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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신교의 수석 소믈리에1화

천마신교의 수석 소믈리에

천마신교의 수석 소믈리에

시놉시스

현대의 천재 와인 소믈리에였던 주인공 '준우'가 마교의 중심지이자 악의 세력인 천마신교의 말단 잡역부로 빙의한다. 무자비한 천마신교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던 중, 절대강자인 천마가 마공의 부작용인 주화입마로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는 소문을 듣게 된다. 준우는 신교 뒷산의 기이한 영초들과 영물을 발효시켜 마기를 다스리고 폭주한 진기를 안착시키는 특수한 영약주(마공 와인)를 빚어낸다. 잔인무도하던 천마와 까탈스러운 마도 고수들이 그의 술 맛에 완벽히 길들여져 준우를 신교의 절대적 요직인 '수석 주선(酒仙)'으로 임명하고, 준우는 술 하나로 무림 최강의 집단을 뒤흔드는 비선 실세가 되어가는 코믹 무협 생존기.

1화: 신교(神敎)의 광증

쿠우웅-!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흑석으로 다듬어진 바닥이 강하게 요동쳤다. 사방을 가로막은 검붉은 대리석 기둥들이 미세한 먼지를 뿜어내며 신음했다.

“크아아아악! 다 죽여 버리겠다! 마도가 무너진단 말이더냐!”

백화전(百花殿) 너머, 교주의 침소인 천마전 쪽에서 들려오는 짐승 같은 포효가 바람을 타고 날아와 지한의 고막을 찢을 듯이 때렸다.

강준우는 들고 있던 은제 쟁반을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쟁반 위에는 붉은빛이 감도는 조악한 도자기 병과 잔 두 개가 놓여 있었다.

‘내가 진짜 미쳤지. 5성급 호텔에서 최고 대우 받으며 소믈리에 하던 내가 왜 이런 개막장 사이비 집단 소굴에 떨어져서 이 고생이람?’

준우가 이곳에 빙의한 지는 딱 일주일째였다.
기억나는 마지막 순간은 VIP 고객에게 1982년산 샤토 라투르를 디캔팅해 바치다 발이 미끄러져 테이블 모서리에 머리를 들이받은 것이었다. 그리고 눈을 떠 보니 천마신교의 식음료를 담당하는 외곽 전각인 백화전의 똥물이나 치우는 말단 잡역부 ‘소춘(小春)’이 되어 있었다.

생사가 오가는 마교였다.
목숨 값은 파리보다 가벼웠고 특히 지금처럼 교주이자 천하제일인인 ‘천마(天魔) 독고성’이 주화입마로 미쳐 날뛰는 기간에는 매일 밤 목이 달아난 시종들이 마차로 세 대씩 실려 나갔다.

“소춘아! 멍청하게 서 있지 말고 빨리 그 술병 들고 우호법님께 가거라!”

백화전의 책임자이자 뚱뚱한 마도 요리사인 황 주방장이 이마의 기름땀을 훔치며 소리쳤다. 그의 손은 사시나무 떨듯 떨리고 있었다. 그 역시 천마전으로 향하는 것이 죽으러 가는 길임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예, 예! 주방장님!”

준우는 속으로 황 주방장의 조상을 향해 온갖 욕설을 퍼부으며 한 걸음씩 걸어갔다. 천마전 입구에 다다르자 얼음처럼 차가운 한기가 온몸을 휘감았다.

문 앞에는 은백색 경갑을 입은 절세의 미녀가 서 있었다. 날카롭게 뻗은 눈매와 차가운 턱선. 천마신교의 우호법이자 교주의 최측근인 ‘설아’였다. 하지만 그녀의 낯빛 역시 심하게 그늘져 있었다.

“가져왔느냐.”

설아의 목소리는 서리가 내린 것처럼 서늘했다.

“예, 우호법님. 백화전에서 가장 귀하게 여기는 십년 묵은 영사주(靈蛇酒)입니다.”

준우가 공손히 쟁반을 내밀자 설아는 술병의 마개를 열어 향을 맡았다. 그리고는 이내 눈살을 찌푸렸다.

“이까짓 텁텁하고 잡내 나는 뱀 술로 교주님의 광증을 누를 수 있단 말이더냐? 기맥이 뒤틀려 폭주하는 진기를 이 따위 술이 잡을 수 있을 리가…….”

설아는 마른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극도의 스트레스로 인해 손으로 아랫배를 감싸 쥐고 있었다. 소믈리에 특유의 관찰력으로 준우는 단번에 알아챘다.

‘저 호법이라는 여자, 심각한 신경성 위염이군. 혈색이 탁하고 아랫배를 움켜쥐는 걸 보니 소화계가 완전히 망가졌어.’

그때, 천마전 내부에서 다시 한번 굉음이 터졌다.
쾅!

“술! 술을 가져오너라! 내 타들어 가는 단전을 식힐 술이 없단 말이더냐!”

문이 거칠게 부서지며 검붉은 마기가 흘러나왔다. 설아는 결심한 듯 준우의 쟁반에서 술병을 낚아챘다.

“들어오너라. 잔을 올려야 하니.”

“예? 저, 제가 직접 들어갑니까?”

준우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들어가면 십중팔구 찢겨 죽을 텐데! 하지만 우호법의 살기 어린 눈빛을 보니 들어가기도 전에 목이 날아갈 기세였다. 준우는 침을 삼키며 천마전 안으로 발을 디뎠다.

넓은 방 한가운데, 머리를 산발한 거구의 중년 남성이 붉게 충혈된 눈으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그가 바로 무림의 절대 악, 천마 독고성이었다. 그의 몸 주변으로 날카로운 검은색 마기가 불꽃처럼 일렁이며 대리석 바닥을 깎아내고 있었다.

“우호법, 가져왔느냐?”

“예, 교주님. 백화전에서 바치는 영사주입니다.”

설아가 무릎을 꿇으며 술을 올렸다. 천마는 술병을 낚아채더니 그대로 주둥이를 입에 대고 들이켰다. 벌컥벌컥.

꿀꺽, 꿀꺽.

“……커어억!”

천마가 거칠게 술병을 내팽개쳤다. 술병이 대리석 바닥에 부딪혀 와장창 깨지며 붉은 술이 사방으로 튀었다.

“이따위 싸구려 개흙 맛이 나는 술을 나보고 마시라고 가져왔느냐! 단전의 화마(火魔)를 가라앉히기는커녕 목구멍만 타들어 가는구나! 다 죽여 버리겠다!”

천마의 손끝에 검은 마기가 모여들며 설아의 머리 위로 떨어지려 했다. 설아는 이빨을 악물며 눈을 감았다.

그때, 준우의 머릿속이 빠르게 회전했다.
저 영사주의 향을 맡았을 때 느꼈던 결함들. 지나치게 높은 알코올 도수, 뱀의 비린내를 잡지 못한 미숙한 침전 처리 그리고 지나치게 자극적인 열성 약초들의 오용. 주화입마로 단전이 타들어 가는 자에게 열성 약초가 가득한 술을 주었으니 광증이 심해지는 것은 당연했다.

살고 싶다면 움직여야 한다. 소믈리에의 지식으로!

“교주님! 잠시만 저에게 기회를 주십시오!”

준우가 바닥에 납작 엎드리며 소리쳤다.
천마의 붉은 안광이 준우를 향했다.

“네놈은 누구냐? 잡역부 놈이 감히 내 앞길을 막아서느냐.”

“백화전의 소춘이라 합니다! 방금 올린 영사주는 주화입마를 겪으시는 교주님의 맥락에 최악의 상극인 술입니다. 단전의 타오르는 화(火) 기운을 가라앉히려면 한빙(寒氷)의 음기와 기맥을 부드럽게 감싸주는 부드러운 산미가 필요합니다! 제게 반 각(약 7분)의 시간만 주신다면 교주님의 뒤틀린 기맥을 진정시킬 음양의 균형을 맞춘 와인…… 아니, 영약주를 바치겠습니다!”

침묵이 방 안을 지배했다.
설아는 준우를 미친놈 보듯 바라보았고 천마는 준우를 뚫어지게 노려보았다.

“재밌군. 만약 반 각 뒤에 내 마음에 드는 술을 가져오지 못한다면 네놈의 사지를 찢어 백화전 주방에 걸어두겠다. 가라.”

“감사합니다, 교주님!”

준우는 빛의 속도로 방을 뛰쳐나갔다. 그의 등 뒤로 식은땀이 비 오듯 흘렀다.
이제 남은 시간은 단 7분.
무림 역사상 가장 괴팍한 고객의 미각을 만족시키고 목숨을 건질 기적의 블렌딩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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