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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방을 탈출하는 법5화

죽음의 방을 탈출하는 법

죽음의 방을 탈출하는 법

5화: 타인을 밀어 넣은 자

[타인을 먼저 밀어 넣은 자의 기록을 찾으십시오.]
[남은 시간: 12:38]

문자가 사라지자마자 도서관의 공기가 한쪽으로 기울었다.

말은 없었다.

대신 시선이 있었다. 마흔다섯 명의 시선이 한 사람에게 꽂혔다. 박상철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그는 입을 열려 했다.

최정민의 손이 먼저 움직였다. 그녀는 상철의 손목을 꺾지 않았다. 손등을 위에서 눌러, 그가 변명하듯 가슴을 치거나 누군가를 가리키는 동작조차 못 하게 만들었다.

상철의 눈이 정민을 향해 돌아갔다.

그보다 빠르게 책장 위쪽의 검은 구멍들이 움직였다.

딸깍.

지후는 손전등을 바닥에 낮게 비췄다.

한 번.

앉기.

두 번.

정지.

사람들이 천천히 무릎을 굽혔다. 몇몇은 상철 쪽으로 몸을 기울인 자세 그대로 굳었다. 카펫 아래 은색 감지선이 희미하게 반짝였다.

[집단 진동 감지]
[동일 방향 압력 집중]

이 방은 기다리고 있다.

사람들이 상철에게 달려드는 순간을.

상철이 벌을 받는 장면은 잠깐 달콤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달콤함은 바로 화살의 명분이 된다.

또각.

사서의 발소리가 옆 서가 너머에서 멈췄다.

검은 장갑 낀 손가락이 책등 하나를 쓸었다. 길고 마른 손끝은 빈 칸을 더듬다가, 아직 아무것도 꽂히지 않은 홈 앞에서 멈췄다.

마치 기다린다는 듯.

누군가 상철을 밀어 넣고, 누군가 새 기록이 되는 것을.

지후는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조건은 상철을 죽이라는 말이 아니다.

기록을 찾으라는 말이다.

그는 손전등을 세 번 깜빡였다.

이동.

그리고 상철이 아니라, 도서관 깊은 쪽을 가리켰다.

사람들이 당황한 눈으로 지후를 보았다. 상철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에게 달려들 줄 알았던 표적이 등을 돌리자, 그의 얼굴에 잠깐 안도가 비쳤다.

지후는 그 안도를 기억했다.

죄책감이 먼저 올라오는 얼굴이 아니었다.

살았다고 착각하는 얼굴이었다.

이설아가 지후의 소매를 조심스럽게 잡았다. 그녀는 상철을 보지 않았다. 대신 바닥을 가리켰다.

회색 카펫 위에 아주 얇은 눌림 자국이 있었다.

방금 사서가 지나간 길.

설아는 손가락으로 짧은 선을 그렸다. 사서는 죽은 남자의 이름표를 들고 빈 서가 쪽으로 갔다. 그 길은 다른 곳보다 먼지가 적고, 카펫 섬유가 한 방향으로 누워 있었다.

지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기록을 정리하는 존재가 있다면, 최근 기록은 그 동선 끝에 있다.

그들은 천천히 움직였다.

상철은 정민에게 눌린 채 따라왔다. 정민은 팔을 꺾지 않았다. 꺾으면 상철이 반사적으로 버틸 것이다. 그녀는 팔꿈치와 어깨의 각도만 막아, 그가 스스로 걷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뒤쪽 생존자들도 거리를 두었다.

상철에게 달려들지도, 지후에게 바짝 붙지도 않았다. 같은 구역에 하중이 몰리면 죽는다는 걸 이제 알았다.

[남은 시간: 10:51]

서가의 표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이름과 실패만 있었다.

017 윤태건 - 실패

022 서민호 - 실패

그 다음 칸부터는 표제가 달랐다.

선별 타일

중앙축

압력 오판

회랑의 기록이다.

지후는 발을 멈췄다.

검은 목재 서가의 가장 낮은 칸에 붉은 실이 두 가닥 걸린 책이 있었다. 책등에는 이름이 적혀 있지 않았다.

대신 짧은 문장이 있었다.

타인을 먼저 보낸 자

상철의 숨이 굳었다.

아주 작았다.

하지만 도서관은 그 정도도 읽었다.

딸깍.

상철은 입술을 깨물었다. 피가 맺혔지만 소리는 내지 않았다.

지후는 바로 책을 당기지 않았다. 442 때처럼 구조부터 봤다. 책등 아래쪽에는 손톱만 한 홈이 있었고, 홈 옆에 검은 먼지가 얇게 모여 있었다.

자주 열린 장치.

아니, 방금 준비된 장치.

그는 책을 밀었다.

딸칵.

카드함이 열렸다.

안에는 붉은 카드가 한 장 있었다.

박상철

그 아래에는 실패가 아니라 다른 말이 적혀 있었다.

판정: 보류

기록 사유: 타인 선투입

상철의 눈이 커졌다.

그는 고개를 저었다. 자신은 아니라는 뜻. 지후는 그 손짓을 보지도 않았다.

카드 아래의 작은 글씨가 이어졌다.

지하 50층 시작의 회랑. 압력식 선별 타일 구간.

생존 확률 확보를 위해 타인을 먼저 밀어 넣음.

직접 사망 아님. 그러나 사망 경로 개방에 기여.

보류.

살아 있기 때문에 아직 실패자로 분류되지 않았다.

하지만 판도라는 이미 알고 있다.

지후는 카드를 집었다.

그 순간 카드함 안쪽에서 낮은 마찰음이 났다.

구두 밑창이 카펫을 미는 소리.

그리고 숨 막힌 남자의 짧은 신음.

설아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녀의 손이 잘린 운동화 끈을 움켜쥐었다.

회랑에서 검은 타일 위로 끌려 들어가던 순간이, 소리로 되살아나려 하고 있었다.

지후는 카드를 완전히 빼지 않고 멈췄다.

[두 번째 반납 카드가 감지되었습니다.]
[반납 제한 시간: 02:30]
[기록 재현 준비 중]

이번에는 비명이 아니다.

밀어 넣는 소리다.

사람 하나가 다른 사람을 도구로 쓰는 순간의 소리.

지후는 상철을 봤다.

상철의 눈은 흔들렸지만, 곧바로 독하게 굳었다. 그는 입술만 움직였다.

내가 안 했어.

거짓말은 소리를 내지 않아도 보인다.

정민이 그의 어깨를 눌렀다.

지후는 설아를 봤다. 설아는 떨리는 손으로 운동화 끈을 쥔 채 바닥을 살폈다. 그러다 서가 맞은편을 가리켰다.

보류 기록

그 아래 비어 있는 홈.

거리는 여섯 걸음.

중간에는 은색 선이 두 개. 사서가 지나간 눌림 자국 하나. 그리고 상철에게 꽂힌 사람들의 분노.

지후는 손전등을 한 번 깜빡였다.

앉기.

모두 낮아졌다.

상철만 늦었다.

정민이 그의 무릎 뒤를 손끝으로 눌렀다. 상철은 이를 악문 채 무릎을 굽혔다.

지후는 카드 아래쪽을 손가락으로 눌렀다. 카드함에서 다시 구두 소리가 새어 나오려 했다.

그는 남은 붕대 조각을 꺼냈다.

강문식의 비명을 막는 데 썼고, 금속음을 막는 데도 썼다. 피와 먼지에 젖어 있었지만 두께는 아직 남아 있었다.

지후는 카드의 모서리를 붕대로 감싸 쥐었다.

카드 자체가 음원을 품고 있다면, 홈에 닿는 순간 소리가 난다.

접촉음을 줄인다.

밀리는 장면을 재현하려 한다면, 밀리지 않는 각도로 넣는다.

[기믹 파괴]
[숙련도 제한: 과부하 주의]

손가락 관절이 다시 뜨거워졌다.

이번에는 열감이 손목까지 올라왔다. 지후는 이를 악물었다. 부수는 게 아니다. 장치가 기록을 재생하기 전에, 재생 순서를 헛디디게 만든다.

첫 걸음.

설아가 손가락을 접었다.

그 칸은 안 된다.

지후는 왼쪽으로 반 발 옮겼다. 발끝이 카펫 위 먼지를 건드리지 않을 만큼만 들렸다.

두 번째.

또각.

사서가 움직였다.

검은 장갑 낀 손이 서가 모퉁이를 돌아 나왔다. 이번에는 손만이 아니었다. 검은 소매와 마른 팔꿈치가 보였다.

사서는 지후를 보지 않았다.

카드를 보았다.

반납물이 지연되고 있다는 듯.

[반납 제한 시간: 01:12]

지후는 속도를 올리지 않았다.

급하면 소리가 난다.

네 번째 걸음.

다섯 번째.

지정 서가 앞.

홈은 평범해 보였다. 하지만 안쪽에는 짧은 롤러가 있었다. 카드를 넣는 순간 빨아들이며 마찰음을 키우는 구조였다.

지후는 단열포의 가장자리를 뜯었다.

정확히 손톱 두께만.

그 조각을 롤러 위에 얹었다. 붙이지 않았다. 끼우지도 않았다. 그냥 떨어지기 직전의 각도로 얹었다.

사격구가 하나 기울었다.

시간이 없다.

지후는 카드를 넣었다.

반쯤.

카드 안쪽에서 낮은 남자 목소리가 올라오려 했다.

"빨..."

붕대가 소리를 먹었다.

카드를 더 밀었다.

구두가 카펫을 미는 소리 대신, 천이 롤러를 헛돌게 만드는 둔한 마찰음만 났다.

끝까지.

딸깍.

[반납 카드가 지정 서가에 삽입되었습니다.]
[강제 재현 실패]
[두 번째 반납 완료]
[제1라운드 진행률: 2 / 3]

도서관의 검은 구멍들이 천천히 원래 자리로 돌아갔다.

상철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침묵이 그를 보호해 주지는 못했다. 주변 사람들은 이제 그가 무엇을 했는지 안다. 시스템이 말했고, 기록이 말했다.

지후는 책등이 벌어지는 것을 보았다.

안쪽 종이에 짧은 문장이 떠올랐다.

박상철. 45세. 시작의 회랑 생존자.

자신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타인을 먼저 밀어 넣음.

실패 판정은 유예된다. 같은 선택이 반복될 때 확정된다.

같은 선택이 반복될 때.

지후는 상철을 돌아봤다.

상철도 그 문장을 읽었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지후를 봤다.

그 눈빛은 변명도, 부끄러움도 아니었다.

원한.

공중에 다시 문자가 떠올랐다.

[세 번째 반납 조건을 공개합니다.]
[침묵을 깨뜨리고도 살아남은 자의 기록을 찾으십시오.]
[남은 시간: 07:04]

이번에는 시선이 한곳에 모이지 않았다.

모두가 서로를 보았다.

누가 침묵을 깼는지.

누가 살아남았는지.

그 질문만으로도 도서관은 사람들 사이에 금을 그었다.

또각.

사서가 아주 가까운 곳에서 멈췄다.

검은 장갑 낀 손이 새 빈 칸을 열었다.

이번 칸에는 아직 이름이 없었다.

빈 칸의 어둠이, 살아 있는 사람들의 얼굴을 하나씩 비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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