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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정한 남편이 예언을 속이려 나를 미워한 줄 몰랐다8화

무정한 남편이 예언을 속이려 나를 미워한 줄 몰랐다

무정한 남편이 예언을 속이려 나를 미워한 줄 몰랐다

8화: 상처 입은 구원자

피는 말보다 오래 남았다.

나는 창가에 손수건을 펼쳐 놓고 굳은 자국을 들여다보았다. 내 피는 갈색으로 말라 있었지만 다른 피는 가장자리부터 검게 굳어 있었다.

북부의 결계 마법을 오래 쓴 사람에게서 가끔 보이는 흔적이었다. 마법이 피 속의 열을 태우고 지나간다고 들었다.

카시안은 북부를 지키는 대공이었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는 아무것도 확정할 수 없었다. 나는 이미 한 번, 빈자리에 마음대로 이유를 채워 넣고 상처받은 적이 있었다.

"대표님."

라일라가 내 팔의 붕대를 고쳐 묶었다. 손끝은 조심스러웠지만 표정은 단호했다.

"또 나가시겠다는 표정입니다."

"확인하러 가는 거야."

"그 말은 늘 같은 뜻입니다."

나는 부정하지 못했다.

탁자 위에는 마르타가 빌려준 별궁 하녀 물품표 보관함 열쇠가 놓여 있었다. 어젯밤 돌아온 뒤 라일라와 함께 대여 장부를 확인했지만 폐향 보관소와 연결된 영수증 몇 장은 따로 빼두지 못했다.

오늘은 그 종이들이 필요했다.

"라일라. 아침 장을 보러 간다는 말로 마차를 빌려."

"팔이 아직 저리시잖아요."

"그래서 마차를 타는 거고."

"그건 답이 아닙니다."

라일라의 감정색이 불안한 회색으로 번졌다. 그 밑에는 끝까지 나를 붙잡으려는 초록빛이 남아 있었다.

나는 손수건을 접어 증거 봉투에 넣었다. 봉투 바깥에는 어젯밤 적어 둔 문장이 있었다.

모르는 사람의 피.

"의심은 증거가 아니라고 했지."

나는 봉투를 가방 안쪽에 넣었다.

"그러니까 증거를 만들 거야."


별궁 하녀 물품표 보관함은 기록실 가장 안쪽 벽에 붙어 있었다.

마르타는 우리를 들여보내며 열쇠 꾸러미를 만지작거렸다. 그녀는 내 팔보다 창밖을 먼저 살폈다. 이 일에 발을 들인 뒤부터 그녀도 경계하는 법을 배운 듯했다.

"오늘 안에 돌려주셔야 합니다. 하녀장님이 찾으시면 제가 곤란해집니다."

"기록은 원래 곤란한 사람을 늘리죠."

"그래서 기록을 싫어하는 사람이 많은 거고요."

나는 서랍에서 동문 거리 표식이 붙은 영수증을 골랐다. 폐향 회수 날짜와 수면 보조약 반출 날짜가 나란히 적혀 있었다. 같은 날이었다.

세 번째 영수증에서 손이 멈췄다.

수면 보조약 열두 병.

환자 추가 세 명.

약통 바닥에 회색 재 섞임.

메모는 하녀의 급한 필체로 쓰여 있었다. 바로 아래에는 물품을 받은 곳이 적혀 있었다.

동문 빈민 의원.

"재가 섞였다는 건가요?"

라일라가 내 어깨 너머로 종이를 보았다.

"향초 재일지도 몰라."

"그걸 약으로 썼단 말입니까?"

"쓴 쪽은 모르고 썼겠지. 아니면 모르도록 만들었거나."

나는 영수증을 빛에 비추었다. 뒷면에는 더 작은 숫자가 남아 있었다. 향초 회수 통 두 개. 약방 뒤편 출고. 의원 배달꾼 한 명.

사람을 잠들게 하는 향과 환자의 약통이 같은 길을 탔다.

마르타의 얼굴이 굳었다.

"하녀 숙소에도 같은 수면 보조약이 들어온 적이 있습니다."

"증상이 있었습니까?"

"아침에 깨워도 일어나지 않는 아이가 둘 있었어요. 다들 과로라고 생각했죠."

그녀의 감정색에 옅은 푸른빛이 번졌다. 두려움보다 먼저 화가 난 색이었다.

나는 영수증의 배달꾼 표식을 가리켰다.

"이 사람을 찾아야 합니다. 당장 고발할 수는 없어도 누가 무엇을 실었는지는 들을 수 있어요."

마르타가 망설였다.

"신전 약방이 알면 당신을 다시 노릴 겁니다."

"이미 노렸어요. 이제는 이유를 알아야 해요."

나는 영수증을 두 장으로 베꼈다. 한 장은 마르타에게 남겼고 다른 한 장은 가방에 넣었다.

기록은 한곳에만 두면 증거가 아니라 인질이 됐다.


동문 빈민 의원의 뒤뜰에는 젖은 빨래와 약초 냄새가 뒤섞여 있었다.

나이 든 의원장은 영수증을 보자마자 문을 닫으려 했다. 하지만 라일라가 먼저 문턱을 잡았다.

"저희는 약을 팔러 온 게 아닙니다. 환자분을 보러 왔어요."

"환자는 보여줄 수 없소. 신전 약방이 준 약이오."

"그래서 봐야 합니다."

나는 은화 대신 영수증 사본을 내밀었다.

"이 기록은 별궁에도 남아 있습니다. 지금 문을 닫으시면 의원님이 약통 바닥의 재를 몰랐다는 말도 함께 기록될 겁니다."

의원장은 한동안 내 얼굴을 보았다. 그에게서 짙은 갈색이 올라왔다. 죄책감과 두려움이 섞인 색이었다.

그는 결국 우리를 안쪽 병실로 안내했다.

창가 침상에는 열네 살쯤 된 소녀가 누워 있었다. 숨은 고른데 눈꺼풀은 지나치게 무거워 보였다. 침상 옆 약통 바닥에는 아주 작은 회색 가루가 남아 있었다.

라일라가 숨을 삼켰다.

"깨지 못하는 향."

나는 약통을 건드리지 않고 코끝만 가까이 댔다. 차갑고 매운 향로 냄새가 박하 냄새 아래에 숨어 있었다.

우리 집 벽난로에서 새어 나오던 냄새와 같았다.

"누가 이 약을 가져왔습니까?"

의원장이 뒤뜰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심부름꾼 아이가 있었소. 오늘도 재통을 가지러 왔다가..."

문밖에서 발소리가 났다.

어제 폐향 보관소 앞에서 보았던 아이였다. 아이는 우리를 발견하자마자 몸을 돌렸다. 그러나 골목 양쪽에서 검은 제복의 남자 둘이 먼저 나타났다.

발렌티노 대공저 경비대.

그들은 아이를 거칠게 잡지 않았다. 오히려 아이가 도망치지 못하도록 뒤를 막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 조용한 움직임을 나는 알고 있었다.

그 밤 골목에서 나를 감싼 무채색과 같은 쪽의 사람들.

"그 아이는 저희가 데려가겠습니다."

앞선 남자가 말했다.

"신전 쪽에서도 찾고 있습니다."

"왜요?"

"안전한 곳에서 물어야 할 일이 있습니다."

그 말은 틀리지 않았다. 그래서 더 불쾌했다.

안전한 곳이라는 말은 언제나 누군가의 입을 먼저 닫게 했다.

나는 길가 과일 좌판을 가리켰다.

"라일라. 의원장님과 저 상인분을 이쪽으로 모셔와."

"대표님."

"지금."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하자 경비대의 눈빛이 바뀌었다. 그들은 무기를 꺼내지 않았고 나도 그럴 생각은 없었다.

나는 아이 앞에 쪼그려 앉았다.

"네가 말한 건 한 사람에게만 남지 않을 거야. 의원장님도 듣고 상인도 듣고 별궁 기록에도 남아."

아이는 입술을 깨물었다.

"신전이 저를..."

"신전이 널 찾는 이유가 네가 거짓말해서는 아닐 거야."

나는 가방에서 영수증 사본을 꺼냈다.

"이걸 실은 날, 약을 먹고 일어나지 못한 아이가 있어. 네가 그 재를 약통에 넣었니?"

아이는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전 몰랐어요. 그냥 통을 바꿔 놓으라고 했어요. 회색 가루가 든 작은 봉투를 약통 밑에 넣으라고."

"누가?"

"약방 뒤편의 흰 장갑 낀 사람이요. 그리고... 동문 거리 이층집에 상처 난 손이 있는지 보고 오라고 했어요."

내 손끝이 차갑게 굳었다.

상처 난 손.

신전은 나만 쫓는 것이 아니었다. 그 밤 자객의 칼을 막은 사람의 상처까지 찾고 있었다.

경비대의 시선이 잠깐 부딪쳤다. 앞선 남자의 오른손에는 새 붕대가 감겨 있었다. 천 끝에 묶인 매듭은 목패 끈에서 보았던 북부식 매듭과 같았다.

나는 천천히 일어섰다.

"그 손이 누구 것인지 알고 계시군요."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뒤편에 세워 둔 검은 마차 쪽으로 한 발 비켜섰다. 마차 문에는 발렌티노 문장이 없었다. 그러나 바퀴 축의 은색 장식은 대공저의 물자 마차에서 본 것과 같은 것이었다.

길을 막지 않는 대답이었다.

나는 아이를 바라보았다.

"네 이야기는 여기까지 기록할 거야. 경비대와 가든 말든 네가 선택해. 다만 의원장님 앞에서 한 번 더 말해."

아이는 떨리는 눈으로 병실 창을 보았다. 침상 위 소녀의 손가락이 아주 약하게 움직였다.

"말할게요."

그 대답을 듣고서야 나는 마차 쪽으로 걸었다.


발렌티노 대공저 외곽 치료동은 본채보다 낮고 조용했다.

나는 문 앞에서 멈췄다. 라일라는 내 소매를 붙잡았다.

"정말 들어가실 겁니까?"

"내가 찾은 사람에게 물으러 가는 거야."

"그분이 맞으면요?"

나는 잠시 대답하지 못했다.

맞는다면 안도할 이유가 생길 것이다. 그와 동시에 더 오래 묻어 둔 분노도 제자리를 찾을 것이다.

구원은 면죄부가 아니었다.

하지만 구원받은 밤의 떨림까지 거짓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

복도 끝 문이 열리며 바르텔이 나왔다. 그는 나를 보자 작게 숨을 멈췄다. 손에는 약재 상자와 피 묻은 붕대 포장지가 들려 있었다.

포장지 한쪽에 익숙한 푸른 실밥이 붙어 있었다.

내 손수건 가장자리에만 쓰던 실이었다.

"바르텔 경."

그가 포장지를 뒤로 감추려 했지만 늦었다.

나는 증거 봉투에서 손수건을 꺼냈다. 한쪽 모서리가 뜯겨 나가 있었고 같은 색 실이 끊긴 자리에 남아 있었다.

"그날 밤 누가 이걸 찢어 붕대에 썼습니까?"

바르텔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침묵은 때때로 대답보다 정직했다.

나는 그를 지나 문을 열었다.

카시안은 창가에 서 있었다. 왼팔은 붕대 아래에 감춰져 있었지만 자세가 평소보다 아주 조금 굳어 있었다. 어깨에 힘이 들어간 모습이 낯설었다.

그는 나를 보자마자 눈빛을 낮췄다.

"여긴 왜 왔지."

"그 질문은 제가 해야죠."

나는 문을 닫지 않았다. 라일라가 복도에 남아 있는 것을 확인한 뒤 탁자 위에 손수건과 붕대 포장지를 나란히 놓았다.

"그날 골목에 있었군요."

카시안의 시선이 손수건 위에서 멈췄다.

"돌아가."

목소리는 차가웠다. 하지만 나를 내쫓던 날의 차가움과는 달랐다. 이번에는 통증을 감추는 사람의 목소리였다.

"또 그렇게 말하면 제가 돌아갈 거라고 믿으세요?"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나는 그의 붕대 쪽을 보았다. 약 냄새 아래에 아주 희미한 신전 향로 냄새가 남아 있었다. 칼끝의 마비제와 같은 냄새였다.

"나를 구한 건 당신이었죠."

카시안의 손가락이 천천히 움켜쥐어졌다.

"그 밤에 네가 죽는 것을 볼 수는 없었다."

그 말은 사과가 아니었다. 사랑이라는 말과도 거리가 멀었다.

그런데도 나는 그가 거짓말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감정색을 읽지 않아도 알 수 있을 만큼 그의 얼굴이 지쳐 있었다.

가슴 한쪽이 어처구니없이 풀렸다가 곧바로 아프게 조여 왔다.

"그래서 얼굴을 가리고 내 이름도 부르지 않았군요."

"네가 나를 알아서는 안 됐다."

"왜요?"

카시안은 시선을 피했다.

"지금은 말할 수 없다."

나는 웃지 못했다.

"당신은 늘 그 말을 잘하네요. 말할 수 없다고 하고 돌아가라고 하고 내가 모르도록 정리해요."

그의 얼굴이 아주 잠깐 흔들렸다.

"나는 너를 위험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나를 혼자 위험한 곳에 남겨 뒀죠."

방 안이 고요해졌다.

카시안은 반박하지 못했다. 붕대 감긴 손이 탁자 모서리를 짚었다가 천천히 떨어졌다.

그 침묵이 내게는 처음 듣는 인정처럼 느껴졌다.

그때 복도에서 급한 발소리가 들렸다. 바르텔이 문을 두드리고 들어왔다.

"각하. 신전 약방 쪽 사람들이 치료동 주변을 돌고 있습니다. 결계 상처를 입은 사람을 찾는다고 합니다."

카시안의 눈빛이 순식간에 식었다.

"몇 명이지."

"넷입니다. 신전 치료 자원봉사자 행세를 합니다."

나는 의원 뒤뜰에서 들은 말을 떠올렸다.

동문 거리 이층집의 상처 난 손.

신전은 나를 노린 자객의 실패를 그냥 넘기지 않았다. 카시안의 피를 따라 구원자까지 찾아내려 했다.

카시안이 나를 향해 말했다.

"오늘부터 다른 곳에 있어."

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 다시 대공저의 차가운 복도가 떠올랐다. 내 의견이 없는 곳으로 밀려나던 시간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제 상회와 집을 버리지 않겠습니다."

"에블린."

"당신이 나를 살렸다고 해서 내 선택까지 가져갈 수는 없어요."

카시안이 입을 다물었다.

나는 가방에서 의원 기록 사본을 꺼냈다. 세 장으로 나누어 둔 종이였다.

"이건 마르타 부인께 한 장, 의원장에게 한 장, 제게 한 장이 있어요. 향초 재가 약통에 들어갔고 잠들지 못하는 아이가 있다는 기록입니다. 신전이 원한다면 다 태우려 하겠죠."

나는 마지막 사본을 그의 앞에 놓았다.

"내 길에 관여하고 싶다면 먼저 알려 주세요. 모르는 사람처럼 구하지 말고. 명령도 받지 않겠습니다."

카시안의 시선이 종이 위에 내려앉았다. 한참 뒤 그가 낮게 말했다.

"알겠다."

짧은 대답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내 발을 묶지 않았다. 나를 다른 곳으로 옮기라고 명령하지도 않았다.

카시안은 바르텔을 돌아보았다.

"치료동 뒤편 문을 열어. 로제 양이 원하는 곳으로 돌아가게 해."

그리고 잠시 멈췄다.

"그녀가 원할 때만 호위를 붙여라."

나는 그를 보았다.

그것은 아주 작은 양보였다. 하지만 내게 선택을 되돌려 주는 양보이기도 했다.

"호위는 제가 필요할 때 부를게요."

"그래."

그가 즉시 답했다.


치료동을 나서기 전, 나는 의원 기록의 마지막 장을 다시 펼쳤다.

환자 이름 아래에는 약통을 넘긴 사람의 확인란이 있었다. 흐릿한 먹물 자국 위에 낯익은 인장이 찍혀 있었다.

세르비안.

신전 약방 관리인의 개인 인장이었다.

나는 종이를 접어 품 안에 넣었다.

카시안이 나를 구했다는 사실은 이제 거의 의심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그가 감춰 온 모든 일이 이해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적어도 하나는 분명했다.

향초는 사람을 재우는 물건이 아니었다.

누군가의 입을 지우고 증거를 태우는 재였다.

그리고 그 재를 실은 장부에 세르비안의 이름이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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