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 망나니 공자로 환생하다

100화: 천마, 영원히 걷다 (최종화)
펜드래건 공작가의 대연무장.
쌀쌀한 아침 공기를 가르며, 카일의 검끝이 허공을 날카롭게 찔렀다. 그의 푸른 마력이 대지를 단단히 고정하며 펼치는 대지검법은 과거에 비해 한층 더 깊이 있고 정교해져 있었다.
탁.
"자세가 너무 높습니다, 형님. 오른쪽 어깨의 힘을 빼고 체중을 좀 더 아래로 실으십시오."
연무장 한편에 서 있던 에단이 나뭇가지를 손가락으로 튕기며 말했다.
카일은 검을 거두고 땀을 닦아내며 웃었다.
"하하, 제국 최고의 영웅에게 지도를 받으니 실력이 늘지 않을 수가 없군."
에단은 미소를 지으며 품에서 공작가의 가주를 상징하는 펜드래건의 인장(Seal)을 꺼내 카일에게 건넸다.
"이게 뭔가, 에단?"
카일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버지가 은퇴를 선언하며 다음 가주로 점찍은 사람은 누가 뭐라 해도 공역을 세운 에단이었다.
"가주 자리는 형님이 맡으십시오. 펜드래건 가문을 이끌고 영지민들을 돌보는 일은 우직하고 현명한 형님이 어울립니다. 저처럼 피바람을 몰고 다니는 놈이 가주가 되면 가문이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을 겁니다."
"하지만 아버님과 가신들이……."
"이미 설득해 두었습니다. 아버님도 동의하셨으니, 사양 말고 받으십시오."
에단은 연무장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는 펜드래건 영지 산맥 중턱에 우뚝 솟은 거대한 석조 건물이 보였다. 에단이 지난 한 달간 제국 황실의 지원을 받아 설립한 무관(武館), '천마신궁(天魔神宮)'이었다.
그곳은 단순히 검술을 가르치는 곳이 아니었다. 에단이 전생에 익혔던 내공과 무공의 정수, 그리고 이세계의 마법 체계를 융합하여 새로운 '마도무예(Magic Martial Arts)'를 육성하는 대륙 최초의 문파였다.
"신궁의 초대 궁주 자리는 내 제자인 크리스에게 맡겼습니다. 가끔 들러서 아이들이 꾀부리지 않는지 감시나 해 주십시오."
카일은 인장을 굳게 쥐며 에단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 슬픔이 깃들었다.
"정말로…… 떠날 생각인 거냐?"
"대륙은 넓고, 아직 제가 가보지 못한 미지의 영토가 너무 많습니다. 바다 너머에는 또 어떤 강자들이 도사리고 있을지 생각만 해도 심장이 뛰는군요."
에단이 흑사를 등에 멨다.
그의 곁으로 간편한 여행복 차림을 한 루나가 다가왔다. 그녀의 어깨에는 마법 서적들이 가득 든 가방이 메여 있었다.
"준비 끝났어, 에단. 언제든 출발할 수 있어."
루나가 활짝 웃으며 에단의 팔짱을 꼈다.
"가자, 루나."
에단은 카일에게 마지막으로 가볍게 목례를 건넨 뒤, 영지 성문을 향해 걸어 나갔다.
성문 앞에는 이른 아침부터 모여든 수많은 영지민과 제국의 기사들이 길 양옆으로 길게 늘어서 있었다. 그들은 대륙을 구한 위대한 영웅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기 위해 숨을 죽인 채 기다리고 있었다.
에단이 성문을 통과하자, 누군가 먼저 선창을 시작했다.
"천마(天魔) 에단 펜드래건 만세!"
"대륙의 구원자시여, 신의 가호가 함께하기를!"
우렁찬 함성이 온 대지를 흔들며 에단과 루나의 등 뒤를 호위하듯 울려 퍼졌다.
에단은 뒤돌아보지 않고 손을 가볍게 흔들어 보였다. 그의 붉은 눈동자에는 두려움 대신, 눈앞에 펼쳐진 끝없는 지평선과 새로운 모험에 대한 흥분만이 가득 차 있었다.
전생에는 고독한 마왕으로서 천하를 피로 물들였던 천마 백운휘.
현생에는 이세계의 망나니 공자로 환생하여 황실을 구하고 마왕을 베어 대륙의 신화가 된 에단 펜드래건.
그의 이름이 자아낸 위대한 전설은 끝났지만, 칼 한 자루를 쥐고 새로운 세상을 향해 걷는 그의 여정은 이제 막 다시 시작되고 있었다.
하늘을 가로지르는 바람처럼, 천마의 발걸음은 영원히 멈추지 않을 것이다.
[천마, 망나니 공자로 환생하다 - 완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