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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방을 탈출하는 법1화

죽음의 방을 탈출하는 법

죽음의 방을 탈출하는 법

시놉시스

대한민국 최고의 방탈출 카페 리뷰어 강지후. 어느 날 눈을 떠보니 실패가 곧 죽음인 거대 지하 미궁 '판도라'에 갇혀 있음을 깨닫는다. 그는 오직 지능과 관찰력, 그리고 방탈출 고인물 특유의 분석력으로 기괴한 트릭을 파괴하며 생존자들을 이끌고 지상으로 향하는 사투를 시작한다.

1화: 고인물의 첫 번째 방

뒷목이 뻐근했다. 전압 높은 전기충격기에라도 맞은 듯, 불쾌한 잔진동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으음.”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시야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차가운 회색빛 콘크리트 천장이었다. 습기 하나 없이 바짝 마른 공기가 콧속을 찔렀다.

지후는 몸을 일으키려다, 손목에 감기는 차가운 감각에 멈칫했다.

철커덕.

왼쪽 손목이 벽에 연결된 짧은 쇠사슬에 묶여 있었다.

‘납치인가?’

강지후는 당황하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당황하기 전에 본능이 먼저 움직였다. 그는 전국 500개가 넘는 방탈출 카페를 섭렵한, 이 바닥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는 고인물 중의 고인물이었다. '더 키(The Key)'라는 닉네임으로 남긴 그의 리뷰 한 줄에 카페의 매출이 휘청일 정도였으니까.

그는 가장 먼저 주변 환경을 스캔했다.

정방형의 좁은 방. 약 3평 남짓한 공간이다. 가구라고는 그가 누워 있던 낡은 철제 침대 하나뿐. 벽면에는 붉은색 페인트로 기괴한 문자가 적혀 있었다.

[탈출하지 못한 자에게는 안식을.]

“식상하네.”

지후가 중얼거렸다. 공포 영화나 1세대 방탈출 카페에서나 나올 법한 진부한 문구였다. 하지만 이내 그의 눈이 가늘어졌다.

코를 찌르는 냄새. 이것은 인위적인 향료가 아니었다. 쇠비린내에 오래된 먼지와 곰팡이 냄새가 섞여 있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손목을 조여오는 수갑의 무게감이 너무나 실감 났다. 가짜 소품에서 나는 가벼운 금속음이 아니었다.

그때였다.

삐이이-!

고막을 찢는 듯한 소음과 함께 허공에 푸르스름한 빛이 번졌다.

[시스템 로딩 완료…….]
[참가자: 강지후 (인간)]
[특성 부여 중…….]
[고유 특성 '절대 관찰(Grade S)'이 발현되었습니다.]
[고유 특성 '기믹 파괴(Grade A)'가 발현되었습니다.]

“상태창?”

지후의 눈앞에 반투명한 스크린이 떠올랐다. 요즘 유행하는 헌터물 소설에서나 보던 광경이다. 하지만 그는 놀라기보다 분석을 시작했다. 이 스크린은 눈의 초점에 따라 움직였고 손으로 휘저어도 그대로 투과되었다. 뇌에 직접 정보를 쏘아 넣는 방식이다.

[튜토리얼: 첫 번째 방]
[목표: 10분 내에 방에서 탈출하십시오.]
[남은 시간: 09:59]
[※ 실패 시: 즉시 사살]

치이익-!

천장의 환풍구에서 보라색 연기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지후의 미간이 좁아졌다.

‘신경독인가? 아니면 단순한 최루가스?’

연기가 코끝에 닿자마자 폐가 타들어 가는 듯한 통증이 느껴졌다. 무대용 연기가 아니다. 이건 진짜다. 죽음의 공포가 처음으로 그의 심장을 두드렸다.

하지만 지후는 짧게 숨을 고르며 눈을 감았다. 공포는 논리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다. 그는 10초간 정신을 집중했다.

‘관찰해라. 이 방은 누군가 의도를 가지고 만든 공간이다. 제작자의 의도를 읽으면 답은 보인다.’

눈을 뜨자, 세상이 다르게 보였다. 새로 얻은 특성 [절대 관찰]의 힘이었다.

방 안의 모든 사물 위에 미세한 정보들이 떠올랐다.

[낡은 침대: 다리 하나가 미세하게 짧음. 안쪽에 무언가 고정되어 있음.]
[붉은 문자: 페인트에 소량의 혈액이 섞여 있음. 특정 각도에서만 보이는 굴절률 확인.]
[수갑: 9mm 규격의 구형 잠금장치. 열쇠는 이 방 어딘가에 존재.]

지후는 침대 밑으로 손을 뻗었다. 쇠사슬 때문에 움직일 수 있는 범위는 짧았다. 그래도 침대를 벽 쪽으로 밀어붙이자 간신히 바닥 틈새가 보였다.

‘없어.’

보통 이런 초보적인 방에서는 침대 밑이나 매트리스 사이에 열쇠를 숨긴다. 하지만 제작자는 더 영악했다. 지후의 시선이 천장의 환풍구로 향했다. 연기가 쏟아지는 곳이었다.

“아니, 거기도 아냐. 연기가 나오는 곳에 열쇠를 둘 리 없지. 참가자의 시선을 그쪽으로 유도해서 시간을 끄는 트릭이야.”

그의 시선이 방 한구석에 놓인 작은 체중계 같은 발판으로 향했다.

[무게 감지 센서: 70kg 이상의 압력이 가해져야 작동함.]

지후의 몸무게는 68kg. 옷 무게를 합쳐도 부족하다. 주변을 둘러봐도 무거운 물건은 없다. 오직 침대뿐이다. 하지만 침대는 바닥에 고정되어 있었다.

“기믹 파괴.”

지후가 중얼거렸다. 그의 두 번째 특성이 발동했다.

[기믹 파괴: 구조물의 약점을 파악하여 강제로 해제합니다.]

지후의 눈에 침대 다리와 바닥을 연결한 볼트의 균열이 보였다. 그는 체중을 실어 침대를 옆으로 강하게 걷어찼다.

캉! 캉! 캉!

몇 번의 충격 끝에 녹슨 볼트가 뽑혀 나갔다. 지후는 침대를 끌어당겨 무게 감지 센서 위에 올렸다.

철커덕!

방 반대편 벽면의 액자가 위로 올라가며 작은 공간이 나타났다. 그 안에는 은색 열쇠 하나가 놓여 있었다.

“찾았다.”

지후는 침대 시트를 찢어 만든 긴 천 조각을 낚싯줄처럼 늘어뜨렸다. 그리고 끝에 실밥을 감아 열쇠 고리에 걸었다.

천 조각을 조심스럽게 당기자 은색 열쇠가 바닥을 긁으며 딸려왔다.

철컥.

손목을 옥죄던 수갑이 풀렸다.

[남은 시간: 04:12]

연기가 방 안을 가득 메워 시야가 흐릿해졌다. 지후는 소매로 입을 막고 출입문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문에는 손잡이가 없었다. 대신 세 자리 숫자를 입력하는 다이얼 패드만 붙어 있었다.

‘비밀번호?’

방 안을 다시 훑었다. 붉은 문자 [탈출하지 못한 자에게는 안식을.]

지후는 [절대 관찰]을 극도로 끌어올렸다. 문자의 획 하나하나를 뜯어보았다.

“안식…… REST.”

알파벳 순서? 아니다. 그는 문자의 굴절률에 주목했다. 특정 각도에서만 보이는 미세한 흔적이 있었다. 페인트가 마르기 전에 누군가 손가락으로 덧그린 듯한 숫자들.

R(1), E(8), S(5), T(2)

하지만 비밀번호는 세 자리다.

“조합인가? 아니면 합계?”

지후는 벽면의 문자를 다시 읽었다.

‘탈출하지 못한 자에게는(FOR THOSE WHO FAIL)…….’

그는 문득 깨달았다. 이 방의 테마는 ‘실패’다. 성공한 자의 코드가 아니라, 실패한 자들의 수를 세어야 한다.

그는 침대 매트리스 뒤편을 확인했다. 그곳에는 수많은 빗금이 그어져 있었다. 튜토리얼에서 죽어 나간 이전 참가자들의 숫자였다.

총 442개.

지후는 망설임 없이 다이얼에 4, 4, 2를 입력했다.

띠리링-!

[튜토리얼 성공.]
[첫 번째 방을 탈출하셨습니다.]
[보상: 100 포인트, 기본 생존 키트]

육중한 철문이 열리며 눈부신 조명이 쏟아졌다. 지후는 콜록거리며 방 밖으로 걸어 나갔다.

그곳은 거대한 원형 광장이었다. 그와 비슷한 처지로 보이는 수십 명의 사람들이 넋이 나간 채 서 있었다. 광장 중앙에서는 거대한 전광판이 빛나고 있었다.

[현재 생존자: 48 / 100]

“반도 안 남았네.”

지후가 차갑게 읊조렸다. 이제 막 10분이 지났을 뿐이다. 100명 중 52명이 첫 번째 방에서 죽음을 맞이했다는 뜻이다.

“이봐요!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
“살려줘! 집에 보내달라고!”

광장은 비명과 통곡으로 아수라장이 되었다. 하지만 지후는 그들을 보지 않았다. 광장 정면, 거대한 미궁의 입구가 천천히 입을 벌리고 있었다.

[지하 50층: 시작의 회랑에 진입하십시오.]

지후는 주먹을 꽉 쥐었다. 심장이 두근거렸다. 공포 때문이 아니었다. 이건 전율이었다.

현실의 방탈출은 늘 아쉬웠다. 아무리 정교해도 결국 가짜라는 한계가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곳은 다르다. 진짜 죽음이 있고, 진짜 트릭이 있다.

“더 키(The Key)의 명예를 걸고.”

그는 안경을 고쳐 쓰며 어둠 속으로 발을 내디뎠다.

“전부 부숴주지.”

그의 눈앞에서 미궁의 첫 번째 본격적인 라운드가 막을 올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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