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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로 돌아왔더니 아기 헌터? (부제: 성좌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중입니다)2화

지구로 돌아왔더니 아기 헌터? ― 성좌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중입니다

지구로 돌아왔더니 아기 헌터?

2화: 응애 한 번에 1억 코인

낡은 천장 구석에 붙은 환풍기가 기침하듯 덜컹거리며 바람을 뿜어냈다.

서울 마포구 외곽의 오래된 4층 빌라. B급 힐러 연희가 끌어나가는 소형 헌터 길드 '도담'의 숙소 겸 사무실이었다.

강무진은 폭신하지만 약간 눅눅한 냄새가 나는 아기 침대 한가운데 누워 천장의 깨진 도배지를 노려보았다.

E급 게이트를 탈출해 이곳으로 돌아오자마자 연희는 아기를 따뜻한 물로 씻겨 주었다. 보들보들한 면 속싸개로 몸을 꼼꼼히 싸매 준 뒤에야 숨을 내쉬며 밖으로 나갔다.

부엌 쪽에서 달그락거리는 그릇 소리와 함께 미지근한 물을 끓이는 온기 띤 소리가 나지막하게 들려왔다.

무진은 조심스럽게 속싸개 밑으로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전생의 아르카디아에서는 대마법사니 차원의 구원자니 불리며 신화급 마수도 썰어 넘겼건만.’

현실은 고작 면 천 하나 스스로 풀어헤치지 못하는 갓난아기였다.

뱃속에서는 또다시 웅장한 천둥 소리가 울렸다.

꼬르륵.

무진은 억울함에 입술을 짓씹으려 했지만 잇몸만 둔탁하게 부딪쳐 쯧 소리조차 내지 못했다. 이놈의 아기 신체는 작은 허기에도 온몸의 세포가 비명을 질렀다. 조금만 자극이 올라와도 눈물샘이 멋대로 터지려 했다.

그는 전생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이빨도 없는 잇몸을 꼭 다물었다.

‘눈물은 안 된다. 1,000년을 살아온 대마법사 강무진이 배가 고프다고 울 수는 없어. 이것은 명예의 문제다.’

그때였다.

시야 한가운데에서 반짝이던 낯선 푸른 별빛이 갑자기 콰광 소리와 함께 거대한 반투명 창으로 펼쳐졌다.

[특수 개인 채널 ‘아기 헌터의 일기’가 개방되었습니다.]
[지구 지역 최초의 히든 우주 관전 채널이 활성화됩니다!]
[채널 소유자: 연무진(강무진)]
[현재 시청자 수: 1명… 1,024명… 89,400명… 3,500,000명…!]

무진의 둥근 눈이 훤하게 커졌다.

반투명 창은 보통 지구 헌터들이 사용하는 전용 방송 시스템과 구조부터 궤를 달리했다. 찬란한 금빛과 은빛 기운이 서린 신성한 문자들이 무진의 시야 전체를 메우기 시작했다.

접속자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폭증하더니 순식간에 수백만 단위로 뛰어올랐다.

‘이건… 우주 성좌 채널?’

무진은 눈을 가늘게 떴다.

전생의 이세계 아르카디아에서도 차원 너머의 성좌라는 존재들을 접해 본 적이 있었다. 그들은 대체로 오만하고 잔혹했으며 인간의 실낱같은 비극을 흥칫거리로 소비하는 관조자들이었다. 계약을 맺으려면 귀한 영혼이나 목숨을 요구하기 일쑤였다.

무진의 전생 본능이 즉각 경계심을 끌어올렸다. 마력이 바닥난 지금 이런 우주적 존재들이 채널을 통해 침식해 들어온다면 방어할 방법이 없었다.

그러나 무진의 예상과 달리 실시간 채팅창에 쏟아지는 글자들은 완전히 엉뚱한 방향으로 튀기 시작했다.

[성좌 ‘은하의 제왕’이 채널에 입장했습니다.]
[성좌 ‘장미의 여왕’이 채널에 입장했습니다.]
[성좌 ‘밤하늘의 수호자’가 채널에 입장했습니다.]

[성좌 ‘은하의 제왕’: 뭐야 이 작고 뽀송뽀송한 생명체는?]
[성좌 ‘장미의 여왕’: 세상에! 옴마나! 아가야! 솜사탕 같은 볼살 좀 봐! 지구라는 변방 행성에 우주 제일 귀요미가 나타났다!]
[성좌 ‘침묵의 학자’: 성좌 인생 5만 년 동안 이런 치명적인 형상은 본 적이 없다. 저 오밀조밀한 손가락의 꼼지락거림을 보라.]
[성좌 ‘은하의 제왕’: 거울로 내 은하를 감상하는 것보다 이 아기 얼굴을 보는 게 억배는 유익하구나. 당장 이 채널의 즐겨찾기를 고정한다!]

채팅창이 우주 어딘가의 위대한 군주들이 보낸 글자로 빽빽하게 메워졌다.

그 내용이라는 것이 하나같이 기가 차고 황당했다.

무진은 어안이 벙벙했다.

우주의 군주라 불리는 신성한 성좌들이 고작 갓난아기의 볼살과 손가락에 정신을 못 차리고 주접을 떨고 있었다. 전생에 그 엄숙하던 성좌들의 이미지가 단 몇 초 만에 산산조각 났다.

‘이 자들이 단체로 광증에 걸렸나? 내가 누구인 줄 알고 감히 솜사탕이니 뭐니 하는 것이냐?’

무진은 속으로 분통이 터졌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엄숙한 음성으로 "무례하다, 미개한 별빛들이여!" 하고 호통을 치고 싶었다. 전생의 기세를 담아 엄중하게 경고를 날리려 했다.

그는 목에 힘을 주고 입을 벌렸다.

"뺙!"

하지만 아기 몸에서 터져 나온 것은 호통이 아니라 귀여움이 터지는 작은 옹알이였다. 게다가 목구멍에 미처 넘어가지 않은 침이 고여 컥 소리까지 살짝 섞였다.

그 짧은 소리에 아기 침대 주변의 마력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그리고 그것은 관전 채널을 시청하던 성좌들의 정수리를 그대로 후려쳤다.

[성좌 ‘장미의 여왕’이 비명을 지르며 자신의 장미 궁전 기둥을 부쉈습니다!]
[성좌 ‘장미의 여왕’: 뺙이래! 방금 뺙이라고 했어! 내 심장이 터졌다! 내 왕관을 가져가라 아가야!]
[성좌 ‘은하의 제왕’이 억울함에 차원의 벽을 걷어찹니다!]
[성좌 ‘은하의 제왕’: 저 앙칼지고도 신성한 울음소리를 들었느냐! 지구 헌터 따위의 포효보다 백배는 웅장하다!]

콰쾅! 콰콰쾅!

귓가에서 환청처럼 시스템 알림 경보가 폭풍처럼 몰아쳤다.

[성좌 ‘은하의 제왕’이 아기의 신성한 옹알이에 감격하여 50,000,000 코인을 후원합니다!]
[성좌 ‘장미의 여왕’이 아기의 볼살 떨림에 심장을 쥐어뜯으며 50,000,000 코인을 후원합니다!]
[성좌 ‘밤하늘의 수호자’가 용돈으로 1,000,000 코인을 후원합니다!]
[성좌 ‘태양의 군주’가 500,000 코인을 후원합니다!]

[총 누적 후원: 101,500,000 맘마 코인!]

무진은 순간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1억 코인?

전생에 이세계의 거대 수호 헌터나 대마법사들이 성좌와 계약을 맺고 받는 일년 후원금이 보통 몇만 코인 단위였다. 10만 코인만 넘어가도 나라 하나를 휘청이게 만드는 거금이 되었다.

그런데 고작 "뺙!" 소리 한 번 냈다고 1억 코인이 넘어가는 재화가 꽂혔다.

[안내: '맘마 코인'은 [아기 헌터의 일기] 전용 특수 재화입니다.]
[맘마 코인은 지구의 현실 화폐로 1:1,000 비율 환전이 가능하며, 코인 숍을 통해 마력 정화, 아기용 최고급 보구, 신성 영약 등으로 교환할 수 있습니다.]

‘1:1,000 환전…?’

무진은 머릿속으로 급히 계산을 돌렸다.

1억 코인이면 지구 돈으로 약 1,000억 원이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누워서 침을 꼴깍 삼키고 옹알이 한 번 한 대가가 1,000억 원이라니. 전생에 목숨을 걸고 마왕성에 침투해 보물고를 털었을 때보다 훨씬 허망하고도 압도적인 액수였다.

무진의 입이 멍하니 벌어졌다.

‘이 무슨… 우주적 호구들이란 말인가.’

하지만 무진은 이내 냉정을 찾았다.

전생의 산전수전을 다 겪은 노련한 영웅으로서 이 코인의 가치를 빠르게 파악했다. 마력이 없는 현재 상태에서 이 맘마 코인은 아기 몸의 성장을 촉진하고 생존 확률을 비약적으로 올려줄 최고의 자원이었다.

그때 방문이 부드럽게 열렸다.

"무진아, 잠들었니?"

따뜻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젖병을 든 연희가 들어왔다.

전투복을 벗고 편안한 셔츠 차림으로 갈아입은 그녀의 얼굴에는 피로함이 짙게 남아 있었다. 방 안의 낡은 책상 위에는 도담 길드의 적자 가계부와 게이트 수리비 청구서가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연희는 책상 위의 청구서를 보며 작게 한숨을 쉬었다.

‘이번 달 길드 월세도 밀렸는데 아기 분유값에 기저귀값까지… 어떻게든 알바라도 더 뛰어야겠어.’

그녀의 속마음은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지만 그늘진 눈빛과 짧은 한숨만으로도 무진은 모든 상황을 읽어낼 수 있었다.

연희는 이내 표정을 밝게 바꾸더니 침대 곁으로 다가왔다.

"우리 복덩이, 배고팠지? 엄마가 미지근하게 맞춰 왔어."

그녀는 다정한 손길로 무진의 목을 받쳐 안아 올렸다.

무진의 몸에 다시 한번 연희의 온기가 전해졌다. 자신도 가난과 적자에 허덕이면서 이름도 모르는 아기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눈빛이었다.

전생의 무진은 늘 홀로 싸웠다. 아무도 그를 대가 없이 품어주지 않았고 모두가 그에게 세상을 구하라고 요구하기만 했다.

그런 그에게 조건 없는 애정을 보여주는 이 연약한 B급 힐러의 존재는 생소하면서도 가슴 깊은 곳을 흔들었다.

‘연희라고 했지.’

무진은 연희의 셔츠 깃을 작은 손으로 살포시 쥐었다.

‘돈 걱정 따위는 하지 마라. 나를 거둬준 은혜는 반드시 갚는다.’

성좌들이 보낸 1억 코인이면 연희의 길드 적자 따위는 순식간에 메우고 세계 최고의 사옥을 지어줄 수도 있었다. 비록 지금은 아기 몸이라 당장 수표를 써줄 수 없지만 곧 방법을 찾아낼 터였다.

연희가 분유병 꼭지를 무진의 입가로 가져갔다.

"자, 아~ 해봐, 무진아."

무진이 입을 벌리려던 바로 그 순간.

무진의 시야에 다시 한번 붉은색 경고창과 함께 채팅창이 광란으로 요동쳤다.

[성좌 ‘장미의 여왕’이 분유병의 성분을 감지하고 대격노합니다!]
[성좌 ‘장미의 여왕’: 저게 무슨 싸구려 영양분이냐! 저런 뻑뻑한 맹물 분유를 우리 우주 제일 아가에게 먹이려 하다니!]
[성좌 ‘장미의 여왕’이 강제 영약 후원권을 발동합니다!]
[성좌 ‘은하의 제왕’이 신화급 마력 정화수를 젖병에 붓기 위해 코인을 쏟아붓습니다!]

[경고: 성좌의 강력한 후원 마력이 연희가 든 젖병으로 스며들기 시작합니다!]

연희의 손에 들린 일반 젖병에서 갑자기 은은하고 신성한 핑크빛 문양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연희는 깜짝 놀라 젖병을 내려다보았다.

"어…? 젖병이 왜 이러지?"

무진은 그 모습을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성좌 이 호구 삼촌, 이모들이 마침내 아기 먹거리에까지 미친 듯이 개입하기 시작한 모양이었다.

무진의 잇몸 사이로 작고 발칙한 미소가 살짝 스쳐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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