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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 없이 세계 최강 네크로맨서1화

시체 없이 세계 최강 네크로맨서

시체 없이 세계 최강 네크로맨서

시놉시스

사환술 명문 로엔 가문의 차남 카엘은 죽은 육체를 일으키는 전통 네크로맨시를 혐오한다. 그는 시체가 아니라 영혼의 구조와 정착 원리에 주목하고 연금술과 마공학으로 새로운 육체를 만드는 길을 택한다.

아카데미와 가문은 그런 카엘을 낙제생이자 이단으로 몰아붙인다. 그러나 카엘은 썩은 시체 대신 태엽 인형과 석상에 영혼을 깃들게 하는 무시체 사환술을 완성하려 한다.

1화: 시체는 싫습니다

사환술 실습동의 문이 열리자 카엘 로엔은 숨을 멈췄다.

오래된 소독약 냄새가 먼저 코를 찔렀다. 그 밑으로 피가 마른 쇠 냄새와 젖은 흙 냄새가 깔려 있었다. 그리고 가장 아래에서 썩은 살점의 단내가 끈적하게 올라왔다.

카엘은 가죽 장갑의 손목끈을 한 칸 더 조였다.

"로엔. 오늘도 얼굴이 창백하군."

모르가트 교수는 해부대 앞에서 웃고 있었다. 교수 뒤에는 까마귀 사체 세 구와 토끼 사체 한 구가 줄지어 놓여 있었다. 까마귀의 깃털은 검은 진흙처럼 뭉쳤고 토끼의 배는 한 번 열렸다가 거친 바느질로 닫혀 있었다.

실습생들은 각자의 해부대 앞에 섰다. 불쾌한 표정을 숨기지 못하는 자도 있었지만 모두 손가락에 사환술용 은실을 감았다.

아르켄 왕립 아카데미 사환술학과의 첫 기본 평가는 하급 사체 기동이었다. 죽은 육체에 남은 잔류 영혼을 붙잡고 명령을 새긴 뒤 정해진 움직임을 수행하게 하는 과정.

교수들은 그것을 죽음 지배의 첫걸음이라 불렀다.

카엘에게는 낡은 악취를 학문이라고 우기는 의식에 가까웠다.

"오늘 실습도 동일하다."

모르가트 교수가 막대를 들어 바닥의 원형 표식을 두드렸다.

"사체를 일으키고 세 걸음 걷게 만든 뒤 지정한 원 안에서 정지시킨다. 명령의 정확도와 사체 손상률을 함께 본다."

막대 끝이 카엘의 해부대를 향했다.

"너는 토끼다. 지난번보다 신선한 물건을 배정했으니 핑계는 줄어들겠지."

카엘은 토끼를 내려다보았다.

흰 털 사이로 검붉은 체액이 굳어 있었다. 봉합선 주위에서는 작은 벌레 한 마리가 기어 나오다 소독약에 취한 듯 뒤집혔다. 카엘은 표정 하나 바꾸지 않았다.

"거부하겠습니다."

실습동이 잠깐 조용해졌다.

누군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 웃음은 금방 여러 사람에게 옮겨 붙었다. 모르가트 교수의 미소만 굳어졌다.

"거부?"

"시체의 부패 상태가 나쁩니다. 표피 결합이 무너졌고 근섬유도 명령 전달을 버티지 못합니다. 무엇보다 위생 상태가 학문적 환경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사환술사가 시체 냄새를 따지는군."

"사환술사가 반드시 썩은 살을 만져야 한다는 법은 없습니다."

웃음소리가 더 커졌다.

"로엔 가문의 차남이 시체를 무서워한대."

"그래서 낙제 직전이라는 거지."

"저러고도 사환술사라니."

카엘은 대꾸하지 않았다. 그는 소매 안쪽에서 얇은 은침 하나를 꺼내 토끼의 봉합선 근처에 댔다. 은침 끝이 곧장 검게 탔다.

"부패독이 남았습니다. 이걸 기동시키면 세 걸음 안에 복강이 터집니다. 명령 정확도보다 오염 확산률을 평가해야 할 상태입니다."

"그래서 더 좋다."

모르가트 교수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사환술은 아름다운 인형놀이가 아니다. 죽음을 다루는 학문이다. 죽음의 더러움까지 지배할 수 있어야 한다."

카엘은 은침을 접은 천으로 닦았다. 검게 묻은 부분이 천 안쪽으로 사라질 때까지 정확히 세 번 문질렀다.

"더러운 것을 더럽다고 부르는 일과 지배하지 못하는 일은 다릅니다."

교수의 얼굴에서 웃음이 완전히 사라졌다.

그는 짧은 주문을 읊었다. 해부대 위의 까마귀 한 구가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목뼈가 어긋난 채 날개를 퍼덕였고 검은 깃털이 바닥에 흩어졌다.

"보아라. 간단하고 확실하며 검증됐다."

까마귀가 해부대 끝에서 떨어졌다. 다리가 꺾였지만 다시 일어났다. 실습생 몇 명이 억지로 감탄사를 냈다.

카엘은 더 창백해졌다.

어릴 적 로엔 가문 지하실이 떠올랐다. 검은 돌바닥과 녹슨 쇠사슬. 숨을 쉬면 입 안쪽에 들러붙던 달고 축축한 냄새. 촛불을 든 바르토스가 울지 말라고 말하던 얼굴.

죽은 것이 움직일 때 가장 끔찍한 점은 죽음 그 자체가 아니었다.

죽음의 흔적을 그대로 매달고 산 자의 흉내를 낸다는 점이었다.

"카엘."

참관석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떨어졌다.

바르토스 로엔이 계단을 내려오고 있었다. 창백한 피부와 검은 예복. 로엔 가문의 후계자는 언제나 장례식의 주인처럼 보였다.

"아버지께서 네 소문을 들으셨다. 실습을 세 번 거부하고 교수진을 모욕했다지."

카엘은 형을 보지 않은 채 말했다.

"부정확한 소문입니다. 교수진이 아니라 비위생적인 절차를 모욕했습니다."

"그게 더 문제다."

바르토스가 웃었다.

"로엔의 피를 받고 시체를 무서워하다니. 지하실에서 울던 꼬마가 아직도 컸다고 말하기 어렵군."

카엘의 손가락이 잠깐 멈췄다.

모르가트 교수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카엘 로엔. 지금 즉시 실습을 수행하지 않으면 정식 낙제 처리하겠다. 사환술학과의 기본을 거부하는 학생을 더는 둘 수 없다."

조교 둘이 해부대를 밀었다. 토끼 사체가 카엘의 코앞까지 다가왔다. 봉합된 배에서 더운 듯한 냄새가 올라왔다. 실제로는 오래전에 죽은 물건인데도 냄새만큼은 살아서 달라붙었다.

카엘은 물러나지 않았다.

"낙제 처리는 교수님의 권한입니다."

그는 코트의 단추를 목 아래까지 잠갔다.

"하지만 기본을 정의하는 권한까지 교수님께 있지는 않습니다."

"무슨 뜻이지?"

"제가 사환술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다만 이 방에서는 안 됩니다."

바르토스가 비웃었다.

"도망칠 구실이 생겼구나."

"냄새가 옮습니다."

카엘은 처음으로 형을 보았다.

"제 장비는 청결 관리가 필요합니다."

웃음이 다시 터졌다. 그러나 카엘은 이미 문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모르가트 교수는 분노를 삼키는 얼굴로 조교들에게 손짓했다.

"좋다. 네 장난감을 보겠다. 실패하면 오늘부로 사환술학과 명부에서 이름을 지우겠다."

카엘의 개인 공방은 실습동 뒤편의 버려진 시계탑 아래에 있었다.

녹슨 문을 열자 전혀 다른 공기가 흘러나왔다. 라벤더와 알코올 향. 정돈된 금속 선반. 벽마다 걸린 정밀 공구와 유리관. 바닥에는 먼지가 거의 없었다.

실습생들의 웃음이 조금 잦아들었다.

중앙 작업대 위에는 손바닥 두 개만 한 은합금 인형이 누워 있었다. 둥근 어깨와 가는 팔. 등에는 태엽 장치가 보였고 가슴에는 푸른 마나 코어가 박혀 있었다. 손등과 발목에는 머리카락보다 얇은 룬 선이 겹겹이 새겨져 있었다.

"이게 네 사환술인가?"

모르가트 교수의 목소리가 차가웠다.

"자동 완구로 학과를 모욕할 생각이면 끝이다."

카엘은 인형 옆의 확대 렌즈를 내렸다.

"완구는 명령을 흉내 냅니다. 이것은 명령을 이해할 수 있는 그릇입니다."

그는 얇은 조각칼을 들고 인형의 손등에 마지막 룬을 새겼다. 칼날이 지나간 자리마다 은빛 문자가 미세하게 빛났다. 그 빛은 촛불처럼 흔들리지 않고 수학식처럼 정확하게 이어졌다.

"무생물의 영혼 정착률은 극도로 낮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환술사는 시체를 고집합니다."

"시체는 검증된 매개체다."

"검증된 게 아니라 편한 겁니다."

공방 안이 얼어붙었다.

카엘은 푸른 코어에 손가락을 얹었다. 코어 안쪽에서 가느다란 톱니 그림자가 맞물렸다.

"잔류 영혼을 썩은 살에 강제로 붙잡는 대신 주변에 흩어진 의식의 잔향을 모읍니다. 세각 룬이 길을 만들고 마나 코어가 머물 방을 제공합니다. 명령은 사체의 근육이 아니라 매개체의 구조를 통해 전달됩니다."

바르토스의 눈빛이 가늘어졌다.

"영혼을 시체 밖에 둔다고? 그런 건 사환술이 아니다."

"그렇게 믿고 싶으시겠지요."

카엘은 코어를 눌렀다.

작업대 아래의 태엽들이 동시에 감겼다. 맑은 금속음이 공방 안을 둥글게 돌았다. 은합금 인형의 손가락이 움찔했다.

실습생들 사이에서 숨 삼키는 소리가 났다.

카엘은 낮게 말했다.

"일어나."

인형이 상체를 세웠다. 고개가 천천히 돌아갔다. 유리알 눈 안쪽에서 푸른 빛이 한 번 깜박였다.

"세 걸음."

인형은 작업대 위를 정확히 세 걸음 걸었다. 발끝이 원형 룬 중앙에 닿자 그대로 멈췄다.

썩은 냄새도 없었다.

체액도 없었다.

관절에서 맑은 찰칵임만 났다.

모르가트 교수의 입술이 벌어졌다. 그러나 그는 칭찬하지 않았다. 학과의 기본을 흔드는 장면을 인정하는 순간 자신의 평생이 낡은 도축장 냄새와 함께 무너질 수 있음을 깨달은 얼굴이었다.

바르토스는 더 노골적으로 표정을 잃었다.

그 순간 공방 밖에서 거친 소리가 들렸다.

실습동에서 끌고 온 까마귀 사체가 문틈을 비집고 들어왔다. 부러진 다리로 바닥을 긁었고 깃털 사이에서는 검은 체액이 떨어졌다. 바르토스의 손가락에는 검은 은실이 감겨 있었다.

"장난감의 내구도도 봐야 하지 않겠나."

바르토스가 말했다.

까마귀 사체가 날개를 펼쳤다. 썩은 깃털과 검은 체액이 깨끗한 바닥 위로 튀었다.

카엘의 눈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내 공방을 더럽혔군요."

그는 벽의 작은 손잡이를 당겼다.

선반 아래에서 청동 인형 세 구가 튀어나왔다. 손목에는 바늘 같은 칼날이 달려 있었다. 카엘은 시체를 공격하라고 외치지 않았다. 그는 바닥에 떨어진 체액과 문턱의 오염 범위를 눈으로 재고 한마디만 했다.

"오염원 격리."

청동 인형들이 움직였다.

첫 번째 인형이 까마귀의 날개 관절을 잘랐다. 두 번째는 목뼈에 감긴 검은 은실을 끊었다. 세 번째는 바닥의 체액 위에 흡수포를 펼쳤다.

까마귀 사체는 움직임을 잃고 천 조각 위로 떨어졌다. 그 과정에서 공방의 도구는 하나도 건드리지 못했다.

카엘은 집게로 흡수포를 들어 밀폐 통에 넣었다. 통의 뚜껑이 닫히자 바닥 룬에서 옅은 열기가 올라왔다. 검은 얼룩은 증발하지 않았다. 정제액에 묶인 채 유리관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것이 제 기본입니다."

카엘은 바르토스를 지나 모르가트 교수를 보았다.

"시체를 더럽게 움직이는 것보다 죽음의 구조를 깨끗하게 다루는 편이 낫습니다."

아무도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모르가트 교수는 실습 명부를 꽉 쥐었다. 낙제라고 적을 수는 있었다. 하지만 방금 본 세 걸음은 사환술학과의 기본 평가 조건을 완벽히 만족했다.

바르토스가 낮게 말했다.

"장난 하나로 로엔의 법도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아니요."

카엘은 작업대 뒤의 천을 걷었다.

그곳에는 사람 크기의 여성형 프레임이 세워져 있었다. 강철과 은으로 된 흉갑. 빈 눈구멍. 아직 손가락마다 관절핀이 꽂히지 않은 미완성의 몸.

그러나 가슴 안쪽의 코어만큼은 달랐다. 작은 태양처럼 빛을 삼키는 검푸른 코어가 공방의 모든 룬을 미세하게 떨게 했다.

"장난으로는 부족하겠지요."

카엘은 미완성 프레임의 흉갑에 손을 얹었다.

"그래서 다음 실험에는 더 훌륭한 그릇을 쓸 생각입니다."

그 순간 프레임의 빈 눈 안쪽에서 아주 희미한 빛이 깜박였다.

실습동의 사체들에서 나는 것과 전혀 다른 기척이었다.

죽은 살이 억지로 움직이는 소리가 아니었다.

오래 길을 잃었던 누군가가 처음으로 문을 두드리는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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