪽에는 보랏빛 빛줄기가 심장처럼 뛰었다.

서준이 물러서려다 발을 헛디뎠다. 바닥이 갈라지며 그의 종아리까지 돌무더기에 파묻혔다.

"아, 잠깐!"

공명낭이 한 번 크게 수축했다.

도현은 이를 악물었다. 저게 터지면 통로 안의 마력 분진이 한꺼번에 폭발한다. 도망칠 길도 없었다.

"소리 내지 말고 숨 짧게 쉬세요."

"다리가 안 빠집니다."

"움직이지 말고 손으로 입 막으세요. 반장님은 뒤쪽 로프 당겨 주세요. 감독님은 입구 인원부터 빼시고요."

"너는?"

"서준 씨 다리부터 뺍니다."

도현은 방음포를 들고 달려갔다. 무너진 돌을 옮기는 순간에도 공명낭의 맥박이 손바닥을 때렸다. 전날부터 남은 열이 목덜미를 타고 올라왔다.

그는 먼저 방음포를 공명낭 위로 반쯤 덮었다. 이어서 흡착막을 바닥에 눌러 분진이 더 날리지 않게 했다.

돌 하나가 너무 깊게 끼어 있었다. 예전의 도현이라면 지렛대를 찾았을 것이다. 지금은 양손으로 돌 틈을 잡았다.

어깨에 힘을 주자 석재가 조금 들렸다. 팔뚝이 떨렸지만 버텼다.

"지금 빼세요."

서준이 몸을 비틀어 발을 뺐다. 그 찰나 공명낭이 다시 부풀었다. 방음포 아래에서 보랏빛 빛이 새어 나왔다.

도현의 시야 가장자리가 하얗게 번졌다.

그는 공명낭 가장자리에 떨어진 얇은 막 조각을 봤다. 흡수하면 진동이 어디로 흐르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손끝을 대는 순간 귀가 멀어질지도 몰랐다.

도현은 장갑을 벗지 않았다. 방음포 아래로 손가락 두 개만 밀어 넣었다.

[부산물 흡수(EX)]가 발동합니다.

막 조각이 검은 재로 사라졌다.

소리는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모든 진동이 한 줄로 모였다. 공명낭의 마력은 위로 터지는 게 아니라 왼쪽 벽의 금 간 광석층을 향하고 있었다.

잔향 재현: 공명 방향 감지.

동시에 귀가 찢어질 듯 울렸다. 눈앞의 보랏빛이 여러 겹으로 갈라졌다. 도현은 한쪽 무릎을 꿇고 손바닥으로 귀를 눌렀다.

"도현아!"

"괜찮습니다. 왼쪽 벽입니다. 거기 배수 홈을 열어야 합니다."

"그걸 어떻게 알아?"

"지금은 믿으세요."

박기문은 더 묻지 않았다. 그는 절개 칼을 던져 주었다.

도현은 방음포 끝을 잡고 공명낭의 바깥 막을 아주 얕게 그었다. 칼끝이 마력선을 건드리지 않도록 진동이 약한 방향만 골랐다.

찌익.

보랏빛 기운이 배수 홈으로 새어 나갔다. 흡착막이 빛을 빨아들이며 검게 변했다. 공명낭의 맥박은 세 번 더 뛰고 멈췄다.

통로를 짓누르던 울림이 끊겼다.

도현은 그대로 바닥에 손을 짚었다. 식은땀이 턱 끝에서 떨어졌다. 귀에서는 아직도 얇은 쇳소리가 울렸다. 박기문이 팔을 잡지 않았다면 그대로 넘어졌을 것이다.

"미쳤냐. 네 몸 상태로 그걸 만져?"

"조각만 건드렸습니다."

"그게 자랑이냐?"

도현은 대답하지 못했다. 무전기 잡음 하나에도 관자놀이가 욱신거렸다. 그는 허리춤에서 중화 캡슐을 꺼내 깨물었다. 차가운 약품 향이 마스크 안으로 퍼지자 겨우 숨이 고르게 돌아왔다.

서준이 돌가루 묻은 얼굴로 도현을 봤다.

"제가 죄송합니다. 전 그냥 빨리 끝내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도현은 숨을 고르며 방음포를 다시 눌렀다.

"여긴 빨리 끝내는 곳이 아닙니다. 순서 틀리면 끝나는 곳이죠."

서준은 고개를 깊이 숙였다. 조금 전까지 밀봉통을 먼저 옮기려던 손이 아직 떨리고 있었다.

"다음부터는 지시 듣겠습니다."

"듣기만 하지 말고 바닥부터 보세요. 청소는 눈에 보이는 걸 줍는 일이 아닙니다. 아직 안 터진 걸 찾는 일입니다."

최주혁이 통로 안으로 다가왔다. 그는 멈춘 공명낭과 검게 변한 흡착막을 보더니 얼굴빛을 바꿨다.

"이제 안정됐으니 안쪽도 확인합시다. 원인이 있으면 바로 치워야지."

도현은 고개를 들었다. 공명낭 너머에는 붕괴로 막힌 철제 봉쇄문이 있었다. 그 문틈에서 검은 빛이 아주 가늘게 새고 있었다.

포대 속 가시 조각이 미친 듯이 떨렸다.

희귀 잔향 감지.

도현은 포대를 발로 끌어 몸 뒤로 숨겼다.

"안 됩니다."

"뭐?"

"지금 장비로는 봉쇄문 열면 안 됩니다. 공명낭 하나가 우연히 남은 게 아닙니다. 측정 로그도 있고 사고자도 있습니다. 전문 봉쇄반을 불러야 합니다."

"위탁 청소부가 현장 중지까지 걸겠다는 거야?"

"사고 난 통로에 사람 더 넣는 건 청소가 아닙니다."

도현은 단말을 켜서 공명 수치와 서준의 부상 기록을 넘겼다.

공명성 잔여 마력 감지.

현장 인력 압착 부상. 추가 붕괴 위험.

"이 기록으로 추가 진입 중지 요청 올리겠습니다. 감독님이 계속 지시하시려면 그 지시도 남기십시오."

최주혁의 입술이 굳었다.

박기문이 도현 옆에 섰다.

"나도 같은 의견이다. 사람 하나 깔릴 뻔한 데다 측정기도 이 모양이야. 봉쇄반 오기 전엔 못 들어간다."

서준도 작게 말했다.

"제가 통을 들었습니다. 도현 씨가 막지 않았으면 다 같이 죽을 뻔했습니다."

감독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결국 단말을 빼앗듯 받아 들고 현장 중지 확인란을 눌렀다.

도현은 포대를 집어 들었다. 손잡이 너머로 가시 조각의 차가운 떨림이 느껴졌다.

봉쇄문은 닫혀 있었다.

그런데 검은 빛은 분명 문 안쪽에서 새어 나오고 있었다.

희귀 잔향 감지: 동일 파장 접근.

도현은 문틈을 오래 보지 않았다.

아직 치울 수 없는 것은 건드리지 않는 것도 청소였다.

하지만 누군가는 저 안에 무엇을 버려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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