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카디아의 생계형 해체업자: 성역의 교역소

194화: 성역의 교역소
아스트라페 시티의 중심부에 우뚝 솟은 거대 반투명 오로라 돔 건물, ‘성역 교역소 - 아카샤 매트릭스(Akasha Matrix Exchange)’. 이곳은 지한이 장악한 고대 마도 유적의 기술력과 아스트라페 시스템즈의 현실 금융 인프라가 기하학적으로 연동된 대륙 사상 최대 규모의 개방형 자유 교역소였다.
교역소가 가동되자마자, 본토 아르카디아의 일반 유저들과 노스가드의 정착민들이 납부하는 경매 및 교역 수수료가 단 0.1%로 대폭 인하되었다.
유저들은 그동안 본토 제국의 거대 대주주 길드들과 썩은 귀족 거상들에게 납부하던 20%의 착취성 수수료 족쇄를 완전히 벗어던지며, 아스트라페의 교역소로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하지만 이 기적의 자유 교역소 가동은, 그동안 물류를 독점하고 고율 이자로 유저들을 갈취하던 본토의 옛 기득권 거상 대부들과 제국 귀족 가문들의 강력한 반발을 샀다. 그들은 자신들의 생존 밥그릇이 공중 분해 될 위기에 처하자, 사설 용병 기사단 5,000여 명을 막대한 돈으로 고용하여 노스가드 아스트라페 시티로 통하는 유일한 지상 채굴 수송 루트 협곡인 ‘아스트라 바위 협곡’을 바리케이드로 불법 가로막았다.
“아스트라페의 불법 교역을 당장 중단하라! 제국 상무 협정 약관 위반이다!”
“통행료를 내지 않는 수송 수레는 한 대도 통과시키지 않겠다!”
갑옷을 입은 용병들이 마도 공학 대포와 강철 방어 타워 30여 개를 세우며 험악하게 총포를 조준했다.
이 폭동 위기 소식을 보고받은 지한은 성역 요새 알바트로스 리레코드의 조종 콘솔에 기계 의수를 올렸다. 그의 [아틀라스의 눈] 고글이 적 용병 캠프의 좌표를 붉은 조준마크로 실시간 고정했다.
“크리스, 요새 크로노 드라이브 가동해라. 협곡 정중앙 상공으로 공간 도약(Warp)한다.”
“알겠습니다, 형님! 공간 좌표 조율 완료, 워프 개시!”
위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잉-!
대기가 양옆으로 종이처럼 찢기며, 길이 100미터가 넘는 황금빛 성역 요새 알바트로스 리레코드가 적 용병 캠프 한가운데 200미터 상공 위로 굉음과 함께 공간 도약하여 당당하게 그 위용을 드러냈다.
하늘을 가득 메운 요새의 황금빛 룬 오로라와 30미터 크기의 초전설 거신 아스트라페 기가스의 출현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기세를 올리던 5,000명의 용병 기사단은 심장이 얼어붙는 절망의 침묵에 사로잡혔다.
“주포, 1회 연사 사격.”
지한의 나직한 명령이 떨어졌다.
쿠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아스트라페 기가스의 흉부에서 뿜어져 나온 백색의 아틀라스 절대영도 파동포 광선이 협곡 전방에 설치된 30여 개의 강철 요격 타워들과 마도 공학 대포들을 일직선으로 정면 강타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절대영도의 파동포는 폭발하지 않았다. 대신 닿는 모든 무기와 포탑, 장갑 바리케이드들을 투명한 유리 결정처럼 영하 273도로 순식간에 꽁꽁 동결시켜 꽁꽁 성에 막으로 휘감았다.
기가스가 양발을 구르며 협곡 바닥으로 낙하 착지해 강철 팔을 크게 휘두르자, 얼어붙었던 수십 개의 요격 포탑들과 강철 장벽들이 가볍게 스치는 충격 한 번에 유리창이 산산조각이 나듯 은빛 가루가 되어 폭발하며 깨끗이 부서져 사라졌다.
단 3초 만에 적들의 자랑이던 방어선이 완전 해체 소멸한 것이다.
지한 역시 알바트로스의 선수에서 하강하여, 사색이 되어 벌벌 떨며 지휘용 막사 안으로 도망치려던 주동자 가문의 대부들과 귀족 상인 10여 명의 앞을 가로막고 사뿐히 착지했다. 그의 손에는 얇고 투명한 은백색 깃털 날개 형상의 뼈칼, [아스트라페 - 아카샤의 날개]가 번뜩이고 있었다.
“기득권의 약관을 무기로 내 칼길을 막아서려 했나? 무모한 환부들이로군.”
지한은 [아카샤의 날개] 뼈칼을 허공에 그어 그들의 가슴 주머니와 금고 내부에 보관되어 있던, 모험가들을 협박하고 수탈하던 마력 채권 인장 수백 장을 '원격 공간 인장 해체'로 조밀하게 잘라냈다.
서각! 서거거걱-!
뼈칼 날 끝이 지나간 자리마다, 그들의 자산과 권리를 증명하던 마도 채권 계약서들의 데이터 뼈대 자체가 한 장의 먼지처럼 부드럽게 잘려 나가 공중으로 소멸했다. 계약서 데이터 자체가 해체되어 영구 삭제된 것이다.
“이, 이 괴물 같은 자가 내 전 재산을 지워버렸어! 파산이다! 우리는 완전히 끝났어!”
귀족 상인들은 가슴을 쥐어뜯으며 대지 위에 주저앉아 피눈물을 흘렸다.
지한은 차갑게 뼈칼을 털어 가죽 칼집에 갈무리했다.
“이 협곡의 통행을 가로막는 자들은 다음부턴 존재 자체를 해체하겠다. 전원 끌어내라.”
아스트라페 기사단이 울부짖는 상인들을 질질 끌고 가 전장 밖으로 축출했다.
수송로가 완전하게 뚫리며 아스트라페 시티의 아카샤 매트릭스 교역소의 거래량은 단숨에 대륙 사상 최대치를 돌파했고, 아스트라페 콘체른의 금고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물류 수익이 폭발적으로 밀려 들어왔다.
[시스템 메시지: 성역 교역소의 일일 거래량이 1억 골드를 돌파했습니다!]
- 아스트라페 콘체른의 주간 순수익이 720,000골드를 돌파했습니다!
가상 대륙의 모든 모험가들이 착취의 사슬을 벗어던지고 지한이 설계한 자유 시장 경제의 성역 위에서 활기차게 비상하는, 아스트라페 대제국의 웅장한 지평선이 밤하늘 아래에서 눈부시게 타오르고 있었다.