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카디아의 생계형 해체업자: 해체업자의 성전 (完)

200화: 해체업자의 성전 (完)
아스트라페 시티의 대영주성 하늘 위로 은백색과 황금빛 룬 오로라 빛이 불꽃놀이처럼 찬란하게 사방으로 흩날리고 있었다. 도시 전체를 가득 메운 수백만 모험가들과 영주민들의 환호와 승전보의 횃불 행렬은, 지평선 너머 대륙의 끝까지 드넓게 뻗어 나가 거대한 빛의 밤바다를 이룩하고 있었다.
그것은 아르카디아 가상 독립 세계 전체의 멸망을 막아내고, 모든 수탈의 장벽을 해체하여 자유의 땅을 선포한 위대한 군주 강지한을 찬양하는 ‘성역의 대제전’이었다.
지한은 성역 요새 알바트로스 인피니티의 선수 갑판 난간에 비스듬히 기댄 채, 은빛 깃털 날개 형상의 뼈칼 [아스트라페 - 아카샤의 날개]를 손가락 끝으로 가볍게 매만지며 그 눈부신 광경을 굽어보았다.
그의 곁으로 크리스와 드워프 족장 브로크, 그리고 기사단장 라울이 샴페인 잔을 든 채 다가와 조용히 머리를 숙였다.
“형님,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 양쪽의 아스트라페 독점 유통망과 헬스케어 인프라가 100% 무결점 상태로 완전하게 동조 정렬되었습니다.”
크리스가 떨리는 기쁨과 감격의 어조로 마지막 보고를 올렸다.
“이제 우리의 제국은 영원불멸한 성역입니다. 그 누구도 형님이 고쳐 세운 이 질서를 렉을 가해 무너뜨릴 수 없습니다.”
“고맙다. 너희들의 든든한 동행이 없었다면 내 칼질도 이토록 완벽한 뼈대를 조각해 내지는 못했을 거다.”
지한은 미소 지으며 그들과 잔을 가볍게 부딪쳤다.
챙-!
맑은 청동 잔 울림 소리가 오르비스 해협의 밤바람 속으로 아늑하게 펴져 나갔다.
“쿠오오오오오오오오!”
지상에서 웰링턴 백작의 기사단과 모험가들을 호위하듯 서 있던 30미터 크기의 초전설 거신 아스트라페 기가스가 붉은 안광을 기쁘게 점멸하며 하늘을 향해 백색의 무해한 축포를 길게 쏘아 올렸다. 대륙의 대장장이 족장 브로크는 자신의 수염을 부드럽게 쓸어내리며 지한의 손끝을 깊은 경외감으로 바라보았다.
이로써 기피 직업 스캐벤저(해체가)에서 시작하여 가상 세계를 설계하는 최고 관리자가 된 청년의 위대한 성전이 성공리에 완전 완성되었다.
한편, 현실 세계 서울 한남동의 초호화 한강 조망 펜트하우스의 테라스.
따스한 봄 햇살이 정원의 파릇파릇한 잔디밭 위로 부드럽게 내리쬐고 있었다. 지한은 테라스 의자에 앉아, 휠체어 없이 자신의 튼튼한 두 다리로 잔디밭을 가볍게 조깅하며 달리는 동생 지수의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지수의 얼굴에는 병마와 슬픔의 그늘은 한 톨도 남아 있지 않았으며, 황홀할 정도로 밝고 건강한 소녀의 미소가 충만해 있었다.
“오빠! 오늘 아스트라페 드림 재단에서 캡슐 치료를 받고 걸을 수 있게 된 전 세계 아이들의 손편지가 우리 집으로 1만 통이나 배달됐어! 오빠는 진짜 대단한 사람이야!”
지수가 지한의 허리를 와락 안으며 기쁨에 차 소리쳤다.
“그래, 지수야. 이제 우리 인생에 렉이 걸려 고통에 비틀거리던 절망의 수식은 영원히 해체되어 소멸했다. 어둠은 지나갔으니, 이 따뜻한 현실의 빛을 평생 마음껏 만끽하거라.”
지한은 다정하게 지수의 어깨를 꽉 쥐며 속삭였다.
그는 주머니 속에 넣어 두었던, 빚쟁이 청년 시절부터 캡슐 안에서 쓰레기를 뜯던 낡은 뼈칼 하나를 천천히 꺼내어 응시했다. 뼈칼 표면에는 지수가 달리는 정원의 백색 봄 햇살과 가상 세계의 은빛 룬 오로라 빛이 겹쳐지며 황홀한 승리의 무지개 서광을 번쩍이고 있었다.
가난과 절망의 나락에서 뼈칼 하나만을 쥐고 존재를 분해하던 스캐벤저 강지한.
그는 이제 가상 세계 노스가드의 군주이자 대륙 전체의 지배인, 그리고 현실 세계를 구원하고 장악한 절대적인 가상의 지배인으로서 두 세계를 완벽하게 고쳐 세운 전설적인 해체사(Legendary Scavenger)가 되어 영원히 쇠하지 않을 아스트라페 제국의 빛나는 왕좌 위에서, 대서사시의 찬란하고 장엄한 영광의 최종 완결의 장막을 고요하고 웅장하게 내리고 있었다.
- 아르카디아의 생계형 해체업자 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