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품으로
아르카디아의 생계형 해체업자77화

아르카디아의 생계형 해체업자: 드러나는 세력

아르카디아의 생계형 해체업자

77화: 드러나는 세력

태양의 마탑에서 백업한 ‘천공 요새 알바트로스’의 설계도는 지한의 손끝에서 오르비스 지하의 철혈 기지로 실시간 전송되었다. 마탑에서 몰래 복사해 온 고대 통신 룬 공식을 자스민 상회의 마법 송신기에 적용한 덕분이었다.

“지한 형님, 전송받은 설계도 데이터를 확인했습니다! 기지의 용광로와 제작 선반들이 이 거대한 요새의 핵심 비행 조인트 부품 조립식 도식을 완벽하게 동기화해 냈습니다. 즉시 1차 기체 프레임 제련에 들어가겠습니다.”

송신기 너머로 들려오는 크리스의 흥분 섞인 목소리에 지한은 나직이 미소를 지었다.

“좋아. 재료는 아까 획득한 골렘들의 고밀도 그레이 아이언을 위주로 사용해라. 서두를 것 없다. 기본 뼈대부터 완벽하게 깎아내는 거다.”

“알겠습니다, 형님!”

통신을 끊은 지한이 자스민 상회의 프라이빗 라운지 의자에 기대앉은 찰나, 마담 셀렌이 긴박한 걸음걸이로 방 안으로 들어섰다. 그녀의 부채를 쥔 손끝이 다소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강 특무관, 황도의 지하 암시장에서 흘러나온 긴급한 첩보입니다.”

셀렌이 지한의 맞은편에 앉으며 나직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제2황자파가 붉은 불꽃 사냥대의 전멸과 카스텔 감사단의 몰락 배후에 자네와 아스트라페 길드가 깊게 연루되어 있음을 마침내 직감한 모양입니다. 그들이 황도 최대의 지하 암살 및 해결사 연맹인 ‘그림자 칼날 (Shadow Blade)’에 자네의 목줄을 따오라는 초고액의 청부 살인령을 하사했습니다.”

“그림자 칼날이라…….”

지한은 찻잔을 들며 담담하게 읊조렸다.

“그들은 일반적인 몬스터 사냥꾼들과 달리, 사람을 조각내는 살인 기술에 특화된 40레벨대 중반의 하이랭커 살수들로 구성된 어둠의 길드입니다. 황성 루테시아의 밤골목에서 수많은 귀족과 특무관들을 흔적도 없이 암살한 녀석들이지요. 자네의 신변이 극도로 위험합니다.”

셀렌의 경고에도 지한은 그저 가볍게 차를 한 모금 마시며 차갑게 미소 지을 뿐이었다.

“그들이 나를 찾아다닐 수고를 덜어주는 게 좋겠군.”

“예? 무슨 뜻입니까?”

“일부러 미끼를 던져, 그 어둠의 살수 녀석들을 한자리에 모아 청소하겠다는 뜻입니다.”

지한의 단호하고 서늘한 대답에 셀렌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변경에서 올라온 이 청년은, 자신을 사냥하려는 황도의 어둠의 길드조차 단지 깎아내야 할 하찮은 고철 부품으로 취급하고 있었다.

그날 밤.
지한은 자신의 행적을 고의로 허술하게 노출한 채, 황도 외곽의 조용한 운하 지구 ‘라 벤(La Ven)’의 한적한 제련 공방 창고로 향했다. 운하의 검은 물줄기가 창고 벽면을 때리는 쓸쓸한 파도 소리만이 울리는 인적 없는 외진 곳이었다.

지한은 창고 중앙의 나무 탁자 위에 횃불 하나만을 켜둔 채, 조용히 의자에 앉아 레몬 허브 티를 마시고 있었다.

스스스스-.

밤이 깊어가자, 창고의 천장 기둥과 깨진 창문 틈새의 그림자들이 기묘하게 일렁이기 시작했다. 미세하게 공기를 가르는 옷깃 소리와 함께, 칠흑 같은 검은 로브를 걸치고 비수를 쥔 8명의 그림자들이 천장 기둥에서 소리도 없이 사뿐히 내려앉아 지한의 탁자를 둥글게 전방위로 포위했다.

[그림자 칼날 살수단 (Shadow Blade Assassin) - Lv.42~44]

“변경의 스캐벤저 자식, 겁도 없이 황도의 외딴 창고에 홀로 걸어 들어오다니. 네놈의 오만함이 오늘 네 목숨을 거두어 갈 것이다.”

살수단의 대장이 비수를 지직 소리 나는 어둠의 마력으로 물들이며 차갑게 읊조렸다.

지한은 마시던 찻잔을 탁자 위에 천천히 내려놓았다.

그리고 오른손 손목의 레버를 가볍게 튕겼다. 은백색의 날카로운 서리 광채를 뿜어내는 전설 등급 뼈칼, [아스트라페 - 리레코드]가 소리도 없이 그의 손아귀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철혈의 해체 영역 가동.”

위이이잉-.

지한을 기점으로 반경 20미터 영역이 완벽한 푸른색 전자기 역장에 뒤덮였다.
영역 내에 포위하고 있던 8명 살수들의 척추 뼈 관절과, 그들이 쥔 독비수 손잡이의 조인트 핀들이 지한의 고글 시야 너머로 3D 도식선으로 정밀하게 정렬되었다.

“쥐새끼들을 사냥하기에 아주 조용하고 훌륭한 창고로군.”

지한은 차갑게 반짝이는 리레코드 뼈칼을 가볍게 움켜쥐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황도의 지하를 피로 물들였던 그림자 살수단을 향해, 역으로 그들의 뼈마디 하나까지 잔인하고 가차 없이 분해해 버리기 위한 전설 해체사의 파멸의 톱니가 어두운 제련 창고 안에서 요란하게 맞물려 돌아가기 시작했다.

YOU MAY ALSO LIKE

이런 작품은 어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