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천재 외과의는 신의 손을 가졌다

시놉시스
대한민국 흉부외과의 독보적인 천재, 백강현.
하지만 고결한 신념은 거대한 병원 권력의 음모 앞에서는 한낱 종이방패에 불과했다.
병원장의 비리를 덮기 위한 대리수술의 누명을 쓰고, 손가락 뼈가 으스러지는 고문 끝에 외과의로서의 생명을 빼앗겼다.
결국 절망 속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한 그가 눈을 뜬 곳은 10년 전, 의과대학 본과 4학년의 낡은 하숙방이었다.
"이번엔 다를 것이다. 내 손을 더럽힌 자들을 파멸시키고, 내 환자들은 단 한 명도 놓치지 않겠다."
회귀와 함께 찾아온 신비로운 감각.
세포 단위의 미세한 맥동까지 느껴지는 '신의 손'을 쥐게 된 백강현의 거침없는 메디컬 복수극이자 기적의 집도기가 시작된다!
1화: 운명의 분기점
삐이이이이이이-.
귓가를 찢을 듯 울려 퍼지는 플랫 라인(Flat Line).
바이탈 모니터의 붉은 신호가 일직선으로 굳어지는 순간, 백강현의 심장도 함께 멎는 듯했다.
"하아, 하아……."
강현은 피투성이가 된 라텍스 장갑을 낀 손을 덜덜 떨며 뒤를 돌아보았다.
유리창 너머 참관실에 서 있는 명성대학병원 병원장, 오태민의 서늘한 눈빛이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수술대 위에 누워 숨을 거둔 환자는 야당의 유력 대선 후보이자 명성재단의 돈줄이었던 서 의원이었다.
수술 도중 심장 벽을 건드려 치명적인 대동맥 파열을 일으킨 것은 강현이 아니었다.
오태민의 지시를 받고 몰래 수술에 난입했던 대리 수술의 주범, 무면허 의료기기 영업사원 놈의 짓이었다.
"백 교수, 자네가 책임지게. 환자의 상태를 과소평가하고 무리하게 메스를 댄 건 자네야."
오태민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다.
"원장님! 놈들이 심장 후벽을 건드리는 걸 제가 똑똑히 봤습니다! 이건 명백한 살인……!"
"닥쳐!"
비명 섞인 폭언과 함께 검은 양복을 입은 사내들이 수술실로 들이닥쳤다.
그들은 강현의 양팔을 결박했고 차가운 수술실 바닥으로 처박힌 강현의 눈앞에서 오태민은 비열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백 교수. 자네가 입을 열면 자네 처도 자네 부모도 무사하지 못할 거야. 얌전히 독박을 쓰라고. 그리고…… 다시는 의사 노릇을 하지 못하게 만들어 줘야겠지."
둔탁한 쇠파이프가 강현의 오른손을 내리쳤다.
뚝, 뚜둑!
"아아아아악-!"
처절한 비명이 수술실 벽을 타고 퍼져나갔다. 외과의에게 목숨보다 소중한 오른손 뼈마디들이 처참하게 으스러졌다.
손가락이 짓눌리고 면허는 박탈되었으며 믿었던 아내마저 빚쟁이들의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백강현에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바람이 거세게 몰아치는 마포대교 위.
강현은 붕대로 칭칭 감긴, 이제는 숟가락조차 제대로 쥘 수 없게 뒤틀린 오른손을 허망하게 내려다보았다.
"의사로서 사람을 살리고 싶었을 뿐인데……."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려 검은 한강 물속으로 툭 떨어졌다.
"오태민…… 네놈들을 저주한다. 지옥에 가서라도……."
스윽.
강현의 몸이 허공으로 기울어졌다. 차가운 강바람이 뺨을 스치고, 어두운 심연이 그의 온몸을 집어삼켰다.
쾅-!
수면에 부딪히는 엄청난 충격과 함께 강현의 의식이 어둠 속으로 가라앉았다.
"어이, 백강현! 야, 임마! 안 일어나?"
머리가 쪼개질 듯한 두통과 함께 거친 외침이 고막을 때렸다.
"흡……!"
강현은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상체를 일으켰다. 차가운 한강 물속에서 질식해가던 고통의 감각이 생생했다. 그러나 손끝에 닿은 것은 축축한 강물이 아니었다. 까끌까끌하고 낡은 이불의 촉감이었다.
"……?"
강현은 멍하니 주위를 둘러보았다.
햇볕이 희미하게 들어오는 반 지하 방. 사방에 널려 있는 두꺼운 의학 원서들과 퀴퀴한 냄새. 책상 위에는 포스트잇이 가득 붙은 스케줄러가 놓여 있었다.
[2016년 10월 24일 - 임상종합평가(졸업고사) D-7]
"2016년……?"
강현은 자신의 손을 보았다.
흉터 하나 없이 깨끗하고, 곧게 뻗은 긴 손가락. 으스러져 뒤틀렸던 오른손이 거짓말처럼 멀쩡했다. 굳은살 하나 없이 매끄러운 20대 시절의 젊은 손이었다.
"꿈인가? 내가…… 한강에서 뛰어내렸는데?"
"이 자식이 아직도 잠꼬대하네. 오늘 소화기내과 쿼터 마지막 날이잖아! 김 교수님 회진 도는데 늦으면 우리 둘 다 유제야, 유제(F)!"
문을 열고 들어온 남자는 대학 시절 강현의 유일한 절친이자 흉부외과 동기였던 김태진이었다. 늙고 지쳤던 태진이가 아닌 풋풋하고 여드름이 듬성듬성 난 본과 4학년 시절의 얼굴이었다.
강현은 뺨을 강하게 꼬집었다. 알싸한 통증이 뇌리를 찔렀다.
"진짜…… 살아있는 건가? 10년 전으로 돌아온 거야?"
그 순간, 머릿속이 징- 하는 고주파 진동음과 함께 울렸다.
두통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온몸의 신경망이 일제히 재배열되는 듯한 기묘한 감각.
강현은 천천히 오른손을 폈다 쥐었다 해보았다.
'어……?'
이상했다.
단순히 손이 멀쩡해진 수준이 아니었다. 손가락 끝에 닿는 이불 커버의 보풀 하나하나가 마치 현미경으로 보는 것처럼 입체적으로 머릿속에 그려졌다.
공기 중에 떠다니는 먼지가 피부에 닿는 느낌, 방바닥의 미세한 온도 차이까지 손바닥을 통해 고스란히 뇌로 전달되었다.
쿵쾅, 쿵쾅, 쿵쾅.
옆에 서 있는 태진의 가슴팍을 보았을 뿐인데, 강현의 귀에 태진의 심장 맥동 소리가 선명하게 들렸다.
분당 78회. 약간의 수면 부족으로 인한 불규칙한 심음(Murmur)까지 포착되었다.
'이 감각은 대체 뭐지?'
강현이 놀라 자신의 손을 쳐다보자, 뇌리에 선명한 메시지처럼 직관적인 정보가 떠올랐다.
[말초신경 절대 인지(Absolute Perception) 각성]
[손가락 미세 통제력(Micro-Control) 100% 동기화]
상태창이나 유치한 홀로그램이 눈앞에 나타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마치 평생을 단련한 초일류 피아니스트나 외과의가 일평생 얻을 수 없는 극상의 감각이 그의 뇌와 양손에 이식된 느낌이었다.
1마이크로미터(㎛) 단위의 오차도 없이 손가락 근육을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다는 절정의 확신이 차올랐다.
"강현아, 너 진짜 왜 그래? 어디 아프냐? 안색이 왜 이래?"
태진이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강현의 어깨를 잡았다.
강현은 천천히 침대에서 내려와 섰다. 거울 속에 비친 26세의 앳된 백강현. 눈빛만큼은 수많은 개심 수술을 집도해 냈던 노련한 거장의 그것이었다.
"아니, 아무것도 아냐."
강현의 입꼬리가 가볍게 올라갔다.
신이 그에게 기회를 준 것이다. 모든 비극이 시작되기 전 그 찬란했던 시절로의 회귀 그리고 상상을 초월하는 초감각의 획득.
"가자, 태진아. 병원으로."
이번 생에는 절대로 짓밟히지 않는다.
나를 파멸시킨 자들의 목줄을 이 완벽해진 손으로 직접 끊어버리리라.
백강현의 눈빛이 형형하게 빛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